인생 리셋 오 소위! 667화
45장 까라면 까야죠(136)
“하긴……. 아빠는 꽃보다는 먹을 거지.”
한소희도 바로 인정을 했다. 오상진이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말했다.
“어머니, 주문은 제가 임의로 했는데 괜찮으십니까?”
“네, 괜찮아요.”
잠시 후 음식이 하나둘 들어왔다. 세 사람은 식사를 하며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화기애애한 식사를 마무리한 후 오상진과 한소희는 아지트로 왔다.
그런데 한소희가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들고 킥킥 웃고 있었다.
“뭐가 그리 재미있어서 웃고 있어요?”
“아니요, 우리 엄마가 웃겨서요.”
“어머니가 왜요?”
“아니, 우리 엄마 상진 씨가 정말 맘에 드나 봐요.”
“아, 그래요? 다행입니다. 꽃 사 가길 잘했나 봅니다.”
한소희가 의자에서 일어나 후다닥 오상진에게 갔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아니, 여자는 원래 다 꽃을 좋아하니까요.”
“여자들? 여자들 누구? 나하고, 엄마 말고 누구에게 사 줬을까?”
한소희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저희 엄마에게 꽃을 사 줬어요. 소희 씨도 알겠지만 저에게 여자는 엄마하고, 소희 씨뿐이에요. 아, 오늘 만난 어머님도 함께요.”
“그 말 확실한 거죠?”
“예!”
오상진이 힘차게 대답했다. 물론 과거에는 많은 여자들을 만나고 헤어졌다. 그때는 어쨌든 지금과 다르니까. 한소희가 오상진 어깨에 머리를 푹 기댔다.
“아무튼 고마워요. 우리 엄마 만나줘서.”
“뭘요. 오히려 내가 미안하죠. 소희 씨는 벌써부터 저희 엄마에게 며느리처럼 잘해주고 있는데요. 저는 바쁘다는 핑계로 빨리 찾아뵙지 못했잖아요. 그리고 아버님은…….”
오상진은 그다음 말은 하지 않았다. 한소희가 더욱 푹 오상진에게 안겼다.
“걱정 마요. 우리 아버지도 상진 씨를 분명 마음에 들어 할 거예요. 비록 지금은 아직 인정하지 않으시지만 분명 만나면 백퍼센트 인정하실 거예요. 너무 걱정 마세요.”
“걱정하지 않아요.”
오상진이 팔을 들어 한소희를 포근하게 안았다. 한소희도 그런 오상진의 팔 안으로 쏙 들어갔다.
“상진 씨.”
“네.”
“저 솔직히 올해도 상진 씨가 저희 부모님 만나지 않았으면 좀 실망할 뻔했어요.”
“왜요?”
“아니, 내가 아직 어리긴 하지만 상진 씨가 날 결혼 상대로 생각하지 않는 건가? 그런 생각도 솔직히 했어요.”
오상진이 놀란 눈이 되었다. 곧바로 한소희를 품에서 떼어내고 똑바로 바라봤다.
“정말 그런 생각을 했어요?”
“……네, 조금.”
“절대 그렇지 않아요. 그렇지 않았다면 제가 이렇게 소희 씨랑 계속 함께했겠어요? 이렇듯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거리는데요.”
“으음, 그렇지도 하지만 남자는 또 모르잖아요. 상진 씨가 어디 하나 부족한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에잇, 이런 말 하니까, 자존심 상해.”
한소희는 괜히 인상을 썼다. 그런 한소희를 보며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할까? 난 계속 꾸준히 믿음을 줬다고 생각하는데요.”
“알아요. 그냥 제 자격지심인가 봐요. 아, 몰라, 몰라. 나 갈래요.”
한소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상진이 곧바로 한소희의 팔을 잡았다.
“가긴 어딜 가요. 이리 와요!”
오상진이 한소희 팔을 잡아끌었다. 한소희는 못 이기는 척 오상진에게 이끌려 품에 푹 안겼다.
“뭐예요?”
“뭐긴요. 소희 씨 못 가게 꽉 붙잡는 거죠. 이제 소희 씨는 아무 데도 못가요.”
“그래요, 항상 꼭 이렇게 붙잡아줘요.”
“네.”
그리고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한소희가 스르륵 눈을 감았고, 그렇게 둘은 달콤한 입맞춤을 하였다.
* * *
새해가 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둘째 동생인 오정진에게 전화가 왔다.
“어? 이 녀석이 무슨 일이지?”
오상진이 통화버튼을 눌렀다.
“오냐, 형이다.”
-형, 지금 통화돼?
“그래, 무슨 일이냐?”
-어, 그러니까, 나 정시 말이야.
“아, 붙었구나.”
오상진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오정진의 입에서는 다른 말이 나왔다.
-아니, 떨어졌어.
“알았어, 인마. 붙은 거.”
-떨어졌다고!
“인마, 너 거짓말 겁나 못해. 앞으로 그러지 마.”
-에이씨, 형 놀라게 해 주려고 했는데.
“됐고, 수석이야?”
-수석은 무슨, 그건 모르지.
“하긴 뭐, 붙었으면 됐지. 수석이건 차석이건 뭔 상관이야. 아무튼 3년간 공부한다고 고생했다, 내 동생. 그보다 뭐 갖고 싶은 거 있어?”
-아니, 없어. 다행히 학교도 집에서 가까워. 따로 자취 안 해도 돼서 좋아.
“어후, 생각 없는 놈아. 그렇게 집에만 있으면 여자 친구는 언제 만나냐.”
-무슨 여자 친구야!
오정진이 버럭 했다. 그러자 오상진이 실실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 맞다. 여자 친구 있지. 정수현이라고 했나?”
-그냥 친구라니까.
“그래 여자 친구! 자식 발끈하기는, 그보다 수현이는 어디 붙었대? 너랑 같은 데 아니야?”
-수현이는 몰라, 아직 안 물어봤는데.
“야이씨, 남자 친구가 되어서는 그런 것은 미리미리 물어보고 그래야지.”
-아, 진짜! 우리 사귀는 거 아니라니까.
“그래, 인마. 누가 뭐래. 남자 친구라고 했잖아. 자식아!”
-아, 됐어. 끊어. 만날 놀리기만 하고.
오정진이 전화를 뚝 끊었다. 오상진이 히죽 웃으며 휴대폰을 보며 말했다.
“자식이 말이야. 뻔히 좋아하는 것이 보이는데, 아니라고 하네.”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휴대폰을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중얼거렸다.
“그보다 우리 정진이. 법대를 가다니……. 내 꿈을 대신 이루어주네.”
오상진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사실 과거에는 오정진이 법대를 안 가고, 교대를 졸업하고 선생님을 했다.
그때는 왜 법대를 가지 않았냐고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 당시 썩 친한 편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법대를 가서 조만간 판검사가 될 것을 생각하니 괜히 기분이 좋았다.
“가만 엄마도 알고 있으려나.”
오상진은 휴대폰을 들어 곧바로 신순애 여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상진아.
“응? 이모?”
-그래.
“엄마는요?”
-아, 엄마 잠깐 바쁜 일이 있어서 내가 받았다.
“아, 그러시구나.”
-그런데 무슨 일로?
“정진이 소식 들으셨어요?”
-정진이? 합격한 거?
“어? 알고 계셨네요. 뭐야, 내가 제일 늦게 안 거야?”
-호호호, 우리야 함께 사니까. 아무튼 축하한다.
“뭐 제가 축하받을 일을 했습니까.”
-그래도 장남이 번듯해서 집안일이 잘되는 것 같으니까.
“에이, 그건 아니죠. 그보다 이모 인테리어는 잘 되고 있어요?”
-안 그래도 그 얘기를 하려고 했다. 너희 이모부가 말이야. 밖에 가건물을 하나 두면 어떻겠냐고 하시네.
“그거 건축법에 안 걸려요?”
-뭐, 건축법에 걸리기는 한다는데……. 알아보니까, 대부분 다 한다는데.
“이모, 그럼 하지 마요. 부족하면 위층에서 창고 하나를 빼든가 할 테니까.”
-아니야, 그건 너무 번거로운 것 같은데. 어떻게 안 될까?
오상진은 ‘연산의 남자’ 영화 투자 건도 잘되고, 그래서 남은 돈으로 건물 하나를 더 추가로 매입했다. 위치는 집 근처 시장터였는데 낡은 빌딩이 싸게 나와 있었다.
그곳을 리모델링 한 후 약속했던 대로 이모에게 가게를 하나 줬다. 엄마와 같은 국밥집 2호점을 말이다. 그런데 이모가 장사 욕심이 좀 있었다.
“알았어요. 그 얘기는 나중에 해요. 아니다, 이번 주에 집에 가서 얘기해요.”
-그래, 알았다. 소희도 같이 오니?
“아마도 그럴 것 같아요.”
-그런데 너희 둘 결혼은 언제 하냐?
“이모, 소희 씨가 아직 어린데 어떻게 해요.”
-뭐, 어때? 그게 뭐 흠이니, 서로 좋으면 빨리빨리 하는 거지.
“네네, 알겠어요. 들어가세요, 이모.”
오상진은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아무튼 이모 짓궂다니까.”
오상진은 피식 웃으면서 이번에는 한소희에게 문자를 보냈다.
-소희 씨 이번에는 저희 집에 가야 할 것 같은데 같이 갈래요?
그러자 곧바로 답 문자가 왔다.
-뭐예요?
답 문자를 확인한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뭔가 화나는 일이 있나?”
오상진이 잠깐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한소희에게서 바로 답이 왔다.
-그럼 저 빼고 가려고 했어요?
오상진은 그 문자를 보고 피식 웃으며 손가락을 움직였다.
-알았어요, 토요일 오후에 봐요.
오상진은 문자를 보내고 난 후 맑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아, 요즘 따라 계속 느끼는 거지만 회귀하길 참 잘한 것 같네.”
오상진은 스스로 뿌듯함이 느껴졌다.
* * *
최강철 병장은 중대장실에서 진급 신고를 하고 있었다.
“……이에 병장으로 진급을 명받았습니다. 충성!”
김철환 1중대장이 흐뭇한 얼굴로 최강철 병장을 바라봤다.
“이야, 강철이 군에 들어올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병장을 다네. 역시 세월 참 빠르다.”
“감사합니다.”
최강철 병장이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악수를 했다.
“전역은 몇 개월 남았냐?”
“아직 한참이지 말입니다.”
최강철 병장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사고 안 치고 군 생활 잘 해줘서 고맙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넵.”
“그래. 그만 나가봐.”
“넵, 충성.”
최강철 병장이 경례를 하고 중대장실을 나왔다. 밖에는 오상진이 있었다.
“후후, 그리 좋냐?”
“네. 제가 병장을 다는 날이 오긴 옵니다.”
“참, 강철아. 태수 제대하고 나면 너에게 푸른 견장을 주려고 하는데.”
“네? 제가 말입니까?”
“내가 보니까, 태수 밑으로 있는 병장들 말이야. 금방 제대를 할 것 같더라고. 분대장이 자주 바뀌는 것도 안 좋고, 가장 오래 할 네가 맡아서 꾸준히 했으면 좋겠는데.”
“네, 알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그래, 알았다. 소대장이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게. 들어가 봐라.”
“아, 그리고 소대장님.”
“응?”
“저 이번 주에 외박 좀…….”
“외박? 너 남아 있냐?”
“네. 한 번 다녀올 외박이 있습니다.”
“후후후, 왜에? 여자 친구 온대?”
“네.”
최강철 병장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이야, 너 잘 만난다. 네가 해진이도 여자 친구 해줬다며.”
“네, 맞습니다.”
“야, 소대에서 뭐라고 안 하냐?”
“안 그래도 자꾸 소개시켜 달라고 난리입니다.”
“우리 소대 애들 다 착하지만 그래도 소개는 신중해야 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입조심 하는 중입니다.”
“그래. 이만 가 봐라.”
오상진은 최강철 병장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최강철 병장이 경례를 했다.
“충성,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최강철 병장이 힘차게 대답을 한 후 내무실로 뛰어갔다. 오상진은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사실 1소대에는 병장들이 많았다. 하지만 2달 안에 다 제대를 할 상황이라 최강철 병장이 맡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참, 이 소식도 알려줘야겠구나.”
오상진은 번뜩 생각이 나서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