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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644화 (644/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644화

45장 까라면 까야죠(113)

“뭐, 새꺄? 똑같은 담배라고? 야, 장우진.”

“네.”

“내 담배 국산 아냐. 일명 세븐이야. 말보르니와 쌍벽을 이루는 세븐 말이야.”

“그런데 애들이 안 훔쳐 갔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채웁니까.”

장우진 병장도 지지 않고 말했다.

“어쭈, 이제 푸른색 견장 달았다고, 큰소리치네. 그래 네가 분대장이다. 난 말년 병장이라서 알아서 찌그러져 있으라는 거네.”

“아, 왜 또 말이 그렇게 나갑니까.”

“맞잖아. 새끼야. 말년 병장 담배는 훔쳐 가도 되는 거 아니야? ”

“그건 아닙니다.”

“아니면 새끼야, 찾아오라고! 어떤 새끼가 훔쳐 갔는지 말이야. 만약 안 찾아놓으면 말년 꼬장이 얼마나 무서운지 몸소 보여줄게. 알았냐!”

김승현 병장이 강하게 소리쳤다. 그러자 다들 인상을 쓰며 어떻게 할지 몰라 했다. 그때 민병욱 상병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김 뱀.”

“왜, 인마. 네가 훔쳐 갔어?”

“그게 아니라. 아까 저녁 먹기 전에 말입니다. 대강이가 김 뱀 관물대에 어슬렁거리는 것을 봤지 말입니다.”

순간 이대강 이병의 눈이 커졌다. 그러자 옆에 있던 임진해 일병도 말했다.

“아아, 저도 본 것 같습니다.”

“네?

“맞다. 저도 본 것 같습니다.”

이대강 이병을 제외한 민병욱 상병 밑에 있는 애들 전부 이대강 이병으로 몰아갔다. 이대강 이병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와, 이렇게 한 사람을 바보로 만들어 버리는구나.’

그때 김승현 병장이 이대강 이병을 불렀다.

“뭐야, 진짜 대강이 네가 훔쳐 갔냐?”

“저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이대강 이병이 두 손을 흔들었다. 민병욱 상병이 불쑥 나섰다.

“야! 솔직하게 말해 새끼야. 네가 솔직하게 말하면 좋게 넘어갈 거잖아. 그런데 너 때문에 뭐야, 분위기를 완전 망쳤잖아.”

민병욱 상병이 이대강 이병을 몰아갔다. 이대강 이병은 정말 억울했다. 그렇지만 자신의 변명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직감했다. 이대강 이병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김승현 병장에게 향했다.

‘저 진짜 아닙니다. 아닙니다.’

이대강 이병이 눈빛으로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승현 병장의 얼굴은 이미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이대강, 너 나 따라나와!”

“기, 김 병장님…… 저 진짜 아닙니다.”

“잔말 말고 튀어나와!”

김승현 병장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이대강 이병이 움찔했다. 여태껏 저렇게 큰 소리로 자신에게 화를 낸 적이 없었다. 김승현 병장이 인상을 쓴 채로 내무실을 나갔다.

이대강 이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소대원들을 쭉 훑었다. 그들 모두 시선을 피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민병욱 상병만이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뭐해? 김 뱀이 부르잖아.”

민병욱 상병이 뻔뻔하게 말했다. 이대강 이병이 김승현 병장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휴게실이 아닌 바로 다른 출입구 밖이었다.

“하아…….”

김승현 병장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강 이병은 잔뜩 억울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김 병장님 저 아시지 않습니까. 저 담배 안 피웁니다.”

“알아, 알고 있어.”

김승현 병장이 조금 전과 다른 말투로 입을 열었다. 이대강 이병이 움찔했다.

“아, 알고 있었습니까?”

“그럼 인마! 네가 전에 담배 안 피운다고 했잖아.”

“그, 그런데 왜…….”

“네가 거기 있으면 병욱이 그 자식에게 자꾸 당하잖아. 그래서 데리고 나왔다.”

“아…… 감사합니다. 전 또…….”

“넌 또 뭐?”

“아닙니다.”

이대강 이병의 얼굴이 한결 밝아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잔뜩 억울해하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김승현 병장은 짜증이 더욱 났다.

“이것들이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그냥 못 본 척하네. 내가 꼭 잡고 만다. 그보다 진짜 누가 가져갔지?”

김승현 병장이 손으로 턱을 어루만지며 고민했다. 그러자 이대강 이병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실 그게 말입니다.”

김승현 병장이 눈을 추켜 떴다.

“너, 뭐 아는 거 있어?”

“사실은 말입니다.”

“그래, 말해봐. 뭐야?”

“아까 화장실 갔다가 들어가는 민 상병이 김 병장님 관물대에서…….”

“그렇지? 그 자식이었지! 아놔, 이 자식을 어떻게 하지?”

김승현 병장은 진짜 화가 많이 난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뻔뻔하게 이대강 이병으로 몰아갔다. 솔직히 김승현 병장도 그때 의심을 했다. 다만 물증이 없었다.

“내가 이 새끼를 진짜…….”

김승현 병장이 곧장 몸을 돌려 내무실로 향했다. 문을 벌컥 열며 소리쳤다.

“야, 민병욱 개X끼야.”

그날 김승현 병장과 민병욱 상병은 하마터면 영창에 갈 뻔했다. 그 일이 있은 후 김승현 병장은 제대하는 그 날까지 민병욱 상병을 못 본 체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김승현 병장은 말년휴가를 다녀온 후 그다음 날 바로 제대를 했다.

그날 저녁 민병욱 상병의 시대를 알리는 웃음소리가 내무실에 가득 울려 퍼졌다.

“하하핫, 김승현 그 새끼. 드디어 제대를 했네. 아, 기분 좋다!”

웃음 가득한 민병욱 상병의 표정이 한순간 싹 사라졌다.

“야, 이대강.”

싸늘한 시선의 민병욱 상병이 이대강 이병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 나 따라와.”

민병욱 상병은 그때부터 임진해 일병과 함께 이대강 이병을 괴롭혀 왔다. 처음에는 툭툭 건드리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약간 반항을 하자, 그걸 꼬투리 잡아서 더욱 심하게 괴롭힘 했다.

그렇게 두 달간 지속되자, 참다못한 이대강 이병이 바로 소원 수리함에 자신의 부당함을 고발했다. 그리고 일주일이 흐른 후 그 쪽지는 어느새 인사장교 손에 들려 있었다.

“으음…….”

내용을 확인한 인사장교가 따로 이대은 1중대장을 따로 불렀다.

“1중대장님.”

“어, 왜?”

“이것 좀 보시지 말입니다.”

“이게 뭔데?”

“제가 조금 전에 소원 수리함에서 꺼낸 겁니다. 아무래도 1중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 같은데 말입니다.”

“뭐라고?”

이대은 1중대장이 확인을 한 후 눈을 부릅떴다. 그 길로 1중대로 내려갔다.

“지금 당장 2소대장 불러와!”

이대은 1중대장이 발끈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최진만 2소대장은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김상엽 하사가 나섰다.

“이대강 같은데 말입니다.”

“이대강? 혹시 신병 아냐?”

“네, 맞습니다. 그리고 제가 중대장님께 보고했는데, 관심병사로 두자고 말입니다.”

“아니 왜?”

“그 녀석 엄살도 심하고 훈련 빠지려고 괜히 뺀질거리고 말입니다.”

“뭐? 진짜야?”

“네. 이번에 제대한 김승현 병장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김승현 병장이 자기 손자라며 끔찍해 챙겼지 않습니까. 그걸 등에 업은 이대강이 좀 까불었나 봅니다. 그래서 병욱이가 훈계를 한 것 같은데……. 그걸 참지 못하고, 쯧쯧쯧.”

“아무리 그래도 소원 수리가 올라오면 어떻게 해. 설마 심하게 한 건 아니지?”

“에이, 절대 아닙니다. 훈계하는 선에서 끝냈다고 했습니다.”

“확실하지?”

“네. 확실합니다. 그리고 이걸 빌미로 녀석을 더 감싼다면 소대 꼴 난리 납니다.”

이대은 1중대장이 인상을 썼다.

“그럼 어떻게 하라고!”

“그냥 저희들에게 맡기시면 알아서 하겠습니다.”

이대은 1중대장이 최진만 소대장과 김상엽 하사를 보며 말했다.

“좋아, 그럼 너희 둘만 믿는다. 알아서 잘 처리해.”

“걱정 마십시오.”

김상엽 하사가 바로 말했다. 그동안 최진만 2소대장은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이대강 이병의 지옥이 시작되었다. 최진만 2소대장 제 딴에는 소대장 노릇 한다고 민병욱 상병과 이대강 이병을 같이 불러서 화해를 시키려고 했다.

“야, 너희 둘이 사이좋게 지내라. 그리고 병욱이는 대강이 그만 괴롭히고.”

순간 민병욱 상병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대강 이병은 괜히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억지로 화해를 시켰다.

김상엽 하사는 원래부터 민병욱 상병이랑 친했다. 이래저래 민병욱 상병이 김상엽 하사를 챙겨 주고 그랬다. 그래서 민병욱 상병 편이었다.

“아, 진짜 미친 새끼가 들어왔네.”

“왜? 무슨 일인데?”

“아시지 않습니까, 그 새끼가 소원 수리 썼지 않습니까.”

“그게 뭐가 중요해. 내가 다 약을 쳐놨으니까, 너는 지금처럼 하면 돼. 걱정 마, 절대 피해 안 갈 테니까. 이미 내가 고문관으로 바꿔놨어.”

“어? 정말입니까?”

“나 몰라? 너희 부소대장이야.”

“알지 말입니다. 하하핫.”

“그 대신에 알지? 적당히 해, 적당해. 심하게 해서 또 소원 수리 적을라.”

“알겠습니다. 적당히 하겠습니다.”

하지만 민병욱 상병의 눈빛은 더욱더 활활 타올랐다.

‘감히 소원 수리를 적어? 이대가 이 새끼 넌 뒤졌어.’

그로부터 이대강 이병의 괴롭힘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해졌다. 게다가 일병 달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그것은 결국 오늘 이대강 일병이 탈영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지금까지 이대강 일병의 얘기를 들은 신종열 헌병과장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뭐라고? 그 새끼들 진짜 어이가 없네.”

신종열 헌병과장도 열이 뻗치는지 그 자리에서 담배를 꺼냈다.

“너 담배 피울래? 아, 너 담배 안 피운다고 했지. 미안하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원래 나가서 피워야 하는데…….”

신종열 헌병과장이 그 자리에서 바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

“후우……. 진짜 열 받네. 그래서 소원 수리 한 번 넣고 난 후에는 다른 간부들에게 도움을 청한 적이 없어?”

“네.”

“하긴 소대장부터 시작해서 부사관 놈들까지 다 한통속인데 누가 널 도와주겠니. 야, 내가 괜히 미안해지네.”

신종열 헌병과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피우고 있던 담배를 끄며 서류를 챙겼다.

“아무튼 이 문제는 내가 책임지고 처리해 줄 테니까. 넌 아무 걱정 마.”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대강아, 이제부터는 네 얘기를 할 거야.”

신종열 헌병과장이 또다시 진지해졌다. 이대강 일병도 어느 정도 감수를 할 생각이었다.

“어떤 경우라도 탈영을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벌을 받아야 해. 게다가 그 과정에서 폭행까지 했잖아. 이 부분에 대해서 나한테 하고 싶은 말 없어?”

이대강 일병은 그 말을 하기 전에 진지해졌다.

“사실 민병욱 상병이 먼저 돌을 들었습니다. 물론 실제로 때릴 생각이 없었다고 말을 한다면 할 말이 없는데…….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전 진짜 그때 ‘저 돌에 맞으면 죽을지도 몰라’ 그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럼 네 말은 정당방위였다?”

“네. 그 돌을 던지려고 하는 것을 제가 막고, 돌을 빼앗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민병욱 상병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른 돌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전 너무 무서워서 그 사람을 멈추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돌을 휘둘렀는데 뒤통수를 때린 것 같습니다.”

이대강 일병은 그때의 일을 상세히 설명을 했다. 신종열 헌병과장이 고개까지 끄덕이며 몰입했다.

“그런데 쓰러지고,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피까지 흘러내리자 덜컥 겁이 났습니다. 그 이후로는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았습니다. 어떻게든 도망을 쳐야 했습니다.”

이대강 일병은 그때의 일을 담담히 얘기했다. 신종열 헌병과장이 안타까운 눈으로 말했다.

“인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돌을 뺏었으면 그냥 다른 곳에 던져 버리지. 왜 그걸로 뒤통수를 후려쳤어.”

“그게, 자신이 제대하면 할머니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해서…….”

신종열 헌병과장이 주먹으로 탁자를 내려쳤다.

“뭐? 그런 개X끼가 다 있어. 정말 그런 말을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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