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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640화 (640/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640화

45장 까라면 까야죠(109)

그때 휴게실 쪽으로 화기중대장이 나타났다.

“아, 두 분 여기 계셨습니까?”

3중대장과 5중대장이 움찔했다.

“화, 화기 중대장.”

“네, 저도 담배 하나 피우려고 왔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화기중대장이 담배를 꺼냈다. 그러자 5중대장이 손에 들고 있던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아, 감사합니다.”

화기중대장이 담배를 깊게 한 모금 마신 후 내뱉었다.

“후우……. 정말 지랄 같지 않습니까? 아니지, 무슨 운이 전부 1중대에게 간 것 같습니다.”

화기중대장도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3중대장과 5중대장의 표정이 풀어졌다.

“그렇죠. 뭔 운이 저리도 강한지…….”

그러다가 화기중대장이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제가 듣기로는 오상진 중위가 있지 않습니까?”

화기중대장의 말에 두 사람의 눈이 반짝였다.

“오 중위가 왜 그럽니까?”

“그러니까, 오 중위 소대에 이번에 탈영한 동생이 있지 않습니까.”

“동생? 그러니까, 공병대대에서 탈영한 놈의 동생이 오상진 소대에 있다는 말씀입니까?”

3중대장이 눈을 번쩍이며 물었다. 화기중대장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네.”

“어라? 그런데 형제가 같이 들어온 겁니까? 아니지, 탈영한 그 친구 일병이지 않습니까?”

“뭐, 형이 군대에 가고, 지원해서 바로 들어온 것 같은데 말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냄새가 좀 나지 않습니까?”

“어떤 냄새 말입니까?”

“뭐가 구린 냄새 말입니다.”

3중대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구린 냄새가 구체적으로…….”

“잘 생각해 보십시오. 동생이 우리 부대에, 형은 공병대대에 분명 동생은 형이 그곳에 있다는 걸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럼 서로 연락을 주고받았지 않겠습니까?”

“오호라, 당연히 연락을 주고받았겠죠.”

5중대장이 박수를 치며 동조했다. 그러면서 화기중대장이 은근슬쩍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탈영에 대한 정보도 듣지 않았겠습니까?”

화기중대장이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5중대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탈영을 말하고 하겠습니까? 그냥 운이 좋았던 겁니다.”

5중대장은 얼토당토않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히 듣고 있던 3중대장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아니, 5중대장.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네?”

5중대장의 눈이 커졌다.

“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일방적이지 않아? 막말로 봐봐, 오상진이 운이 좋아서 멧돼지를 잡고, 운이 좋아서 살인범을 잡았겠어? 이번에도 운이 좋아서 그 녀석을 잡았다고 생각해? 분명 둘이 연락을 주고받았다면 형이 동생에게 어떤 언질이라도 했겠지. 그렇기 않고서야, 하도 많은 곳들 중에 그곳으로 탈영병이 왔겠냐?”

5중대장은 물론 말이 안 된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3중대장의 말을 잘 듣고 보면 또 일리는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둘이 전화로 그런 얘기를 주고받았다는 것은 좀……. 생각을 해보십시오. 전화했다고 해도, 누가 지키고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5중대장의 말에 3중대장이 움찔했다.

“말이 그렇다는 거야. 말이! 어쨌든 그럴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자는 거지.”

“아, 그런 겁니까?”

“그래!”

“일리는 있습니다. 아무튼 전 꼴 보기 싫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듯 세 중대장은 괜히 말도 안 되는 억측을 늘어놓았다. 이런 식으로도 마음을 달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오상진은 중대장실을 나와 1소대로 향했다. 김철환 1중대장이 같이 집에 가자고 했지만 오상진은 거절을 했다. 그전에 일단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다. 1소대에 복귀한 소대원들은 서로에게 인사를 했다.

“다들 고생들 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강태산 이병과, 이세강 이병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온 소대원들에게 말했다.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그런데 탈영병은 잡았습니까?”

“그래.”

“어디서 말입니까?”

강태산 이병의 끊임없는 질문에 이세강 이병도 귀를 쫑긋했다.

“그런데 탈영병이 누굽니까? 어떤 개념 없는 놈이 탈영을 했답니까?”

강태산 이병은 해맑게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한태수 상병이 장구류를 정리하다가 강태산 이병을 봤다.

“강태산!”

“이병 강태산.”

“말 조심해!”

“네?”

강태산 이병은 갑작스러운 꾸지람에 눈을 크게 떴다. 한태수 상병은 여전히 무서운 얼굴로 말했다.

“탈영병이 누굴 줄 알고 함부로 말하고 그래!”

“저, 저는 그냥 탈영병이 누군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서 물어본 것인데 말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네 주변 사람 일이라고 생각하면 그럴 수 있어?”

“……죄송합니다.”

강태산 이병은 괜히 야단을 맞고, 시무룩해졌다. 이세강 이병의 눈빛이 반짝였다.

‘주변 사람?’

이세강 이병은 뭔가 이상했다. 강태산 이병에게 네 주변 사람이라고 했다. 그렇다는 것은 일단 자신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서, 설마 탈영병이…….’

이세강 이병의 눈이 크게 떠졌다. 한태수 상병이 이세강 이병의 변화 된 것을 확인했다.

“한 상병님…….”

“왜? 무, 무슨 일인데…….”

한태수 상병도 변한 이세강 이병의 모습에 당황하며 말까지 꼬였다.

그때였다.

내무실 문이 열리고 오상진이 들어왔다.

“다들 고생했다.”

“아닙니다.”

“그래, 편히 쉬고. 그리고 해진아.”

“병장 이해진.”

“우리 1소대만 특별히 뜨거운 물에 샤워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준단다. 시간 봐서, 샤워장으로 이동해서 다들 샤워해라.”

“오오, 뜨거운 물에 샤워.”

“이야, 안 그래도 뜨거운 물이 그리웠는데.”

“완전 좋습니다.”

나름 괜찮은 포상에 소대원들의 표정이 좋아졌다. 오상진이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혹시 다친 사람 있나?”

“없습니다.”

“만약에 내일이라도 이상 있는 사람은 바로 소대장에게 보고 할 수 있도록. 해진아.”

“병장 이해진. 네, 알겠습니다.”

그때 김도진 중사가 나타났다. 그의 손에는 박스가 들려 있었다.

“어? 소대장님도 계셨습니다.”

“행보관님…….”

“아, 애들 고생했다고 부식가지고 왔습니다. 얘들아, 사발면이다. 저녁 부실했지? 일단 이걸로 대신하자.”

김도진 중사가 환하게 웃으며 박스를 내려놓았다. 소대원들의 표정이 더욱 밝아졌다.

“와, 안 그래도 출출했는데 감사합니다.”

“사발면이다. 사발면이야.”

애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다가 김도진 중사가 슬쩍 말했다.

“소대장님 1소대가 잡았다고 들었습니다.”

“아, 네에…….”

오상진은 슬쩍 이세강 이병을 의식하며 대답했다. 김도진 중사는 그것도 모르고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지금 난리도 아닙니다. 난리도……. 우리 중대 얘기하느라 말입니다.”

“그렇습니까?”

“참, 여기 막내가 누구냐? 밖에 맛스타도 가져 왔으니까. 나눠줘라.”

그런데 막내라고 나온 것이 바로 이세강 이병이었다.

“이병 이세강.”

“이세강?”

김도진 중사가 깜짝 놀랐다. 곧바로 오상진에게 시선이 갔다. 오상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김도진 중사는 일단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았다.

“으음, 다, 다들 맛나게 먹어라. 소대장님 그럼 전 이만…….”

김도진 중사는 살짝 민망한 얼굴로 서둘러 내무실을 나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오상진이 속으로 생각했다.

‘에효, 이런 상황에서 비밀이 얼마나 유지가 되겠냐.’

오상진은 사발면과 맛스타를 나눠주는 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

“다들 맛나게 먹고. 세강아.”

“이병 이세강.”

“넌 나 따라와라.”

“지, 지금 말입니까?”

이세강 이병이 부식을 바라봤다. 오상진이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세강이 것은 남겨둬라.”

“알겠습니다.”

그럼에도 이세강 이병은 쉽사리 사발면과 맛스타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오상진은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세강아, 네 것 가지고 따라와.”

“네, 알겠습니다.”

그제야 이세강 이병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일단 이세강 이병은 사발면과 맛스타가 마냥 좋을 때였다.

상담실로 온 오상진과 이세강 이병.

“저기 물 받아서 먹어라.”

“소대장님은 안 드십니까?”

“난 괜찮다.”

이세강 이병은 사발면에 뜨거운 물을 받아서 왔다. 사발면이 익을 동안 맛스타를 따서 맛나게 먹었다. 그렇게 야무지게 먹는 이세강 이병을 보며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맛있어?”

“네, 정말 맛있습니다.”

이세강 이병이 환하게 웃었다. 마지막을 사발면 국물까지 싹 비웠다. 그것을 보고 난 후 오상진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다 먹었냐?”

“네. 진짜 맛있습니다.”

“그래, 맛있다니 다행이네. 그런데 세강아.”

“이병 이세강.”

“지금부터 소대장이 어려운 얘기를 할 거야. 당황하지 말고 들어.”

“…….”

이세강 이병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오상진은 그런 이세강 이병이 흥분하지 않게 조용히 담담하게 상황을 설명해 줬다.

이세강 이병은 자신의 형이 탈영했다는 말에 몇 번이나 놀랐다. 그리고 계속해서 들으며 움찔거렸다.

그렇게 충격을 받은 모습이던 이세강 이병은 마지막 이대강 일병이 자수를 했다는 소식에 표정이 좀 풀어졌다.

그리고 최대한 선처를 받을 것이다라는 말에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감사합니다, 소대장님.”

“소대장이 한 것이 뭐가 있다고.”

“아닙니다, 다른 분에게 잡혔다면 이렇게까지 도움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소대장이 할 말이 없다.”

“그래도 소대장님. 저희 형 좀 도와주십시오. 저는 정말 형밖에 없습니다. 사실 이런 말씀까지 안 드리려고 했는데 저희 형이…….”

오상진이 바로 말했다.

“알고 있다.”

“네?”

“태수에게 들었다.”

“한태수 상병 말입니까?”

“그래. 그래서 소대장도 맘이 아프다. 어떻게든 소대장도 도울 방법을 찾아볼 테니까. 넌 걱정 말고 군 생활을 잘할 생각만 해. 허튼 생각도 하지 말고.”

“네.”

“어찌 되었든 형은 처벌을 피할 수는 없을 거야. 어떤 이유든 탈영은 탈영이야.”

“…….”

이세강 이병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래도 너희 형이 잘못을 한 만큼만 처벌을 받을 수 있게 할 테니까. 소대장을 믿고 있어.”

“네. 소대장님. 그렇게만 해주십시오.”

“좋아, 대신에 너도 약속 하나만 하자.”

“말씀하십시오.”

“형 문제에 대해서는 너무 맘 쓰지 않도록 하자. 네가 형을 좋아하고, 하나밖에 없는 형이라고 하지만. 너무 그쪽으로 신경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넌 충성대대 1중대 1소대에 있는 이세강 이병이야. 그러니 지금 이대로 군 생활을 쭉 했으면 좋겠다.”

“네, 알겠습니다.”

이세강 이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오상진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알았다. 이만 가 봐라.”

“네.”

이세강 이병이 자리에서 일어나 경례를 했다.

“충성.”

“그래.”

이세강 이병이 상담실을 나갔다. 그가 나가고 홀로 남은 오상진은 한 숨을 내쉬었다.

“아이고…….”

막말로 이세강도 이세강이지만 그의 형인 이대강도 참 여린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나저나 우리 대강이는 뭐 하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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