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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637화 (637/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637화

45장 까라면 까야죠(106)

오상진과도 악수를 했다. 김철환 1중대장은 일단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났다.

어쨌든 지금은 오상진이 이대강 일병과 얘기를 많이 나눴다. 그래서 설명도 오상진이 직접 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여차하면 김철환 1중대장이 끼어들면 될 일이었다.

최진만 소위는 오상진의 계급을 확인하고 살짝 인상을 썼다.

‘왜 하필 중위야.’

“제가 이대강 일병 소대장입니다.”

최진만 소위의 소개에 오상진이 바로 이맛살을 찌푸렸다.

“자네가 소대장이라고?”

“네, 그렇습니다.”

오상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자네였군.’

오상진의 표정을 날카롭게 하며 최진만 2소대장을 바라봤다. 최진만 2소대장은 오상진의 매서운 눈빛에 몸을 움찔했다.

최진만 2소대장이 오상진에게 말했다.

“혹시 며칠 전에 저랑 통화하셨던 소대장님 맞으시죠.”

“나랑 통화?”

오상진이 이대강 일병과 통화하기 전 얘기를 나눴던 그 소대장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 기억납니다.”

오상진은 최진만 2소대장에게 말을 낮추지 않았다. 비록 오상진이 계급으로서는 앞서 있지만 그래도 한 소대의 소대장이라는 것에 대해 존중을 위함이었다.

“그보다 이대강 일병 어디 있습니까? 잡았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왔습니다.”

오상진이 곧바로 입을 뗐다.

“아, 잡은 것은 아닙니다.”

김상엽 하사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충성대대 1소대원들 사이에 숨어 있는 이대강 일병을 발견했다.

“저기 있습니다.”

김상엽 하사가 이대강 일병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 앞으로 박중근 중사가 가로막았다.

“뭐냐?”

“비키십시오.”

“뭘 비켜?”

“우리 부대 병사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데려가려는데 왜 그러십니까.”

김상엽 하사가 따지듯 말하자 박중근 중사가 눈을 부릅떴다.

“어이가 없네.”

“뭐가 말입니까?”

“우리가 개고생해서 애를 찾았는데, 그냥 말도 없이 데려가려고 하네. 이 무슨 경우야.”

“고맙습니다. 찾아줘서 말입니다. 이제 애 데리고 가도 되죠?”

“우리가 왜 넘겨야 하지?”

“사단에서 지시 내려온 것입니다.”

박중근 중사가 콧방귀를 꼈다.

“사단? 우리는 전혀 들은 적이 없는데. 이봐, 김 하사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김상엽 하사가 움찔했지만 물러서지는 않았다.

“왜 그러십니까? 아무리 그래도 일단 우리 공병대 소속 병사이지 않습니까. 저희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그러니까, 뭘 알아서 처리한다는 거야!”

“그건…….”

김상엽 하사가 움찔했다. 박중근 중사는 오상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소대장님 대강이 인계해야 하는 거 맞습니까?”

“그럴 순 없죠. 저희가 헌병대 오면 인계하겠습니다. 중간에 가로채시면 안 되죠.”

최진만 2소대장이 당황하며 말했다.

“아니,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이 아니라…….”

그런 최진만 2소대장의 행동을 보며 김상엽 하사가 인상을 쓰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 저런 병신 새끼!’

김상엽 하사가 직접 오상진과 담판을 지으려고 나섰다.

“오 중위님. 말씀을 이상하게 하십니다.”

오상진이 고개를 돌려 김상엽 하사를 봤다. 지금 김상엽 하사는 오상진에게 시비를 걸었다. 그 꼴을 두고 볼 박중근 중사가 아니었다.

“어이, 김 하사! 지금 우리 소대장님께 뭐라고 했나? 자네야말로, 낄 때 안 낄 때 구분 좀 하지.”

“아, 선배님 그게 아니라…….”

“알았어! 알았으니까. 저쪽으로 가 있어. 조금 기다리다 보면 헌병대 오겠지. 어차피 자네들에게 가도 헌병대로 넘어가야 하지 않아?”

“그렇긴 합니다.”

“그런데 왜 일을 두 번 하게 만들어? 이상하잖아!”

“…….”

김상엽 하사가 입을 열지 못했다. 박중근 중사가 뭔가를 아는지 김상엽 하사에게 다가가 말했다.

“왜? 이대강 일병 데려가서 입단속이라도 시키게?”

김상엽 하사가 움찔했다.

“그, 그런 거 아닙니다.”

“그런 것이 아니면 저쪽으로 가 있어.”

박중근 중사가 말을 하자 김상엽 하사는 주먹을 쥐었다. 말 그래도 김상엽 하사는 짬에서도 밀리고, 계급에서도 밀린 상태였다. 김상엽 하사가 최진만 2소대장에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빠지시죠.”

최진만 2소대장이 고개를 작게 끄덕인 후 오상진에게 말했다.

“그럼 저희들은 밖에 있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최진만 2소대장과 김상엽 하사가 후다닥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은 인상을 썼다.

“어떻게 합니까?”

김상엽 하사가 물었다. 최진만 2소대장은 집 안으로 시선을 두다가 입을 뗐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최진만 2소대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김상엽 하사는 조금 전 이대강 일병과 눈이 마주쳤던 것을 떠올렸다.

“사실 말입니다. 아까 이대강 일병을 봤는데 제 시선을 피했습니다. 그 모습만 봐도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모든 것을 다 불어버릴 모양입니다. 게다가 충성대대 그 자식들도 무슨 오지랖이 그리 넓은지…….”

“이대강 이 녀석이 이미 다 불었나?”

최진만 2소대장이 잔뜩 걱정하며 말했다. 김상엽 하사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아무래도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최진만 2소대장이 고민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일단 중대장님께 보고부터 해야겠어!”

“아, 제가 하겠습니다.”

김상엽 하사는 최진만 2소대장의 의사도 묻지 않고,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김 하사, 어떻게 됐어?

“그게 말입니다. 빼내오지 못했습니다.”

-뭐라고? 아니 왜? 그것보다 빼내오지 못하면 어떻게 하라고!

수화기 너머 이대은 중대장의 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상엽 하사는 살짝 인상을 썼다.

-그리고 2소대장은 어디 있고? 왜 자네가 전화를 해.

“지금 2소대장 전화 받을 상태가 아니라서 말입니다.”

-뭘 했기에 전화받을 상태가 아니야.

“그것보다 중대장님.”

-왜?

“헌병대가 오기 전까지는 인수인계를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미리 저희가 헌병대랑 접촉을 해서…….”

-이 친구가 큰일 날 소리를 하네. 그게 가능할 것 같아? 아니지, 자네가 헌병대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어!?

순간 김상엽 하사가 눈을 반짝였다.

“네, 있습니다.”

-뭐? 아는 사람이 있어? 자네가 어떻게 알아?

“그건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은 한시가 급합니다. 일단 제가 아는 헌병대와 접촉을 해보겠습니다.”

-이건 내가 판단할 것이 아닌데…….

이대은 1중대장은 겁이 났다. 군 경찰이나 다름없는 헌병대를 구워삶는 일이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더 큰 일이 될 수도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김상엽 하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헌병대가 오기 전에 그 분과 접촉을 해야 합니다. 중대장님!”

-아, 알았어. 그래도 대대장님께 보고는 해야…….

“그럴 시간 없습니다.”

-알았다. 지금 당장 접촉해! 그리고 이 모든 일은 자네가 한 일이야. 그건 명심해.

이대은 1중대장의 말에 김상엽 하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쳇!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건가? 그래, 내가 알아서 해야지.’

김상엽 하사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접촉을 합니다.”

-알았어, 난 이 길로 대대장님께 보고하러 가겠네.

“네, 중대장님.”

김상엽 하사는 전화를 끊고 곧바로 전화번호부를 검색했다.

“찾았다.”

원 상사라고 적힌 전화번호였다.

-네, 여보세요?

“선배님, 김상엽 하사입니다.”

-어어, 그래 상엽아 무슨 일이야?

“혹시 선배님께서 출동하십니까?”

-아, 맞다. 너희 대대지?

“네, 그렇습니다.”

-안 그래도 내가 출동했어. 지금 거의 다 도착했을 텐데…….

순간 김상엽 하사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는 속으로 외쳤다.

‘됐어!’

김상엽 하사는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말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럼 도착하면 저 좀 잠깐 보시죠.”

-너? 지금 그곳에 있어?

“네. 집 앞에 있습니다.”

-알았다.

잠시 후 헌병대 지프 차량이 도착했다. 그 앞에 김상엽 하사가 섰다.

“충성.”

“그래, 상엽아.”

“일단 저부터 먼저 보시죠.”

김상엽 하사가 원 상사를 데리고 구석진 곳으로 갔다.

“아, 왜 그래?”

“잠깐이면 됩니다.”

“그래, 왜?”

“다름이 아니라. 이대강 일병 인수인계 받고, 헌병대로 데리고 가기 전 중간에 잠깐 저랑 만나게 해주실 수 있습니까?”

“뭐? 누구랑? 이대강 일병이랑?”

“네. 부탁 좀 합니다. 선배님!”

원 상사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아, 안 돼!”

“선배님. 진짜 잠깐이면 됩니다. 인수인계해서 데리고 가다가 저기 중간에서 잠깐만 만나게 해주시면 됩니다.”

“안 되는데…….”

“진짜 제가 나중에 술 한번 거하게 사겠습니다. 선배님!”

원 상사는 김상엽 하사를 빤히 바라봤다.

“이렇게 해서 혹시 나에게 불이익이 돌아오고 그러는 것은 아니지?”

“절대 아닙니다.”

“잠깐이면 돼?”

“네. 10분이면 됩니다.”

“10분이면 긴데…….”

“그럼 5분! 5분이면 됩니다.”

김상엽 하사가 간절하게 부탁을 했다. 원 상사의 표정이 살짝 바뀌었다.

“야, 설마 너 입단속 시키려고 그러는 거 아니야?”

원 상사도 눈치가 백단이었다. 김상엽 하사는 바로 오리발을 내밀었다.

“에이, 그러는 거 아닙니다. 말만 확인하려고 합니다. 저희도 뭔가를 알아야 대처를 하지 않겠습니까.”

“귀찮게 하네. 알았어. 대신 문제 일으키면 안 된다.”

“네. 걱정 마십시오.”

같은 시각, 박중근 하사는 헌병대가 도착했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들어오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그래서 슬쩍 밖으로 나갔는데 김상엽 하사와 도착한 헌병대 간부와 뭔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뭐지? 무슨 얘기를 하는 거지?’

박중근 중사가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들어왔다. 오상진이 박중근 중사를 보며 물었다.

“박 중사 왜 그럽니까?”

“아니, 헌병대가 도착을 했다고 해서 나가봤는데 먼저 만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굽니까?”

“공병대 김 하사 말입니다. 두 사람이 심각하게 얘기를 나누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그렇습니까?”

“네, 아무래도 무슨 꿍꿍이를 벌이는 것 같습니다.”

박중근 중사의 말에 오상진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박중근 중사는 자꾸만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래도 이상하단 말입니다. 아까는 부대에도 자꾸 전화를 하고 그랬습니다.”

“그냥 부대에 보고하는 것이겠죠.”

오상진 역시도 뭔가 의심이 들었지만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박중근 중사는 뭔가 일을 벌일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사실 말입니다. 제가 김상엽 하사를 좀 아는데 말입니다. 저 녀석 소문이 좀 안 좋습니다.”

“어떤 소문이 안 좋습니까?”

“저 녀석 인성 말입니다. 이리저리 뒷돈 받는다는 소문도 있고, 애들에게 돈 받아서 편의를 봐준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소문이겠죠.”

“아무리 그래도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습니까? 그런 일을 했으니까, 소문이 났겠죠.”

박중근 중사의 강한 말투에 오상진의 시선이 밖으로 향했다. 그때 김철환 1중대장이 마당으로 나왔다.

“왜? 그래?”

박중근 중사가 조금 전에 있었던 얘기를 했다.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박 중사가 괜히 오버하는 거 아니야? 설마 그러겠어?”

“사실 이런 말씀까지 안 드리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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