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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629화 (629/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629화

45장 까라면 까야죠(98)

민병욱 상병이 이대강 일병 어깨너머로 시선이 갔다. 그곳에 이세강 이병이 콧김을 뿜어대고 있었다.

“야, 저 사람은 또 누구야?”

그러자 임진해 일병이 바로 말했다.

“아, 저 사람 아까 우리를 계속 쳐다봤던 그 사람이지 않습니까.”

“그래?”

민병욱 상병이 이세강 이병을 봤다. 이세강 이병이 그들 곁으로 다가갔다. 순간 이대강 일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세, 세강이 네가 왜…….’

이대강 일병은 이런 상황에 동생 이세강 이병이 나타나자 쪽팔림과 걱정이 밀려왔다. 그와 반대로 민병욱 상병은 지금 상황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봐요. 아저씨. 아저씨가 뭔데 큰소리를 치는 거예요?”

민병욱 상병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이세강 이병에게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타 중대 사람이라고 해도 이등병이었다. 왠지 멋모르고 나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왜 사람을 치고 그럽니까.”

이세강 이병이 눈을 부라렸다. 어차피 타 대대 사람이면 자신에게 함부로 하지 못할 거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강하게 나갔다.

“나참! 이봐요. 우리 중대 애에게 우리가 뭘 하든 아저씨가 뭔 상관입니까.”

민병욱 상병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그러다가 좌측 이름표에 눈이 갔다.

“어? 이세강? 이름이 왜 이래?”

그러면서 이대강 일병의 이름도 재차 확인했다. 이세강 일병이 입을 뗐다.

“내 이름이 왜요? 아저씨가 내 이름 만드는 데 뭐 보태준 것 있습니까?”

“하아, 웃기네. 아저씨가 먼저 끼어 들어놓고……. 적반하장이네.”

“당신이…….”

이세강 이병이 주먹을 불끈 쥐며 뭔가 말하려고 할 때 이대강 일병이 입을 뗐다.

“세강아 그만해!”

민병욱 상병이 눈을 크게 했다.

“뭐야? 아는 사람이야?”

“제 동생입니다.”

민병욱 상병이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와, 시발. 동생이었어? 대한민국 군대 잘 돌아간다. 잘 돌아가. 그러니까, 형제끼리 같은 성당 다니면서 만나고 그러는 거야? 누구 형제 없는 사람 서러워서 살겠나.”

민병욱 상병이 두 사람을 보며 비꼬며 말했다.

“지금 비꼬는 겁니까?”

“아이고, 아저씨 내가 무슨 그런 주제가 됩니까?”

이세강 이병은 여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민병욱 상병을 바라봤다. 이대강 일병이 바로 말했다.

“그만하라고, 세강아.”

“혀어엉!”

이세강 이병은 곧바로 눈에 힘을 풀며 이대강 일병을 바라봤다. 민병욱 상병은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입을 뗐다.

“형제의 우정이 아주 깊습니다. 깊어. 그래서 동생분도 형 따라 군대 온 겁니까? 눈물겨워서 어떻게 해요.”

민병욱 상병은 여전히 말을 비꼬았다. 이세강 이병의 눈에 다시 힘이 들어가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민병욱 상병이 놀란 척을 했다.

“와, 주먹을 막 쥐고 이러네. 그러다가 한 대 치겠습니다. 아, 그래 아저씨! 한 대 쳐요. 치면 되겠네.”

민병욱 상병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세강 이병은 진짜 한 대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데 그때 한태수 상병과 강태산 이병이 나타났다.

“이세강!”

이세강 이병이 움찔했다. 주먹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이 풀어졌다. 이세강 이병이 고개를 돌려 관등성명을 댔다.

“이병 이세강.”

“너, 거기서 뭐 해.”

“…….”

강태산 이병이 한태수 상병을 데리고 나타난 것이다.

사실 조금 전까지 강태산 이병은 이세강 이병을 감시했다. 그런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곧바로 한태수 상병에게 뛰어갔던 것이다.

이세강 이병은 아무런 말도 없이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한태수 상병은 이세강 이병 앞까지 갔다.

“이세강 너 여기서 뭐하냐니까?”

“그게…….”

이세강 이병은 당황했는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민병욱 상병이 한태수 상병을 보며 말했다.

“아저씨가 여기 이등병 아저씨, 고참 됩니까?”

“네, 그렇습니다만…….”

민병욱 상병은 거들먹거리며 입을 열었다.

“아니, 이 아저씨. 관리 좀 잘하시죠. 낄 때 안 낄 때 구분을 못 하네요.”

“그, 그건…….”

이세강 이병이 고개를 돌려 변명하려고 할 때 한태수 상병이 어깨를 붙잡았다.

“넌 조용히 해.”

“하, 한 상병님…….”

한태수 상병의 무서운 눈빛을 보자 이세강 이병이 입을 다물었다. 한태수 상병이 민병욱 상병에게 말했다.

“아, 그랬습니까? 미안하게 됐습니다. 우리 애가 신병이라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가죠. 아저씨는 뭔데 우리 애한테 소리를 칩니까?”

민병욱 상병이 살짝 어이없어했다.

“와, 지금 자기 부대 신병이라고 그럽니까?”

“그럼 당연하죠. 우리 소대 신병이니 챙겨야죠. 이건 누가 봐도 당연한 거 아닙니까?”

“…….”

한태수 상병이 하는 말에 민병욱 상병이 바로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왜냐하면 맞는 말이기 때문이었다.

“이익…….”

민병욱 상병이 인상을 팍 썼다. 그때 뒤에서 장우진 병장이 어슬렁어슬렁 걸어왔다.

“무슨 일이야?”

민병욱 상병이 입을 열었다.

“아무 일도 아닙니다.”

“아무 일도 아니야? 그런데 이쪽은…….”

장우진 병장이 한태수 상병을 봤다. 한태수 상병이 뭐라고 한마디 하려는데 민병욱 상병이 끼어들었다.

“아, 됐습니다. 그만하시죠.”

민병욱 상병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그냥 가려고 했다. 한태수 상병이 다시 뭔가 말을 하려고 했다.

“이봐요!”

“장 뱀. 우리도 그만 가죠. 이대강. 빨리 안 따라와.”

“……네.”

이대강 일병이 힐끔 이세강 이병을 바라보고는 지나쳐 따라갔다. 이세강 이병이 곧바로 한 발 내디뎠다.

“혀어엉…….”

한태수 상병이 손을 들어 이세강 이병을 제지했다.

“이세강 그만!”

“하, 한 상병님…….”

한태수 상병이 눈을 부라리며 이세강 이병을 노려봤다.

“야, 이세강.”

“이병 이세강.”

이세강 이병이 움찔하며 한태수 상병의 시선을 애써 피했다.

“넌 내가 우습냐!”

“아, 아닙니다.”

“그런데 네 맘대로 독단적으로 이런 일을 만들어! 내가 조심하라고 했지!”

“그, 그게 아니라. 저 아저씨가 우리 형을…….”

“야!”

한태수 상병이 강하게 소리쳤다. 이세강 이병이 움찔했다. 한태수 상병의 무시무시한 눈빛에 이세강 이병의 몸이 떨려왔다.

“잘 들어, 이세강! 여긴 군대야. 네 멋대로 굴 거면 뭐하러 군대에 들어왔나.”

“하, 하지만 저 녀석들이 우리 형을…….”

“알아,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강태산에게 다 들었다. 그런데 우린 종교 행사 중이고, 나에게는 너, 일탈하지 못하게 막을 책임이 있어. 이렇듯 네가 소란 피우면 다음에 그걸로 끝날 것 같아? 난 어떻게 하고, 널 믿고 보낸 준 소대장님의 입장은 또 어떻게 될 것 같아! 다 같이 처벌받는 거 몰라!”

“……죄송합니다.”

이세강 이병이 그제야 고개를 푹 숙인 채 사과를 했다. 한태수 상병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

“일단 너의 사정은 알았다. 일단 가자! 지금 부대 우리 빼고 다 모였을 거야. 아무리 그래도 민폐를 끼치면 안 되잖아.”

“알겠습니다.”

한태수 상병이 몸을 돌렸다. 그 뒤를 이세강 이병과 강태산 이병이 따랐다.

하지만 가면서도 이세강 이병은 이대강 일병이 사라진 곳을 몇 번이고 쳐다봤다. 이대강 일병의 등이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느껴졌다.

‘혀어엉…….’

이세강 이병이 속으로 나직이 불렀다. 하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것이 이세강 이병의 가슴을 후벼 팠다.

“공병대대 다 모였습니까?”

“네, 다 왔습니다.”

“그럼 인원 체크 한 번 한 후 출발하겠습니다.”

인솔자인 장우진 병장이 인원 체크를 했다.

“15명 확인 끝났습니다. 그럼 부대로 가시죠. 선두 앞으로 가!”

공병대대가 먼저 인원 체크를 마치고 성당을 출발했다. 공병대대는 산 밑에 가장 깊숙한 곳에 있어서 대대까지 가려면 약 30여 분을 걸어가야 했다.

장우진 병장이 인솔하다가 힐끔 민병욱 상병을 봤다.

“병욱아.”

“상병 민병욱.”

“네가 인솔해라.”

“네? 제가 말입니까?”

“새끼가, 내려올 때도 네가 했잖아. 그럼 올라갈 때도 네가 해야지.”

“네, 알겠습니다.”

민병욱 상병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장우진 병장 곁으로 움직였다. 그사이 장우진 병장은 뒤로 빠져서 느긋하게 움직였다.

“시발, 저 새끼는 만날 저래.”

그러자 임진해 일병이 곧바로 따라붙었다.

“그냥 두십시오. 이제 곧 제대이지 않습니까.”

“국방부 시계 진짜…….”

그러다가 힐끔 임진해 일병의 뒤통수를 툭 쳤다. 임진해 일병은 갑작스러운 뒤통수 통증에 머리를 매만졌다.

“아, 왜 때리십니까.”

“야, 새꺄! 내가 국방부 시계 빨리빨리 돌리라고 했지.”

“돌리려고 노력은 했습니다.”

“노력만 하지 말고, 빨리빨리 돌리라고. 그래야 저 말년병장을 빨리 치우잖아!”

“그러고 있습니다.”

“그러고 있는데 아직 저렇게 팔팔 기고 있냐?”

“그건 저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자식이 말끝마다……. 진해야. 너도 올라가야지. 계속 이러고 있을 거냐?”

순간 임진해 일병의 표정이 바뀌었다.

“아, 그런 겁니까? 헤헤헤…….”

임진해 일병이 언제 그랬냐는 듯 실실 쪼갰다. 민병욱 상병이 피식 웃었다.

“그런데 민 상병님.”

임진해 일병이 조심스럽게 민병욱 상병을 불렀다.

“왜?”

“민 상병님 제대할 때쯤 되면 그다음 분대장은 누가 됩니까?”

“왜? 너 바로 분대장 달고 싶냐?”

“아니, 저하고 최 일병하고는 한 달 차이이지 않습니까.”

“하긴 최 일병 그 새끼는 말도 지지리도 안 듣고, 싸가지도 없지.”

“그렇지 말입니다.”

임진해 일병은 민병욱 상병에게 알랑방귀를 연신 뀌고 있었다. 그런 임진해 일병의 행동에 민병욱 상병은 기분이 좋았다.

“알았어. 임진해. 내가 확실히 밀어준다.”

“정말입니까?”

“그래, 새꺄! 그러니 앞으로 더욱 잘하란 말이야.”

“여부가 있겠습니까. 딸랑, 딸랑!”

임진해 일병은 권력에 달라붙은 기생충을 확실하게 표현했다. 그때 슬쩍 임진해 일병의 시선이 뒤처져 걸어오는 이대강 일병이 눈에 들어왔다.

“야, 이대강! 빨리빨리 안 와!”

임진해 일병은 괜히 민병욱 상병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이대강 일병을 잡았다. 그러자 민병욱 상병이 히죽 웃었다.

“냅둬! 동생 앞에서 개쪽을 당했는데 기분이 완전 X 같겠지. 안 그러냐?”

민병욱 상병은 이대강 일병이 들으라는 듯 빈정거렸다.

“하긴 그렇지 말입니다.”

임진해 일병이 말을 하고는 힐끔 이대강 일병을 바라보며 슬쩍 말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민 상병님.”

“응?”

“이대강 일병 말입니다. 동생이랑 하나도 안 닮지 않았습니까?”

“그러게 이대강 동생은 잘생겼더라. 형은 병신같이 생겼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엄마가 다른가?”

듣고 있는 이대강 일병이 입술을 잘끈 씹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두 사람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민병욱 상병이 바로 말했다.

“야이씨, 그건 아니지.”

“아, 그렇습니까?”

“그래 인마! 엄마 같으면 형제들은 비슷해. 아빠가 다르면 모를까.”

“킥킥킥. 그렇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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