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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645화 (645/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645화

45장 까라면 까야죠(114)

“네.”

“와, 쓰레기 같은 새끼네. 알았어, 내가 이 자식은 책임지고 조져줄게. 일단 오늘 취조는 여기까지 하자.”

“감사합니다.”

“뭐가 인마.”

“제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셔서 말입니다.”

“…….”

신종열 헌병과장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잠깐 동안의 정적이 흘러갔다.

“네 얘기 언제든지 들어줄 테니까. 걱정 말고. 그보다 당분간은 영창에서 좀 지내야 할 것 같다. 그건 네가 감수해.”

“괜찮습니다. 그 사람들 곁만 아니면 어디든 괜찮습니다.”

이대강 일병이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신종열 헌병과장이 취조실을 나섰다. 밖에는 원 상사가 대기하고 있었다.

“취조 끝났습니까?”

원 상사는 신종열 헌병 과장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원 상사가 그걸 왜 물어봅니까?”

“취조 끝났으면 영창에 넣으셔야죠. 탈영병 아닙니까.”

원 상사의 말이 신종열 헌병과장의 귀에 ‘영창에 보내면 그때부터 우리가 알아서 한다’ 이런 식으로 들렸다.

신종열 헌병과장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영창에 안 보냅니다.”

“네?”

신종열 헌병과장의 말에 원 상사가 살짝 황당한 얼굴이 되었다.

“탈영을 했으니 당연히 보내야죠.”

“아직 조사할 것이 남았습니다. 그러니 그냥 두십시오.”

“어, 그냥 저대로 두면 문제가 생길 텐데 말입니다.”

“문제가 생겨도 제가 책임집니다. 그보다 원 상사는 제게 할 말 없습니까?”

신종열 헌병과장의 눈빛이 차갑게 바뀌었다. 원 상사가 움찔했다.

“이건 진짜 짚고 넘어갑시다. 아까 왜 그랬습니까? 누가 조사를 하고 있는데 전화기를…….”

“아, 그건…….”

“원 상사. 솔직히 말하십시오. 그쪽에서 뭐 받아먹었습니까?”

“에이, 아닙니다. 절대 그런 적 없습니다.”

“확실합니까? 기회를 줄 때 솔직히 말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저, 지금 말 그대로 빡 돌았습니다.”

신종열 헌병과장의 눈빛에 살기가 맴돌았다.

“원 상사도 알죠, 제 성격? 왕년에 제 별명이 미친개였습니다.”

“아, 압니다. 당연히 알죠.”

원 상사가 괜히 신종열 헌병과장에게 붙으려 했다. 신종열 헌병과장이 뒤로 물러났다.

“쓰읍! 방금 말했습니다. 저 빡 돌았다고 말입니다. 아무튼 원 상사. 걸리는 것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신종열 헌병과장이 날이 선 경고를 날렸다. 지나가는 헌병대를 붙잡고 말했다.

“취조실에 간이침대 넣어 주고, 물도 넣어 줘. 그리고 내 허락 없이 그 누구도 취조실에 들어가지 못하게 지켜! 특히 원 상사는 접근조차 못 하게 해. 이거 어기면 너네 가만 안 둔다.”

헌병대가 슬쩍 옆에 있는 원 상사를 봤다. 원 상사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

“네, 알겠습니다.”

신종열 헌병과장이 다시 한번 원 상사를 날카롭게 노려본 후 복도를 따라 걸어갔다. 원 상사는 멀어지는 신종열 헌병과장의 등을 보며 중얼거렸다.

“하아, 진짜 왜 저러는 거야.”

그때 마침 전화가 왔다. 발신자를 확인한 원 상사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발신자는 또 김상엽 하사였다.

“핫! 이 자식이…….”

원 상사는 잔뜩 인상을 쓰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야, 이 자식아. 내가 너 때문에 지금 얼마나 곤란한 줄 알아!”

-선배님, 아니, 형.

“그리 부르지도 마. 그리고 당분간 나에게 전화하지도 마.”

-네?

“당분간 나에게 전화하지 말라고!”

원 상사는 그 말만 하고 통화종료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심각한 얼굴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러다가 나 헌병대에서 쫓겨나는 거 아냐?”

갑자기 불안해지는 원 상사였다.

장기준 사단장은 헌병대 대대장과 함께 온 신종열 헌병과장의 보고를 받았다.

“으음, 그러니까. 부대에서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거네.”

“네. 그렇습니다.”

헌병대대장이 대답을 했다. 장기준 사단장의 시선이 신종열 헌병과장에게 향했다.

“헌병과장 확실한 거야?”

“네. 이미 보고 올린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자네 생각은?”

“이대로 그냥 넘어가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자체적인 조사가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하긴 그래야겠지.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 탈영병이 생겼으니까.”

“네. 맞습니다.”

헌병대대장이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장기준 사단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헌병대에서 조사에 착수하고 모든 사실을 명백히 밝혀내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사단 내 입단속을 철저히 하고, 조용히 조사하도록 해.”

“그리하겠습니다.”

헌병대대장과 신종열 헌병과장이 인사를 하고 사단장실을 나왔다. 헌병대대장이 신종열 헌병과장을 보며 낮게 말했다.

“헌병과장.”

“네, 대대장님.”

“사단장님의 말씀대로 철저히 조사를 해. 아니, 자네가 직접 나서야 할 거야.”

“안 그래도 그리할 참이었습니다.”

“그래. 보고는 나에게 직접, 하나도 빠짐없이 올리고.”

“네. 알겠습니다.”

다시 헌병대로 복귀하는 신종열 헌병과장의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 타올랐다.

한편, 장기준 사단장은 머리가 아팠다.

“하필 내가 부임하고 얼마 되지 않아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나종덕 비서실장이 조용히 말했다.

“어쨌든 일이 더 커지지 않아 다행입니다.”

“탈영병이 생겼어. 일은 이미 커질 대로 커졌단 말이야.”

“그래도 군단 쪽에 보고는 올리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이대로 자체 조사를 해서 징계를 내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지.”

그때 사단장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장기준 사단장의 시선이 문 쪽으로 향했다.

“들어와.”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며 장석태 중위가 모습을 드러냈다.

“충성.”

“응? 네가 여긴 무슨…….”

장기준 사단장의 눈이 커졌다. 그것은 장석태 중위 옆에 예쁘장한 여자가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 그런데 아리따운 여성분은 누구…….”

장기준 사단장이 의문을 가질 때 장석태 중위가 머쓱한 얼굴로 말했다.

“아, 그게 말입니다. 이분은…….”

장석태 중위가 막 소개를 하려고 할 때 박은지가 먼저 앞서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전 옆에 계신 장석태 중위님의 여자 친구인 박은지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장기준 사단장이 살짝 놀랐다.

“어? 여, 여자 친구…….”

장석태 중위도 놀란 눈으로 옆에 있는 박은지를 바라봤다.

“뭐, 뭡니까. 내 여자 친구? 그럼 우리 사귀는 겁니까?”

반면, 장기준 사단장은 또 다른 의미로 놀라고 있었다.

“뭐야, 장석태. 여자 친구를 데리고 온 것은 처음이잖아. 오우, 반가워요. 일단 여기에 앉아요.”

“네, 감사합니다. 아버님.”

박은지는 환한 얼굴로 아버님 하면서 얘기를 했다. 장기준 사단장은 껄껄 웃으며 상석에 앉았다.

“비서실장.”

“네. 바로 차를 준비하겠습니다.”

나종덕 비서실장이 웃으며 사단장실을 나갔다. 장기준 사단장은 장석태 중위를 보며 입을 뗐다.

“이 녀석아, 여자 친구를 소개시켜 주려면 밖에서 만나지, 왜 이곳으로 데리고 왔어.”

“아, 그것이 말입니다.”

장석태 중위가 슬쩍 장기준 사단장의 시선을 피했다. 그런데 박은지가 또 나섰다.

“제가 아버님을 빨리 뵙고 싶어서 석태 씨에게 졸랐어요.”

“아, 그래요? 왜요? 날 왜 보고 싶어 할까?”

장기준 사단장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러다가 박은지가 가방에서 명함을 꺼내 슬쩍 내밀었다. 장기준 사단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명함을 받았다.

“음, 한국일보 사회부 기자 박은지?”

명함을 확인한 장기준 사단장의 표정이 확 굳어졌다. 그 상태로 장석태 중위를 바라봤다. 어떻게 된 일인지 해명하라는 눈빛을 보냈다.

장석태 중위가 살짝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그게 말입니다. 사단장님…….”

이번에도 박은지가 불쑥 끼어들었다.

“아버님, 석태 씨에게는 잘못이 없어요. 사실 오상진 중위를 제가 잘 알고 있어요. 그 사람과 석태 씨, 더블데이트를 하던 중 제가 탈영병 소식을 알게 되었어요. 그런데 제가 또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그냥 넘길 수가 없더라고요. 이 사람에게 억지를 부려 아버님을 만나 뵙게 해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아버님…… 인터뷰해 주실 거죠?”

박은지가 환하게 웃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모습을 본 장기준 사단장이 한 손으로 머리를 짚으며 ‘끄응’ 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30여 분이 흐른 후 박은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사합니다, 아버님. 종종 찾아뵙겠습니다.”

박은지가 환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서 말고 밖에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물론이죠.”

“그래요. 그럼 다음에 봅시다.”

“네. 아버님.”

장기준 사단장이 피식 웃었다. 해맑게 웃는 박은지의 모습을 보니 웃음만 나왔다.

하지만 기자의 모습일 때의 박은지는 핵심을 콕콕 찌르는 질문을 서슴없이 했다.

‘이거 참, 석태가 잘 만났다고 해야 할지…….’

장기준 사단장은 아직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일단은 좀 더 지켜봐야겠군.’

사단장실을 나온 박은지는 바로 인상을 썼다.

“석태 씨, 진짜 너무 한 거 아니에요?”

“그러게 말입니다. 와, 저도 화가 막 납니다. 아무리 군대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죠? 나도 요즘 애들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박은지가 피식 웃었다.

“석태 씨하고도 나이 차이가 그리 많이 나지 않거든요.”

“하긴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애들처럼 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석태 씨.”

“네.”

“일이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박은지가 물었다. 장석태 중위가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으음, 아무래도 헌병대에서 조사가 들어갔으니 기다려 봐야죠.”

“헌병대에서 제대로 조사를 할까요?”

“그것도 사람에 따라 다른데, 헌병과장님께서 직접 나선다고 했어요. 게다가 사단장님 앞에서 제대로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했으니 잘 조사하겠죠.”

“그러고 난 다음에는요?”

“아무래도 잘못한 사람들은 징계를 받겠죠.”

“그럼 이대강 일병은요? 계속 부대에 남아 있어요?”

“아마 그러지 않을까요? 에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대강 일병 괴롭혔던 사람들은 모두 전출 보낼 겁니다.”

박은지은 장석태 중위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그런데 그 부대에서 이대강 일병을 괴롭힌 것이 민병욱 상병밖에 없는 것은 아니잖아요.”

“네?”

“제가 보기에는 그 내무실 모두 방관자이지 않나요? 다 편 먹고 괴롭힌 거나 다름없잖아요. 민병욱 상병만 전출 보낸다고 해서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박은지의 말을 들은 장석태 중위의 눈이 크게 떠졌다.

“맞아,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이대강 일병이 영창에 있는 동안 공병대대는 헌병대의 조사를 받게 되었다. 한마디로 공병대대가 발칵 뒤집혔다.

“와, 진짜 심각합니다.”

박중근 중사는 커피 자판기에서 뽑은 밀크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 옆에 오상진도 함께 있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이미 곪을 대로 곪아 있는 상태였으니…….”

“네. 아무튼 지금 공병대대는 말이 아니랍니다. 아마 대대장까지 목이 잘릴 판입니다.”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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