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648화
45장 까라면 까야죠(117)
오상진이 장석태 중위가 있던 자리로 갔다. 슬쩍 아래를 바라봤다.
한소희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옆에는 박은지도 흥미로운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아, 창피해. 그래 한 번에 끝내야 해. 한 번에…….’
오상진이 크게 숨을 들이 마신 후 힘차게 외쳤다.
“소희야, 사랑해!”
그 소리가 반대편 산에 부딪쳐 한소희의 가슴을 울렸다.
쿵쾅쿵쾅쿵쾅!
한소희의 가슴이 크게 요동쳤다. 한소희는 자신도 모르게 손이 가슴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창피할 것만 같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때 지켜보던 아주머니들이 히죽 웃으며 입을 뗐다.
“좋을 때야, 다들 좋을 때라고.”
“에이, 젊음이 좋은 것이야.”
“나도 10년만 젊었다면…….”
“예끼 여편네야. 10년 젊어도 40대여.”
“어? 그러네. 호호호.”
“호호호호”
아주머니들의 웃음과 함께 휴식을 끝내 네 사람이 다시 등산을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한참을 올라갔다. 그러다가 박은지가 멈췄다.
“왜 그래요?”
장석태 중위가 물었다. 박은지의 시선은 어느 등산 일행을 봤다.
약간 그늘진 벤치에 남자 둘에, 여자 여섯 명이 달라붙어 있었다. 뭔가 동호회 같은 느낌이긴 한데, 좀 이상했다.
“석태 씨. 저쪽 이상하지 않아요?”
장석태 중위는 박은지가 가리킨 곳을 봤다.
“좀 이상하긴 하네요.”
“그렇죠.”
“네. 짝이 전혀 맞지 않습니다.”
“네?”
박은지가 의문을 가지며 바라봤다. 장석태 중위가 씨익 웃었다.
“봐봐요. 남자 둘에, 여자 여섯입니다. 의자왕도 아니고 어떻게 놀아요. 안 그렇습니까?”
“그렇죠. 그게 좀 이상하죠?”
“네. 아주 많이 이상합니다.”
“그럼 저기로 가요. 저기가 수상하단 말이에요. 내가 아까 말했죠.”
“네.”
“보통 성비가 저렇게 맞지 않아요.”
“으음…….”
장석태 중위가 손으로 자신의 턱을 어루만졌다.
“아무튼 전 저쪽으로 갈 테니까. 잘 지켜봐요.”
박은지는 그 말과 함께 장석태 중위를 데리고 그 등산객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어머나, 자기야. 여기 엄청 시원하네. 우리 여기 잠깐 앉아서 쉬어가도 되죠.”
“그럼요. 쉬어요.”
“감사합니다.”
장석태 중위와 박은지가 근처 벤치에 앉았다. 그러면서 슬쩍 박은지는 주머니에서 녹음기를 꺼냈다.
그리고 뒷짐을 진 채로 녹음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철수 씨, 이것 좀 먹어봐. 내가 아침 일찍 일어나서 만든 거야.”
“아, 네에. 감사합니다.”
“그것도 먹고, 이것도 먹어봐요. 갈치조림인데…….”
“아, 잘 먹겠습니다.”
“어후, 그렇게 먹으면 목말라. 자, 내가 직접 싸온 호박된장국이야.”
“어후, 시원하고 좋습니다.”
“그렇지.”
그러자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한 마디 했다.
“영수 엄마는 무슨 등산을 오면서 호박된장국을 가지고 와.”
“어이구, 그러는 자기는 언제 소불고기를 해오셨대.”
“나야, 맛나게 먹어줄 사람이 있으니까 해왔지.”
“나도 마찬가지야. 호호호.”
그렇게 아주머니들끼리 웃고 떠들고 있었다. 그런 대화를 박은지가 안 보는 척하며 녹음기로 다 녹음하고 있었다.
그런데 열심히 먹고 있던 철수가 박은지를 힐끔 봤다.
‘어? 저 여자는 제법 예쁘네.’
그러다가 박은지 손에 들린 뭔가를 발견했다.
‘응? 저건 뭐지?’
철수가 밥을 먹다가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주위에 있던 아주머니들이 바로 반응했다.
“왜왜왜왜? 밥 먹다가 왜 그쪽으로 봐?”
“어? 뭐야? 저 아가씨 보는 거야?”
아주머니들은 괜히 박은지를 노려봤다.
‘어후, 저 불여시.’
‘어디서 저렇게 화장을 떡칠을 하고 와서는…….’
박은지도 그들의 시선을 받았다.
‘어? 들켰나?’
박은지는 뭔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손에 쥔 것을 주머니 쪽으로 자연스럽게 넣었다. 그리고 장석태 중위를 바라봤다.
“석태 씨.”
“네?”
“저에게 뽀뽀해요.”
“네? 지, 지금 말입니까?”
장석태 중위가 괜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네. 빨리해요.”
장석태 중위는 주위를 의식하며 박은지의 볼에 ‘쪽’ 하고 뽀뽀를 했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부러운 야유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나, 뭐야. 남사스럽게.”
“뭐야, 뭐야. 대담하게 뽀뽀까지 하고.”
“역시 젊음이 좋네. 좋아.”
그 말을 듣는 장석태 중위의 얼굴이 완전 홍당무로 바뀌었다. 하지만 박은지는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고, 힐끔 그쪽을 바라봤다.
여전히 철수라는 남자가 바라보고 있었다.
‘이 정도로는 안 되나?’
박은지가 고개를 돌린 채 말했다.
“석태 씨, 한 번 더 해요.”
“네?”
“한 번 더 뽀뽀하라고요.”
“하, 한 번더요? 저야 좋지만…….”
장석태 중위가 입술을 쭉 내밀며 볼에 뽀뽀를 하려고 했다.
“빨리 안 하고 뭐해…… 읍!”
박은지가 고개를 돌리다가 장석태 중위와 입술이 부딪쳤다. 장석태 중위의 눈이 크게 떠졌다. 박은지도 마찬가지였다.
“어머나, 이번에는 키스야 키스!”
“대단하네. 여기서 키스까지 하고 말이야.”
“내가 말했잖아. 젊음이 좋은 거야. 젊음이…….”
“에이, 부럽네!”
얼결에 키스까지 한 박은지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어머나, 저희가 그랬나요? 죄송합니다. 우리 자기가 워낙에 스킨쉽을 좋아해서요. 석태 씨 빨리 가요.”
박은지가 장석태 중위의 손을 잡고 서둘러 그곳을 벗어났다. 오상진과 한소희 쪽으로 온 장석태 중위는 자신의 손으로 입술을 매만졌다.
“키, 키스……, 매우 부드럽고, 촉촉했어. 내, 내, 첫 키스…….”
장석태 중위는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하지만 박은지는 그런 것을 듣지 않고 주머니에 넣어 뒀던 녹음기를 재생했다.
-우우웅 재잘, 재잘. 웅성…….
약간의 잡음이 있지만 녹음은 잘 되었던 것 같았다. 박은지는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며 다시 녹음기를 주머니에 넣었다.
“녹음 잘되었네. 고생했어요, 석태 씨.”
박은지가 매우 만족스런 얼굴로 말했다. 그러자 장석태 중위가 입을 뗐다.
“은지 씨, 저 책임지세요.”
“네? 무, 무슨 책임요?”
“저 아까…… 첫 키스였습니다.”
“뭔 소리에요. 무슨 키스예요. 혀도 안 들어왔는데, 뽀뽀죠.”
“아닙니다. 저는 조금 혀가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뭐래요. 빨리 가기나 해요.”
“아닙니다. 은지 씨 책임지세요.”
“아아아, 몰라요. 왜 그래요.”
박은지가 손을 휙휙 저으며 산을 내려갔다. 그 뒤를 장석태 중위가 따랐다.
“은지 씨이이이…….”
“아, 왜 그래요.”
그 뒤를 오상진과 한소희도 내려갔다.
“이게 뭔가요?”
“저, 저도 잘 모르겠네요. 하하하…….”
오상진도 멍찐 표정으로 산을 내려왔다.
산 입구에는 토종닭 백숙이 유명한 가게가 있었다. 등산을 한 상태라 몸보신도 하고, 출출한 배도 채울 겸 이 가게로 온 것이었다.
“여기가 유명한 곳이랍니다. 맛도 좋고 말이죠.”
“아, 그렇습니까?”
오상진이 메뉴판을 확인했다. 토종닭 백숙 한 마리에 7만 원가량 했다.
“오오오, 7만 원. 엄청 비싸네요.”
한소희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여기 토종닭이라 그럴 겁니다.”
오상진이 슬쩍 얘기해 줬다. 그때 종업원 아주머니가 왔다.
“어떻게 백숙 해드려요?”
“네. 토종닭으로요. 진짜 토종닭 맞죠?”
“그럼요, 진짜죠. 몇 마리 해드릴까?”
그러자 앞에 앉은 박은지가 말했다.
“무슨 토종닭이에요. 그냥 닭 먹어요.”
장석태 중위도 바로 말했다.
“그래, 우리가 뭐 토종닭 먹으러 왔나.”
하지만 장석태 중위는 솔직히 토종닭을 먹고 싶었다. 그러나 가격대가 솔직히 부담이 되긴 했다. 하지만 오상진이 손을 흔들었다.
“아니에요, 여긴 제가 살 테니까. 우리 토종닭 먹어봐요. 이모, 토종닭으로 주세요. 두 마리.”
“알았어요. 토종닭 맛있어요.”
주문을 받은 아주머니가 갔다. 아주머니가 가고, 박은지가 말했다.
“에이, 뭐한다고 두 마리를 시켜요. 비싸기만 한데요.”
“괜찮아요. 우리 소희 씨가 먹고 싶다고 해서요.”
오상진은 괜히 한소희를 챙겼다. 한소희는 그런 오상진의 말에 기분이 좋았다.
“제가 다 먹을게요. 걱정 마요.”
한소희가 호기롭게 대답했다. 그 모습을 보며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그래요, 우리가 다 먹어요.”
“네.”
오상진과 한소희 두 사람의 쿵짝이 맞았다. 그런 두 사람을 살피는 장석태 중위였다.
‘으음, 그렇군. 저렇게 해야 하는 구나.’
장석태 중위는 오상진과 한소희를 보며 연애를 배우고 있었다.
한소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어디가요?”
“화장실요. 저 잠깐 손 좀 씻고 올게요.”
한소희는 자신의 가방을 챙겨서 화장실로 갔다. 걸어가는 도중에 식사를 하는 커플들의 중얼거림을 들을 수 있었다.
“이게 뭐야?”
“이게 토종닭이야? 생각보다 작네.”
“그래도 쫄깃하긴 하잖아.”
“어떤 것은 좀 질겨요.”
“맛집이라서 왔는데…….”
한소희는 그 소리를 듣고 살짝 고개를 저었다.
‘뭐야? 생각보다 맛집은 아니었나보네.’
한소희는 자신의 욕심에 두 개를 시키긴 했지만 그래도 그런 자신을 챙겨주는 오상진이 고마웠다.
‘다음에는 신중해야겠다.’
그 생각을 하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가방에서 화장을 꺼냈다. 그때 누군가가 화장실에 들어와 한소희 옆에 서서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다.
한소희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옆 사람에게 향했다.
그 순간 한소희의 눈이 커졌다.
‘어머? 이 사람은…….’
한소희는 옆에 선 여자가 낯이 익었다.
‘가만 어디서 봤더라? 그래, 영화관. 거기서 봤지.’
그랬다. 한소희 바로 옆에 있던 여자는 바로 이미선 2소대장이었다. 이미선 2소대장도 거울을 통해 한소희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이미선 2소대장이 고개를 돌려 한소희를 빤히 쳐다봤다. 한소희는 어색하게 웃으며 바로 사과했다.
“아, 미안해요. 아는 사람인 줄 알고요.”
“네에…….”
이미선 2소대장이 손을 씻고 나갔다. 그러다가 힐끔 안에 있는 한소희를 보며 중얼거렸다.
“뭐야? 예쁜 것은 알아가지고…….”
이미선 2소대장이 또각또각 구두소리를 내며 멀어졌다. 그 뒤를 한소희가 바로 뒤쫓았다.
“뭐지? 날 못 알아보나?”
지난 번 영화관 때 얼굴을 부딪친 적이 있어서 이미선 2소대장이 알아볼지도 모른다고 여겼지만 이미선 2소대장이 생각보다 둔했다.
‘그나저나 혼자 왔나? 아니야, 이곳에 혼자 왔을 리가 없어.’
한소희는 순간 영화관에서 본 중대장이라는 그 사람이 떠올랐다.
“설마, 그때 같이 봤던 그 중대장이랑 왔나?”
한소희는 호기심이 생겨났다. 그래서 이미선 2소대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힐끔거리며 몰래 쫓아갔다.
이미선 2소대장은 오상진과 장석태 중위, 박은지가 있는 곳과 반대 방향의 정자로 향하고 있었다. 한소희가 그 근처까지 따라갔다. 그리고 남자를 확인했다.
‘어? 진짜 그 남자네.’
한소희는 놀란 눈이 되었고, 손으로 입을 막았다.
‘세상에…… 진짜 저 남자랑 사귀나.’
한소희가 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뒤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요.”
“네?”
“길 좀 지나갈게요.”
한소희가 좁은 통로를 막고 있었다. 한소희는 바로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한소희는 후다닥 일행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 여자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한소희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시선이 갔다. 그 순간 여자의 눈이 커졌다.
“이,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