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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638화 (638/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638화

45장 까라면 까야죠(107)

박중근 중사가 살짝 뜸을 들였다. 아무리 잘못을 했어도 같은 부사관이었다. 부사관에 대해서 안 좋은 얘기를 한다는 것이 좀 그랬다.

“저도 이런 말씀은 안 드리려고 했는데 말입니다. 처음에는 뜬소문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제 동기 놈에게 몰래 제안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

김철환 1중대장이 놀란 눈이 되었다.

“그런데 저 친구는 왜 계속 그곳에 있는 거지? 안 들킨 거야?”

“저 친구 큰 아버지가 타부대 사단급 원사로 있다고 들었습니다.”

“원사?”

김철환 1중대장이 조금 이해가 되었다. 물론 오상진도 마찬가지였다. 부사관들 중에서는 탑이었다. 오상진이 지금까지의 일을 종합해 봤을 때 박중근 중사의 의심이 타당성이 있어보였다.

‘진짜 다른 꿍꿍이가 있나?’

오상진은 일단 안전장치를 마련해 놔야 할 것 같았다.

“아무래도 종합적으로 봤을 때 박 중사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진짜 맞습니다.”

박중근 중사도 오상진이 자신의 말을 믿어주자, 강한 자신감의 눈빛이 되었다. 김철환 1중대장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저기 가서 내가 무슨 수를 쓸려고 그러냐고 물어볼까?”

“그것보다 제가 전화 한 통을 먼저 하고 오겠습니다.”

오상진이 휴대폰을 꺼내 구석으로 가려고 했다. 김철환 1중대장이 바로 물었다.

“어디 전화 하려고. 설마 사단장님께 전화하는 건 아니지?”

“에이, 제가 어떻게 사단장님께 직접 전화를 합니까. 그보다 더 확실한 분께 전화하는 겁니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어이구, 이게 누구야. 오 중위!

“충성. 반갑습니다. 임 소령님. 그동안 잘 지내셨죠?”

오상진의 선택은 임 소령이었다.

임 소령은 오상진과 통화를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면서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참내, 오 중위는 온갖 일에 다 끼어 있네. 이 친구는 일 복도 많아.”

임 소령이 피식 웃으며 말하자, 옆에 있던 김 상사가 물었다.

“무슨 말씀입니까?”

“아닙니다. 그냥 혼자 하는 말입니다. 일 보십시오.”

“아, 네에.”

“저 잠시 커피 한잔하고 오겠습니다.”

“네, 다녀오십시오.”

임 소령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섰다. 커피 자판기로 걸어가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어디 보자, 현재 헌병과장이 누구더라?”

임 소령은 휴대폰에 있는 전화번호를 검색했다. 그곳에 신종열 대위라고 되어 있었다.

“맞다. 이 친구지.”

임 소령이 히죽 웃으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수화기 너머 신호음이 갔다. 잠시 후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중후한 남성의 음성이 들려왔다.

-통신보안! 헌병과장 신종열 대위입니다.

“어, 나 기무대 임 소령이야.”

-충성! 네, 임 소령님.

“지금 자네 어디인가?”

-헌병대 사무실입니다. 사단 대대에 일이 생겨서 말입니다.

“아, 그래? 탈영병 일 때문이지?”

-어? 어떻게 하셨습니까?

“왜 그러나. 내가 모를 일도 아니고.”

-아, 맞다. 기무과장님이시니……. 그보다 무슨 일이십니까? 혹시 그 탈영병이 아는 병사입니까?

신종열 대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임 소령이 바로 말했다.

“아니야, 나도 모르는 병사야.”

-아, 네에.

“대신 그 친구를 설득해서 자수를 시킨 장교는 잘 알고 있지.”

-설득해서 자수를? 탈영병을 말입니까?

신종열 대위가 피식 웃었다. 자기가 생각해 탈영병을 설득시킨다는 것은 조금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아, 자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데. 일단 내 얘기부터 들어봐.”

-네, 말씀해 보십시오.

임 소령이 대충 들었던 것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 모든 얘기를 들은 신종열 대위가 입을 뗐다.

-아, 무슨 얘기를 하는지 이해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탈영병 부대에서 사람들이 나와 입막음을 시도하는 것 같단 이 말씀이시죠.

“바로 이해를 했네. 내가 다른 것을 부탁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고.”

-설마 봐달라는 말씀은…….

“아니야, 아니야. 그런 말이 아니라. 당연히 그 친구는 처벌을 받아야지. 탈영을 한 것도 그렇고, 폭력까지 했으니까. 다만, 무슨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 필요가 있지 않을까?”

-으음, 네 알겠습니다. 안 그래도 아까 저희 대원들이 나갔습니다. 좀 있다가 들어오면 제가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그러지 말고, 자네가 움직여 주면 좋겠는데.”

-네. 제가 말입니까?

신종열 대위는 솔직히 귀찮았다. 무엇보다 원 상사가 나갔다. 그런데 굳이 과장인 자신이 나간다는 것이 좀 그랬다.

“그래 헌병과장이 나간다는 것이 좀 그렇긴 해. 그런데 말이야. 내 촉이긴 한데 이런 일은 자네가 직접 처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괜히 보고를 기다렸다가 뭔가 당할지도 몰라.”

-그런 겁니까?

“만약을 말하는 거야. 그리고 내 부탁이기도 하고 말이지. 이 보답은 훗날 내가 갚을 날이 있을 거야.”

-네, 알겠습니다. 임 소령님의 부탁이니까. 제가 직접 나가보겠습니다.

“고맙네. 이 신세 잊지 않겠네.”

-네. 그럼 충성. 수고하십시오.

“수고하게.”

임 소령이 전화를 끊었다.

한편, 신종열 대위는 휴대폰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니, 임 소령님은 기무대까지 가셨으면서 뭐 이런 것까지 신경을 쓰고 그러시지.”

그러면서 슬쩍 휴대폰을 다시 바라봤다.

“가만, 내가 당할지도 모른다라…….”

신종열 대위의 눈빛이 슬쩍 가늘어졌다. 그리고 앞에 있는 병사에게 물었다.

“야, 탈영병 데리러 간 사람 원 상사지?”

“네, 맞습니다.”

“또 한 명은?”

“강 소위입니다.”

“뭐?”

신종열 대위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하아, 하필 그 두 사람이 나갔네. 헌병대에서 가장 뺀질거리고 뒷말이 많이 나오는 그 두 사람 말이야.’

신종열 대위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어쩔 수 없지 내가 움직여야지.”

신종열 대위가 전투모를 챙기며 물었다.

“거기 어디라고 했지?”

임 소령의 부탁에 따라 신종열 대위가 직접 움직였다.

강 소위와 원 상사가 마당으로 들어왔다. 그 뒤에 두 명의 헌병대도 함께 나타났다.

“아, 헌병대에서 나오셨습니까?”

박중근 중사가 마당에서 그 둘을 맞이했다. 그런데 조금 전까지 있던 오상진과 김철환 1중대장은 보이지 않았다.

“오상진 중위님 어디 계십니까?”

강 소위의 물음에 박중근 중사가 살짝 놀랐다.

“어? 우리 소대장님을 아십니까?”

“아, 네에. 왜 모릅니까. 저희 헌병대에서 유명하신 분이신데.”

“네, 그렇죠. 저희 소대장님께서 많이 유명하시죠.”

박중근 중사는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하지만 강 소위는 좋은 쪽으로 유명한 것이 아니었다.

‘꼴통으로 유명하죠!’

강 소위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무튼 이대강 일병 어디 있습니까?”

“아, 네에. 지금 방 안에 있습니다.”

“방 안에 말입니까?”

“네. 저희 중대장님, 소대장님하고 얘기 중이십니다.”

“얘기?”

“네.”

“으음……, 우리 시간이 없어서 지금 바로 데리고 가야 하는데…….”

강 소위가 잠깐 고민을 하다가 방 안을 향해 소리쳤다.

“헌병대에서 나왔습니다. 이대강 일병 인계해 주십시오.”

강 소위가 정중하게 말했다. 방문이 열리며 오상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기 이대강 일병 아직 밥을 다 먹지 못했습니다. 이 밥만 다 먹고 가도 되지 않습니까?”

오상진은 사실 헌병대가 오고 난 후 곧바로 느낌이 좋지 않아, 이대강 일병을 데리고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임 소령님이 보낸 사람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끌 필요가 있었다.

“무슨 밥입니까? 지금 바로 가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 애 상태가 별로 좋지 않습니다. 여기 허벅지를 보십시오. 찢어졌습니다. 의무대로 가서 상처부터 치료해야 합니다.”

강 소위가 이대강 일병의 상처 부위를 확인했다. 소독을 한 상태지만 일단 상처가 벌어져 있었다. 피는 아직 멈추지 않은 상태였다. 그때 이대강 일병이 통증이 심한지 인상을 쓰며 다리를 만졌다.

“윽……. 다, 다리에 감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뭐? 감각이 없어? 아무래도 의무대 앰뷸런스를 먼저 불러야 하는 거 아니야?”

“아, 아닙니다. 일단 참을 만합니다.”

이대강 일병이 애써 참는 시늉을 했다. 그 모습을 보는 강 소위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뒤에 있던 김상엽 하사가 불쑥 끼어들었다.

“야, 이대강! 왜 그래? 아까는…….”

그때 박중근 중사가 나섰다.

“아이고, 우리 대강이 많이 아팠겠네. 진정하고, 좀 쉬어. 아니지, 일단 밥부터 먹어!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통증이 심할 수도 있는 거야.”

박중근 중사의 말을 들은 김상엽 하사가 눈을 크게 떴다.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박중근 중사가 또 그의 입을 막았다.

“김 하사. 여기 보여? 이 상처! 자네는 이런 상처를 입고, 고통을 참을 수 있겠나? 그리고 상처가 빨리 아물려면 먹는 것부터 잘 먹어야지. 안 그래?”

박중근 중사가 눈을 부라리며 무언의 압박을 넣었다.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오상진은 슬쩍 시간을 확인했다.

‘10분 안에 오신다고 했는데……. 더 빨리 오셨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시선을 밖을 향했다. 김철환 1중대장이 지원사격을 했다.

“나 충성대대 김철환 1중대장이다.”

“아, 중대장님.”

강 소위가 살짝 당황했다.

“조금만 시간 주면 안 되겠나. 아무튼 먹던 밥은 다 먹어야 하지 않겠나.”

“아, 네에……. 그렇긴 하지만…….”

강 소위는 말을 얼버무렸다. 김철환 1중대장이 좀 강하게 나갔다.

“자네, 육사 출신이지.”

“네.”

“육사 몇 기야?”

그러자 강 소위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얼마나 시간을 드리면 됩니까?”

그러자 김철환 1중대장이 표정을 바로 풀며 말했다.

“얼마 안 걸려? 10분? 아니면 5분? 자네들이 막지 않았다면 벌써 밥 다 먹었겠네.”

김철환 1중대장이 능청스럽게 말했다. 강 소위가 잠깐 생각을 하더니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10분 드리면 됩니까?”

“그래, 10분이면 밥 다 먹고, 커피까지 타 마실 수 있는 시간이야. 고마워.”

김철환 1중대장은 다른 말을 할 것 같아서 바로 확정을 지어버렸다. 강 소위와 원 상사, 김상엽 하사는 떨떠름한 눈으로 일단 마당에서 대기를 했다.

그곳에서 세 사람은 담배를 꺼내 피우기 시작했다. 오상진은 박중근 중사에게 잘했다는 눈빛을 보내줬다. 김철환 1중대장이 다시 앉았다.

“역시 중대장님…… 오늘 멋있습니다.”

“언제는 안 그랬냐?”

김철환 1중대장이 피식 웃었다. 오상진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휴대폰을 봤다. 시간을 확인하며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10분 후 다시 차량 한 대가 도착을 했다.

집 앞 마당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왔다. 그를 발견한 최진만 2소대장과 김상엽 하사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리고 강 소위와 원 상사도 도착한 사람을 보고 후다닥 뛰어 내려왔다.

“과, 과장님께서 어인 일로 직접 오셨습니까?”

강 소위의 물음에 신종열 대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 그래. 수고가 많다. 그보다 이대강 일병은 어디 있어?”

그때 방문이 열리며 이대강 일병과 오상진이 함께 나왔다. 이대강 일병을 본 신종열 대위가 물었다.

“네가 이대강 일병이야?”

“네. 그렇습니다.”

“그래, 반갑다.”

신종열 대위가 표정을 밝게 한 후 옆에 있는 오상진의 이름표를 확인했다.

“오상진 중위?”

“네.”

“후후, 얘기는 많이 들었네. 나 헌병과장 신종열 대위야.”

신종열 대위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오상진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마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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