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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647화 (647/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647화

45장 까라면 까야죠(116)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저희 소대원들 엄청 착합니다. 게다가 저희 소대는 좀 특별하지 않습니까. 은호도 있고, 태산이도 그렇고 말입니다.”

오상진의 말에 김철환 1중대장이 피식 웃었다.

“하하핫. 맞네. 맞아. 그럴 수도 있겠다. 어쩌다가 너희 소대가 그리 되었냐?”

“그러게 말입니다.”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맞다. 최강철도 특이 케이스잖아.”

“얘, 강철이도 뭐…… 특별 케이스이긴 합니다.”

오상진도 어느 정도는 인정했다. 그러다가 김철환 1중대장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상진아.”

“네.”

“너희 소대는 까다로운 애들도 잘 지내. 그게 참 신기하단 말이야. 이 모든 것이 소대장의 능력인가?”

오상진이 멋쩍게 웃었다.

“에이, 그게 어디 저의 능력입니까. 중대장님께서 다 잘 가르쳐 주신 덕분이죠.”

“자식이…… 아무튼 이래서 내가 널 좋아한다니까. 아무튼 너는 괜찮다 이거지?”

“네.”

“알았어. 내가 사단에 얘기한다.”

“그러십시오.”

오상진이 흔쾌히 승낙했다.

“알았어. 그럼 이만 퇴근해.”

“네. 수고하십시오.”

오상진이 중대장실을 나갔다. 김철환 1중대장이 나종덕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비서실장님.”

-어, 그래. 뭐라고 하던가?

“하겠답니다.”

-그래? 알겠나. 내가 사단장님께 그리 보고하겠네. 수고했어.

“저기 비서실장님.”

-왜?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무슨 부탁?

“이거 사단장님의 지시 사항으로 저희 부대에 공문을 보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왜? 꼭 그렇게 해야 해?

“저희 대대장님께서 많이 서운해하실 것 같습니다.”

-아, 그래? 무슨 말인 줄 알았어. 그걸 대대장 공으로 넘기자 이거지?

“네. 그것이 저랑 오상진 중위도 편할 것 같습니다.”

-알았네. 그렇게 해주지, 뭘 어려운 일이라고. 알았네.

“감사합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전화를 끊었다. 휴대폰을 바라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이러면 대대장님도 좀 좋아하시겠지?”

김철환 1중대장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 * *

주말 아침 오상진은 한소희와 함께 북한산에 나타났다. 북한산 입구에 등산복차림의 장석태 중위가 손을 흔들었다.

“여깁니다. 여기!”

장석태 중위의 얼굴은 해맑았다. 오상진과 한소희가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내셨죠?”

장석태 중위가 물었다. 한소희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이죠. 박은지 씨는요?”

“거의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 그래요? 두 분은 잘 지내셨나요?”

한소희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장석태 중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핫, 물론이죠.”

“잘되었네요.”

한소희가 말을 한 후 몸을 돌려 크게 심호흡을 했다.

“후아, 저 진짜 북한산에 오랜만에 와 보는 것 같아요.”

“아, 그래요? 언제 왔는데요?”

“오상진의 물음에 한소희가 웃으며 말했다.

“어릴 적?”

“어릴 적이요?”

“네. 아빠랑 두 번 와봤나? 호호호.”

“아, 아버님이랑 와봤어요?”

“가족들도 함께 왔죠. 자주는 아닌데 아빠가 가족들 다 모아서 등산을 하고 그러시거든요. 물론 제가 크고 나서는 그럴 기회가 없었지만요.”

“아, 그랬구나.”

“네. 사실 그때는 그냥 요기 입구만 왔다가 내려가고 그랬는데……. 이렇게 본격적인 등산은 처음이에요.”

한소희의 말을 듣고 오상진은 위아래를 쭉 훑었다. 등산복 풀세트 차림이었다.

“와, 완벽하네요. 완전히 꾸미신 거네요.”

“등산하려면 이 정도는 기본 아니에요?”

“하하하, 그렇죠. 멋집니다.”

“당연하죠.”

그때 저 멀리서 박은지가 나타났다. 장석태 중위가 손을 흔들었다.

“은지 씨! 여기에요. 여기!”

그 소리에 오상진과 한소희의 시선이 동시에 돌아갔다.

그런데 박은지의 차림이 좀 과했다. 화장도 평소에는 안 하던 사람이 마치 아줌마처럼 짙게 하고 왔다. 몸매의 굴곡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옷도 입고 나타났다.

물론 한소희가 입고 온 옷도 예뻤다. 그런데 박은지가 입고 온 옷은 뭔 언밸런스해 보였다.

“음, 은지 씨 어서 와요.”

“네,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죠?”

“네, 저희야. 그런데 은지 씨 오늘 옷이…….”

오상진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박은지가 두 팔을 들어 자신의 옷 상태를 확인했다.

“왜요? 많이 이상해요? 아니면 너무 튀나? 의심받을라나?”

박은지는 사뭇 진지한 얼굴로 자신의 옷 상태를 확인했다. 그때 장석태 중위가 앞으로 나섰다.

“잠시만요, 은지 씨, 저 좀…….”

“네?”

“따라와 봐요.”

장석태 중위가 박은지를 데리고 구석으로 갔다. 그리고 박은지를 보며 물었다.

“뭡니까?”

“뭐가요?”

“오늘 우리 등산하기로 하지 않았어요?”

“맞아요. 등산이에요.”

“그런데 왜 이렇게 입고 왔어요?”

장석태 중위의 물음에 박은지가 배시시 웃었다.

“어? 내가 말 안 했나?”

“무슨 말이요?”

“아하, 요새 말이에요. 등산하는 사람들 중에 불륜이 많다고 해서요.”

“네에? 그래서 취재 나오신 겁니까?”

“에이, 겸사겸사죠.”

박은지가 환하게 웃었다. 장석태 중위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그래서 싫어요?”

“싫다기보다는, 잘못했다가 위험하기도 하고…….”

장석태 중위가 금세 꼬리를 내리며 중얼거렸다. 박은지도 자신이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취재를 안 할 수는 없었다.

“저 괜찮아요. 하나도 안 위험해요. 이렇듯 멋진 남자 친구가 있는 걸요.”

박은지가 칭찬에 금방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으흥, 제가 좀 그렇죠. 우리 은지 씨는 내가 지킨다.”

“그래요, 꼭 지켜줘요.”

“네, 알겠습니다. 가시죠.”

“잠깐만요. 대신에 연기 잘하셔야 해요. 절대 이상하게 연기하면 안 돼요. 들키면 진짜 큰일이에요.”

박은지가 단단히 당부를 시켰다. 장석태 중위는 걱정 말라고 말을 했다.

“걱정 마십시오. 연기하면 바로 저! 장석태입니다. 가시죠!”

“네!”

두 사람은 호흡이 척척 맞으며 앞장서서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보는 오상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데 한소희가 가만히 박은지의 펜션을 바라봤다.

“저기 상진 씨.”

“네?”

“요즘 등산복은 저렇게 입어야 해요? 요즘은 저렇게 바뀌었나?”

한소희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오상진은 뜨악한 얼굴이 되었다.

“아, 아닙니다. 지금 소희 씨가 입는 모습이 지긋이 정상입니다.”

“그렇죠? 그런데 은지 씨는 왜 저렇게 입었죠?”

“아무래도 무슨 취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냥 신경 쓰지 말고 올라가죠.”

“취재요? 그래서 북한산으로 불렀구나. 힝, 난 또 우리 상진 씨랑 등산데이트를 하는 줄 알았죠.”

오상진이 씨익 웃으며 한소희의 손을 꽉 잡았다.

“저 사람들은 저 사람들이고, 우리는 우리죠. 난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등산을 해본 적이 없어요. 지금 소희 씨랑 하는 게 처음입니다.”

하지만 이 사실은 거짓말이었다. 과거에 등산을 엄청 많이 했다. 게다가 훈련 중 탄 산을 생각하면…….

한소희는 기분이 좋았다. 자신과 함께하는 등산이 첫 경험이란 사실이 좋았던 것이다.

“어? 정말요? 그럼 저도 등산 처음인 걸로 할게요.”

“조금 전에 등산 몇 번 가봤다면서요.”

“몰라, 몰라요. 난 기억이 하나도 안 나요. 빨리 올라가기나 해요.”

“그래요.”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한소희와 손을 잡고 등산을 시작했다. 그러자 얼마가지 않아 여러 아주머니들이 한소희와 오상진을 보며 말했다.

“어이구야. 예쁜 아가씨네.”

“좋을 때야, 좋을 때야.”

“어머나, 예뻐라. 둘이 얼마나 됐어? 100일?”

“청춘이네. 청춘이라.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아주머니들의 수다에 오상진은 얼굴을 붉게 변했다. 그래서 빨리 한소희를 데리고 올라가려고 했다.

하지만 한소희는 환하게 웃으며 아주머니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변을 달았다.

“네? 제가 좀 예뻐요.”

“사귄지는 한 2년 다 되어가요.”

“아이고, 이제 결혼만 남았네.”

“네. 곧 하려고요.”

오상진이 한소희의 팔을 이끌었다.

“소희 씨.”

“네?”

“그렇게 일일이 답변하지 않으셔도 돼요.”

“왜요? 난 재미있는데.”

“재미있어요?”

오상진의 물음에 한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뭔가 생동감이 넘치지 않아요?”

“아, 생동감…….”

“그런 상진 씨는 내가 이러는 것이 창피해요?”

“전혀요.”

“에이, 아닌데요. 방금 창피해했는데요.”

“아닙니다. 전 그런 적이 없습니다.”

오상진의 발걸음이 조금 빨라졌다. 한소희도 발걸음을 빨리 하며 말했다.

“어어? 뭐예요? 왜 갑자기 빨리 걸어요.”

“아뇨, 전 이게 평상시 걷는 겁니다.”

“아닌데, 지금 막 빨리 걷고 있는데…….”

“착각입니다.”

오상진은 그 아주머니들과 거리가 좀 벌어졌다고 생각하며 속도를 줄였다. 한소희가 조금 숨이 좀 찼다.

“후우, 뭔가 수상쩍지만 일단은 모른 척해 줄게요.”

오상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고마워요.”

“별말씀을요.”

그렇게 그들 두 커플은 주변 경치를 구경하며 등산을 했다.

약 1시간을 걸었을 때 경치 좋은 곳에서 휴식을 취했다. 물도 한 모금 마시고, 간단하게 당분도 섭취를 했다.

그러던 중 박은지가 좋은 경치를 확인하고는 장석태 중위를 봤다.

“저, 석태 씨.”

“네?”

“저 듣고 싶은 것이 있어요.”

“어떤 거요?”

“저기 서서 ‘은지야 사랑한다’라고 외쳐 주세요.”

박은지의 얼굴에 장난기가 바짝 올라 있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부끄럽다고 거절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나이 장석태 중위는 이미 박은지에게 푹 빠져 있었다.

“그 소리가 듣고 싶습니까?”

“네. 해주실 거예요?”

“뭔들 못하겠습니까!”

장석태 중위가 호기롭게 일어났다. 그리고 건너편 산을 향해 소리쳤다.

“은지야, 사랑한다!”

장석태 중위는 환한 얼굴로 박은지를 바라봤다. 마치 ‘자, 어떻습니까? 괜찮죠?’라고 묻고 있었다. 그런데 박은지가 고개를 갸웃했다.

“어?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잘 못 들었어요.”

“네에?”

장석태 중위는 금세 실망한 표정이 되었다. 박은지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작게 말해서 누가 답을 하겠어요. 저쪽 건너편 산에서도 들을 수 있게 큰 목소리로 해줘야죠. 내 남친 군이라고 자랑했는데…….”

“아, 저의 목소리가 좀 작았습니까? 그렇다면…….”

장석태 중위의 표정이 비장하게 바뀌었다. 그리고 크게 호흡을 한 후 외쳤다.

“은지야! 사랑한다.”

박은지는 그제야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반면, 오상진과 한소희는 괜히 부끄러운지 그들과 좀 떨어진 곳으로 갔다.

“왜 내가 창피한 걸까요?”

“저도요.”

“아니면 소희 씨도 해줄까요?”

“미쳤어요? 저 완전 창피하게 만들고 싶으신 거예요?”

한소희가 발끈했다. 오상진이 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습니다.”

“절대 하지 마요.”

“네.”

“그보다 장 중위, 대단해요. 그렇죠?”

“…….”

한소희는 박은지가 좋아하는 모습에 시선이 갔다. 오상진이 그런 한소희를 보며 물었다.

“왜 그래요?”

“상진 씨, 저 생각이 바뀌었어요.”

“네? 무슨 생각이요?”

오상진은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한소희는 고개를 돌려 오상진에게 말했다.

“저도 해줘요.”

“뭘요?”

“석태 씨가 한 거요.”

“네? 아, 아까는 창피하다고 했잖아요.”

“그랬는데요…… 생각이 바뀌었어요.”

“그, 그래도…….”

오상진이 난감해하자 한소희 양볼을 부풀렸다.

“싫어요?”

“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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