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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660화 (660/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660화

45장 까라면 까야죠(129)

“그런 얘기는 확실하게 알지 않고는 모르는 건데……. 그전에 이미 알고 지냈던 것은 아닙니까?”

“아니야, 아니야. 전혀 접점이 없어. 게다가 대대장님 말이야, 얼마 전까지 이미선 소위 이름도 몰랐어. 아니지, 얼마 전까지 이미선 소위가 아니라, 정미선 소위라고 불렀었어. 내가 차마 말은 못 했지만…….”

“그런데 갑자기 왜 저러시죠?”

“몰라! 대대장님이 이미선 소위랑 연애라도 하나 보지.”

김철환 1중대장은 짐짓 신경질을 내며 자신의 자리로 갔다. 오상진이 듣다 보니,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어? 중대장님. 어쩌면 그럴지도 모릅니다.”

“야야야, 아무리 그래도……. 에이, 아니야.”

김철환 1중대장이 손을 흔들며 부정을 했다. 하지만 오상진은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아닙니다. 진짜 어쩌면…….”

“상진아, 대대장님이랑 이미선 소위 나이 차이가 얼마인데……. 딸뻘이야, 딸뻘!”

“으음…….”

오상진이 살짝 신음을 흘렸다. 김철환 1중대장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상진아. 나 정말 너무 힘들다.”

그 말을 들은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조금만 참으십시오. 조금만…….”

한편, 그 시각 5중대장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제기랄…….”

쾅!

5중대장이 손으로 책상을 내려쳤다. 그 앞에 3중대장이 깜짝 놀랐다.

“어허, 5중대장 깜짝 놀랐잖아.”

“죄송합니다. 하지만 너무 분해서 말이죠.”

“그리고 적당히 마셔!”

5중대장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맥주 캔을 연달아 들이붓고 있었다. 원래 이러면 안 되지만 너무 화가 나서 주체가 안 되었다.

“아닙니다. 말리지 마십시오. 저 술이라도 안 마시면 참을 수가 없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왜 그래? 대대장님께 혼나서 그래?”

“대대장님께서 저보고 뭐라고 하셨는 줄 아십니까?”

“뭐라고 하셨는데?”

“착하디착한 이미선 소위 앞길 막을 생각 하지 말랍니다. 오히려 저보고 제 앞가림을 잘하라고 하십니다.”

“뭐? 대대장님께서 그러셨어?”

3중대장이 짐짓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그다음 말은 하지 않았다. 자신이 생각해도 대대장의 말이 맞았다.

‘이 녀석이, 나 몰래 이미선 소위랑 재미 볼 것 다 보고, 단물 빠지니까 버려 놓고선.’

3중대장이 5중대장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한심하다는 듯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3중대장님, 제가 화나는 진짜 이유가 뭔 줄 아십니까?”

“그래, 뭔데?”

“대대장님이 저에게 앞으로 이미선 소위 근처에 접근도 하지 말랍니다.”

“그래? 이미선 소위가 그렇게 요청했나?”

“에이, 3중대장님. 여긴 군대입니다. 일반 회사도 아니고……. 그게 가당키나 하겠습니까. 그리고 훈련하다 보면 지나가다가 얼굴 부딪치고 그러지 않습니까. 참고로 먼저 접근한 쪽은 이미선 소위입니다.”

“어, 그래. 그건 그렇다고 치고, 뭐가 화가 나? 대대장님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지.”

“에이, 3중대장님께서 모르셔서 그렇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말입니다.”

5중대장이 잠시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이미선 소위가 대대장님에게 붙은 것 같습니다.”

“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아무리 대대장님께서 여자를 밝혀도, 딸뻘 되는 사람에게…….”

5중대장은 생각보다 진지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와, 그때 대대장님을 못 보셔서 그렇습니다. 진짜, 그 당시 대대장님의 모습은 수컷이 자기 여자를 지키는 그런 식의 눈빛이었습니다.”

“에이, 오버야. 설마 그렇겠어?”

“진짜입니다.”

“아무튼 너도 잘한 것은 없잖아.”

“제가 말입니까?”

“나도 소식 다 들었어. 너 인마. 제수씨하고 이혼할 때 문제 생길까 봐. 네가 먼저 스토커라고 소문내고 다녔다며?”

“어흠…… 그건 또 어떻게 아셨습니까?”

“내가 너희 집 사정 뻔히 아는데 그걸 모르겠냐. 그리고 네가 먼저 그런 식으로 나오니까, 이미선 소위가 열 받아서 대대장님에게 붙었을 수도 있지.”

“그럼 어떻게 합니까? 그렇다고 이혼도 안 했는데 이미선 소위랑 살림 차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에라이, 그런 배짱도 없으면서 그런 짓을 하냐?”

“지금 엄청 후회하고 있지 말입니다.”

“쯧쯧쯧, 아무튼 너도 이번 대대장님 밑에서는 텄다.”

“그렇지 않아도, 전출 요청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 중입니다.”

3중대장이 맥주를 쭉 들이켜며 말했다.

“5중대장. 잔말 말고, 그냥 얌전히 여기에 있어. 그냥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있으란 말이야. 막말로 전출을 갔어. 그럼 거기서 너 예쁘다고 받아 줄 것 같아? 그러니, 소문이 잠잠해질 때까지 얌전히 있어. 어차피 이런 소문은 시간이 약이야.”

3중대장의 충고에 5중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어차피 대대장님도 임기 얼마 안 남았어. 똥 밟았다고 생각하고, 그냥 살아.”

“네, 알겠습니다. 3중대장님.”

“자자, 한잔해.”

“넵!”

그렇게 두 사람은 공중에서 맥주 캔을 부딪쳤다.

그다음 날, 이미선 2소대장은 책상의 짐을 정리했다. 오늘 인사공고가 떴다.

짐을 다 챙긴 이미선 소위가 행정반을 나섰다. 그 앞에 오상진이 서 있었다. 이미선 소위가 먼저 경례를 했다.

“충성,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오 중위님.”

“그래, 이 소위. 어차피 본부중대 가는 거고, 멀리 떨어지지도 않는데 뭐. 올라가서 잘 지내십시오.”

“네. 오 중위님도 잘 지내십시오.”

“네.”

오상진이 먼저 악수를 청했다. 이미선 소위가 그 손을 보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손을 마주 잡았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오 중위님.”

“네?”

“고마웠습니다.”

“저에게 말입니까?”

“네, 그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 언제든 제 도움이 필요하면 말씀하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이미선 소위는 시크하게 몸을 돌려 본부중대로 올라갔다. 오상진은 그런 이미선 소위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뭔 말이야? 도대체 뭐가 고맙다는 거야?’

오상진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이미선 소위가 내뱉은 고맙다는 말의 뜻을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어떤 의도로 그 말을 했는지 그 의미는 알지 못했다.

* * *

땀을 흘리는 계절이 왔다.

유격 가기 전 금요일 오상진은 제일 먼저 1소대가 아닌, 2소대부터 찾았다. 2소대장이 새로 부임하기 전까지 오상진이 당분간 맡기로 했다.

“잘 지내냐?”

“충성. 네, 그렇습니다.”

2소대 분위기는 일단 똑같은 것 같았다. 오상진은 한편으론 안심한 후 입을 열었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2소대장이 사정이 생겨 본부중대로 올라갔다. 그래서 당분간은 내가 맡을 거다. 물어볼 것이 있으면 언제든 와라. 소대장은 항상 그 자리에 있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2소대원들의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다음 주에 있을 유격훈련 있는 거 알고 있지?”

“네.”

“준비는?”

“다 끝났습니다.”

“빠진 것 없는지 다시 한번 체크하고.”

“네. 알겠습니다.”

“그래. 주말 잘 쉬어라.”

오상진이 2소대 내무실을 나왔다. 그리고 1소대 내무실을 찾아 똑같이 말했다.

“민무늬 전투복은 잘 챙겼지?”

“네. 그렇습니다.”

“바느질도 꼼꼼하게 하고?”

“네.”

“강태산.”

“이병 강태산.”

“꺼내 봐.”

“네, 알겠습니다.”

강태산 이병이 자신의 민무늬 전투복을 꺼냈다. 오상진은 바느질을 확인하고는 다시 줬다.

“잘했네. 어쨌든 주말 잘 보내고, 아프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그래, 푹 쉬어라.”

새로운 한 주가 다시 시작되고, 새벽 일찍부터 부지런히 움직여 유격장으로 향했다. 오상진은 특별히 2소대를 중점으로 챙겼다.

“박 중사.”

“네, 소대장님.”

“제가 당분간은 2소대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네. 그렇게 하십시오.”

박중근 중사는 오상진의 믿음에 보답이라도 하는 듯 1소대를 잘 이끌었다. 특히나 여름에 시작한 유격은 날씨 때문에 더위를 먹지 않으려고 수분 보충이나, 훈련 강도에 신경을 많이 쓴 모양이었다.

“와, 날씨 대박입니다.”

“날씨 때문인지 PT 훈련이 그리 길지는 않다.”

“맞습니다. 작년에는 진짜 엄청 굴렸는데 말입니다.”

“너희들 진짜 편안하게 유격 받는 거야.”

고참들의 한마디에 후임병들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유격은 유격이었다. 땀은 비 오듯 흘러내리고, 먼지와 땀이 얼굴이 덕지덕지 붙어서 비렁뱅이 같았다. 한 번 코를 풀면 먼지가 잔뜩 나왔다.

그렇게 4박 5일 동안 유격은 아무런 부상자 없이 그 끝을 향해 이어졌다.

이제 유격 훈련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화생방 훈련과 행군만이 남아 있었다.

“오전에 화생방 끝내고 오후부터 행군하지?”

“네. 그렇습니다.”

후임병들의 목소리에서 쇳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첫날부터 목소리가 쉬어 훈련이 끝날 때까지 쇳소리만 나왔다.

“하아, 화생방…….”

후임병들은 이미 신교대 때 화생방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마지막 날부터 얼굴이 잔뜩 굳어 있었다.

“야, 너희들 왜 그렇게 굳어 있어!”

한태수 상병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대강 일병 밑으로 잔뜩 긴장한 눈빛이었다.

“아, 아닙니다.”

“야, 딱 3분만 견디면 돼!”

“3분 아니지 말입니다.”

“아무튼, 신교대 때 해봤다며.”

“그건 약과라고 들었습니다.”

“아냐, 인마. 거기나 여기나 똑같아.”

“그렇습니까?”

“그렇지. 똑같이 마시는 거니까.”

“…….”

한태수 상병의 농담에 후임병은 순간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한태수 상병이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자식들…… 농담도 못 하냐.”

“너무 썰렁했어.”

“전 펭귄 수백 마리가 지나가는 줄 알았습니다.”

“아무튼 됐고. 먼저 튀어나오는 놈 있으면 알아서 해라.”

한태수 상병이 살벌하게 말했다. 그런데 그때 박중근 중사가 올라왔다.

“얘들아, 텐트 철수해라.”

“네?”

“이번 유격 훈련에는 화생방은 없다.”

“진짜입니까?”

“그래! 어서 텐트 철수하고, 연병장에 모여라.”

“와아, 대박!”

“화생방 없다.”

소대원들이 전부 좋아했다. 그것도 잠시 박중근 중사가 입을 뗐다.

“자식들 그리 좋냐? 그 기운으로 행군도 열심히 하기 바란다.”

그 말을 남기고 박중근 중사가 내려가고, 소대원들은 이내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그리고 대망의 행군. 정해진 코스의 길이는 16㎞로 잡았다. 물론 공포의 둑길을 여러 번 돌다 보면 20㎞는 금방이었다.

“이야, 작년 생각나지 않냐?”

“네?”

“내가 본부중대 작전과에 동기 놈이 있는데, 그 동기 놈이 원래는 16㎞로 되어 있었대. 그런데 나중에 행군이 끝나고 작전과장님께서 한 말에 그냥 때려죽이고 싶었데.”

“뭐가 말입니까?”

“어라? 우리 16㎞가 아니라 22㎞를 걸었네! 그때 진짜 살기가…….”

“그럼 이번에도 22㎞ 아닙니까?”

“그건 모르지. 그래도 새벽에 주는 간식은 정말 꿀맛이더라.”

“저, 저는 백숙이 좋았습니다.”

“오오, 백숙도 나옵니까?”

이세강 이병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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