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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651화 (651/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651화

45장 까라면 까야죠(120)

이대강 일병의 표정이 바로 밝아졌다.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너무 좋아하지도 말고, 티 내지도 말고. 아직 전출 신고 전이거든. 전출 신고 못 하면 여기 계속 남아 있어야 한다.”

오상진은 괜히 겁을 줬다. 이대강 일병이 자세를 바로잡으면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전출 신고 제대로, 꼭 하겠습니다.”

이대강 일병이 힘차게 대답했다. 오상진이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서 들어가서 전출 신고하고, 네 소지품 챙겨서 나와라. 너무 들떠 있지 말고.”

“네!”

이대강 일병이 힘차게 대답을 한 후 공병대대 안으로 들어갔다. 곧바로 중대장실로 갔다.

“어? 영창 다녀왔냐?”

1중대장이 어색한 얼굴로 말했다. 이대강 일병도 마찬가지였다.

“충성! 일병 이대강. 네, 그렇습니다.”

“그래.”

1중대장은 이제 이대강 일병을 거의 딴 부대 사람으로 생각했다. 이미 이대강 일병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그래서 화낼 생각도 없고, 수습할 생각도 없었다. 어쨌든 장기준 사단장이 이번 일은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그만 가 봐.”

그런데 이대강 일병이 멀뚱히 서 있었다.

“전출 신고는…….”

“됐어, 인마. 그냥 전출 신고했다고 생각할 테니까. 그냥 가.”

“네, 알겠습니다. 충성.”

이대강 일병이 경례를 했는데도 1중대장은 받아주지도 않고 업무만 봤다. 이대강 일병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중대장실을 나왔다. 곧바로 행정반으로 갔다. 최진만 2소대장을 만났다.

“충성, 저 왔습니다.”

“어, 그래. 잘 다녀왔냐?”

“네.”

최진만 2소대장은 괜히 착한 척하며 이대강 일병에게 따뜻하게 말을 했다.

“거기 밥은 잘 줘?”

“네, 세 끼 잘 나왔습니다.”

“그래, 요새 영창 좋아졌나보네.”

최진만 2소대장이 괜히 아는 척을 했다. 자기는 영창에 대해서 쥐뿔도 모르면서 말이다.

“참 너 전출 가지?”

“네.”

“중대장님께 전출 신고는 했냐?”

“그게…… 중대장님께서 그냥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뭐? 그럼 전출 신고는 안 했어?”

“네.”

“으음…….”

최진만 2소대장이 심각한 얼굴로 있다가 입을 뗐다.

“일단 내무실에 가서 짐 싸. 짐 다 싸서 다시 이곳으로 와. 소대장이 중대장님하고 얘기를 해놓을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이대강 일병은 행정반을 나가 내무실로 갔다. 내무실로 가는 내내 걱정이 앞섰다.

‘소대원들이 있으면 뭐라고 하지? 아니, 무슨 말을 해야 하지? 그냥 말없이 짐만 싸서 나올까? 그래도…….’

이대강 일병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내무실 앞에 도착을 했다. 잠깐 멈춘 후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내무실 문을 열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내무실에는 소대원들이 한 명도 없었다. 다들 훈련을 나간 모양이었다.

“후우…….”

이대강 일병은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혼잣말을 중얼거린 후 자신의 관물대로 갔다. 그곳에서 깊숙이 넣어 뒀던 더플백을 꺼내 자신의 짐을 쑤셔 넣었다.

그때 내무실 문이 벌컥 열리며 민병욱 상병이 들어왔다. 민병욱 상병은 뇌진탕 증세로 당분간 훈련 열외였다. 지금은 휴게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들어오는 길이었다.

“어우씨, 뭐야?”

민병욱 상병은 이대강 일병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러다가 이내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야, 이대강. 이리와.”

“왜 그러십니까?”

“이런 개X끼. 뭐? 왜 그러십니까? 이제 전출 간다고 말을 막 하네.”

“…….”

이대강 일병은 잔뜩 표정을 굳힌 채 서 있었다. 민병욱 상병이 자신의 뒷머리를 가리켰다.

“야, 인마. 여기 안 보여? 네가 돌로 내 뒤통수를 깐 거 말이야. 너 새끼 때문에 내가 얼마나 아팠는지 알아? 아니지 살인미수지. 그런데 뻔뻔하게 여길 와!?”

민병욱 상병이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이대강 일병은 하나도 쫄지 않았다. 이제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눈을 똑바로 뜨며 말했다.

“그럼 지금까지 절 괴롭힌 것은 생각 안 나십니까?”

“어쭈, 이 새끼 봐라. 이제 딴 부대 간다고 대들기까지 하네. 너 눈에 뵈는 것이 없지?”

“네. 뵈는 것이 없습니다. 영창까지 다녀온 놈이 뭘 무서워하겠습니다.”

“와, 이 새끼 봐라. 진짜 막 나가자 이거네.”

민병욱 상병이 주먹을 쥐었다. 금방이라도 한 대 칠 것 같았다. 그런데 현재 주위에는 민병욱 상병 말고는 없었다. 무엇보다 단 둘이 있을 때 뒤통수를 까였던 민병욱 상병이었다. 그 트라우마가 좀 남아 있었는지 두 팔이 부들부들 떨리며 약간 겁을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이대강 일병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 내가 여태까지 이런 병신 새끼에게 쫄아서…….’

이대강 일병이 굳은 얼굴로 더플백을 어깨에 멨다.

“민 상병님.”

“뭐, 뭐 새끼야.”

“앞으로는 좀 착하게 사십시오.”

“뭐?”

“비키십시오. 저 가야 합니다.”

이대강 일병은 민병욱 상병을 툭 치며 지나갔다. 민병욱 상병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만 함부로 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다.

“와, 저 새끼……. 어떻게 하지? 죽여 버릴까!”

민병욱 상병이 부들부들거렸다. 하지만 이대강 일병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때 등 뒤에서 민병욱 상병이 고함을 질렀다.

“야, 이대강! 너 밤길 조심해라. 진짜 뒤진다.”

이대강 일병이 피식 웃었다. 마치 민병욱 상병이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네네, 알겠습니다.”

이대강 일병이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최진만 2소대장과 함께 다시 중대장실을 찾았다. 1중대장은 다시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야야, 무슨 전출 신고야. 그냥 가. 됐어.”

“그래도 중대장님…….”

최진만 2소대장이 난감한 얼굴로 다시 물었다. 1중대장은 완고했다.

“서로 뭐 잘한 것이 있다고. 됐고, 가서 잘 지내라. 그거면 됐다.”

1중대장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대강 일병도 더 이상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충성!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이대강 일병이 마지막 경례를 하고, 중대장실을 나왔다. 최진만 2소대장이 따라나왔다.

“자, 전출증.”

“네, 감사합니다.”

“그래, 잘 지내라. 뭐, 소대장이 할 말은 아니지만…….”

“소대장님도 잘 지내시지 말입니다.”

이대강 일병은 그렇게 최진만 2소대장을 뒤로 하고 건물을 나섰다. 오상진이 환한 얼굴로 이대강 일병을 맞이했다.

“짐 다 챙겼냐?”

“네.”

“너 빠뜨리고 온 거 없지?”

“네, 다 가져왔습니다.”

“너 말이야. 새로 부대 왔다고 보급 챙겨 주고 그러지 않아. 다시 한번 물을게, 다 챙겨 왔냐?”

“네. 걱정 마십시오. 다 챙겨 왔습니다.”

“그래, 그럼 가자.”

오상진은 자신의 차에 이대강 일병을 태웠다. 이대강 일병이 더플백은 뒷좌석에 넣고, 조수석에 앉았다.

“저 소대장님.”

“왜?”

“그럼 저하고 세강이랑 같이 근무합니까?”

“맞아. 요새 국방부에서도 독려를 하고 있어. 형제가 같은 내무실에서 군 생활을 하게끔 말이야. 이번 일 사단장님께서 특별히 신경 써주신 거야.”

“아, 그렇습니까?”

“그래. 혹시라도 사단장님을 보며 감사하다고 꼭 인사드리고.”

“알겠습니다.”

“뭐, 네가 만날 일이 있겠냐마는……. 그리고 전출 신고는 대대장님께 직접 해야 할 거야.”

“네? 대대장님께 말입니까?”

“그래. 뭐, 특별히 대대장님께서 전출 신고를 받으시겠다고 하시네.”

“그, 그렇습니까?”

이대강 일병은 괜히 긴장이 되었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무 긴장하지 마. 그리고 꼭 감사하다는 말을 해드려.”

“네?”

“대대장님께서 그런 것을 좋아하시니까.”

“아,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오상진은 이대강 일병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약 5분을 달려 충성대대에 도착을 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더플백 챙겨.”

“네.”

이대강 일병은 더플백을 들고 등에 멨다. 주차장에서 충성대대의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와…….”

공병대대 건물보다 더 큰 건물이 있었다. 눈을 크게 뜬 이대강 일병이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왜?”

“건물이 엄청 큽니다.”

“당연하지 7개 중대가 있는데……. 자, 일단 따라와.”

“네, 알겠습니다.”

이대강 일병은 새로운 중대에서의 생활에 대한 들뜬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앞으로 자신의 동생인 이세강과의 군 생활도 기대가 되었다.

“자! 들어가자.”

“네.”

대대장실로 들어가자 그곳에는 한종태 대대장, 곽부용 작전과장 그리고 김철환 1중대장이 있었다. 한종태 대대장이 환한 얼굴로 말했다.

“어서 와라. 네가 이대강이구나.”

“일병 이대강. 네, 그렇습니다.”

“좋아, 그럼 먼저 전입신고부터 받아볼까?”

“네.”

오상진이 이대강 일병에게 말했다.

“너, 잘할 수 있지?”

“네.”

“더플백 내려놓고, 여기 와서 서.”

이대강 일병은 등에 멘 더플백을 한곳에 내려놓고 오상진이 지정한 곳에 섰다. 그 앞에 전투모를 쓴 한종태 대대장이 섰다.

“시작하지.”

“네.”

이대강 일병은 긴장한 얼굴로 섰다. 그리고 곧바로 전입 신고를 했다.

“충성!”

“충성.”

“신고합니다. 일병 이대강은 2005년 7월 17일부로 공병대대에서 충성대대로 전입을 명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충성!”

“충성.”

한종태 대대장이 환한 얼굴로 다가와 이대강 일병에게 악수를 청했다. 이대강 일병도 손을 내밀었다.

“일병 이대강.”

“그래, 그래. 앞으로 우리 충성대대에서 열심히 해주길 바란다. 우리 충성대대에서 사고 치면 안 된다.”

“네, 알겠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좋아.”

한종태 대대장이 흐뭇한 얼굴이 되었다. 그러다가 슬쩍 물었다.

“하고 싶은 말은 있어?”

“대대장님 감사합니다. 대대장님께서 힘써주신 덕분에 제가 동생과 함께 군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으흠, 그 얘기를 들었어? 뭐 대단한 일이라고……. 아무튼 군 생활 잘하고. 무슨 일 있으면 중대장에게 말하고.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그래.”

한종태 대대장이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간단한 얘기를 주고받은 후 이대강 일병은 대대장실을 나왔다. 1중대로 내려가는 김철환 1중대장은 이대강 일병을 보며 말했다.

“이대강.”

“일병 이대강.”

“이제 우리 부대로 왔으니까, 열심히 하고. 뭐, 이미 전입 신고는 했으니까, 굳이 중대장에게는 할 필요 없다. 나중에 따로 면담이나 하자.”

“네, 알겠습니다.”

“1소대장.”

“네.”

“내무실로 데리고 가.”

“알겠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끄덕인 후 중대장실로 갔다. 오상진은 이대강 일병을 데리고 내무실로 향했다.

한편, 1소대 내무실에도 소식이 전해졌다. 구진모 상병이 이세강 이병을 봤다.

“세강아.”

“이병 이세강.”

“너 소식 들었냐? 신병 온단다.”

“네? 신병 말입니까?”

이세강 이병의 눈이 커졌다.

“야야, 기대하지 마. 신병이 그냥 신병이 아니라, 중고 신병이야. 그것도 이세강 너보다 고참이야.”

“네? 그, 그렇습니까?”

이세강 이병이 시무룩해졌다. 그 모습을 본 한태수 상병이 물었다.

“왜 실망했냐?”

“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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