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666화
45장 까라면 까야죠(135)
최강철 상병은 강태산 일병을 데리고 들어갔다. 그리고 최강철 상병의 눈이 다시 한번 힐끔 이해진 병장의 뒷모습을 좇았다.
한 달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오상진은 지금 한소희 둘째 오빠인 한중만과 자리를 하고 있었다. 물론 오상진 옆에는 한소희가 있었다.
“매제, 시사회 올 거지?”
“시사회 언제입니까?”
“다음 주말 저녁인데 올 수 있지?”
“그럼요. 소희 씨랑 같이 가겠습니다.”
오상진이 옆에 앉은 한소희를 바라봤다. 한소희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 매제가 투자를 많이 했는데 얼굴도 비춰주고 그래야지. 다들 내가 로또 당첨되어서 투자한 줄 알아.”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한소희 역시도 피식 웃었다. 그러다가 한소희가 뭔가 떠올랐는지 입을 열었다.
“가만! 그러면 배우들도 오나?”
“당연히 오지. 시사회인데 그런데 장영진은 못 와. 그날 다른 스케줄이 잡혀 있데. 대신 주연배우인 이중기는 온대.”
“아, 정말?”
“그래. 신인급인데 당연히 와야지.”
한소희가 박수를 쳤다.
“아, 그럼 나 사인받아야겠다.”
오상진은 그 모습을 보며 히죽 웃었다.
“아 참! 형님.”
“응?”
“시사회 티켓 있으면 두 장만 더 주십시오.”
“왜? 가족들 부르게?”
“제가 좋아하는 중대장님도 영화를 좋아하십니다.”
“역시 우리 매제도 군인이었어. 중대장도 챙기는 것을 보면 말이야.”
그러자 한소희가 나섰다.
“우리 상진 씨, 그런 거 아니거든. 친형 같은 분이거든.”
“아, 그래? 그럼 알았어. 내가 구해볼게.”
“감사합니다.”
오상진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그리고 얼마 후 시사회 초대권을 받아서 김철환 1중대장에게 건넸다.
“이야, 이게 뭐야? 연산의 남자 시사회 초대장? 나 시사회 같은 거 한 번도 안 가 봤는데. 여기 가면 뭐 해야 하냐? 턱시도 입어야 하냐?”
“에이, 아닙니다. 그냥 깔끔하게 입고 오시면 됩니다.”
“그래도 그건 아니지. 일단 네 형수랑 얘기를 해봐야겠다.”
김철환 1중대장은 신나 하며 휴대폰을 꺼냈다.
“어, 여보 나야. 그러니까, 상진이가…….”
김철환 1중대장의 밝은 목소리를 들으며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시사회 당일, 네 사람이 영화관에 나타났다. 김철환 1중대장과 김선아는 조금 긴장한 눈빛이었다.
“언니, 괜찮아요?”
“으응, 괜찮아. 그보다 소희 씨 정말 예쁘다.”
“아니에요, 언니. 언니가 훨씬 예쁘세요.”
두 여자가 긴장을 드러내는 듯 얘기를 주고받았다. 오상진도 잔뜩 긴장한 김철환 1중대장에게 말을 걸었다.
“오오, 중대장님. 멋 좀 내셨습니다.”
“야, 말도 마라. 대충 입고 가자고 하니까 어디 그런 곳에 가는데 대충 입고 가냐며 너희 형수가…….”
김철환 1중대장은 인상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때 김선아가 불쑥 끼어들었다.
“혹시 내 흉보는 거 아니죠?”
“오오, 아니야. 아니야.”
김철환 1중대장이 바로 말을 바꿨다. 오상진도 곧바로 화제를 돌렸다.
“지금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들어가죠.”
“아, 네에.”
그렇게 네 사람은 지정된 자리에 앉아 영화를 감상했다. 오상진은 영화를 보는 내내 과거에 봤던 그 내용과 거의 비슷하게 전개되는 것에 안도했다.
‘다행이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옆에 앉은 한소희를 바라봤다. 한소희의 표정이 매우 심각했다. 오상진이 조용히 물었다.
“소희 씨 왜 그래요?”
“으음, 이 영화 괜찮을까요?”
“왜요? 소희 씨는 별로예요?”
오상진이 알기론 이 영화 특히 여성들에게 엄청 인기가 많았다. 그래서 천만 관객까지 얻을 수 있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오상진이기에 한소희의 반응은 좀 의외였다.
“음, 조금 걱정되는 게 있어서요.”
“왜요? 소희 씨는 별로예요?”
“연산군도 좀 웃기게 나오고……. 역사 왜곡이라는 얘기도 듣지 않으려나?”
한소희는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그때 당시에 연산군을 대놓고 풍자하고, 따지고 보면 그 영화에는 연산군이 동성애자로 나오는 것이 좀 그랬던 모양이었다.
“영화니까, 괜찮을 겁니다.”
“그럼 다행이지만…….”
한소희는 오상진의 위로에도 걱정이 앞섰다. 사실 한소희는 이 영화가 작은 오빠나, 오상진과 관계가 없는 영화였다면 정말 재미있게 봤을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 다 관계가 있기에 논란이 생기진 않을지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어쨌든 영화는 끝이 났고, 네 사람은 영화관을 나섰다.
“매제, 이쪽으로 와.”
한중만이 오상진을 발견하고 손짓했다. 오상진이 한중만에게 갔다. 한중만은 환한 얼굴로 옆에 선 이중기에게 오상진을 소개했다.
“인사해, 매제. 이 친구가 이번 영화 주인공 이중기 씨.”
“네, 반갑습니다.”
오상진은 악수를 청했다. 이중기도 환한 얼굴로 악수를 하며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영화 재미있게 보셨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옆에 있던 한소희도 이중기를 보며 인사했다.
“어멋! 안녕하세요.”
“네, 반갑습니다.”
“정말 잘생기셨어요.”
“감사합니다. 그쪽도 예쁘시네요. 배우 하셔도 되겠습니다.”
이중기가 살짝 호감 가는 눈빛으로 한소희를 바라봤다. 그 눈빛을 느낀 한소희가 냉큼 오상진에게 팔짱을 꼈다. 그 모습을 본 이중기가 곧바로 그 눈빛을 감추었다. 한중만이 바로 입을 열었다.
“우리 뒤풀이 갈 건데 같이 갈래?”
“저도요?”
오상진은 뒤풀이하는 곳에 가 보고 싶었다. 과연 배우들은 어떻게 노는지 몰라서 말이다. 그런데 한소희가 나섰다.
“아니야, 우리 일행도 있어서 따로 움직일게.”
“그럴래? 알았어.”
“으응, 그럼 오빠 나중에 봐.”
“그래.”
오상진은 이중기와 다시 눈인사를 한 후 한소희와 함께 멀어졌다. 한소희가 걸어가며 슬쩍 말했다.
“상진 씨 왜요? 뒤풀이 장소에 같이 가보고 싶었어요?”
“아니요, 그냥 연예인들은 어떻게 노는지 궁금해서요.”
“그게 왜 궁금해요? 갑자기 상진 씨가…….”
“그냥 해본 소리예요.”
“어머, 이상한데…….”
“아니에요. 예쁜 우리 소희 씨를 두고 제가 한눈팔겠어요?”
“좋아요. 그런데 아까 이중기 씨 봤어요? 저를 보는 눈빛이…….”
“어후, 또 시작이시네요.”
“이잉, 봤어요. 못 봤어요.”
“네, 봤어요.”
오상진이 마지못해 대답했다. 그러자 한소희의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제가 이 정도예요. 앞으로 잘해요.”
“네에, 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김철환 1중대장과 함께 식사를 하러 이동했다.
다시 시간은 흘러 어느덧 크리스마스가 되었다.
크리스마스 전주에 개봉한 연산의 남자는 한소희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오상진이 기억했던 대로 대박을 향해 나아갔다.
개봉 첫 주 200개의 상영관에서 개봉한 연산의 남자는 첫날과 둘째 날에 20만은 동원했지만 주말에 관객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쭉쭉 올라갔다. 그 열기는 식지 않고, 계속 관객 수가 유지되며 올라갔다.
그다음엔 크리스마스 때 갑자기 한꺼번에 관객이 몰리면서 삼백만이 넘어섰다.
“와, 이 정도만 해도 대박이야.”
한중만은 이 정도로 흥행만 되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오상진도 그 얘기를 들었다. 더욱 들뜬 것은 한소희였다.
“상진 씨 그 얘기를 들었어요?”
“네. 들었습니다.”
“진짜, 이 영화 대박이에요. 작은 오빠가 좋아서 난리가 아니에요. 그래서 상진 씨에게 선물해 주고 싶다고 뭐 갖고 싶냐면서 물어봐요.”
“아, 저 괜찮아요. 무슨 선물이에요.”
“그러지 말고, 받아요. 작은 오빠 상진 씨 때문에 돈 많이 벌었어요.”
“음, 그러면 그냥 나중에 또 영화 시나리오 있으면 알려달라고 하세요. 같이 투자하게요.”
“당연하죠. 지금 오빠, 벌써부터 영화 시나리오 쓸어 담고 있어요. 상진 씨가 찍어 주는 영화에 투자하겠다고 말이에요.”
“하하하, 그래요?”
오상진이 씨익 웃었다. 한소희가 슬쩍 물었다.
“그런데 이 영화 언제까지 갈 것 같아요?”
“글쎄요. 그때도 소희 씨에게 말했지만 천만까지는 가겠죠.”
“천만요? 으음……. 그건 너무 센데요.”
“저랑 내기할까요?”
“내기요? 으음 소원 들어주기요?”
“그래요. 그거 해요.”
오상진은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이 내기는 오상진이 100% 이길 것 같았다.
오상진은 한소희와 만나고 두 번째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보내고, 시간도 또 흘러 새해가 밝아왔다.
이번 연도는 함께 산에 올라 해돋이를 함께 바라봤다. 그리고 오상진은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어느 한식집에 있었다.
“으음……. 괜찮나?”
오상진은 연신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며 옷을 정리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있기를 잠깐, 문이 열리며 한소희가 나타났다.
그런데 그 옆에는 중년의 여성과 함께였다. 오상진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소희가 환한 얼굴로 오상진에게 다가와 말했다.
“인사하세요, 저희 어머니예요.”
“안녕하세요, 어머님!”
오상진의 허리가 90도로 꺾이며 인사를 했다. 한소희의 어머니는 인자한 미소로 말했다.
“반가워요. 듣던 것보다 체격이 많이 좋네요.”
“네, 어머니. 제가 군인이라서 체격은 좋습니다.”
“그래요. 보기 좋아요.”
“일단 자리에 앉으시죠.”
오상진은 어머니가 자리에 앉자 그제야 자신도 앉았다. 어머니는 살짝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먼저 미안해요. 집에 초대하고 싶었는데 아직 그이가 상진 군을 볼 준비가 안 되었어.”
“아닙니다. 전 괜찮습니다. 소희 씨도 그렇고 저도 아직 젊습니다. 언제든지 기다릴 수 있습니다.”
오상진의 말에 어머니는 흐뭇하게 바라봤고, 한소희는 자신도 모르게 살짝 얼굴을 붉혔다.
“아, 그렇게 생각해요?”
“아, 제가 가벼운 뜻으로 소희 씨를 만나는 게 아니라서요.”
“그래 주면 나야 고맙고요.”
오상진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 옆에 놓인 선물이 눈에 들어왔다.
“아, 어머니 빈손으로 오기 그래서 조그만 것을 준비했습니다.
오상진은 먼저 화려한 꽃을 어머니에게 건넸다.
“어머나, 무슨 꽃이에요.”
어머니는 눈을 크게 하며 꽃 선물을 받고 좋아했다. 옆에 있던 한소희도 거들었다.
“꽃도 꽃이지만 우리 먹으라고 상진 씨가 한우도 준비해 줬어요. 프리미엄 세트로 투 플러스래.”
“으구, 철딱서니하고는 이 분위기에 그 말을 해야 해?”
“내가 뭘?”
어머니가 한소희를 살짝 나무랐다. 한소희는 그래도 기분이 좋은지 연신 웃고 있었다. 오상진를 바라보다가 꽃향기를 맡았다.
“향이 좋네요.”
“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니가 좋아해 주니 오상진도 한결 표정이 풀어졌다.
“저희 어머니에게도 가끔 꽃을 사 드립니다. 그래서 어머님께도 꽃을 선물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네? 실수요?”
“네. 꽃보다 어머님께서 더 아름다우셔서, 괜히 샀나 싶습니다.”
“뭐라고요? 호호호.”
어머니는 그 말이 거짓인 줄 알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아무튼 고마워요. 우리 자주 봐요. 아니, 나중에 우리 소희랑 잘 되면 오늘처럼 가끔씩 꽃 좀 사줘요.”
그러자 한소희가 바로 말했다.
“뭐야, 엄마! 그런 것은 아빠에게 사 달라고 해.”
그러자 어머니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너희 아빠가 이런 것을 사 줄 양반이었으면 내가 이런 말을 했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