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652화
45장 까라면 까야죠(121)
“자식, 실망했네. 사실 다른 부대에서 일이 있어서 한 명 전입 오기로 했어. 우리 소대에도 좀 있으면 한 명이 비잖아. 차 병장님 대신할 인원이 필요하니까.”
“네.”
이세강 이병이 대답을 했다. 구진모 상병이 슬쩍 장난기 가득한 표정이 되었다.
“야, 이세강.”
“이병 이세강.”
“너, 이제 어떻게 하냐. 지금 완전히 군번줄 꼬이게 생겼네. 아니지, 너희들 이병들 군번줄이 겁나게 꼬였네. 어떻게 하필이면 일병이 오냐.”
이등병들의 표정이 완전히 굳어졌다. 구진모 상병이 아예 이세강 이병을 보며 말했다.
“그보다 우리 세강이 고생이네. 신병 들어오면 좋을 텐데……. 어디 보자, 우리 이해진 병장님 제대하기 전까지는 신병은 없다고 봐야겠네. 아니, 뭐야. 네가 일병 달 때까지는 막내네.”
구진모 상병의 놀림에 다른 소대원들도 이세강 이병을 보며 놀렸다.
“어라? 그러네. 우리 세강이 군번줄 확실히 꼬였네.”
“그러게나 말이야. 하필 신병이 와도 말이지.”
“신병이 아니라, 중고 신병!”
“아, 맞다. 그렇지 말입니다.”
“아무튼 세강이 운도 지지리도 없지.”
“괜찮습니다.”
이세강 이병이 애써 둘러댔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무튼 자신 밑에 후임이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강태산 이병이 철없게 말했다.
“세강아.”
“이병 이세강.”
“고맙다.”
“네?”
“와, 네가 안 왔으면 내가 계속 막내였잖아. 지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아, 네에…….”
이세강 이병은 그런 강태산 이병이 더욱 얄미웠다.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오상진이 들어왔다.
“얘들아, 신병 받아라.”
오상진이 뒤로 쭈뼛거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모두의 시선이 입구로 향했다.
“오오오, 드디어 왔구나.”
“누구야?
그때 입구로 들어온 군인을 본 이세강 이병의 눈이 점점 커졌다.
‘헉!’
이세강 이병은 속으로 놀라고 말았다. 내무실에 들어온 군인은 바로 자신의 형인 이대강 일병이었다.
“어, 혀…….”
이세강 이병이 뒤늦게 입을 다물었다. 자칫 잘못했다가 형이라고 부를 뻔했다. 그 소리에 오상진의 시선이 이세강 이병에게 향했다.
“세강아.”
“이병 이세강.”
“넌 형을 봤는데 인사도 안 해?”
“네?”
순간 이세강 이병이 당황하며 오상진을 바라봤다. 그런 이세강 이병의 모습을 본 고참들이 사방팔방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하하하, 저 자식 놀라는 거 봐.”
“그러게 말입니다. 완전 당황했지 말입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이세강 이병이 물었다.
“이, 이게 어떻게…….”
최강철 일병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까 소대장님께서 우릴 따로 불러서 말씀해 주셨어. 여기 이대강 일병이 온다고.”
“그, 그게 정말입니까? 형이랑 저랑 같은 부대, 같은 내무실에서 생활하는 겁니까?”
“그래! 그러니 마음껏 좋아해도 돼.”
이세강 이병이 고개를 푹 숙였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 요동을 쳤다. 눈시울은 이미 잔뜩 붉어졌지만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아니, 꾹 참는 것이 정답이었다. 그 모습을 보던 오상진이 입을 뗐다.
“우리 세강이 다 컸네. 다 컸어! 참을 줄도 알고.”
그리고 1소대원들을 뿌듯하게 바라봤다.
“내가 이제 와 느꼈지만 참 너희들은 착해. 소대장으로서 너무 기분이 좋다. 이런 훌륭한 소대원들을 만날 수 있어서 말이야.”
“소대장 말씀이 맞습니다. 저도 뿌듯합니다.”
박중근 중사가 어느새 나타나 말했다. 오상진이 몸을 돌렸다.
“박 중사.”
“네. 저도 이대강 일병 좀 보려고 왔습니다.”
“잘 왔습니다.”
오상진이 희미하게 웃었다. 다시 몸을 돌려 1소대원들을 봤다.
“아무튼 새롭게 합류한 이대강 일병 잘 부탁한다.”
“걱정 마십시오.”
“환영한다. 이대강!”
“어서 와!”
“앞으로 잘 지내보자!”
1소대원들의 환영식에 이대강 일병은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울컥했다. 이세강 이병과 마찬가지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가, 감사합니다. 앞으로 진짜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충성!”
이대강 일병이 큰소리로 외치며 경례를 했다. 이제 뭔가 제 자리를 찾은 듯했다. 그리고 열심히 군 생활을 할 것이라 다짐했다.
오상진도 그런 이대강 일병의 결심이 느껴졌다.
“그래, 앞으로 잘 지내보고. 일단 이대강 일병 관물대는 어디냐?”
이해진 병장이 곧바로 말했다.
“저쪽 세강이 바로 옆자리입니다.”
“오호…….”
오상진은 의외라는 듯 이해진 병장을 봤다.
“이야, 우리 해진이……. 역시.”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진 병장은 살짝 얼굴을 붉혔다.
“잘했다. 그래도 형제끼리 같이 붙어 있으면 좋지. 이대강.”
“일병 이대강.”
“세강이 옆자리다. 괜찮지?”
“전 좋습니다.”
“그래, 어서 가서 짐 풀어라. 그리고 해진아.”
“병장 이해진.”
“빠르게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고.”
“네, 알겠습니다.”
“그래, 믿고 소대장은 이만 간다.”
“넵! 충성.”
오상진도 경례를 해 주며 내무실을 나갔다. 그 뒤를 박중근 중사도 미소를 지으며 따라 나갔다.
이대강 일병과 이세강 이병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둘이 말없이 앉아 있지만 뭔가 어색했다.
“대강아.”
“일병 이대강.”
“일단 짐부터 풀어라.”
“네, 알겠습니다.”
“세강이랑 태산이.”
“이병 이세강.”
“이병 강태산.”
“너희 둘이 도와주고.”
“네, 알겠습니다.”
이대강 일병이 관물대에 자신의 짐을 풀었다. 두 사람이 다가와 도움을 줬다.
“도, 도와드리겠습니다.”
이세강 이병이 어색하게 말했다. 이대강 일병도 어색한 얼굴로 입을 뗐다.
“어어, 그, 그래…….”
그렇게 두 사람이 말없이 짐을 풀었다. 강태산 이병도 말없이 도와줬다. 그는 솔직히 고참 한 명 더 생긴 것이 못내 불만이었다.
‘칫…….’
이해진 병장이 짐을 풀고 있는 이대강 일병에게 말했다.
“대강아, 짐 풀면서 듣고 대답해.”
“일병 이대강. 네, 알겠습니다.”
이대강 일병이 짐을 풀면서 관등성명을 댔다.
“너 몇 살이냐?”
“오, 올해 22살입니다.”
“어? 나랑 동갑이네. 군대에서는 나이보다 계급인 거 알지?”
“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1소대 선임들. 이대강 일병이 나이가 좀 있다고 어려워하지도 말고, 무엇보다 이제 막 전입 왔다. 아직 충성대대에 대해서 많이 모를 것이다. 먼저 다가가서 도와주고, 알겠어!”
“네, 알겠습니다.”
이해진 병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사이 짐을 다 푼 이대강 일병과 이세강 이병, 강태산 이병이 자리에 앉았다. 그때 구진모 상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험, 일단 우리 소대원들을 소개시켜 주겠다. 잘 듣도록!”
“일병 이대강, 네 알겠습니다.”
구진모 상병은 제일 먼저 이해진 병장부터 가리켰다.
“자, 이분이 바로 우리 소대 분대장이시며 왕고이신 이해진 병장님이다. 그다음이 나 구진모 상병이다.”
구진모 상병은 현재 1소대 내무실에서 이인자였다. 물론 차우식 병장을 뺀 상태였다.
그 뒤로 한태수 상병을 비롯해 조영일 상병 이상준 상병, 손주영 일병, 노현래 일병, 최강철 일병, 이은호 이병, 강태산 이병, 마지막으로 이세강 이병 이렇게 알려 줬다.
“마지막으로 내일 오실 차우식 병장님이 계신다. 어차피 내일 휴가 복귀하시면 모레 전역이시라 크게 신경 쓸 것은 없다. 그냥 그런 줄만 알아!”
“네, 알겠습니다.”
“더 궁금한 것은?”
“없습니다.”
“하긴 뭐, 비록 부대는 다르지만 군 생활을 해봤잖아. 그렇지?”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전 아직 이곳 충성대대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알아, 그거야 차차 알아가면 되고.”
“네.”
구진모 상병이 힐끔 이세강 이병을 봤다.
“이세강.”
“이병 이세강.”
“네가 너희 형 우리 부대 구경 좀 시켜줘라.”
“제, 제가 말입니까?”
“그래, 이참에 둘이 얘기도 좀 나누고.”
구진모 상병이 의외로 이런 배려를 해줬다. 이해진 병장을 비롯해 다른 소대원들이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이해진 병장이 놀란 얼굴로 말했다.
“이야, 우리 진모. 많이 컸다.”
“에이, 저도 이제 상병 꺾였습니다. 옛날의 제가 아니지 말입니다.”
“그래, 그래. 이제야 우리 진모가 컸네.”
“왜 그러십니까? 애들 보는데…….”
구진모 상병은 살짝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이해진 병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세강아, 진모 말대로 해. 네가 대강이 부대 구경시켜 줘.”
“네. 알겠습니다.”
이세강 이병이 힘차게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대강 일병을 보며 말했다.
“혀, 혀……. 이대강 일병님.”
“으, 으응.”
“가시죠.”
이대강 일병이 멋쩍게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 가지. 이세강 이병.”
두 사람의 어색한 행동을 보는 고참들은 입술이 실룩실룩거렸다. 그리고 두 사람이 나간 후 그들이 크게 웃었다.
“크하하핫! 내가 미쳐!”
“저도 말입니다. 뭐가 저리 어색하지 말입니까.”
“맞습니다. 배꼽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 소리가 내무실 밖 복도까지 들렸다. 당연히 이대강 일병, 이세강 이병의 귀에도 들려왔다. 순간 두 사람의 얼굴이 붉게 타올랐다.
이대강 일병과 이세강 이병은 나란히 복도라 따라 걸어갔다. 밖으로 나가 이것저것을 봤다. 그러다가 이세강 이병이 이대강 일병을 불렀다.
“형.”
“이대강 일병님.”
“에이, 우리 둘일 때는 형이라고 부르면 안 돼?”
“자식아, 누가 들으면 어떻게 하려고.”
“내가 조심할게.”
이대강 일병이 이세강 이병을 바라봤다. 그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런데 형! 진짜 우리 부대 온 거야?”
“그럼! 내가 장난으로 왔겠냐?”
“이야, 형이랑 같이 군 생활 하니까, 꿈만 같아!”
이세강 이병은 기분이 좋은지 히죽 웃었다. 이대강 일병이 피식 웃었다.
“그리 좋냐?”
“응! 나 솔직히 형 군대 가고 많이 외로웠다. 그래서 어쩌면 군대 지원해서 입대하면 형이랑 같이 군 생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그런데 막상 갈리고 나니 실망을 했어.”
이세강 이병의 말을 듣고, 이대강 일병은 뭔가 생각이 났는지 우뚝 멈췄다. 이세강 이병이 의문을 가지며 멈췄다.
“왜?”
“야, 이세강!”
“응!”
“너 인마. 왜 형에게 말도 없이 군에 지원했냐? 할머니는 어쩌고!”
이대강 일병의 목소리에 약간의 노기가 어려 있었다. 이세강 이병이 애써 시선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하, 할머니에게는 허락받았어.”
“뭐?”
“할머니에게 허락받았다고.”
“진짜야?”
“그래! 둘이 빨리 제대해서 할머니 호강시켜드리겠다고 말씀드렸어. 조금만 참아 달라고 말이야.”
이세강 이병이 나름 생각해서 말을 했다. 그렇지만 이대강 일병은 한숨이 나왔다.
“야, 인마. 그래도 할머니 곁에 누구라도 한 명은 있어야지. 할머니 혼자 외로워서 어떻게 하려고.”
“…….”
이세강 이병이 시무룩해지며 입을 다물었다. 이대강 일병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이렇게 된 거 뭐 어쩌겠냐. 우리 둘이 빨리 제대해야지. 그리고 알다시피 우리 둘은 여기서 특별대우 받는 거야. 그러니 열심히 잘하자.”
“응, 형!”
이세강 이병의 얼굴이 다시 환하게 번졌다. 그 모습을 보며 이대강 일병도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