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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653화 (653/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653화

45장 까라면 까야죠(122)

이대강 일병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PX는 어디냐?”

“PX?”

“왜? 나 일병이야.”

“형, 나도 자대 온 지 얼마 안 되었지만 눈치는 있거든. 형, 아직 그럴 짬 아니거든.”

이대강 일병이 씨익 웃었다.

“자식. 알고 있었냐?”

“내가 바보냐.”

“알았다. 거기 말고 다른 곳도 구경시켜줘.”

“맞다. 저쪽으로 가자.”

이세강 이병이 이대강 일병을 데리고 간 곳은 대대 식당이었다.

오상진이 행정반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4소대장이 슬쩍 눈치를 살피더니 오상진에게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1소대장님 저랑 잠깐 커피 한잔하시죠.”

“아, 네에…….”

4소대장은 행정반 눈치를 슬쩍 보고는 오상진과 함께 휴게실로 갔다. 그곳에서 커피 하나를 뽑아 오상진에게 내밀었다.

“아, 잘 마시겠습니다.”

4소대장도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서 오상진 옆에 앉았다. 오상진이 슬쩍 물었다.

“그냥 커피나 먹자고 그러는 건 아닌 것 같고. 무슨 일이죠?”

“으음…….”

4소대장이 낮은 신음과 함께 주변을 한 번 훑어본 후 입을 열었다.

“혹시 이미선 2소대장에 대해서 소문이 퍼진 것을 아십니까?”

“네?”

오상진이 눈을 번쩍하고 뜨며 당황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본 4소대장은 다르게 해석했다.

“그렇죠? 놀랍죠?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세상에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죠? 말도 되지 않습니다.”

4소대장이 떠들고 있지만 오상진에게는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만 소문이 왜 퍼졌는지 그것이 의문이었다.

‘아니, 이 소문이 어떻게 퍼진 거지? 난 절대 말한 적이 없고……. 그렇다면 장 중위? 아니야, 장 중위도 가볍게 보일 수는 있지만 그런 일을 떠벌리고 다닐 사람은 아니야. 그럼 누가?’

오상진이 홀로 생각을 했다. 4소대장이 고개를 흔들며 놀라고 있을 때 저쪽에서 이미선 2소대장이 보였다.

“어? 1소대장님. 2소대장 옵니다.”

오상진이 움찔하며 이미선 2소대장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4소대장은 괜히 제 발 저린 듯 움찔했다. 오상진은 아닌 척 커피를 홀짝였다.

그때 이미선 2소대장이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커피를 뽑았다. 오상진이 이미선 2소대장과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까닥했다.

그런데 오상진을 보는 이미선 2소대장의 눈빛이 차가웠다.

‘뭐지? 설마 내가 소문을 퍼뜨렸다고 오해하고 있나? 해명해야 하나? 아니지, 해명하는 것도 웃기잖아.’

오상진은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이미선 2소대장은 커피를 뽑자마자 몸을 홱 돌려 다시 행정반으로 향했다.

행정반에 들어온 이미선 2소대장은 자신의 자리에 앉아 인상을 썼다.

‘하아, 진짜 짜증 나 죽겠네. 대체 누가 소문을 퍼뜨린 거야.’

이미선 2소대장은 처음 소문이 퍼진 것을 접하고, 그 소문을 퍼뜨린 자가 누군지 생각했다.

처음에는 오상진을 의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영화관에서 봤을 때 오상진은 입을 다물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소문을 낸다는 것이 웃긴 일이었다.

게다가 여태까지 지켜본 오상진은 절대 그런 소문을 퍼뜨릴 사람도 아니었다.

‘그럼 장 중위인가? 맞아, 그 사람밖에 없잖아. 아, 진짜 짜증 나네. 사단장님 아들이면 단가?’

이미선 2소대장은 괜히 짜증이 났다. 소문이 나지 말아야 할 것이 나 버린 것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일단 5중대장님께 연락해서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 물어봐야겠다.’

이미선 2소대장이 슬쩍 행정반을 나섰다. 밖으로 자리를 옮겨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휴대폰을 꺼냈다. 곧바로 5중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뚜르르르.

신호는 가는데 5중대장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 진짜. 왜 전화를 안 받아.”

이미선 2소대장은 더욱 짜증이 치솟았다. 상황이 이런데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그런데 당사자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순간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이 사람이 설마…….”

이미선 2소대장은 끈질기게 다시 통화 버튼을 눌렀다. 몇 번을 전화한 끝에 전화를 받았다.

-어!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습니까.”

이미선 2소대장이 따지듯 강하게 말했다. 5중대장이 덤덤하게 말했다.

-훈련 중이었어. 왜? 무슨 일이야.

“소문 못 들었습니까?”

-무슨 소문?

“저랑 5중대장님이랑 만나는 거. 그거 소문이 다 났습니다.”

-……하아, 이 소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일로 지금 나에게 전화를 하면 어떻게 하나.

“네?”

-지금 이렇게 하면 소문이 진짜처럼 되어버리잖아. 그냥 모르는 척 그 소문이랑 관계없는 척 태연하게 행동해야지.

“지금 그게 그렇게 행동이 됩니까? 보는 눈들이 다 이상한데.”

-그러니까……. 하아, 됐고! 아무튼 그냥 모르는 척해.

“전 그게 힘들단 말입니다.”

-이 사람아, 그럼 나는 어떻게 해. 이렇듯 문제 생겨서 나에게 바로 전화를 하면 우리 둘이 진짜 만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꼴밖에 더 돼?

“중대장님은 지금 중대장님 생각밖에 안 하십니다. 여자인 저는 생각 안 합니까?”

-그, 그래. 알았어. 미안해. 내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뭘 어떻게 해요. 해명을 하든가, 소문을 낸 사람을 찾아서 입을 막아야죠.”

-그래? 그럼 찾아야지.

“오 중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미선 2소대장은 최대한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그리고 그녀의 눈동자가 빠르게 주위를 확인했다.

-오 중위는 아니라고? 확실해?

“오 중위가 소문을 냈으면 우리 영화관에서 봤을 때 바로 소문을 냈죠. 지난번에도 가만히 있던 사람인데 뭐 한다고 지금 소문을 내겠습니까.”

-그건 모르지. 그때는 긴가민가했지만 이번에 확신을 가져서 그랬을 수도 있지 않은가.

“아닙니다. 오 중위는 그럴 사람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자네가 오 중위를 그리 잘 아나?

“아무튼 아닙니다.”

-뭐, 그렇다면 하나네. 장 중위! 그때 우릴 본 사람이 오 중위랑 장 중위밖에 없잖아.

“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장 중위……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이미선 2소대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 난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잖아. 장 중위 아버지가 사단장님이라는 거.

“아, 진짜……. 중대장님 힘이 그것밖에 안 됩니까?”

이미선 2소대장이 살짝 짜증이 나는지 남자에게 있어서 건들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리고 말았다. 바로 무능함이었다.

-이봐, 이 소위!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수화기 너머 약간 화가 난 5중대장의 음성이 들려왔다. 하지만 이미선 2소대장은 그런 것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아, 모르겠습니다. 이만 끊습니다.”

이미선 2소대장이 전화기 종료 버튼을 눌러버렸다. 그리고 휴대폰을 보며 중얼거렸다.

“뭐야? 중대장인데 이런 것도 하나 해결하지 못해? 완전 개털이네.”

이미선 2소대장이 잔뜩 짜증 난 얼굴로 투덜거렸다.

한편, 5중대장의 표정도 와락 일그러졌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은 이미선 2소대장에게 화가 났다.

“아, 이 여자가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5중대장은 훈련을 지켜보고 있었다. 시가전 모의훈련장 상황실에서 중얼거린 후 휴대폰을 주머니에 거칠게 집어넣었다. 그때 1소대장이 다가와 종이컵을 내밀었다.

“중대장님, 커피 드시죠.”

“어, 그래. 고맙다.”

5중대장이 바로 종이컵을 입으로 가져갔다. 막 한 모금 마시려는데 1소대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중대장님 혹시 이상한 소문 들으셨습니까?”

그 순간 5중대장이 먹던 커피를 ‘풋’ 하며 도로 뿜어냈다. 그리고 1소대장을 바라보며 물었다.

“뭐? 이상한 소문? 그게 뭔데?”

“아, 이걸 말씀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1소대장은 자신이 먼저 말을 했으면서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5중대장의 눈이 번쩍하고 떠졌다.

“1소대장! 말하라니까. 무슨 소문이냐고!”

“그게 중대장님하고 1중대 이미선 소위하고 둘이 북한산에서 백숙을 드셨다고…….”

1소대장은 5중대장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5중대장은 움찔하며 말했다.

“어어어, 그랬지. 먹으러 갔었지.”

“어? 그 소문 사실입니까?”

“맞아. 내가 이미선 소위랑 백숙 먹으러 북한산 근처에 갔었지.”

“아, 정말이었구나.”

1소대장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중얼거렸다.

“하하하. 1소대장.”

“네.”

“뭘 그리 심각하게 생각해. 그냥 이미선 소위랑 밥 한 끼 먹은 거 가지고 말이야. 사실 밥 한 끼 사주기로 약속을 했거든. 그런데 백숙을 먹고 싶다잖아. 그래서 그곳에 가서 백숙 사 줬지. 그런데 왜? 그게 무슨 문제라도 되나?”

5중대장은 오히려 당당하게 나갔다. 그러자 1소대장이 움찔하며 오히려 그가 당황했다.

“아, 아닙니다. 아무것도…….”

“참, 실없기는……. 난 밑에 내려가서 직접 훈련 상황 확인할 테니. 자넨 일단 여기 있어.”

“네. 중대장님.”

5중대장이 상황실을 빠져나오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니, 진짜 답답하네. 이렇게 당당하게 나가면 될 것을……. 그거 소문 난 것 가지고 벌벌 떨고 있기는. 어이구, 여자들이란 쯧쯧쯧.”

5중대장이 혀를 찼다. 그런데 그때 다시 전화가 ‘지잉’ 왔다.

“이번에는 또 누구야?”

5중대장이 휴대폰을 거칠게 꺼냈다. 모르는 번호였다.

“응? 누구지?”

5중대장이 곧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나야.

“나가 누군데?”

-당신 와이프 목소리도 이제 못 알아봐?

“뭐? 당신 전화번호 바뀌었어?”

-바뀐 지가 언제인데 그래. 그리고 바뀌었다고 문자도 보냈거든.

“그랬나? 아무튼 왜?”

-당신 요즘 재미 좋더라.

“뭐?”

-흥! 내가 부산에 있다고 아무것도 못 들을 줄 알았나 보지?

“이 여자가 지금 뭐라는 거야. 쓸데없는 소리 할 거면 끊어!”

5중대장은 거칠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안 그래도 짜증이 났는데 와이프 전화를 받고 더욱 짜증이 치솟았다. 그런데 계속해서 전화가 왔다.

“이놈의 여편네가……. 갑자기 왜 이렇게 전화질이야.”

5중대장은 전화기를 바라보다가 움찔했다.

“가만, 설마 이 여자에게 들킨 거야? 아니지, 들키면 어때! 지가 먼저 바람을 피워놓고는 나한테 지랄이야.”

5중대장은 곧바로 걸려오는 전화를 무시하고, 곧바로 무음으로 바꿔 버렸다. 그리고 휴대폰을 주머니 속에 넣어 버렸다.

그날 저녁.

5중대장이 자신의 허름한 오피스텔에 도착했다. 그런데 작은 창문으로 불이 켜져 있었다.

“어? 이 소위가 왔나?”

5중대장은 꺼냈던 열쇠를 도로 주머니에 넣고 손잡이를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집 안엔 이미선 2소대장이 아닌 별거 중인 와이프가 와 있었다.

“어? 당신 뭐야! 여기 어떻게 들어왔어.”

“들어와서 얘기해.”

5중대장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여길 어떻게 들어왔냐고.”

“경비실에 내가 아내라고 얘기하고, 보조키를 잃어버렸다니까 문 열어주던데.”

“하아, 이런 미친…….”

5중대장은 진짜 화가 났다.

‘아무래도 경비실에 따로 얘기를 해놔야겠네.’

5중대장이 그리 속으로 생각을 한 후 날카로운 얼굴로 아내를 봤다.

“그래서 뭔 얘기를 하고 싶은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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