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657화
45장 까라면 까야죠(126)
이미선 2소대장은 유통기한을 확인하지 않고 곧장 들이켠 것이었다. 4소대장이 이미선 2소대장 책상으로 가서 바이오 유산균 통을 챙겨서 휴지통에 버렸다.
“이걸 완전범죄라고 부르지. 킥킥킥.”
4소대장의 표정이 바로 살벌하게 바뀌었다.
“이미선!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한편, 여자 화장실로 가는 이미선 2소대장은 배가 부글부글거리는 것을 애써 참으며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바로 화장실에 앉아 볼일을 봤다. 한참 힘을 주려고 하는 찰나 여자 화장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그때 나오려던 것이 쏙 들어가 버렸다.
‘아이씨, 하필 중요한 이 타이밍에…….’
이미선 2소대장이 잔뜩 인상을 썼다. 그사이 물소리가 들리며 여자 부사관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여기 누가 있나?”
“없지. 이 시간에…….”
“그렇지. 그나저나 김 하사 그 소문 들었어?”
“소문?”
이미선 2소대장은 여자 부사관들이 하는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미선 소위 말이야.”
“아, 나도 들었어. 5중대장하고 그렇고 그런 사이라며.”
“말도 마. 내가 들었는데 이 소위가 스토커래, 스토커!”
“뭐? 스토커?”
“그렇다니까. 5중대장이 싫다고 막 쫓아내고 그랬는데 막 들이댔대.”
그 말을 듣고 있던 이미선 2소대장의 눈이 추켜 떠졌다.
‘뭐? 내가 스토커? 이것들이 어디서 헛소문을 듣고 와서는…….’
이미선 2소대장은 당장에라도 나가서 저년들의 머리끄덩이를 잡고 소문의 진상을 물어보고 싶었다. 이미선 2소대장이 다급히 옷을 고쳐 입었다. 변기 물을 내린 후 문을 벌컥 하고 열었다. 순간 두 부사관이 화들짝 놀랐다.
“어머나!”
“깜짝이야!”
화장실에서 이미선 2소대장이 나오자 두 부사관은 순간 얼음이 되었다. 이미선 2소대장은 아무렇지 않게 걸어와 말했다.
“좀 비켜주겠습니까? 손을 씻어야 해서 말이죠.”
“아, 네에. 죄송합니다.”
두 부사관이 양옆으로 물러났다. 이미선 2소대장은 말없이 물을 틀어서 손을 씻었다.
“저…… 화장실에 계셨나 봅니다.”
김 하사가 용기를 내서 말했다. 이미선 2소대장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네. 누가 제 흉을 보는 것 같아서 말이죠. 모처럼 신호가 왔는데…… 끝내 마무리를 짓지 못했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그러려고 한 것이 아니라…….”
“죄송한 것은 됐고!”
이미선 2소대장이 물을 바로 끈 후 김 하사를 노려봤다.
“김 하사, 누구에게 그 얘기를 들었죠?”
“네? 아, 그게…….”
김 하사는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냥 솔직히 말해주십시오. 누구에게 들었는지 말해주면 앞으로 김 하사 탓은 하지 않겠습니다.”
이미선 2소대장의 눈빛은 매서웠다. 김 하사는 이 하사를 보며 눈짓을 했다. 이 하사 역시 지금 상황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머리 자꾸 굴리지 마시고, 딱 한마디만 하십시오. 누구에게 그 얘기를 들었습니까?”
“어, 그러니까……. 김희진 소위가…….”
“김희진 소위?”
순간 이미선 2소대장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그날 점심, 사단 간부 식당으로 각 장교들이 하나둘 나타나 식사를 했다. 그곳에 김희진 소위도 작전과 간부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오늘 어묵 볶음이 참 잘 되었습니다.”
“네. 맛납니다.”
“많이 드십시오.”
“네.”
김희진 소위는 장석태 중위가 있는 자리에서 괜히 옆에 앉은 박 중위에게 아양을 떨었다.
“어머나, 박 중위님 이것 좀 드셔보십시오.”
“아, 네에. 감사합니다. 김 소위도 드시죠.”
“네.”
김희진 소위는 한껏 웃음을 흘렸다. 그것을 못마땅하게 보던 장석태 중위가 박 중위를 불렀다.
“박 중위.”
“네.”
“조용히 좀 먹지.”
“아, 죄송합니다.”
그러지 김희진 소위가 나섰다.
“밥 먹는데 왜 그러십니까? 박 중위님 밥 잘 드시라고 제가 좀 챙겨 드리는 건데 그것도 안됩니까? 같은 전우끼리?”
김희진 소위의 물음에 장석태 중위가 한마디 했다.
“그럴 때 쓰는 전우가 아닐 텐데 말입니다.”
“뭐가 다릅니까?”
김희진 소위는 홱 고개를 돌려서 박 중위를 다시 챙겼다. 박 중위는 괜히 선배인 장석태 중위의 눈치를 살폈다.
‘어쭈 이것봐라. 얼마 전까지 나에게 영화보자고 하고, 밥도 먹자면서 앵기더니…….’
그랬다. 그런데 장석태 중위가 여자 친구 있다고 발표함과 동시에 무섭게 확 돌아서 버렸다. 그리고 저렇듯 곰 같은 박 중위를 구워삶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꼭 장석태 중위 앞에서 저런 헛짓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 짜증 나…….’
장석태 중위는 대충 밥을 먹고는 식당을 나왔다.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보냈다.
-은지 씨 뭐 합니까?
-저요? 방금 밥 먹고 들어왔어요.
-저도 방금 밥 먹었는데……. 그보다 은지 씨.
-네?
-은지 씨도 군대에 입대하면 안 됩니까?
-갑자기 무슨 헛소리예요?
-아니, 내 앞에서 깨를 볶는 바퀴벌레 두 마리가 있어서 말이죠. 너무 짜증이 나는 겁니다. 그래서 저도 보여주고 싶어서요.
-그렇다고 여자 친구에게 군대에 입대하라는 것이 말이에요?
-그, 그렇죠?
장석태 중위가 바로 시무룩해졌다. 그러다 그다음 메시지가 날아오자 바로 살아났다.
-오늘 몇 시에 끝나요?
-어? 오늘 저 만나는 겁니까?
-뭐예요. 저 보고 싶어서 문자 날린 거 아니에요?
-당연하죠. 보고 싶어서 문자 날린 거죠.
-좋아요. 그럼 오늘 어디서 봐요?
-으음, 어디서 보냐면…….
장석태 중위가 막 메시지를 날리고 있을 때 앞에서 떠벅떠벅 군화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왔다.
장석태 중위가 문자를 전송한 후 고개를 들어 확인했다. 그 앞에는 이미선 2소대장이 서 있었다.
“아이고, 깜짝이야.”
“왜 놀라시죠? 혹시 죄 지은 거라도 있으십니까?”
이미선 2소대장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장석태 중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 내가 무슨 죄는…….”
장석태 중위가 애써 시선을 피했다. 이미선 2소대장은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김희진 소위와 박 중위를 확인했다. 이미선 2소대장이 바로 김희진 소위에게 다가갔다.
“김희진 소위.”
“왜?”
“나랑 잠깐 얘기 좀 할까?”
“중요한 얘기 아니면 나중에 할까?”
“중요한 얘기야!”
이미선 2소대장의 단호하게 말했다. 순간 김희진 소위의 얼굴이 굳어졌다. 박 중위가 은근슬쩍 자리를 피해줬다.
“나, 나는 커피 한잔하고 있겠습니다. 두 분 말씀 나누고 오십시오.”
박 중위가 슬쩍 자리를 피해주고, 장석태 중위 역시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따라 움직였다.
그렇게 두 사람 주위에 아무도 없게 되었다. 이미선 2소대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김희진 소위?”
“왜 자꾸 불러!”
“야, 희진아!”
이미선 2소대장이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김희진 소위가 약간 당황했다.
“왜, 왜 그래?”
“돌려서 말 안 할게. 너 나에게 왜 그랬어?”
충성대대 각 간부들이 하나둘 식사를 마치고 나왔다. 그런데 이미선 2소대장과 김희진 소위 두 사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저 두 사람 왜 그래?”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미선 2소대장은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 듯 김희진 소위에게 말했다.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너 대체 나에게 왜 그래?”
“와, 뜬금없이 뭔 말이야. 내가 뭘? 내가 너에게 뭘 했는데.”
“아하, 일단 오리발을 내미시겠다.”
“그러니까, 뭔 말하는 건데?”
“네가 말했다며! 내가 5중대장에게 들이댔다고.”
“내가? 내가 언제? 나 그런 소리 한 적 없거든.”
“아니긴, 네가 소문내고 다녔다고 말했거든.”
김희진 소위가 억울한 듯 말했다.
“아니야, 내가 소문 안 냈어!”
솔직히 김희진 소위는 북한산에서 5중대장이랑 있었다는 소문은 어느 정도 내고 다녔다. 하지만 이미선 2소대장이 말하는, 5중대장에게 들이댔다는 소문은 낸 적이 없었다.
“진짜 아니야?”
“생사람 잡고 있어!”
“아, 됐고! 증인이 있으니까.”
“증인?”
“그래, 증인! 시끄럽고, 너 말이야. 네가 뭔데 그따위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지? 그것도 동기라는 애가 아무리 그래도 가짜 소문을 내고 다니면 돼!”
이미선 2소대장의 말에 김희진 소위는 황당했다.
“야, 나 진짜 아니야. 나 그런 소문 낸 적 없어.”
“됐어! 널 진짜 동기라고 생각했는데……. 실망이다. 다시 연락하지 마.”
이미선 2소대장이 눈에 눈물 가득 고이며 몸을 홱 돌려 사라졌다. 그 자리에 우뚝 서 있는 김희진 소위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아, 아니……. 이게 무슨……. 진짜 어이없어. 언제 지가 나를 동기로 생각했다고.”
김희진 소위는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그러고 있는 와중에 김희진 소위가 고개를 돌렸다.
자판기 옆에 박 중위가 잔뜩 표정을 굳힌 채 서 있었다. 그 말고도 충성대대 간부들이 불편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후, 정말 아닙니다. 저 소문 낸 적 없습니다.”
김희진 소위가 애써 부정했지만 이미 누군가가 입을 뗐다.
“김 소위. 그렇게 안 봤는데……. 아무리 그래도 동기이고, 그런데 막 소문을 내고 다니면…….”
곽부용 작전과장도 그 말을 들었다. 당황하는 김희진 소위에게 갔다.
“후우……. 일단 여기는 우리들만 있는 곳이 아니니까. 이만 부대로 올라가죠. 다른 사람들도 전부 올라갑시다.”
“네.”
충성대대 간부들이 하나둘 부대로 향했다. 김희진 소위는 곧바로 박 중위에게 향했다.
“박 중위님 아까 그거 저 진짜 아닙니다. 절대 그런 적 없습니다. 저 믿어주셔야 합니다.”
“아, 예예. 그래야죠. 알겠습니다.”
박 중위가 떨떠름하게 대답을 한 후 바로 앞서서 걸어갔다. 장석태 중위가 혀를 찼다.
“쯧쯧쯧…….”
김희진 소위가 곧바로 장석태 중위에게 말했다.
“장 중위님 저 어떻게 합니까?”
“아니, 그러게 왜 소문을 내고 그럽니까?”
“저 진짜 그런 소문 낸 적 없습니다.”
“그런 소문은 안 냈지만 북한산에서 봤다는 소문을 냈지 않습니까.”
장석태 중위는 대번에 입을 열었다. 김희진 소위가 움찔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건 맞습니다. 사실이지 않습니까.”
“그런 소문을 왜 냅니까? 아니면 어떻게 안 겁니까?”
장석태 중위의 물음에 김희진 소위가 바로 말했다.
“그건 저도 백숙 먹는 곳에 친구랑 같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제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고 말입니다.”
김희진 소위가 당당하게 말했다. 장석태 중위의 눈이 커졌다.
“어? 봤습니까?”
“네.”
“으음, 봤구나. 그런데 왜 그런 소문을 냅니까? 그냥 조용히 동기의 허물을 모른 척해줄 수는 없었습니까?”
장석태 중위가 진지하게 물었다. 김희진 소위가 당당하게 입을 뗐다.
“그건 사실이지 않습니까. 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고, 그 사실을 얘기한 것뿐인데 말입니다.”
“사실이라고 해도 그런 소문을 내면 이미선 소위도 그렇고, 5중대장님의 입장은 뭐가 됩니까?”
“그건…….”
김희진 소위가 바로 답을 하지 못했다. 장석태 중위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튼 잘해 보십시오. 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