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632화
45장 까라면 까야죠(101)
“넵!”
소대원들이 일제히 일어나 내무실을 나섰다. 최강철 일병이 강태산 이병에게 말했다.
“너 우리 없다고 사고 치지 말고, 세강이랑 잘 있어.”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세강!”
“이병 이세강.”
“태산이 말 잘 듣고!”
“네. 알겠습니다.”
이세강 이병이 힘차게 말했지만 그래도 함께할 수 없다는 것에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연병장에는 충성대대 전 병력이 모였다. 그 뒤로 이들을 후송할 육공트럭이 질서 정연하게 서 있었다.
“자자, 모두 차량에 탑승!”
중대장과 소대장들의 소리에 장병들이 차량에 탑승했다. 충성대대 1호차인 대대장 차량도 도착해 있었다.
지휘봉을 든 한종태 대대장이 확인을 하고 옆에 있는 곽부용 작전과장이 소곤소곤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모두 탑승을 완료하자 한종태 대대장이 1호차에 올라탔다.
“자, 출발이다!”
1호차가 앞장서고, 그 뒤를 장병들을 실은 육공트럭이 움직였다. 1소대원들도 이미 소식을 접하고 육공트럭 뒤에 타서 움직이고 있었다.
“이번 출동이 탈영병 수색이라고 들었습니다.”
“맞아.”
“그런데 왜 탈영했답니까?”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탈영병이 우리 대대에서 나온 겁니까?”
“아니, 내가 작전과에 동기 있다고 했지. 그 동기 녀석이 말하던데 탈영병이 나온 곳이 바로 우리 위에 있는 공병대대라는데.”
“공병대대 말입니까? 그럼 그쪽 대대는 완전히 X 된 겁니다.”
“완전 그렇지. 아마 몇몇 모가지는 기본으로 잘리겠지?”
“와, 대박! 그럼 공병대대장도 목이 간당간당하겠습니다.”
“아마 그렇겠지. 그와 관련된 중대장 및 소대장들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 한마디로 진급함에 있어서 빨간 줄이 그이는 거지.”
“큰일입니다, 진짜!”
“아무래도 그렇지.”
1소대원들이 대화가 계속 이어지고, 앞 조수석에 앉은 오상진과 박중근 중사가 있었다. 박중근 중사가 힐끔 오상진을 봤다.
“소대장님.”
“아, 네에.”
“왜 그러십니까? 표정이 많이 좋지 않습니다.”
“아, 그게…….”
오상진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박 중사 잠깐 귀 좀…….”
“아, 네에.”
박중근 중사가 오상진에게 귀를 가져갔다. 오상진은 박중근 중사의 귀에 작에 말했다. 얘기를 들은 박중근 중사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저, 정말입니까?”
오상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박중근 중사는 그제야 이세강 이병을 내무실에 둔 이유를 알았다.
“그래서 세강이를…….”
“네. 제가 이기적일 수도 있지만 우리 소대인 세강이를 위해서라도 꼭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네, 그럴 겁니다. 꼭!”
박중근 중사도 강하게 대답했다. 그렇게 약 20여 분을 달려 작전지역에 도착했다. 오상진과 박중근 중사가 차량에서 내렸다.
“자, 다들 하차!”
“하차!”
1소대원들도 일제히 차량에서 내렸다. 다른 중대들도 각자 맡은 구역에 내려서 수색 및 차량을 통제했다. 민간인들은 갑작스러운 군의 행동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뭐야? 뭐야? 왜 그래?”
“전쟁 터졌나?”
“아니! 훈련 중이겠지.”
“훈련? 난 그 소식 못 들었는데.”
“멍청이냐! 훈련 소식을 왜 너에게 전달하냐?”
“아, 그렇지.”
그때 어떤 시민이 다가와 중얼거렸다.
“군에 아는 사람이 있는데, 그러더라고 누가 탈영을 했다네.”
“탈영? 아이구야. 어느 대대에서?”
“그건 나도 모르지.”
“큰일이네. 큰일이야. 어쩌다가…….”
“보면 뻔하지. 괴롭힘을 참지 못하고 탈영한 것이겠지.”
“아니면 부대 적응하지 못한 장병일 수도 있고 말이야.”
“아무튼 탈영병이 나온 부대는 완전 초상집 분위기겠네.”
“아무래도 그렇겠지?”
그렇게 시민들이 웅성웅성거렸다. 아무리 소문을 잠재우려고 해도 이미 퍼져 버린 소문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그사이 충성대대 장병들은 재빨리 포위망을 구축했다. 그리고 천천히 수색에 들어갔다.
1소대는 천천히 수색 작업을 하며 전진했다. 그러던 중 산 아래에 5채 정도 되는 민가를 확인했다.
“소대장님 저기 민가가 있습니다.”
오상진도 확인을 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민가부터 수색하자. 민간인들에게 최대한 방해 안 되게 해야 한다.”
“네, 알겠습니다.”
1소대원들이 민가를 수색했다. 하지만 이대강 일병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없습니다, 소대장님.”
박중근 중사가 다가와 말했다. 오상진은 고개를 끄덕인 후 자신의 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5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5시라…….’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니 벌써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고 어둠이 밀려오고 있었다. 이대로는 더 이상 수색은 힘들어 보였다.
“박 중사.”
“네.”
“일단 애들 이 앞으로 집합시키시죠. 날도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박중근 중사가 곧바로 소대원들을 집합시켰다. 그사이 오상진은 민가 뒤쪽의 산을 바라봤다. 아무래도 이대강 일병이 향한 곳이 아마 저곳인 것만 같았다.
‘저 산이 아마 현재로서는 가장 숨기 좋은 곳이긴 한데…….’
오상진은 반대로 시선을 돌렸다. 약 2㎞ 떨어진 곳에 사단 담벼락이 보였다. 2미터 높이의 담벼락과 그 위에 둥글게 있는 철조망이 눈에 들어왔다. 그 누구도 쉽게 넘어오거나 넘어가지 못하는 곳이었다.
‘저곳을 넘어갔다면…….’
오상진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만약 넘어갔다면 부상을 입었을 텐데…….’
오상진은 이대강 이병이 부상을 입었을 것이라 생각을 했다. 아무리 신중하게 넘어가려고 해도 상처는 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당시 이대강 일병의 정신이었다면 그런 것은 안중에 없었을 것이다.
“제발 무사히만 돌아와라. 절대 나쁜 생각은 하지 마라, 이대강…….”
오상진은 잔뜩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하아, 하아…….”
이대강 일병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산을 오르고 또 올랐다. 얼마나 올랐는지 몰랐다. 심장이 엄청나게 요동쳤다.
쿵쾅, 쿵쾅, 쿵쾅.
숨은 턱밑까지 차올랐다.
“이제 더 이상은…… 더 이상은…….”
이대강 일병이 혼잣말을 하며 멈췄다. 정말 앞만 보고 달렸다. 등을 나무에 기댄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 하아…….”
그리고 산 아래를 바라봤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나무뿐이었다. 이대강 일병의 가쁜 숨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다. 그 순간 그의 기억 속으로 조금 전 자신이 했던 행동들이 떠올랐다.
“괜찮을까? 죽었겠지? 죽었을 거야. 나 이제 어떻게 하냐.”
이대강 일병은 갑자기 엄청난 자괴감이 밀려왔다. 그러면서 그때의 일이 떠올랐다. 민병욱 상병의 뒤통수를 향해 돌로 강하게 내려쳤던 그 순간을 말이다.
너무도 우발적인 일이었다. 그때의 이대강 일병은 자신이 아니었다. 오직 그 순간을 벗어나고 싶었다. 앞뒤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내가 좀 더 참았어야 했는데, 참았어야 했어.”
이대강 일병은 계속해서 혼잣말을 했다. 민병욱 상병이 죽었을 거라는 생각에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그냥 무작정 도망을 쳐야 했다. 그런 이대강 일병의 눈에 보이는 것은 담벼락이었다. 철조망은 그다음이었다. 나무에 기댄 채 무릎을 끌어당겼다. 고개를 푹 숙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하아, 제기랄…….”
그런데 허벅지가 쓰라려 왔다.
“응?”
이대강 일병이 고개를 돌려 허벅지를 봤다. 그곳의 옷은 찢어져 있고,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
그제야 기억이 났다. 담벼락을 넘을 때 철조망에 허벅지가 다쳤다는 사실을. 이대강 일병은 상처를 확인했다.
상처 난 부위에 피딱지가 앉아 있었다. 다행인 것은 피가 멈춰 있었다는 것이었다. 찢어진 활동복을 더 찢었다.
부욱, 북!
그것으로 피를 닦아냈다. 피딱지를 들어내고, 또다시 피가 흘러내렸다. 그곳을 압박해 피를 멈추게 했다. 일단 그렇게 임시적인 조치를 취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숙인 채 한참을 그 상태로 있었다. 그러던 중 산 아래가 소란스러웠다.
“응?”
이대강 일병이 고개를 들어 산 아래를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우거진 나무들에 의해 잘 보이지 않았다.
“저쪽으로 가면…….”
왼편에 뻥 뚫린 곳이 있었다. 이대강 일병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윽!”
다친 허벅지가 아려왔다. 한창 도망칠 때는 아픈 줄도 몰랐다. 그러나 지금은 통증이 심했다.
“젠장!”
이대강 일병은 욕을 한번 내뱉고는 인상을 쓴 채 일어났다. 다리를 절뚝거리며 왼편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몸을 숨긴 채 산 아래를 바라봤다.
“헉!”
이대강 일병 눈에 보이는 것은 군 병력이었다. 그들이 곧장 산 주위를 에워싸며 수색을 하고 있었다.
“아, 안 돼……. 어떡하지? 날 찾으러 온 모양이야.”
이대강 일병의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렸다. 군의 병력이 움직였다는 것은 자신을 잡으려고 온 것이 분명했다.
“지, 진짜 죽었나 보네. 이대로 잡히면 난 살인자야. 안 돼. 잡히면 안 돼. 일단 도망치자.”
이대강 일병이 혼잣말을 하며 몸을 돌렸다. 그 순간 동생인 이세강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대강 일병이 고개를 돌려 다시 군 병력을 봤다.
“……미안하다. 세강아.”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더욱더 산 위로 올라갔다.
오후 6시가 지났다. 수색을 펼치던 1소대는 오상진의 부름에 한곳에 모였다.
“현재 시각, 18시가 조금 넘어갔다. 지금 이대로는 날이 어두워져 수색이 힘들어진다. 일단 저 민가 쪽을 중심으로 경계에 들어간다.
“하아…….”
“젠장!”
“도대체 어떤 놈이야. 주말까지 반납했는데…….”
“아무튼 정신 상태가 글러 먹었어. 그걸 못 참고 탈영을 하냐.”
“뭔 일이 있었겠죠.”
오상진은 소대원들의 불만에 뭐라고 하지 못했다. 잠깐 표정을 굳힐 뿐이었다.
“자자, 잡담 그만하고! 소대장이 지정해 주는 곳에 잠복할 수 있도록.”
“네, 알겠습니다.”
그때 차량 하나가 다가왔다.
“소대장님 저기 차량이 옵니다.”
군 차량이었다. 오상진은 바로 그곳으로 시선이 갔다. 군 차량이 도착을 하고, 김도진 중사가 내렸다.
“김 중사님.”
“행보관님이시네.”
김도진 중사는 환한 얼굴로 오상진에게 경례를 했다.
“충성, 수고가 많으십니다.”
“아닙니다. 그보다 여긴 어떻게 오셨습니까?”
“애들 저녁 먹여야죠. 비록 전투식량이지만…….”
“아.”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몸을 돌려 이해진 병장을 봤다.
“해진아.”
“병장 이해진.”
“저녁 왔다. 챙겨라.”
“넵!”
이해진 병장이 손주영 상병을 봤다. 손주영 상병은 바로 두 명을 데리고 군 차량으로 갔다. 그 뒤에 실려 있는 전투식량을 챙겼다. 김도진 중사가 그 모습을 보고 말했다.
“인원수에 맞춰서 챙겨가라.”
“네. 알겠습니다.”
손주영 상병이 전투식량을 가지고 왔다. 오상진은 바로 지시했다.
“저녁 먹고, 이동하자. 애들에게 나눠줘.”
“네, 알겠습니다.”
손주영 상병이 이동하고, 김도진 중사가 슬쩍 물었다.
“들리는 얘기로는 오늘 밤 안으로 찾으면 좋겠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보다 본부 쪽으로는 무슨 연락 없었습니까?”
김도진 중사가 고개를 흔들었다.
“없습니다. 다만 내일 아침까지 못 찾으면 경찰까지 동원될지 모른다고 합니다.”
“그렇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