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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649화 (649/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649화

45장 까라면 까야죠(118)

방금 한소희에게 말을 걸었던 사람은 바로 김희진 소위였다. 김희진 소위는 또 다른 남자와 있는 이미선을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으이구, 저년 또 시작이네. 어떤 남자가 또 당하고 있는 거야.”

김희진 소위는 고개를 흔들며 다시 자기 갈길을 가려고 했다. 그런데 걸음을 멈춘 후 고개를 돌려 다시 확인했다.

“가만 저 남자 낯이 익는데……. 맞다, 5중대장…….”

김희진 소위는 너무 놀란 나머지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았다. 그때 저 멀리서 한 여자가 김희진 소위를 불렀다.

“야, 희진아. 뭐해?”

“쉿! 조용히 해.”

“왜?”

“조용히 하라고!”

김희진 소위가 후다닥 그녀가 있는 곳으로 갔다.

“왜 그렇게 시끄럽게 불러!”

“요리가 나왔으니 불렀지.”

“아무튼 빨리 먹고 가자.”

“요리가 이제 나왔는데 빨리 먹제. 왜 그래?”

“이거 다 먹고, 내가 재미난 얘기해 줄게.”

“무슨 얘기?”

“다 먹고, 먹고 하자.”

김희진 소위는 신이 난 표정이 되었다.

한편, 한소희도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오상진이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소희 씨, 왜 이렇게 늦었어요?”

“아, 그게 말이죠.”

한소희가 슬쩍 귓속말로 조금 전 봤던 것을 얘기해 줬다. 오상진이 눈을 크게 떴다.

“정말요? 진짜입니까?”

한소희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앞에 있던 장석태 중위가 궁금증을 가지며 물었다.

“뭡니까? 왜 두 사람만 속닥거립니까?”

“음, 그게 말입니다.”

오상진이 살짝 곤란한 얼굴이 되었다. 그러자 장석태 중위는 바로 서운함을 내비쳤다.

“와, 우리 사이에 비밀 만들기 입니까? 너무한 거 아닙니까? 여기까지 와서.”

옆에 있던 박은지가 바로 동조를 해 줬다.

“맞아요. 아무리 그래도, 이 세상에서 제일 치사한 것이 궁금한 것을 안 가르쳐 주는 거예요.”

“이게 좀 민감한 문제라서 말이죠.”

“그러니까, 제가 들어보고 민감한지 안한지 판단하겠습니다. 말해 보십시오.”

“그게 말입니다.”

오상진은 한소희에게 들었던 것을 설명했다. 장석태 중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헐? 그러니까, 지금 저쪽 밖 정자에서 두 사람이 있다는 겁니까?”

“네.”

“그럼 5중대장이랑, 이미선 소위랑 그렇고 그런 관계란 말입니까?”

“에이,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자 박은지가 나섰다.

“확실하지 않기는 뭐가 아니에요. 이곳까지 백숙을 먹으러 왔는데요. 아무 관계도 아닌데 등산을 핑계 삼아 단둘이서 백숙 먹으러 오는 것은 좀 아니죠.”

“그렇죠. 우리 은지 씨 말이 맞아요.”

장석태 중위가 박수를 치며 박은지의 말에 힘을 실었다.

“그런데 중대장이면 계급이 뭐예요?”

박은지의 물음에 바로 한소희가 대답했다.

“중대장 계급은 대위예요. 다이아몬드 세 개!”

“오오, 우리 소희 씨 잘 안다.”

오상진이 바로 칭찬해 줬다. 한소희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죠, 제 남친이 군인인데 그 정도는 알아야죠.”

박은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남녀끼리 만나는데 뭐가 이상하다고요.”

그러자 장석태 중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5중대장님이 기혼자라는 사실입니다.”

“어머나!”

박은지가 놀라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

“지금 유부남이랑 바람을…….”

오상진이 재빨리 끼어들었다.

“아, 지금 5중대장님 이혼소송중이라고 합니다. 거의 별거 상태입니다.”

“그래도 법적으로 이혼이 안 되었다면 불륜이죠. 간통죄에 해당돼요. 그런데 무슨 배짱으로 저렇게 다니는 거죠?”

“설마하니 보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겠죠.”

장석태 중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군인들 등산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합니다. 훈련할 때 얼마나 산을 많이 타니까. 저도 은지 씨가 오라고 안 그랬으면 안 왔습니다.”

“어멋! 그럼 나 때문에 와준 거예요?”

“그럼요, 사나이 장석태. 은지 씨가 부르면 어디든 달려갑니다.”

“까악, 좋아라. 멋지다.”

“후후후…….”

장석태 중위의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고 오상진이 말했다.

“어쨌든 음식 나오며 빨리 먹고 나가죠.”

“네. 그래요.”

한소희가 말했다. 그런데 장석태 중위가 소리쳤다.

“뭘 그럽니까. 그러지 말고, 저쪽에 가서 인사드립시다.”

“장 중위님 왜 그럽니까?”

오상진이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장석태 중위가 손을 들었다.

“아, 농담입니다. 농담! 그런데 식사 다 마치고 나가다가 걸리면 저도 모릅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인사하는 겁니다.”

“네네. 그렇게 합시다.”

오상진도 바로 수긍을 했다. 그때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말이다. 때마침 요리가 나오고, 오상진은 비닐장갑을 낀 채 다리 하나를 찢어 한소희에게 줬다.

“맛있게 먹어요.”

“네. 잘 먹을게요.”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음식을 막 먹을 수는 없었다. 오상진은 비닐장갑을 낀 상태로 토종닭을 해체했다.

“자, 그럼 우리 전투적으로 먹어 볼까요?”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장석태 중위와 박은지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 후 토종닭을 입으로 가져갔다.

식사가 끝이 나고, 한소희는 배를 어루만졌다.

“와, 저는 더 이상 못 먹겠어요.”

하지만 이미 두 마리 토종닭을 클리어하고 백숙까지 한 그릇 ‘뚝닥’ 한 상태였다. 오상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슬슬 가시죠.”

“네.”

“그럽시다.”

장석태 중위와 박은지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박은지가 주춤거렸다.

“차라리 우리가 늦게 움직이는 것이 좋지 않겠어요?”

“글쎄요.”

“소희 씨 저쪽 식사 전이었어요?”

“네, 전이었어요.”

“그럼 괜히 나갔다가 걸리느니, 좀 더 있다가 느긋하게 움직이죠.”

오상진이 가만히 생각했다. 그런데 장석태 중위가 바로 자리에 앉았다.

“은지 씨 말대로 합시다, 오 중위.”

“네. 그래요.”

오상진과 한소희도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넉넉하게 후식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20여 분이 흐른 후 오상진이 시계를 봤다.

“이제 움직여도 될 것 같은데요.”

“네.”

오상진 일행들이 신발을 신었다. 그런데 장석태 중위가 세월아 네월아 하고 있었다.

“장 중위님 빨리 좀 신으십시오.”

“네네, 알겠습니다.”

그때 고개를 든 장석태 중위가 바로 몸을 일으키며 경례를 했다.

“충성!”

오상진이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 진짜!”

“하하하, 장난입니다. 장난! 오 중위 은근히 간이 작으시네.”

“우리 상진 씨 간 크거든요.”

한소희가 바로 끼어들었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그런 한소희를 달랬다.

“괜찮아요. 소희 씨만 알아주시면 돼요.”

“네. 걱정 마요.”

한소희는 장석태 중위를 노려봤다. 그사이 장석태 중위는 신발을 다 신었다.

“자, 이제 갑시다.”

네 사람이 입구로 향하는데 갈림길이 나왔다. 거기서 왼쪽길이 뚫려 있었다. 오상진은 그곳을 지나 계산대 앞에 섰다.

장석태 중위가 그곳을 막 지나려는데 누군가 나타났다. 장석태 중위의 눈이 커졌다.

“어? 5중대장님, 충성.”

장석태 중위가 바로 경례를 했다. 그 소리에 오상진이 또 장난을 치는 줄 알고 입을 뗐다.

“아, 진짜! 또 장난치십니까?”

오상진이 고개를 돌렸는데 바로 5중대장과 황급히 팔짱을 푸는 이미선 2소대장이 있었다.

* * *

오상진 일행은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문을 한 후 다들 자리에 앉았다. 잠깐이 정적이 흐른 후 한소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와, 거기서 그렇게 만날 줄을 몰랐어요.”

“저도 그렇습니다.”

오상진도 입을 뗐다. 장석태 중위도 당황한 얼굴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벌컥 마셨다. 하지만 박은지는 달랐다.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봤어요? 둘이 백 프로 사귀고 있어요. 이건 기자로서의 감이에요. 그런데 말이에요, 원래 군대에서 저런 일들이 흔한가요?”

“흐흠…….”

장석태 중위가 움찔하며 헛기침을 했다. 오상진이 군인을 대변하듯 바로 입을 열었다.

“솔직히 군대에서도 연애는 합니다. 서로서로 호감이 있으면 병사랑 장교하고도 만나고 합니다. 그런데 새로 임관한 장교가 나이 좀 차이 나는 장교와 만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오상진이 설명을 하자, 한소희가 바로 입을 열었다.

“게다가 두 사람은 불륜이잖아요. 저러다가 들키면 어쩌려고 그러지.”

한소희의 말을 듣고, 오상진은 멋쩍게 웃었다.

왜냐하면 몇 년 후면 간통죄가 폐지되기 때문이다.

물론 결혼한 사람이 배우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다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장석태 중위가 가만히 얘기를 듣다가 입을 열었다.

“우리 오 중위가 약간 미화한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는 훨씬 많습니다.”

“어멋, 정말요? 혹시 아는 거 있어요?”

“내가 아는 건 말입니다. 부대에 새로운 부사관이 왔는데, A라는 젊은 부사관과 연애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A부사관이 성에 차지 않았던지, 제대를 앞둔 병장과 은밀히 만났고, 급기야 장교까지 세 다리를 걸쳐서 만나고 있었습니다.”

박은지가 피식 웃었다.

“어멋, 살짝 MSG가 들어간 것 같은데요.”

“아닙니다. 제가 직접 겪은 일입니다. 전 부대에 있었을 때 말입니다.”

“그래요?”

“네. 제가 사단 정훈장교 아니었습니까. 그렇다보니 별의별 얘기를 다 듣습니다.”

“아, 그렇구나. 저는 군대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서 그런 것은 없는 줄 알았어요.”

“보수적인 건 보수적인 거고, 이성에 대한 욕구는 별개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알게 모르게 성폭력도 일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이렇듯 장석태 중위는 막힘없이 얘기를 꺼냈다. 오상진이 바로 입을 열었다.

“그 얘기는 거기까지 하시죠. 그나저나 내일 가서 이미선 소위를 어떻게 보죠?”

“그러네, 오 중위는 이미선 소위와 같은 중대네. 행정반에서 얼굴 맞대고 있어야 하죠.”

“네. 지난번에는 그냥 넘어갔는데…….”

장석태 중위의 눈이 커졌다.

“어? 지난번이라요?”

오상진을 말을 하고도 살짝 인상을 구겼다.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았다.

“뭡니까? 또 만난 적이 있습니까?”

장석태 중위가 물었다. 그러자 한소희가 입을 뗐다.

“네, 예전에 영화관에서 만난 적이 있어요.”

“그럼 그때도 저 두 사람이…….”

“네.”

장석태 중위의 시선이 바로 오상진에게 향했다.

“와, 오 중위. 그런 얘기를 나에게 해주지도 않고 말이죠.”

“무슨 좋은 일이라고 떠들고 다닙니까. 그리고 그때는 어쩌다 보니 둘이 영화 보러 온 것이라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부터 뭔가 있었구만. 어쩐지, 저도 부대에서 5중대장이랑 이미선 소위랑 같이 어울리는 것을 봤습니다. 부대에서 왜 저러나 생각을 했는데, 다 이런 이유가 있었구나.”

박은지가 장석태 중위를 바라봤다.

“어? 석태 씨 실망인데요. 부대 소식은 다 알고 있다면서요.”

“아닙니다, 은지 씨. 이번에는 제가 뒤통수를 맞았지만 저 진짜 부대소식 빠삭합니다. 저 버리지 말아주십시오.”

“으그,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장 중위님 가능하면 오늘 일은 못 본 걸로 해줍시다.”

오상진의 말에 장석태 중위가 바로 답했다.

“당연한 거 아닙니까. 그렇다고 내가 일일이 떠들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저도 그럴 생각 없습니다. 그보다, 5중대장이 내일 부르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네?”

“나 그 양반 별로인데…….”

장석태 중위가 푸념하듯 주절거렸다. 오상진도 살짝 걱정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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