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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650화 (650/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650화

45장 까라면 까야죠(119)

그 시각, 차에 올라탄 이미선 2소대장이 잔뜩 걱정스러운 눈으로 물었다.

“어떡해요?”

5중대장 역시 심각한 얼굴이었다.

“아, 진짜. 왜 하필 그곳에서……. 게다가 장 중위까지 있어서 큰일이네.”

“혹시 저기 군대 맛집입니까?”

“에이, 저기가 무슨 군대 맛집이야. 군인들이 등산 좋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시도 때도 없이 타는 것이 산인데.”

“그래서 이쪽으로 왔는데……. 왜 하필 거기서 만났는지 모르겠어요.”

“그러게나 말이야.”

“그런데 1소대장 옆에 있던 여자, 혹시 여자 친구예요?”

“뭐야? 기억 안 나? 지난번 영화관에서 봤잖아.”

“아, 그랬습니까? 저는 그때 너무 창피해서 고개를 들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아무 기억도 안 납니다.”

“하긴 나도 처음에는 못 알아봤는데 자꾸 보니까 기억이 나긴 하더라.”

“그나저나 어떻게 해요? 1소대장은 지난번 일도 있고 해서 괜찮을 것 같은데, 장 중위는…….”

“그러게 나도 장 중위는 걱정이야. 은근히 입이 싼 편인데. 심지어 아버지가 사단장이시잖아. 거리낄 것이 있겠어? 뭐대로 떠들어도 커버쳐 줄 사람이 있는데.”

“우리 진짜 어떻게 해요?”

“나도 모르겠다. 생각 좀 해보자.”

5중대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그 모습을 보던 이미선 2소대장이 짐짓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러지 말고,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같이 살까요?”

5중대장이 움찔했다.

“응? 결혼하자고?”

5중대장이 당황하며 말했다. 이미선 2소대장이 그 행동에 살짝 기분이 나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저 만나면서 그런 생각도 안 했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

5중대장이 난감한 표정으로 말을 얼버무렸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뜬금없이 결혼이야. 언제는 서로 구속하지 말고, 편하게 만나자더니.’

이미선 2소대장이 다시금 말했다.

“뭐예요. 왜 말하다가 말아요.”

“아니, 아직 와이프랑 이혼 도장도 안 찍었잖아. 별거 중이고, 이 일이 해결되어야 다음 생각을 하지. 그리고 대한민국은 일부일처제인데 내 맘대로 결혼을 두 번 하나?”

“아, 진짜 사모님 별로다. 사진으로 봐도 그렇고. 아니면 내가 직접 사모님 찾아가서 이혼해 달라고 할까요?”

“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지금 얼마 없는 재산 때문에 이혼 소송 중인데……. 여기서 이 소위가 끼어들면 나중에 옳다구나 하고 더 난리를 칠걸.”

“하아, 진짜. 우리 중대장님 좋아하기 너무 힘들다.”

그 말을 하며 이미선 2소대장의 손이 슬쩍 5중대장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5중대장이 움찔했다.

“아, 왜 그래.”

“왜 그러긴요. 칫, 기껏 몸에 좋은 거 먹여놨더니……. 그럼 이대로 집에 돌아갈 거예요?”

“오늘은 그냥 집에 가자. 집에 데려다줄게.”

5중대장이 급히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러자 이미선 2소대장이 짐짓 삐진 척을 했다.

“이러면 진짜 실망인데요.”

이미선 2소대장이 뜨거운 눈빛을 보냈다. 5중대장은 결국 백기를 들었다.

“알았어, 알았어. 가자, 가!”

5중대장이 차를 몰고 이동했다. 이미선 2소대장이 자세를 잡으며 중얼거렸다.

“칫, 자기도 좋으면서…….”

다음 날 아침, 오상진이 출근을 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오상진이 아침 인사를 하고 자기 자리로 갔다. 5분 후 행정반 문이 열리며 이미선 2소대장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그때 오상진과 눈이 마주쳤다. 이미선 2소대장은 별말 없이 눈인사와 함께 자신의 자리로 갔다. 오상진은 그런 이미선 2소대장을 힐끔힐끔 봤다. 이미선 2소대장이 그런 오상진을 보며 당돌하게 말했다.

“1소대장님 저에게 무슨 할 말씀 있으세요?”

“어어, 아닙니다.”

오히려 오상진이 당황하며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 그런 두 사람을 유심히 지켜보던 4소대장이 물었다.

“뭡니까, 두 사람. 제가 모르는 뭐가 있습니까?”

“에이, 뭐가 있습니까?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미선 2소대장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 제가 화장이 좀 잘 먹혔나요? 그냥 기초만 했는데요.”

3소대장이 이미선 2소대장을 보며 말했다.

“우리 2소대장님은 언제나 예쁘시죠.”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네. 2소대장이 너무 예뻐서 제가 바라봤나 봅니다.”

오상진은 고개를 떨구며 생각했다.

‘와, 대단하다. 어제 그런 일이 있었는데 아무렇지 않을 수가 있지? 그래, 신경 쓰지 않기로 했는데. 신경 끄자, 끊어.’

그때 행정반 문이 열리며 장석태 중위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 장 중위님.”

“오 중위…….”

장석태 중위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오상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그러십니까?”

“저 좀 잠깐 보시죠.”

“네.”

오상진이 행정반을 나갔다.

“무슨 일이십니까?”

“에효, 호출입니다. 호출!”

“누구 호출입니까? 혹시 사단장님께서 찾으십니까?”

“사단장님께서 아침에 저희를 왜 부릅니까. 5중대장이 부릅니다.”

“5중대장님 말입니까?”

“네, 제가 어제 말했죠. 분명히 우리 부를 거라고 말입니다. 아니, 우리가 알아서 입 다물고 있을 건데, 왜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지…….”

장석태 중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상진이 조용히 말했다.

“저랑 어제 약속했던 거 아시죠?”

“알죠. 그런데 만약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그러면 저도 가만히 안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5중대장실로 향했다.

똑똑똑.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갔다. 5중대장이 두 사람을 발견하고 표정을 밝게 했다.

“어서들 와. 이리 와서 앉아.”

5중대장이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상진은 일단 속으로 다행이라 생각을 했다.

“주말에 하필이면 거기서 볼 줄 몰랐어. 허허허.”

5중대장이 멋쩍게 웃었다. 장석태 중위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네, 제 여자 친구가 등산을 좋아해서 오 중위 커플을 꼬셔서 데리고 갔었습니다. 그런데 5중대장님을 거기서 만났습니다.”

“아, 그랬어? 어제 봤던 예쁜 여자분이 자네 여자 친구였어?”

“네네. 한국일보 기자입니다.”

장석태 중위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5중대장이 흠칫했다.

“하, 한국일보 기자?”

“네. 그렇다고 너무 걱정 마십시오. 아무것도 안 봤습니다.”

오상진이 슬쩍 놀란 눈으로 장석태 중위를 바라봤다. 조금 전 자기를 건드리며 가만있지 않겠다고 한 사람이 지금은 입안의 사탕처럼 달달하게 말을 하고 있었다.

‘후후, 저래서 사교성이 좋다고 다들 말을 하는구나.’

오상진이 속으로 웃었다. 5중대장 역시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장 중위가 그리 말을 해주니 마음이 편안하네. 고맙네. 그래도 두 사람이 오해할까 봐 말을 하는데……. 해명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예전에 이미선 소대장에게 신세 진 것이 있어서 밥 한 끼 사 주기로 한 거야.”

“네, 그러셔야죠.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그러니 두 사람 못 본 것으로 해줄 수 있지?”

5중대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장석태 중위가 바로 답했다.

“네네, 걱정 마십시오. 어제 저희 둘이 지퍼 잠그기로 얘기 끝냈습니다. 그렇지, 오 중위?”

장석태 중위가 오상진을 봤다. 오상진이 움찔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네, 저도 어디 가서 말할 생각 없습니다.”

“그래, 그래. 맘이 편하네. 혹시라도 군 생활 하다가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고. 내가 도움 줄 수 있는 건 도와줄게.”

“네. 알겠습니다.”

“그래, 바쁜 사람들 오래 붙잡고 있는 건 아니지. 어서들 나가서 일 봐.”

“네. 충성!”

정석태 중위와 오상진이 경례를 하고 5중대장실을 나왔다. 두 사람이 복도를 걸어가는데 오상진이 힐끔 장석태 중위를 봤다.

“뭡니까?”

“뭐를 말입니까?”

“아까는 막 나가실 것처럼 그러시더니.”

“에이, 말이 그렇다는 거죠. 그리고 아까 5중대장 표정 못 봤습니까?”

“5중대장 표정 말입니까?”

“네. 딱 보니 똥줄이 타서 밤에 잠도 한숨 못 잔 것 같은데 거기다 대고 뭐라고 합니까.”

“그것도 보셨습니까?”

“당연히 보이죠. 그리고 어제 아는 사람을 통해서 5중대장 사정을 좀 알아봤습니다. 5중대장 딱하더라 말입니다.”

“딱하다고 말입니까? 사모님이랑 이혼 소송 준비 중이라는 얘기는 들었는데…….”

“그냥 이혼 소송이 아니고, 사모님이 바람을 피웠답니다. 그것 때문에 5중대장은 재산 한 푼 주지 않으려고 하고, 사모님은 재산 받으려고 그런답니다. 지금 2년째 공방 중인데, 알지 않습니까. 기러기 아빠가 혼자 있는 집에 들어가면 얼마나 외로운지 말입니다. 그 얘기 들으니까, 5중대장이 얼마나 불쌍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새파랗게 어린 신입 소위하고, 바람이 난 것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장석태 중위가 뼈 때리는 말은 서슴없이 했다. 오상진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1중대 행정반 앞에 도착했다. 장석태 중위가 입을 열었다.

“아무튼 전 이만 올라가 보겠습니다. 오 중위는 들어가 보십시오.”

“네.”

장석태 중위가 먼저 몸을 돌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밟았다. 오상진은 그런 장석태 중위의 등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참 대단한 사람이야.”

그리고 오상진도 몸을 돌려 행정반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이번에도 5중대장과 이미선 2소대장의 소문이 묻힐 줄 알았다.

“너희들 그 얘기 들었어?”

“무슨 얘기?”

“5중대장이랑 1중대 이미선 소위 말이야.”

부대에 알음알음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 * *

보름의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다. 이대강 일병은 모든 준비를 마친 후 헌병대를 나섰다. 그곳에는 차량 한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앞에는 헌병과장이 서 있었다.

“고생했다.”

“그동안 잘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전 어디로 갑니까?”

“부대는 옮길 것 같은데, 일단 오늘은 원 부대로 복귀를 해야 할 것 같다.”

순간 이대강 일병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모습을 본 헌병과장이 어깨를 툭툭 쳤다.

“힘내, 인마. 며칠만 참으면 되는 거야. 사내 녀석이 그것도 못 참아.”

“네. 참겠습니다.”

“그렇다고, 너 사고 치면 안 된다. 이번 사건 잘 덮은 거 알지?”

“네. 알겠습니다.”

“그래, 어서 가 봐.”

“충성. 수고하십시오.”

이대강 일병이 헌병대 차량에 올라탔다. 그의 양옆으로는 헌병대가 탔다. 헌병대가 타자마자 곧바로 차량은 출발해 공병대대로 향했다.

가는 내내 이대강 일병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헌병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병대대에 도착한 후 헌병대가 내렸다.

“다 왔습니다. 내리시죠.”

“네.”

이대강 일병이 차량에서 내려 공병대대 건물을 바라봤다.

‘하아, 다시 왔네.’

이대강 일병은 속으로 생각을 한 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이대강 일병이 고개를 돌렸다.

“이대강!”

“어?”

이대강 일병의 눈이 커졌다. 그곳에는 오상진이 환한 얼굴로 서 있었던 것이다.

“오, 오 중위님. 여긴 어떻게…….”

이대강 일병은 오상진이 나타난 것이 기뻤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가 왜 여기에 있는지도 궁금했다. 오상진이 웃으며 말했다.

“몰랐어? 너 데리러 온 거야.”

“절 말입니까?”

“그래, 우리 부대로 전출 명령서가 떨어졌다. 이제 앞으로 내가 네 소대장이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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