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656화
45장 까라면 까야죠(125)
노현래 상병이 피식 웃으며 유격에 대해 알려 주었다. 나름 한 번 받아봤다고 일장 연설을 펼쳤다.
“유격 말이지. 자고로 PT 체조가 꽃이지. 1번부터 시작해 14번까지 멋지게 하면 돼.”
“와. PT 체조만 열심히 하면 됩니까?”
어느새 노현래 상병 옆으로 한 번도 유격훈련을 받지 않은 후임들이 모여들었다.
“맞아! 목소리도 엄청 크게 해야 해. 하긴 너희들 유격 하루 만에 목소리가 쉬어 봐야 해.”
“목소리가 쉽니까?”
“당연하지 그 정도로 목소리를 크게 해야 해. 그리고 먼지 나도록 뒹굴어야 하고.”
“와…….”
“엄청 힘들다고 들었습니다.”
“너희들 신교대 때 유격 받아봤지?”
“네. 그렇습니다.”
“인마, 그건 유격이 아니야. 그냥 맛만 본 거지. 진정한 유격은 자대에서 받는 거야.”
“그렇습니까?”
“그럼! 엄청 빡세고, 엄청 힘들고, 무엇보다 마지막에 화생방과 행군은…….”
노현래 상병은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노현래 상병을 보며 후임들은 다들 고개를 내저었다. 이번에 일병을 단 이은호 일병도 살짝 긴장한 눈치였다. 최강철 상병도 어느새 상병을 달고 평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제 내무실 이인자가 된 구진모 상병이 노현래 상병을 보며 감탄했다.
“오오, 노현래!”
“아, 왜 그러십니까. 그만 놀리십시오.”
“왜, 인마. 상병이라고 애들 가르치는 것이 신기해서 그런다.”
“상병 단 지가 언제인데 그러십니까.”
“와! 이제 두 달째면서……. 인마 그런 말은 상병 꺾이고 말해 자식아.”
“구 상병님은 애들 보는데…….”
“하하핫. 그래, 미안하다. 아무튼 그럼 애들 유격에 관한 것은 노현래 상병이 맡는 걸로.”
“네?”
노현래 상병이 눈을 크게 했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소대원들이 크게 웃었다. 테니스병이었던 이상중 상병도 함께 했다.
“참, 상준이는 오늘 테니스장에 안 가냐?”
구진모 상병의 물음에 이상준 상병이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그래, 너도 이번 유격 훈련에 참석하지?”
“네.”
“그래, 당연히 참석해야지.”
이세강 이병이 궁금증을 참지 못해 손을 들었다.
“이병 이세강. 질문 있습니다.”
“오오, 우리의 막내 이세강 이병. 그래, 뭐가 궁금한가?”
구진모 상병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유격하면 대체로 교관이 있지 않습니까. 소대장님들이 가르치는 겁니까?”
“에이, 아냐. 교관은 따로 있고, 조교도 따로 있어. 아마 이번에는 4중대일걸?”
구진모 상병이 생각을 하며 말했다. 그러자 조영일 상병이 바로 말했다.
“네. 이번에는 4중대 맞습니다.”
“그렇지?”
“네. 저번 주부터 유격장으로 매일 가고 있습니다.”
“들었지? 그리고 장교들도 다 유격훈련 받아.”
“아, 그런 겁니까? 그럼 저희 소대장님도 받으십니까?”
“당연하지. 우리 소대장님 작년 유격에서 날아다니셨지.”
구진모 상병은 그때를 기억하며 뿌듯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노현래 상병이 불쑥 말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 소대장님 화생방에서 좀…….”
“맞다! 소대장님 화생방에서 좀 그랬지?”
“네. 눈물 콧물 왕창 흘리시며 뛰어나가셨는데…….”
“하하핫.”
그 모습을 기억하는 고참들이 피식 피식 웃었다. 그러자 조영일 상병이 말했다.
“그래도 말입니다. 저희 소대장님은 양반이었지 말입니다. 다른 소대장님들은 아주 가관이었습니다.”
“하긴 그렇지. 우린 정말 좋은 소대장님과 함께 군 생활하는 것이니까. 너희들도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어.”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다시 행정반으로 향하는데 중대장실 문이 열리며 김철환 1중대장이 나왔다.
“어? 중대장님.”
“어디 갔다 오냐?”
“내무실에 잠깐 다녀왔습니다. 지금 어디 나가십니까?”
“어. 그렇지.”
“네, 잘 다녀오십시오.”
오상진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하고 행정실로 들어가려는데 김철환 1중대장이 불렀다.
“상진아.”
“네.”
김철환 1중대장은 잠시 주위를 확인하더니 손을 까딱거렸다.
“이리 와봐.”
“네?”
김철환 1중대장은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이리 와보라니까.”
“무슨 일입니까?”
“쓰읍, 암튼 와봐.”
오상진이 김철환 1중대장에게 다가갔다.
“왜 그러십니까?”
“야, 이미선 2소대장 있냐?”
“아까 2소대 내무실로 간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잠깐 중대장실로 들어와봐.”
오상진은 김철환 1중대장을 따라 중대장실로 들어갔다.
“무슨 일 있습니까?”
“상진아, 너 소문 들었냐?”
오상진은 살짝 의아해하며 물었다.
“아, 그 소문이요? 꽤 됐습니다. 중대장님은 소문 이제 들었습니까?”
“나 조금 전까지 몰랐다가 방금 전에 들었지.”
“우리 중대장님 소문 진짜 늦으시네. 그걸 왜 이제야 듣습니까?”
“야, 인마. 그런 소문이 있었다면 진즉에 나에게 얘기를 해줘야지.”
“전 알고 계신 줄 알았습니다. 그보다 누구에게 들었습니까?”
오상진은 소문의 출처가 알고 싶어 은근슬쩍 물었다. 그러자 김철환 1중대장은 슬쩍 말을 돌렸다.
“그게 중요해! 아무튼 진짜야? 그 소문이 사실이냔 말이야. 5중대장이랑…….”
김철환 1중대장의 물음에 오상진은 바로 답을 하지 않았다. 잠깐 생각을 한 후 입을 뗐다.
“네, 아무래도 소문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뭐? 사실이야?”
“네. 사실은 말입니다. 지난번에…….”
오상진은 북한산에서 만났던 것을 얘기했다. 물론 그전에 영화관에서 만났던 것까지 말이다. 김철환 1중대장의 눈이 커졌다.
“헐, 진짜야? 닭백숙 먹다가 마주쳤다고?”
오상진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김철환 1중대장이 놀란 눈으로 자리에 앉았다.
“와이씨, 난 진짜 소문인 줄만 알았는데……. 사실이었구나.”
김철환 1중대장은 살짝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러고 잠깐 있다가 뭔가 생각이 났는지 고개를 들어 오상진을 봤다.
“가만! 그런 설마 소문은 네가 냈냐?”
“중대장님…….”
“하긴 네가 냈을 리는 없지. 그보다 오상진.”
김철환 1중대장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오상진은 순간 움찔했다.
“왜, 왜 그러십니까?”
“너 인마. 그 같이 중요한 사실을 나에게 말도 하지 않았냐. 그런 일이 있었으면 중대장인 나에게 말을 했어야지!”
“죄송합니다. 저도 솔직히 고민이 많았습니다.”
“아, 이 새끼……. 믿을 놈 하나 없다더니.”
김철환 1중대장은 살짝 눈을 흘겼다. 그러다가 바로 생각에 잠겼다.
“그럼 같이 있었던 장 중위인가?”
“안 그래도 장 중위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도 아니랍니다.”
“그럼 누구야? 누가 소문을 낸 거지?”
“정확하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오상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신기하네. 소문이 그냥 났을 리는 없잖아. 누군가 입을 통해 얘기가 나왔으니까, 소문이 났겠지?”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습니다. 아니면 저희 말고도 또 다른 목격자가 있을 수 있지 않습니까.”
“거기 북한산이라며.”
“네.”
“그런데 너희들 말고, 또 목격자가 있다고? 그게 말이 돼?”
김철환 1중대장은 고개를 저었다. 오상진도 동의를 했다.
“그렇다고 장 중위도 아닌 것 같고……. 이미선 소위가 직접 냈을 리는 없겠죠?”
“야! 당연하지. 딱 봐도 소문나서 좋을 것도 없는데.”
오상진이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물었다.
“저기 중대장님.”
“왜?”
“이런 경우 어떻게 됩니까?”
김철환 1중대장이 자신의 턱을 만졌다.
“으음……. 솔직히 아직 확실치는 않잖아.”
“에이, 그때 봤을 때는 확실했습니다.”
“그래? 그렇다고 해서 무슨 문제라도 생기겠냐? 이미선 소위도 혼자고, 5중대장이야 이미 와이프랑 이혼했다는데.”
“아, 5중대장 이혼이 아니랍니다.”
“이혼이 아니야?”
“네. 별거 중이라고 합니다.”
“그럼 호적이 정리 안 되었네.”
“네.”
“와, 젠장……. 그게 뭐야? 그럼 불륜이라는 거잖아.”
김철환 1중대장은 말을 잇지 못했다. 오상진이 다시 물었다.
“그럼 일이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됩니까.”
“야, 인마. 뭘 어떻게 돼! 불륜이잖아, 불륜! 만약에 소송이라도 걸리면 완전 큰일이지.”
“그럼…….”
“그럼이고 자시고, 두 사람 다 피 보는 것은 인지상정이지. 하아, 5중대장 진급 길이 막히는 것은 기본이겠네.”
“그래도 제대는 안 시키겠지 말입니다.”
오상진의 물음에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이런 일은 당연히 우리 군대의 치부인데 그걸 공론화시키겠어. 그냥 조용히 마무리 지으려고 하겠지.”
“그렇다면 두 사람 다…….”
“각자 다른 곳으로의 전출! 아마 백 퍼센트 그렇게 될 거야. 뭐, 어쨌든 우리 군으로서는 자기 식구 감싸기? 뭐, 그리될 것이 분명하니까.”
“네.”
김철환 1중대장의 말을 듣고 오상진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보다 왜 일을 이렇게 끌고 왔지? 5중대장 그런 성격 아닌데…….”
“아무래도 사모님과 별거 중이었으니, 좀 외로웠을 것입니다.”
“그렇겠지. 혼자 있다가 젊은 장교가 들이대니……. 그보다 내가 5중대장을 만나봐야 하나?”
김철환 1중대장이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오상진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얘기를 안 들었으면 모를까. 2소대장은 내 수하고, 그냥 이대로 모른 척할 수도 없잖아. 아무래도 5중대장을 좀 만나봐야 할 것 같다.”
“네. 그리 하십시오.”
“그리고 오상진!”
“넵!”
“너 이번 한 번만 용서한다. 앞으로 또 이런 비밀을 만들면 너와 나 인연 끝이다.”
“알겠습니다. 다음부터 절대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당연히 그래야지.”
김철환 1중대장은 오상진의 다짐을 듣고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리고 2소대장 조금의 낌새도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보고해.”
“예, 알겠습니다.”
그 시각 이미선 2소대장은 자신의 배를 슬쩍 어루만졌다.
‘아, 미치겠네. 신호는 오는 것 같은데 가면 나오지 않고. 아랫배가 딱딱한 것이…….’
이미선 2소대장은 아랫배에 신경을 썼다. 그때 4소대장이 뭔가를 손에 들고 다가왔다.
“2소대장.”
“아, 네에.”
“이거 하나 마셔.”
4소대장이 내민 것은 바이오 유산균이었다. 그것을 본 이미선 2소대장의 표정이 밝아졌다.
“어머, 그거 저 주시는 겁니까?”
“2소대장 지난번에 변비라는 얘기를 들은 것 같아서 말이죠. 혹시 이게 도움이 될까 해서 PX에서 샀습니다.”
“감사합니다, 4소대장님.”
“감사는 무슨…… 일단 드시죠.”
“아, 네.”
이미선 2소대장이 바로 바이오 유산균을 마셨다. 4소대장은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약 10여 분이 흐른 후 이미선 2소대장의 표정이 심각해 졌다.
“어?”
이미선 2소대장은 아랫배에서 갑자기 신호가 왔다. 이미선 2소대장의 표정이 밝아졌다.
‘왔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곧바로 화장실로 빠르게 움직였다. 그 모습을 지켜본 4소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만연했다.
“크크크, 그래 신호가 왔을 거야. 역시, 유통기한이 직빵이지.”
4소대장은 이미선 2소대장에게 먹인 바이오 유산균은 이미 유통기한이 일주일이나 지난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