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630화
45장 까라면 까야죠(99)
그 얘기를 들은 이대강 일병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당장에라도 죽일 듯이 민병욱 상병의 등을 바라봤다. 그때 임진해 일병이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어? 민 상병님. 조심하십시오.”
“왜?”
“이대강이 주먹 쥐었습니다.”
“뭐? 그럼 나 맞는 거야? 와이씨! 진해야, 나 맞으면 어디 어디 맞았는지 정확하게 기억해라. 확실하게 말이야.”
“네, 걱정 마십시오. 정확하게 기억하겠습니다.”
“그래, 완벽하게 기억해라. 전에 내가 폭행을 하지도 않았는데 여기저기 맞았다고 소원 수리 적었잖아. 그때 나 얼마나 곤란했냐.”
“네, 맞습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입니다.”
그럴수록 이대강 일병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렇게 약 15분을 걸었다. 공병대대까지 중간 지점에 왔을 때 임진해 일병이 말했다.
“민 상병님.”
“왜?”
“좀 쉬다 가시죠. 담배 한 대도 피우고.”
“그럴까?”
“네. 우리가 항상 쉬는 곳 있지 않습니까.”
“그래. 그러자.”
민병욱 상병이 소리쳤다.
“자, 잠깐 쉬다가 이동하시죠. 담배도 피우시고.”
공병대대 인원이 한 곳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담배를 피울 사람은 담배를 입에 물었다. 이대강 일병은 저만치에 자리 잡고 앉아 있었다.
장우진 병장도 다른 병장들과 따로 자리를 잡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러다가 힐끔 이대강 일병을 보고는 민병욱 상병을 불렀다.
“야, 병욱아!”
“상병 민병욱.”
“야이씨, 대강이 안 챙겨! 여기 혼자 있잖아.”
“아, 네에.”
민병욱 상병이 대답을 하고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이씨, 만날 나에게 지랄이야.”
그 얘기는 바로 옆에 있는 임진해 일병에게도 들렸다.
“맞습니다. 밖에 나와서 어지간히 고참 놀이를 합니다. 장 병장 한 번 손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순간 민병욱 상병의 눈이 번뜩였다.
“그래. 말년인데 뭐 어때! 이번에 기회를 봐서 모포 씌우고 한 번 밟아봐?”
“그러다가 장 병장도 소원 수리 쓰는 거 아닙니까?”
“병장이 쪽팔리게 어떻게 써! 쓰면 병신이지…….”
“아, 그런 겁니까?”
민병욱 상병의 시선이 이대강 일병에게 향했다.
“야, 이대강!”
“일병 이대강.”
“야 새끼야. 거기 있지 말고. 이리 와!”
“네, 알겠습니다.”
이대강 일병이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왔다. 바로 옆 민병욱 상병 옆에 앉았다.
“너 담배 안 피워?”
“네, 안 피웁니다.”
이대강 일병은 요리사가 꿈이었다. 그래서 담배는 입에 대지도 않았다. 게다가 군대 오기 전 아는 형 푸드트럭에서 알바 식으로 일했던 적도 있었다. 민병욱 상병은 기다렸다는 듯이 먹잇감을 찾은 하이에나처럼 물어뜯었다.
“뭐라고? 얼굴도 뭐 같이 생긴 녀석이 담배를 안 피워? 그걸 믿을 것 같아.”
“진짜 안 핍니다.”
그러자 임진해 일병이 생각났는지 바로 말했다.
“아, 맞다. 민 상병님. 이 자식 푸드트럭에서 요리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마 그래서 담배를 안 피우는 것 같습니다.”
“푸드트럭? 시발, 돈 없는 것들이 개나 소나 다 푸드트럭 한다고 하니 불량 식품이 넘쳐나지.”
이대강 일병은 계속해 자존심을 너무 건드리는 두 사람에게 참지 못했다. 특히 요리는 이대강 일병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나 마찬가지였다.
“푸드트럭 불량 식품 아닙니다.”
이대강 일병이 할 수 있는 최대한 반항이었다. 민병욱 상병이 고개를 돌렸다.
“어이구 이제야 말을 하십니까? 나는 하도 입을 다물고 있기에 벙어리 새끼인 줄 알았네.”
“그러게 말입니다.”
“야, 이대강. 까지 말고 너도 한 대 피워! 군대 X 같잖아. 한 대 피워!”
“아닙니다. 전 안 피웁니다.”
“아, 새끼……. 자, 피우라니까.”
민병욱 상병이 억지로 이대강 일병 입에다가 담배를 물리려고 했다. 이대강 일병이 거부하다가 잠깐 몸싸움이 벌어졌다. 그 과정에 들고 있던 담배가 바닥에 떨어졌다.
툭!
“어? 이 새끼가…….”
민병욱 상병이 떨어진 담배를 보며 인상을 썼다.
“야, 이대강 너 미쳤냐? 미쳤어?”
“저 담배 안 피운다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와, 시발! 고참이 피우라면 피워야지. 네가 뭔데 고참의 말을 무시해!”
민병욱 상병이 툭툭 건드렸다. 이대강 일병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하지 마십시오.”
“뭐 새꺄? 지금 나에게 한 말이냐?”
“…….”
“이 새끼가 진짜 돌았네!”
그때 그 모습을 본 장우진 병장이 소리쳤다.
“뭐야! 민병욱이 지금 뭔 소리야?”
“별거 아닙니다.”
민병욱 상병이 소리쳤다. 그리고 이대강 일병을 보며 낮게 말했다.
“이게 진짜 뒤질라고……. 너 일어나. 가만히 두면 안 되겠네. 임진해!”
“일병 임진해.”
“너 망보고 있어라. 이 새끼, 조지고 올라니까.”
“아, 참으십시오. 이제 곧 부대로 올라가야 합니다.”
“잠깐이면 돼! 마침 저쪽 뒤에 안 보이는 공터도 있고!”
“그, 그래도…….”
“야, 인마. 네가 그러니까, 이 새끼가 주제도 모르고 깝치잖아.”
“바로 가야 합니다.”
“갈 때 날 불러 새끼야!”
민병욱 상병이 인상을 썼다. 임진해 일병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민병욱 상병이 이대강 일병을 바라보며 눈빛을 사납게 했다.
“너 따라와!”
민병욱 상병이 일어났다. 이대강 일병이 잔뜩 표정을 굳힌 채 앉아 있었다.
“민 상병님.”
“왜?”
“얼굴은 때리지 마십시오.”
“얼굴?”
“멍들고 그러면…….”
“알았어, 인마. 너 나 몰라? 밖에서 복싱했잖아.”
그러다가 힐끔 이대강 일병을 봤다.
“너, 이 새끼. 뒤졌어. 어디 한번 X 돼봐.”
민병욱 상병은 앉아 있는 이대강 일병의 멱살을 잡으며 일으켜 세웠다.
“따라와 새꺄!”
이대강 일병은 멱살을 잡힌 채 끌려갔다. 그런데 순간 이대강 일병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그 모습을 본 임진해 일병이 움찔했다.
“뭐야, 저 새끼…… 미쳤나?”
그러면서 임진해 일병이 피고 있던 담배를 비벼 끄면서 중얼거렸다.
“내가 같이 가 봐야 하나? 에이, 괜찮겠지. 민병운 저 새끼 밖에서 아마추어 복싱선수라고 하던데. 설마 이대강에게 처맞지는 않겠지. 에이, 시발. X 같은 군대! 빨리 제대했으면 좋겠다.”
임진해 일병은 아무렇지 않게 중얼거렸다.
성당에서 부대로 복귀한 충성대대 인원들은 부대에 도착을 하고 인원을 체크 한 후 각자 소대로 갔다. 한태수 상병은 잔뜩 표정이 굳어 있는 이세강 이병을 봤다.
“이세강.”
“이병 이세강.”
“너, 인마 표정 안 풀래.”
“죄송합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다. 한태수 상병과 강태산 이병이 당황했다.
“야, 이세강!”
“이세강 인마. 왜 울어!”
이세강 이병은 조금 전 이대강 일병의 모습을 보고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다는 것에 울분을 터뜨렸다. 한태수 상병이 이세강 이병 앞에 섰다.
“야, 왜 울어? 왜 우는데! 왜 그래 인마!”
한태수 상병이 주위를 빠르게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왜 울어! 왜 그러냐고? 딴 사람이 보잖아.”
“죄송합니다. 흐흑, 안 울려고 했는데…… 훌쩍! 아까 형의 모습을 생각하면 눈물이, 흐흑, 납니다.”
“어우, 미치겠네.”
그러다가 타 중대 병장이 다가왔다.
“무슨 일입니까?”
한태수 상병이 바로 말했다.
“아, 아닙니다. 이 녀석이 갑자기 감정이 격해져서…….”
“신병입니까? 지금 신병을 울린 겁니까?”
“아닙니다. 이 녀석 감정이 풍부해서 그렇습니다.”
한태수 상병이 항변했다. 병장은 살짝 인상을 쓰며 그 모습을 봤다.
“괜찮습니다. 제가 달래고 들어가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병장이 힐끔거리고는 자신의 중대로 걸어갔다. 한태수 상병은 난감했다.
“봐봐, 이세강. 지금 다들 오해하잖아. 진정하자! 제발 좀 진정하자!”
“흐흐흑…….”
그럼에도 쉽사리 진정이 되지 않는 듯했다. 그러자 한태수 상병이 극단의 조치를 취했다.
“이세강. 너 여기서 눈물 그치면 다음 주 성당에서 너희 형 만나게 해줄게.”
순간 이세강 이병이 눈이 크게 떠졌다.
“정말입니까?”
“그래, 그래. 진짜야. 내가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너희 형 만나게 해줄게. 됐지?”
“감사합니다, 흐흑. 한태수 상병님. 흐흑. 한태수 상병님밖에 없습니다.”
“그럼 이제 뚝 그쳐.”
그제야 이세강 이병의 눈물이 어느 정도 멈췄다. 한태수 상병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내가 진짜…….”
옆에 있던 강태산 이병이 이세강 이병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뭐 이런 녀석이 다 있지. 자기 형을 저렇게 끔찍이 생각해? 그보다 태석이 이 새끼는 형이 군대에 왔는데 편지 한 통도 없고!’
강태산 이병은 이렇듯 군대에서 힘들게 생활하고 있는데 자기 방에서 게임이나 하고 있을 동생 생각에 분통이 터지고 있었다.
한편, 공병대대 인원들도 담배를 다 피우고, 휴식을 끝냈다.
“가자!”
장우진 병장이 소리쳤다. 그런데 민병욱 상병이 보이지 않았다.
“어? 뭐야? 병욱이 어디 갔어?”
임진해 일병이 우물쭈물거리며 입을 열었다.
“아, 그게 말입니다.”
“똑바로 말 안 해? 어라? 이대강도 없네. 둘이 어디 갔어!”
“그게…… 오줌 싸러 갔습니다.”
임진해 일병이 거짓말을 했다. 어차피 바로 올 것이라 생각을 했다.
“아, 시발. 이 자식들은 끝날 때 오줌 싸러 가! 뭐 하고 있어. 어서 데리고 와!”
“먼저 가십시오. 제가 데리고 가겠습니다.”
임진해 일병의 말을 들은 장우진 병장이 눈을 부릅떴다. 그 말투가 꼭 자기를 무시하는 것처럼 들렸다.
“야, 임진해.”
“일병 임진해.”
“너 새끼, 민병욱 믿고 너무 깝치는 거 아냐?”
“그거 아닙니다.”
“아니긴, 나 제대하려면 아직 멀었다. 벌써부터 그러지 마라.”
“그게 아닙니다.”
“야, 차렷!”
장우진 병장이 무서운 얼굴로 말했다. 임진해 일병이 살짝 인상을 쓰며 차렷 자세를 취했다.
“똑바로 안 하지. 열중쉬어! 차렷!”
임진해 일병이 차려자세를 취했다.
“동작 봐라, 너 지금 나에게 개기냐?”
“아닙니다.”
“너 민병욱 말 믿고 깝치지 마라. 나 아직 안 죽었다.”
“네, 알겠습니다.”
“빨리 튀어가서 데리고 와!”
“네, 알겠습니다.”
임진해 일병이 후다닥 뛰어갔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장우진 병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것들이 진짜 미쳤나! 올라가서 한바탕 휘저어봐!?”
장우진 병장이 눈빛이 반짝였다.
그 시각 임진해 일병은 시발 시발, 욕을 해 대며 민병욱 상병이 사라진 방향으로 갔다. 그런데 한참이나 갔는데 보이지가 않았다.
“아, 진짜 도대체 어디까지 간 거야.”
임진해 일병이 인상을 쓰며 중얼거리는데 어디선가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으으으윽…….”
“무슨 소리지?”
임진해 일병이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갔다. 그곳에 민병욱 상병이 쓰러져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게다가 뒤통수에서 피가 흘러내리며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민 상병님! 민 상병님, 괜찮습니까?”
민병욱 상병이 고통에 신음하며 입을 뗐다.
“이, 이대강…… 이대강 이 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