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659화
45장 까라면 까야죠(128)
“5중대장이 유부남인 것이 문제입니다.”
“유부남? 5중대장 이혼 안 했어? 난 이혼한 것으로 아는데, 돌싱이나. 처녀랑 만난 것이 무슨 흠이라고…….”
사실 한종태 대대장도 이혼을 한 후 여자 친구를 만났었다. 그래서 별로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입을 열었다.
“물론 대대장님께서 말씀하신 것이 맞다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사해 보니 5중대장 이혼하지 않았답니다. 다만, 별거 중이었답니다.”
“뭐? 법적으로 정리가 안 되었다는 거야?”
“네.”
“5중대 이 자식은 도대체 사생활을 어떻게 한 거야.”
“그러게 말입니다.”
“그래서 이미선 소위가 임신이라도 했다는 거야?”
“그건 아닙니다. 다만, 북한산 근처에서 백숙을 먹었다는 소문이 발단이었습니다. 그 뒤로 이상한 소문이 또 돌았습니다.”
“이상한 소문?”
“네. 그것이 이미선 소위가 5중대장에게 스토커처럼 따라붙었다는 소문이었습니다.”
“스토커? 무슨 말도 안 되는…….”
한종태 대대장이 피식 웃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소문이었다.
“이봐, 작전과장. 생각을 해봐, 5중대장은 유부남이고, 이미선 소위는 처녀야. 그것도 20대 초반의 처녀. 얼굴도 귀여운 처녀가 유부남을 스토커해? 자네라면 그 말을 믿나?”
“하긴 저도…….”
“아니면 5중대장이 일부러 소문을 흘리는 거 아니야?”
한종태 대대장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한번 알아봐.”
“알겠습니다.”
그때 문을 ‘똑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종태 대대장과 곽부용 작전과장의 시선이 문 쪽으로 향했다. 문이 열리며 이미선 2소대장이 나타났다.
“어? 이 소위가 어쩐 일이야?”
곽부용 작전과장이 살짝 놀란 얼굴로 물었다.
“충성. 대대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한종태 대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이쪽으로 오지.”
“네.”
한종태 대대장이 곽부용 작전과장에게 눈짓을 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대번에 알아듣고 말했다.
“그럼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나가고 한종태 대대장이 앞 테이블 의자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 곧바로 앉아 있는 이미선 2소대장을 위에서 아래로 쭉 훑었다.
‘어구, 화장을 참 예쁘게 잘했네.’
한종태 대대장의 눈빛이 살짝 변했다. 이미선 2소대장이 제법 괜찮은 몸매를 소유하고 있었다.
‘헐, 5중대장……. 부럽네.’
한종태 대대장이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이미선 2소대장이 갑자기 눈물을 터뜨렸다.
“흐흑, 대대장님…….”
한종태 대대장이 깜짝 놀랐다.
“이, 이 소위 왜 그래?”
“흐흑, 대대장님 저 어떻게 합니까? 전 5중대장이 잘 대해주셔서 그랬던 건데. 저 보고 스토커 짓을 했다고 그럽니다. 흐흑…….”
한종태 대대장은 당황하며 각 티슈를 가져와 이미선 2소대장에게 내밀었다.
“일단 눈물부터 닦아.”
하지만 이미선 2소대장은 이미 터져 버린 울음은 그칠 줄을 몰랐다. 그때 옆방에 있던 C.P병이 문을 두드리며 물었다.
“대대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그리고 내 지시가 있을 때까지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해.”
“네. 알겠습니다.”
한종태 대대장이 가볍게 한숨을 내쉰 후 이미선 2소대장을 봤다.
“이 소위. 진정해. 일단 진정부터 하라고.”
그럼에도 계속해서 울었다. 쉽게 진정되지 않자, 한종태 대대장이 이미선 2소대장 바로 옆으로 가서 등을 토닥였다.
“울지 마. 울지 마. 왜 울고 그래.”
이미선 2소대장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한종태 대대장 품에 안겼다.
“대대장님…….”
한종태 대대장이 순간 움찔했지만 이내 부드럽게 안으며 말했다.
“그래, 그래. 나를 아빠, 아니 오빠처럼 생각하고 기대. 그래…….”
한종태 대대장이 그런 이미선 2소대장의 등을 토닥였다. 한종태 대대장은 자신의 품에 안겨 우는 이미선 2소대장을 힐끔 보며 자신도 모르게 사심이 생겨났다.
“어험, 일단 진정하고 뭐가 그리 억울한지 말해봐. 내가 오빠라고 생각하고, 말해봐.”
한종태 대대장 품에 안겨 있던 이미선 2소대장의 입가에 슬쩍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이내 다시 슬픈 표정을 지으며 한종태 대대장의 품에서 벗어났다.
“대대장님 실은 말이죠.”
이미선 2소대장은 5중대장과의 일을 자의적으로 털어 놓았고…….
“5중대장 이 자식이 진짜…….”
한종태 대대장의 얼굴에 노기가 띠고, 불호령이 떨어졌다.
한종태 대대장은 이미선 2소대장에게 대대적인 진상 조사를 할 것을 약속했다. 그렇다고 한종태 대대장이 직접 나설 수는 없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대대장실에서 나왔다. 그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내가 이미선 소위의 대해서 조사를 하라고? 짬이 있지 불륜에 관한 것을 조사하라니…….’
곽부용 작전과장은 이런 지시를 내리는 한종태 대대장에게 서운했다.
게다가 한종태 대대장 얘기를 쭉 들어보니 조사도 이미선 소위 위주로 하라는 내용이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듣기에 말이다.
‘이것 참 잘못 조사했다가는 괜히 내가 뒤집어쓸 것 같군.’
그래서 대타가 필요했다. 잠깐 고민을 하던 곽부용 작전과장의 인사과로 향했다.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후 인사장교가 중간발표를 위해 한종태 대대장을 만났다.
“으음, 작전과장에게 지시를 받았다는 보고는 받았다. 그래 조사는 했고?”
“네. 그렇습니다.”
“브리핑 해봐.”
“알겠습니다.”
인사장교는 이틀 동안 조사했던 내용을 설명했다. 가만히 듣던 한종태 대대장의 얼굴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이미선 소위하고, 5중대장하고는 서로 남녀 간의 연인 사이였고, 김희진 소위는 뭐, 직접 본대로 얘기를 전한 것밖에 없단 말이야?”
말을 하는 한종태 대대장의 목소리에 약간의 노기가 서려 있었다.
“네, 그렇습니다.”
한종태 대대장이 책상을 ‘쾅’ 하고 내려쳤다.
“이 친구 큰일 날 사람일세.”
“네?”
“아니, 지금 이미선 소위가 억울하게 대대에게 모함을 당하고 있고. 군 생활도 어렵게 하고 있는데 말이야. 이걸 조사라고…….”
“…….”
인사장교는 순간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바로 눈치를 챌 수 있었다.
‘아, 뭐야? 지금 5중대장 편이 아니라 이 소위 편을 들라는 거야? 하아, 그럼 진즉에 말씀을 해주시지, 과장님은 참…….’
인사장교가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한종태 대대장의 쫙 깔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네 혹시 5중대장에게 뭐라도 받았나?”
“네? 아, 아닙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조사를 이따위로 했지?”
“대대장님, 중간 조사입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조사의 미흡한 점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제가 좀 더 조사해 보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한 번 더 기회를 줄 테니까. 똑바로 조사해.”
“네.”
인사장교가 나가고 그로부터 또다시 이틀의 시간이 흘러갔다.
인사장교는 제대로(?) 조사를 하고 보고서를 올렸다. 한종태 대대장은 올라온 보고서를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그러니까 이미선 소위가 많이 억울했던 거네.”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자네 결론은 뭐야?”
“제가 생각하기에는 5중대장에게는 따끔한 구두 경고를 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고. 이 모든 일의 원흉인 김희진 소위는 다른 부대로 전출을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으음……. 그럼 되겠군. 그리고 이미선 소위는?”
“네? 이 소위는…….”
인사장교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 해야 하지? 도대체 대대장님은 뭘 원하시는 거지?’
인사장교가 확실한 정답을 알지 못하자, 한종태 대대장이 입을 열었다.
“자네 잘 생각해 보게. 이미선 소위는 이미 중대에서 얼굴을 팔릴 때로 팔렸는데 그곳에 있어서 되겠나?”
“아, 그럼…….”
“본부중대로 올리게.”
“아, 좋은 생각이십니다. 어차피 김희진 소위의 자리가 비니까, 그곳으로 보직이동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자 한종태 대대장이 매우 만족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그래, 그래. 그렇지. 이제야 인사장교가 제대로 일을 하는 것 같군.”
“가, 감사합니다. 아, 대대장님.”
“말하게.”
“이미선 소위를 보직이동 하면 아무래도 1중대장도 결책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음, 자네 생각도 일리가 있군.”
한종태 대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모든 사건이 일단락되었다.
김철환 1중대장이 대대장실을 나오며 인상을 썼다.
“에이씨, 뭐야 이게.”
김철환 1중대장이 기분 나쁜 얼굴로 1층으로 내려갔다. 그때 행정반에서 나오는 오상진과 마주쳤다.
“어? 중대장님.”
김철환 1중대장은 오상진을 힐끔 보고는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 뒤를 오상진이 따랐다.
“왜 그러십니까? 표정이 좋지 않으십니다.”
오상진의 물음에 김철환 1중대장이 억울한 듯 입을 열었다.
“야, 말도 마라. 이미선 소위가 5중대장이랑 놀아난 것을 왜 나한테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네? 대대장님께서 뭐라고 하셨습니까?”
“상진아, 수하 관리 잘못했다고 엄청 뭐라고 하시더라.”
“그러십니까? 음, 대대장님 입장에서는 대대 전체를 관리하는 입장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나니 화가 많이 나셨던 모양입니다.”
오상진이 한종태 대대장에 대한 변명을 해줬다. 그러자 김철환 1중대장이 코웃음을 쳤다.
“풉! 상진아, 그거 아니야.”
“네?”
“대대장님이 뭐라고 했는 줄 아냐? 이미선 소위를 본부중대로 올리란다.”
“네? 보직이동 말입니까?”
“그래.”
“그럼 2소대는 어떻게 합니까? 소대장이 또 없습니다. 아니, 무슨 2소대장을 또 바꿉니까?”
“내 말이 그 말이야. 2소대장이 자주 바뀌면 애들도 혼란스럽고…… 나도 다 그렇게 얘기를 했지. 그런데 오히려 나에게 화를 내신다. 수하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면서 성질을 내시는데……. 오히려 내가 할 말이 없더라.”
“그럼 이미선 소위 어디로 갑니까?”
오상진의 물음에 김철환 1중대장이 인상을 썼다.
“아, 몰라. 일단 본부중대로 올리긴 할 건데, 뭐 작전장교로 쓰겠지.”
“네? 무슨 작전장교를……. 아니 장 중위가 있지 않습니까.”
“몰라. 내가 대대장 속을 어찌 알겠냐.”
김철환 1중대장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오상진이 잠깐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럼 김 소위는 어떻게 됩니까?”
“김희진 소위? 아무래도 이번 일을 소문냈다는 이유로 전출을 갈 것 같은데.”
“네? 고작 소문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말입니까?”
“그래. 혼란을 야기했다는 이유겠지.”
“헐…….”
오상진은 살짝 어이가 없었다.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아, 그것이 표면적인 이유고, 사실 알고 보니 김희진 소위가 이미선 소위랑 동기라네. 그 과정에서 김희진 소위가 이미선 소위에게 시기와 질투가 심했던 모양이야. 그래서 둘이 떨어뜨려 놓는 거지. 그 과정에서 김희진 소위가 전출을 가는 것이고.”
“아…….”
오상진은 어느 정도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중대장님, 그 얘기를 대대장님께서 어떻게 다 아십니까?”
“나도 그게 궁금해. 대대장님께서 어떻게 그걸 다 아셨을까? 아까 말하는 거 보니 무슨 이미선 소위 대변인처럼 말하더라.”
오상진이 살짝 당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