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639화
45장 까라면 까야죠(108)
충성대대 3중대도 밤이 찾아오자 2인 1조로 정해진 지역으로 가서 경계를 섰다.
그들 모두 눈을 반짝이며 이곳저곳을 분주히 확인했다. 3중대장도 일일이 돌아다니며 장병들을 독려했다.
“야, 정신 차려라. 눈 똑바로 뜨고! 알았냐!”
“네, 알겠습니다.”
“조금의 이상도 보고해라, 절대 놓치면 안 된다.”
3중대장의 목소리는 더욱 힘이 들어갔다. 그렇게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는데 뒤쪽에서 부스럭 소리가 들려왔다. 3중대장의 눈이 반짝였다.
“뭐, 뭐야? 무슨 소리야?”
경례를 보던 장병 하나가 입을 열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럼 뭐야?”
“바람 소리에 흩날린 것입니다.”
“어떤 소리든! 일단 그곳으로 가서 확인부터 해야지. 어서 가 봐.”
“네, 알겠습니다.”
3중대장의 닦달에 애꿎은 장병들만 고생을 했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3중대장은 이번 탈영병 사건을 기회로 삼을 생각이었다.
‘이번에 꼭 잡는다. 어차피 대대장하고는 완전히 틀어졌어. 내가 노릴 상대는 사단장님이다. 탈영병을 잡아서 바로 사단장님께 보고한다.’
3중대장은 큰 꿈을 그리고 있었다. 3중대장뿐만이 아니었다. 모든 중대장들이 이번을 기회라 생각했다. 자신의 진급에 하나의 장치가 되어줄 기회로 말이다.
“잘 확인해라. 이번에는 우리가 꼭 잡는다.”
“방심은 절대 금물! 조금의 이상이 있는 것도 포착해라.”
“이번에 탈영병을 잡는 자에게 중대장이 특별히 포상휴가를 지급하겠다. 잊지 마라, 확실히 잡아야 한다.”
모든 중대장들이 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을 때 각 중대장 옆에 있던 통신병에게 무전이 날아왔다.
-취익, 여기는 알파! 모든 중대에게 전파한다. 상황 종료! 상황 종료! 모두 부대로 복귀하라는 지시. 다시 한번 전파합니다. 상황 종료! 상황 종료! 모두 부대로 복귀. 이상 끝! 취익!
통신병이 확인을 한 후 중대장을 봤다.
“왜?”
“방금 통신이 왔습니다.”
“뭐라고?”
“상황이 종료되었다고 합니다. 지금 즉시 부대로 복귀하라고 합니다.”
통신병의 전언에 각 중대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특히 3중대장은 지금 상황을 믿지 못하는 것 같았다.
“상황 종료?”
옆에 있던 1소대장이 입을 뗐다.
“중대장님, 아무래도 잡혔나 봅니다.”
“아, 시발! 어디서 잡힌 거야?”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서 알아봐!”
“네, 알겠습니다.”
그러자 부사관 한 명이 재빨리 부사관 네트워크를 가동해 상황을 알아봤다.
잠깐의 시간이 흐른 후 부사관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중대장님!”
“뭐야? 확실히 잡힌 거 맞아?”
“네. 잡혔다고 합니다.”
“확실해? 잡힌 것이 맞아?”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장병은 무사하다고 합니다.”
“무사해? 그건 다행이네. 그보다 어떻게 잡았대?”
“잡았다기보다는 자수를 했다고 합니다.”
“뭐? 자수? 자수가 어디 있어. 여기까지 와놓구선. 말 같은 소리를 해! 어디서 잡은 거야?”
“그게…….”
부사관이 머뭇거렸다. 3중대장이 바로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빨리 말해! 어디야!”
“1중대 1소대랍니다.”
“서, 설마……. 진짜야?”
“네, 몇 번이고 확인을 했습니다.”
3중대장은 순간 모든 힘이 쭉 빠지는 것 같았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하아…… 하늘은 왜 날 두고 1중대장을 보냈지? 이거 편애가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3중대장은 밤하늘에 원망을 쏟아냈다.
그렇게 모든 병력이 철수했다.
이미 상황이 종료가 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작전은 무의미했다. 그 중 1중대 1소대는 가장 늦게 복귀를 했다. 육공트럭이 1소대가 있는 곳에 도착을 했다.
“자자, 모두 차량에 탑승한다.”
“네.”
1소대원들은 박중근 중사의 지시에 따라 육공트럭에 올라탔다. 이대강 일병은 이미 헌병대에 인계가 된 상태였다.
그리고 헌병대에서 자체 조사를 받고, 징계를 받을 예정이었다. 물론 꼼꼼한 수사가 진행 될 것이다.
“모두 탑승 완료했습니다.”
“그럼 복귀하도록 하시죠.”
오상진이 차량에 올라탔다. 곧이어 육공트럭이 출발을 하며 부대로 향했다. 그사이 차량 뒤에 탑승한 1소대원들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탈영병이 누군지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 누구도 먼저 말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다가 노현래 일병이 옆에 앉은 이해진 병장을 불렀다.
“저기 이해진 병장님.”
“왜?”
“이대강 일병이 혹시…….”
이해진 병장이 눈을 부릅떴다.
“쓰읍! 야, 노현래 너 생각 없어? 그 얘기를 지금 왜 꺼내고 그래?”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이해진 병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네가 생각한 것이 맞아. 세강이 형.”
이해진 병장이 곧장 한태수 상병을 봤다.
“태수야, 맞지?”
“네, 맞습니다. 세강이 형입니다.”
이해진 병장은 진지한 얼굴로 입을 뗐다.
“얘들아, 부대 복귀하면 입 조심하자. 되도록 세강이 귀에 들어가는 것을 늦춰! 어차피 알게 되겠지만…….”
“네, 알겠습니다.”
1소대원들도 알고 있었다. 만약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이세강 이병은 많은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제대로 된 군 생활도 힘들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한다. 오늘 이 일에 대해서 입도 뻥긋하지 마!”
“알겠습니다.”
“태수야.”
“상병 한태수.”
“네가 좀 신경 써라.”
“제가 아예 세강이 옆에 바짝 붙어 있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줘.”
“알겠습니다.”
한편, 앞 조수석 쪽에 앉은 박중근 중사는 힐끔 뒤쪽을 응시했다. 작은 창을 통해 뒤를 확인한 박중근 중사가 옆에 있는 오상진에게 말했다.
“애들 표정이 좋지 못합니다.”
“그렇겠죠.”
“아무래도 걱정이 많은 모양입니다.”
“그럴 겁니다. 애들이 워낙에 착해서 세강이 걱정을 하고 있을 겁니다.”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세강이를 위해서는 비밀로 해야 하는데…….”
“솔직히 비밀이 계속 지켜지긴 어렵지 않겠습니까?”
“저도 그리 생각은 합니다. 솔직히 지금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오상진도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이세강 이병이 알게 될 것이라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아무리 쉬쉬 한다고 해도 소문은 쉽사리 잠재우지 못할 거라는 것도 말이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이세강 이병이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
“형 밖에 모르는 형 바보 놈인데…….”
박중근 중사도 이세강 이병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오상진도 그 부분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었다.
“어차피 알게 될 거 제가 먼저 알려주는 것은 어떻습니까?”
오상진의 물음에 박중근 중사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게 더 좋지 않겠습니까.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막말로 군 생활을 그리 잘하는 병사도 여자 친구랑 헤어지면 난리가 나지 않습니까. 솔직히 이세강 이병이 저러다가 삐뚤어 질까 봐 무섭습니다.”
박중근 중사가 솔직하게 말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무래도 제가 세강이를 따로 불러서 말해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네. 그리 하시죠.”
오상진이 결론을 내렸고, 육공트럭은 위병소를 지나 부대 연병장에 도착을 했다.
오상진은 행정반으로 갔다가 김철환 1중대장이 나타났다.
“1소대장.”
“네.”
“대대장님께서 찾으신다. 올라가자!”
“저도 말입니까?”
“그래!”
“알겠습니다.”
오상진은 김철환 1중대장과 함께 바로 대대장실로 올라갔다. 김철환 1중대장이 문을 두드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충성, 1중대 복귀했습니다.”
한종태 대대장이 환한 얼굴로 그런 두 사람을 맞이했다.
“어이구, 이게 누구야. 김철환! 이리 와.”
“네.”
김철환 1중대장이 한종태 대대장 앞으로 갔다. 한종태 대대장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김철환 1중대장의 어깨를 두드렸다.
“잘했어, 잘했어! 내가 1중대장 때문에 산다. 살아!”
“아닙니다, 다 같이 고생을 했습니다.”
“그래, 네가 잡은 거야?”
“제가 아니라, 1소대장입니다.”
“뭐야? 또 오 중위야?”
한종태 대대장의 시선이 오상진에게 향했다.
“이리와, 오 중위.”
“네.”
오상진이 앞으로 나갔다. 한종태 대대장이 오상진을 와락 안았다. 오상진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잘했어. 잘한 거야.”
한종태 대대장이 오상진의 몸에서 떨어지며 물었다.
“어떻게 잡은 거야?”
“이대강 일병이 다행스럽게도 저희가 포획했던 곳으로 움직여서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그쪽으로 가서 상황을 지켜보라는 저희 중대장님의 탁월한 지휘 덕분입니다.”
오상진은 곧바로 김철환 1중대장을 띄워줬다. 김철환 1중대장의 입가로 스르륵 미소가 번졌다. 한종태 대대장은 흐뭇한 얼굴로 오상진을 봤다.
“아무튼 오상진 중위. 보면 볼수록 맘에 들어.”
그러다가 힐끔 김철환 1중대장에게 시선이 갔다.
“김철환이! 어때? 정말 자네는 부하하나 잘 뒀어.”
김철환 1중대장이 바로 입을 뗐다.
“저나 1소대장은 전부 대대장님 부하이지 않습니까.”
한종태 대대장은 크게 감명 받은 듯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암 그렇고말고. 역시 김철환이, 말하는 것도 참 예쁘게 하네. 이러니 내가 자네를 신임하는 것이 아닌가.”
한종태 대대장은 껄껄 웃음을 흘렸다. 한종태 대대장의 시선은 이내 대대장실에 모여 있는 각 중대장들에게 향했다.
“야, 너희들도 좀 배워라. 아니, 1중대장 반만이라도 해라. 도대체 너희들은 뭘 하고 있냐. 아니, 1중대가 없으면 우리 충성대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한종태 대대장은 아예 노골적으로 1중대를 편애했다.
“…….”
이런 상황인데도 각 중대장들은 쉽게 반박하지 못했다. 얼굴만 잔뜩 굳어 있었다.
“아무튼 고생들은 했다. 모두 돌아가 쉬도록 해.”
“알겠습니다.”
각 중대장들이 하나 둘 대대장실을 나섰다. 그런데 한종태 대대장이 다시 1중대장을 불렀다.
“김철환이.”
“네.”
“어때 오늘? 소주 한잔하자!”
곽부용 작전과장이 바로 끼어들었다.
“대대장님, 오늘 일요일입니다. 작전 하느라 힘들었을 것입니다. 집에 보내서 쉬게 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며칠 있다가 따로 시간을 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대대장님께서는 사단에 가서 보고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 맞다. 그렇군. 어험, 그럼 김철환이.”
“네.”
“언제 따로 시간 내서 한잔하자고.”
“네, 알겠습니다.”
“그래 가서 쉬어.”
“충성.”
김철환 1중대장은 급히 경례를 하고, 오상진을 데리고 나갔다.
“빨리 가자. 빨리 가.”
한편, 3중대장과 5중대장은 쉽게 집으로 가지 못했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잠시 휴게실에 들려 담배를 폈다.
“하아, 제기랄…….”
3중대장 입에서 거친 목소리가 튀어 나왔다. 5중대장은 그런 3중대장을 말리지 않았다. 솔직히 5중대장도 짜증이 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맨날 1중대, 1중대……. 시발, 나는 고생 안 했냐고!”
“맞습니다, 3중대장님. 요즘 보면 대대장님께서는 너무 1중대만 편애하시는 것 같습니다.”
“칫, 같은 육사 출신이다 이거지.”
“맞아, 같은 육사 출신이라고 그런 거지. 우리는 백날 열심히 해봤자. 소용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