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641화
45장 까라면 까야죠(110)
그 시각 헌병대는 이대강 일병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다.
그전에 이대강 일병의 상처 치료를 먼저 했는데, 이대강 일병은 의무대에서 파견 나온 군의관에게 상처를 치료받은 후 취조실에 앉아 있었다.
이대강 일병은 낯선 취조실 분위기에 살짝 겁을 먹은 상태였다.
신종열 헌병과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무 긴장하지 마라. 그냥 네가 겪었던 일과 왜 탈영을 했는지에 대해 솔직하게만 얘기해 주면 돼.”
“아, 알겠습니다.”
“잠깐만, 나 화장실 다녀와서 다시 얘기하자.”
“네.”
“그래.”
신종열 헌병과장이 취조실을 나갔다. 원래 취조는 신종열 헌병과장이 직접하지 않았다. 원래 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 다만, 이번에는 누군가의 부탁이 있었기 때문에 그가 직접 나선 것이었다.
이대강 일병은 손을 꼼지락거리며 대기했다. 그 밖에는 원 상사가 있었다. 원 상사는 휴대폰을 들며 다급하게 말했다.
“야, 짧게 해. 짧게! 알았지?”
원 상사가 바로 휴대폰을 이대강 일병에게 내밀었다.
“야, 전화 받아.”
“네?”
“빨리 받아!”
이대강 일병이 얼떨결에 휴대폰을 받았다.
“여, 여보세요?”
-야, 나 김 하사다.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는 김상엽 하사였다. 이대강 일병이 순간 바짝 얼었다.
“네.”
-너 경고하는데 이상한 소리 지껄이면 너 진짜 가만 안 둔다.
“네?”
이대강 일병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이상한 소리 하지 말라고 새꺄! 너 민병욱네 집이 어떤 집인지 알지?
“네.”
-그 집 장난 아니야. 너 지금 그 자식 뒤통수를 깠다고, 알아?
“…….”
-네가 조용히 입 다물고, 벌 받고 나오면 내가 민병욱하고는 잘 얘기해서 별다른 말 나오지 않도록 할게.
“정말이십니까?”
-그래! 그런데 진짜 경고하는데 만약 허튼소리 하면 너 진짜 죽여 버린다.
이대강 일병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그때 문이 벌컥하고 열리며 신종열 헌병과장이 들어왔다. 이대강 일병의 모습과 원 상사를 보고는 인상을 썼다.
“지금 뭡니까?”
“아, 자,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원 상사는 당황하며 이대강 일병의 손에 쥔 휴대폰을 빼앗으려 했다. 그러나 신종열 헌병과장이 바로 막아섰다. 그리고 손짓을 하며 나가 있으라고 했다. 원 상사는 당황하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신종열 헌병과장은 전화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말했다.
“나가 있으십시오.”
“과, 과장님. 그것이…….”
신종열 헌병과장이 강한 눈빛으로 다시 한번 나직이 말했다.
“나가 있으라고 했습니다!”
그 눈빛을 본 원 상사는 고개를 푹 숙이며 취조실을 나갔다.
‘하아, 시발. 좆 됐네.’
신종열 헌병과장이 고개를 돌려 이대강 일병을 보며 손짓했다.
‘그거 이리 내. 괜찮아.’
이대강 일병이 조심스럽게 휴대폰을 건넸다. 신종열 헌병과장이 그것을 귀에 가져갔다. 때마침 수화기 너머 김상엽 하사의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새끼야! 대답 안 해? 죽고 싶어!? 네가 한번 제대로 죽어봐야 정신을 차리지!
신종열 헌병과장이 피식 웃으며 목소리를 살짝 바꿨다.
“저, 절 어떻게 죽일 생각입니까?”
-허! 야, 이대강! 너 새꺄. 내가 헌병대에 아는 사람이 없을 것 같아? 거기 내가 아는 사람 천지야. 방금 너에게 휴대폰 건네준 사람 있지. 그분도 알고, 무엇보다 널 잡아간 헌병과장님 있지? 그분하고 난 형 동생 하는 사이야.
신종열 헌병과장이 헛웃음을 흘렸다.
“헛! 진짜입니까? 나랑 형 동생 하는 사이였습니까? 난 전혀 그런 기억이 없는데 말입니다.
신종열 헌병과장이 바로 자신의 목소리를 꺼냈다. 순간 수화기 너머 김상엽 하사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
순간의 정적…….
신종열 헌병과장은 혹시나 싶어 통화가 끊겼는지 확인을 했다. 다행히 통화는 끊기지 않았다.
“말해봅시다, 저랑 친하다고 했지 않습니까.”
-누구십…… 니까?
“나? 헌병과장입니다. 그런데 나랑 형 동생 하는 사이라면 내가 기억을 해야 하는데, 전 전혀 기억이 없습니다. 그쪽은 누구시죠?”
-아…….
수화기 너머 많이 당황한 김상엽 하사의 목소리가 있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과장님.
“끊을 생각 하지 마십시오. 지금 원 상사 휴대폰 제가 들고 있습니다. 아니면 제가 원 상사랑 당신 부대 한번 털어 봅니까?”
-죄송합니다.
“자꾸 죄송하다고 하는데 소속과 이름을 밝히십시오. 제가 알아내기 전에 말입니다. 뭐 대충 누군지는 짐작이 가지만…….”
-아, 저기…….
김상엽 하사는 쉽게 말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전화도 끊지 못했다.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을 때 신종열 헌병과장이 입을 열었다.
“셋 셀 동안 말하십시오. 하나, 둘…….”
-대, 대답하겠습니다. 공병대대 1중대 김상엽 하사입니다.
신종열 헌병과장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김상엽 하사! 오케이, 제가 이름이랑 소속 적어놨습니다. 조만간 다시 뵙도록 하죠.”
신종열 헌병과장은 그대로 휴대폰을 끊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 원 상사를 봤다.
“원 상사도 나중에 저랑 따로 얘기 좀 합시다.”
“과, 과장님, 저, 저는…….”
원 상사는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신종열 헌병과장은 그것을 참지 못했다.
“아무리 후배의 부탁이라고 해도, 원 상사는 헌병대입니다.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습니까?”
신종열 헌병과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원 상사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아무튼 이 일은 쉽게 넘어가지 못할 것입니다. 제가 있는 헌병대에서 어떻게……. 됐고, 일단 휴대폰 받으십시오. 나중에 얘기합시다.”
신종열 헌병과장이 휴대폰을 건네며 몸을 돌렸다. 원 상사는 인상을 쓰며 휴대폰을 응시했다.
“하아, 시발…….”
원 상사는 자신이 여기서 끝이라는 것을 바로 직감했다.
신종열 헌병과장이 다시 취조실로 들어갔다. 이대강 일병은 손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신종열 헌병과장이 뒤를 향해 거칠게 말했다.
“아무튼 아직까지 이런 새끼들이 있다니까. 정신을 못 차려, 정신을!”
신종열 헌병과장이 맞은편에 앉았다.
“이대강.”
“네?”
“이제부터 내가 말 편히 할게. 괜찮지?”
“괘, 괜찮습니다.”
“긴장 풀어, 너 안 잡아먹으니까. 무엇보다 너도 상황이 참 지랄 맞다. 그동안 군 생활이 참 고달팠겠어. 혼자서 힘들었겠구나.”
신종열 헌병과장의 따스한 그 한마디에 이대강 일병이 울컥했다. 이대강 일병의 눈에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
“야야, 울지 마! 남자 새끼가 왜 울어.”
이대강 일병이 애써 눈물을 참았다. 손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은 후 신종열 헌병과장을 봤다.
“너 헌병대가 어떤 곳인지 알지?”
“네.”
“그래, 소위 말하는 사회에서는 경찰! 여기는 군대니까, 바로 군 경찰을 말하는 거야. 그래서 네가 무슨 상황이든 그것에 개입되어서는 안 돼. 어쨌든 넌 탈영을 했고, 그것은 우리의 기준으로 봤을 때는 분명한 죄야.”
“…….”
“그런데 몰랐으면 모를까, 네가 이런 상황이라는 것을 알아버렸네. 내가 이대로는 그냥 넘어갈 수는 없네.”
신종열 헌병과장이 다이어리를 펼치며 인자한 얼굴로 말했다.
“자, 이제부터 난 네 편이라고 생각하고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해 봐. 무슨 일이든 하나도 빠짐없이 말해. 다 들어줄 테니까. 그런데 만약에 듣고, 네가 정말 억울하다고 생각이 들면, 탈영한 것을 없애줄 수는 없지만 너 탈영하게 만든 놈들 완전 족쳐줄게. 어때? 이제 말해볼래?”
이대강 일병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신종열 헌병과장을 똑바로 바라봤다. 강인한 눈빛이지만 그 속에 인자한 눈빛이 남아 있었다. 게다가 저 눈빛은 다른 사람에게서도 본 적이 있는 것이었다. 바로 오상진이었다.
‘오 중위님하고 눈빛이 비슷해.’
그래서 앞에 있는 신종열 헌병과장에 대한 믿음이 생겨났다.
“네, 다 말하겠습니다.”
이대강 일병의 눈에 독기가 어렸다.
이대강 일병이 처음부터 고문관 소리를 들은 건 아니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4개월 전, 이대강 일병이 자대배치를 받고 난 후 뭔가 일이 조금씩 어긋났던 것이다.
행정반에는 김승현 병장이 인상을 쓰며 서 있었다. 그 앞에는 최진만 소대장이 자리에 앉아서 얘기를 했다.
“부탁한다. 제대 2달 남겨 두고 할 것도 없잖아.”
“그래도 짬밥이 있지. 제가 왜 신병을 책임집니까?”
“야, 너 아직 분대장이잖아. 거기 푸른 견장 아직 달고 있으면 책임을 져야지.”
“분대장 견장 떼어 가십시오. 이제 서서히 물려줄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야, 내가 저 장우진을 믿겠냐? 아직 상병이다, 상병!”
그러자 김승현 병장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게, 왜 이렇게 차이 나게 받았습니까.”
“그게 내 탓이냐. 내 탓이야? 그리고 내가 있을 때 받았냐?”
최진반 2소대장도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김승현 병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하긴 소대장님도 짬이 없었죠.”
“야이씨, 소대장 갈구냐.”
“그렇다는 거죠. 또 괜히 성질 냅니다.”
“야, 내가 언제……. 아무튼 김 병장! 좀 도와주라. 내가 너 말고 누구에게 이런 부탁을 하겠냐. 응?”
최진만 2소대장이 김승현 병장에게 애원했다. 그를 바라보던 김승현 병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내가 진짜……. 알겠습니다.
“그래, 그래. 역시 김 병장이야.”
“됐습니다.”
김승현 병장이 행정반을 나갔다. 내무실로 향하며 인상을 썼다.
“내 짬에 무슨……. 애 돌봄이도 아니고 말이야.”
그렇게 중얼거리며 2소대 내무실 앞에 섰다. 그런데 신병은 이미 소대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신병.”
“이병 이대강.”
“어쭈, 목소리 봐라. 신병.”
“이병 이대강!”
“너 인마, 군 생활 똑바로 해라.”
“네. 알겠습니다.”
“고참들 말 잘 듣고! 안 그러면 너 뒤진다.”
“네, 알겠습니다.”
이대강 이병은 잔뜩 긴장한 채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옆에는 다른 고참들이 킥킥거리며 웃고 있었다. 이제 갓 상병을 단 민병욱이 모든 것을 주관했다.
“애인 있냐?”
“어, 없습니다.”
“없어? 동생은?”
“남동생이 있습니다.”
“여동생은?”
“없습니다.”
“없어?”
“네. 그렇습니다.”
“야, 새끼야. 여동생 없으면 군 생활 끝나?”
“아닙니다. 너 복창해. 내 군 생활은 완전 꼬였다.”
“네?”
이대강 이병이 당황했다. 민병욱 상병이 인상을 썼다.
“귀 막혔냐?”
“아닙니다.”
“막히지 않았으면 군 생활 끝나냐?”
“아닙니다.”
“그럼 고참이 힘들게 다시 말해줘야 해?”
“아, 아닙니다.”
“그런데 왜 두 번 말하게 해? 돌았냐?”
“아닙니다.”
“넌 할 줄 아는 말이 ‘아닙니다’뿐이냐?”
“아닙…….”
이대강 이병이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민병욱 상병이 눈을 부라렸다.
“어쭈, 신병이 빠져 가지고 고참이 물어보는데 입을 다물어!”
“아닙니다.”
“새끼, 또 ‘아닙니다’하네. 너 진짜 ‘아닙니다’밖에 할 줄 모르냐?”
“그, 그게…….”
“이것 봐라. 신병이 말끝을 흐리네.”
민병욱 상병은 계속해서 이대강 이병을 곤란하게 했다. 주위에 있던 고참들은 계속해서 킥킥거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승현 병장이 어이없어했다.
“야, 새끼들아. 지금 뭐 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