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643화
45장 까라면 까야죠(112)
이대강 이병이 매우 조심스럽게 물었다. 김승현 병장은 다시 한번 수저로 뽀글이를 떠먹었다. 이번에는 햄까지 함께 얹어서 입으로 가져갔다.
“와, 맛있다. 내 군 생활 중에 이렇게 맛있는 뽀글이는 첨이네.”
“아, 그렇습니까? 다행입니다.”
그제야 이대강 이병의 표정이 밝아졌다. 김승현 병장은 연거푸 입으로 가져갔다.
“이야, 너 잘한다. 요리사 맞네.”
“감사합니다.”
이대강 이병은 김승현 병장의 칭찬에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이야, 그래도 내가 자청해서 불침번 같이 서길 잘했네. 너에게 이런 재주가 있다니…….”
김승현 병장이 신기하다는 듯 뽀글이를 아주 맛나게 먹었다.
“너, 이렇게만 해. 그럼 고참들에게 예쁨받겠다. 내가 없어도 잘하겠어.”
“김 병장님 덕분입니다.”
“당연하지. 그리고 이런 얘기는 안 해주려고 했는데, 원래 이런 건 네가 눈치껏 해야 하거든. 그런데 맛난 뽀글이를 해준 답례로 말해줄게. 내 말 잘 들어라. 절대 장우진은 믿지 마.”
“네?”
이대강 이병은 뜬금없는 말에 눈을 크게 떴다. 그러거나 말거나 김승현 병장은 자기 말만 했다.
“장우진 그 새끼는 자기 일 아니면 만사가 귀찮은 녀석이야. 그러니까, 장우진이 시키는 것만 잘하면 돼.”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민병욱이 있지?”
“네.”
“그 새끼랑은 절대 어울리지 마.”
“…….”
이대강 이병이 눈을 크게 뜨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김승현 병장이 뽀글이 국물을 마저 입에 털어 넣었다.
“커억, 국물 맛도 죽이네. 암튼 그 자식은 자기가 무슨 밖에서 좀 치다 왔다고 허세를 떠는데, 뭣도 아니야. 괜히 후임병들 괴롭히는 것만 할 줄 알고 말이야. 그러니까, 그 녀석 눈 밖에 나지 말고, 적당히 알아서 맞춰줘.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임진해 이 새끼도 태생 자체가 또라이야. 박쥐 같은 녀석이지. 어쨌든 우리 소대에선 요 세 놈만 조심하면 돼.”
“네, 알겠습니다.”
“그래. 이거 진짜 고급 정보다. 너의 편안한 군 생활을 위해 반 이상 알려준 거야.”
“감사합니다.”
이대강 이병이 피식 웃었다. 김승현 병장이 뽀글이 봉지를 휴지통에 버렸다.
“다 먹었냐?”
“네.”
“그럼 들어가서 자자!”
“알겠습니다.”
이대강 이병은 세면대로 가서 수저를 헹군 후 내무실로 들어갔다. 김승현 병장은 어느새 전투복을 벗고 잠이 들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이대강 이병도 서둘러 전투복을 벗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다음 날부터 이대강 이병은 그 세 명을 철저히 경계하며 지냈다. 물론 이병이라는 계급의 본문은 절대 잊지 않고 말이다.
일단 장우진은 김승현 병장의 말대로 이대강 이병에 대해서 별로 관심도 없었다.
민병욱 상병은 몇 번 시비를 걸었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제 갓 일병을 단 임진해 같은 경우는 괜히 친하게 지내자고 말도 붙이고 그랬다.
그러나 이대강 이병은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자 자기가 알아서 떨어졌다. 그렇게 군 생활을 적당히 유지하며 지내던 어느 날이었다.
민병욱 상병과 임진해 일병 두 사람은 휴게실에 있었다. 민병욱 상병이 자신의 주머니를 뒤지다가 임진해 일병에게 말했다.
“야, 담배 좀 줘봐.”
“담배 말입니까? 어? 저 돛대입니다.”
“진짜 돛대야? 아니면 너 죽는다.”
“진짜 돛대입니다.”
임진해 일병은 담배를 보여줬다. 민병욱 상병은 다시 내무실에 갔다 오기가 귀찮았다.
“야, 인마. 그거 주고 넌 새로 가져와.”
“이게 다입니다. 저 없습니다. 담배 사러 가면 되지 않습니까.”
“아, 새끼 거 참……. 넌 맨날 담배 달라고 하면 돛대라고 하더라.”
“진짜입니다. 보여줬지 않습니까.”
“아무튼 줘봐!”
“진짜 돛대는 아버지에게도 안 준다고 했습니다.”
임진해 일병이 완강히 거부를 했다. 민병욱 상병이 눈을 부라렸다.
“야, 새끼야. 내가 네 아버지냐?”
“아니지 말입니다.”
“그러니까, 줘봐!”
“안 됩니다.”
“야, 임진해.”
민병욱 상병이 눈을 부라렸다. 임진해 일병이 순간 움찔했다.
“좋은 말 할 때 내놔.”
“안 되는데…….”
임진해 일병이 울먹이며 한 개 남은 담배를 내밀었다. 그것을 손을 뻗어 꺼냈다. 그러다가 그만 바닥에 떨어졌다. 그런데 하필이면 바닥이 누룩한 곳에 떨어진 것이었다.
“에이, 이게 뭐야!”
민병욱 상병이 짜증을 냈다. 임진해 일병 역시 울상을 지었다.
“아아아, 내 담배. 으악…….”
민병욱 상병이 잔뜩 인상을 쓰며 임진해 일병을 바라봤다.
“야, 너 일부러 그랬지.”
“아닙니다. 제가 왜 일부러 그럽니까.”
임진해 일병이 떨어진 담배를 주웠다. 이미 한쪽이 축축하게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아까워라.”
라이터를 꺼내 축축한 곳을 불로 지졌다. 그런 식으로도 말려서 담배를 피울 작정이었다.
“아, 더러운 새끼. 됐다, 안 피우고 말지.”
민병욱 상병이 인상을 쓰며 일어났다. 휴게실을 나서며 말했다.
“야, 기다려. 담배 가지고 올 테니까.”
임진해 일병은 어쨌든 그 담배를 피우려고 노력을 했다. 그사이 민병욱 상병이 내무실에 들어갔다. 내무실에는 자신보다 고참은 없었다. 후임병 몇 명만 있었다.
“야, 담배 있냐?”
“없습니다.”
요즘 군대도 한창 금연을 권장하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내무실에도 그리 많지는 않았다.
“아, 새끼들……. 담배 좀 피워라.”
“…….”
민병욱 상병이 인상을 쓰다가 슬쩍 김승현 병장 관물대를 봤다.
“맞다. 김 뱀은 담배가 있었지.”
그러면서 김승현 병장 관물대 서랍을 열었다. 그러자 뒤에 있던 후임 한 명이 말했다.
“김 뱀 담배는 안 되는데 말입니다.”
“뭐, 인마? 한 개비 가져간다고 해도 몰라.”
“그래도 철저히 확인하시던 것 같던데 말입니다.”
“몰라, 인마. 너희들만 입 다물면!”
민병욱 상병이 슬쩍 말했다.
“참! 너희들 말이야. 내가 말하는데 앞으로 군 생활 누구랑 많이 하냐? 김 뱀이냐, 나냐?”
“민 상병님입니다.”
“그래, 새끼들아! 처신 잘해.”
민병욱 상병이 그 말을 하고는 김승현 병장 관물대로 갔다. 민병욱 상병이 관물대를 뒤져 담배를 확인했다.
“오호라, 있네. 아직 있어. 말년 병장이 피워봤자 얼마나 피겠어.”
민병욱 상병은 한 개비만 빼려고 했는데, 휴게실에 있을 임진해 일병이 떠올랐다.
“에이씨, 진해 것까지 챙겨가자.”
그러면서 두 개비를 빼갔다. 그리고 남은 후임들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내가 여기서 담배 뺐다는 것을 말하는 녀석 있으면 나에게 뒤진다.”
민병욱 상병이 으름장을 놓은 후 내무실을 나가려고 문을 확 열었다. 때마침 내무실로 들어오는 이대강 이병과 부딪쳤다.
“야, 새꺄! 눈 똑바로 안 떠!”
“이, 이병 이대강. 죄송합니다.”
“비켜!”
민병욱 상병이 이대강 이병의 어깨를 툭 밀치며 나갔다. 이대강 이병은 옆으로 밀렸다.
“이병 이대강.”
“시끄러워, 새꺄!”
그렇게 민병욱 상병이 휴게실로 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대강 이병은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았다.
잠시 후 내무실이 난리가 났다.
김승현 병장은 담배를 피우려고 관물대에 있는 담배를 들었다. 그런데 뭔가 허전했다.
“어라?”
김승현 병장의 눈빛이 이상했다. 담배 개수를 확인하는 듯했다. 그러다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욕을 내뱉었다.
“이런 미친…….”
“왜 그러십니까?”
분대장 견장을 찬 장우진 병장이 물었다. 김승현 병장이 그런 장우진 병장에게 말했다.
“야, 장우진.”
“네.”
“너 분대장 단 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러냐?”
“무슨 말입니까?”
“야, 관물대에 넣어뒀던 내 담배 두 개비가 사라졌거든.”
장우진 병장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에이, 그걸 어떻게 압니까?”
“왜 몰라, 새끼야. 나 새 담배 까고 하나밖에 안 피웠거든? 그런데 봐봐, 3개비가 비잖아. 세 개 중 내가 하나 피웠으니까, 두 개비가 비는 거잖아. 안 그래?”
김승현 병장이 담배 개수가 모자란 것을 직접 확인시켜 줬다. 그러나 장우진 병장은 못 믿는 눈치였다.
“아니, 김 뱀이 두 개를 더 피우셨겠죠.”
“아나, 내가 그걸 기억 못 할까? 나를 완전히 멍청이로 보네.”
“아, 제가 언제 그랬습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이런 거죠!”
“내가 이 나이에 치매냐! 그래서 내가 피운 담배 개수도 기억 못 하게?”
김승현 병장이 눈을 더욱 부라렸다. 장우진 병장의 발언은 오히려 불 난 집에 기름까지 들이붓는 격이었다.
“이 새끼들 내가 가만 안 둬! 자수하면 조용히 넘어가려고 했는데…….”
김승현 병장이 눈을 날카롭게 하며 고개를 홱 돌렸다. 몇몇 소대원들이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바로 민병욱 상병이 담배를 훔쳐 갈 때 그 자리에 있던 녀석들이었다.
“너희들 몰라?”
“모, 모릅니다.”
“진짜 확실 몰라?”
“진짜 모릅니다.”
장우진 병장이 말했다.
“애들 그만 잡으시고, 그만 넘어가십시오.”
“뭘 넘어가? 네가 그런 소리를 하니까 애들이 날 우습게 보는 거 아니야.”
“누가 우습게 본다고 그럽니까.”
“아니야?”
“아닙니다.”
“아무튼 좋은 말 할 때 담배 두 개비 채워 넣어라.”
김승현 병장이 잔뜩 화가 난 상태로 내무실을 나섰다. 장우진 병장이 인상을 쓰며 남은 소대원들에게 물었다.
“야, 누구 그랬냐? 누가 김 뱀 담배 훔쳐 갔냐?”
그러면서 슬쩍 민병욱 상병을 봤다. 민병욱 상병이 움찔하며 말했다.
“왜 절 보십니까? 저 아닙니다.”
민병욱 상병이 오리발을 내밀었다. 장우진 병장의 시선이 이번에는 임진해 일병에게 향했다.
“야, 임진해. 너냐?”
“저 아닙니다. 제가 감히 어떻게 그럽니까.”
“웃긴 새끼, 네가 감히? 넌 그러고도 남을 놈 아니야?”
“아닙니다.”
“너희들 진짜 정말 몰라?”
장우진 병장이 내무실에 있는 소대원들에게 다시 물었다.
“모릅니다.”
“…….”
몇몇은 대답을 했지만 진실을 알고 있는 장병들은 입안에서 맴돌았다.
“야, 너희들 김 병장님 성격 몰라? 저러다가 말년 꼬장부리면 우리 난리나. 알아? 그러니까, 좋은 말 할 때 말해라.”
장우진 병장의 시선이 다시 민병욱 상병에게 향했다. 확실히 장우진 병장도 의심이 갔다. 하지만 물증이 없었다.
“왜 절 쳐다보십니까? 저 진짜 아닙니다.”
“진짜 아니냐?”
“그렇습니다.”
“아, 진짜……. 미치겠네.”
장우진 병장이 인상을 썼다. 그러다가 자신의 담배 두 개비를 빼서 김승현 병장 담배에 넣었다.
“야, 새끼들아. 내가 채워 넣는데…… 제발 좀 담배 작작 피우고, 이렇게 훔치는 짓은 하지 말자.”
장우진 병장이 한마디 하며 자신의 자리로 갔다. 민병욱 상병은 괜히 한 소리 들은 기분이었다. 담배를 피우고 온 김승현 병장이 관물대에 있는 담배를 확인했다.
“어? 이거 뭐냐?”
“담배 아닙니까?”
“이거 내가 피우는 거 아닌데.”
“그냥 피우십시오. 똑같은 담배입니다.”
장우진 병장이 짜증을 내며 말했다. 김승현 병장이 눈을 부라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