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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628화 (628/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628화

45장 까라면 까야죠(97)

“네? 아, 아닙니다.”

이세강 이병이 바로 시선을 피했다. 임진해 일병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지나갔다. 그러자 강태산 이병이 이세강 이병에게 말했다.

“야, 이세강. 너 왜 그러냐?”

“이병 이세강. 아, 아닙니다.”

이세강 이병이 얼빠진 얼굴로 말했다. 강태산 이병은 영 못마땅한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한태수 상병은 이세강 이병이 왜 저러는지 그 이유를 알기에 가만히 있었다. 신도들이 얼추 빠져나가자 한태수 상병이 일어났다.

“자, 우리도 나가자.”

“네.”

전투모를 챙겨서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신부님이 다가왔다.

“어이구. 못 보던 친구가 왔네.”

한태수 상병이 곧바로 신부님께 인사를 했다.

“신부님 오셨습니까.”

“그래요. 우리 바울 신자님도 잘 지냈죠.”

“네, 신부님.”

한태수 상병은 바울이라는 세례명을 받았다. 그러면서 슬쩍 이세강 이병에게 시선이 갔다.

“우리 앞으로 자주 성당에서 보면 좋겠네요.”

“네, 신부님.”

신부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지나갔다. 한태수 상병이 다시 말했다.

“좀 앉아 있다가 움직이자.”

“네.”

세 사람은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때 강태산 이병이 기지개를 켰다.

“으으으윽…….”

한태수 상병이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태산아.”

“이병 강태산.”

“넌 이등병이라는 자각이 없냐?”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강태산 이병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한태수 상병은 그 모습을 보며 입을 다물었다.

“아니다. 내가 뭔 말을 하겠냐.”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실수를 했습니까?”

“인마, 이등병이 고참을 앞에 두고 소리 내며 기지개를 켜냐?”

“어? 안 되는 겁니까?”

“하아…… 답답하다. 답답해. 그보다 너 미사 볼 때 왜 그렇게 졸았어!”

“어? 저 안 졸았습니다.”

“안 졸긴! 너 신부님이 몇 번이나 널 쳐다봤는지 알아.”

“아, 그랬습니까? 그럼 저 좀 깨워주시지 그랬습니까.”

강태산 이병은 적반하장으로 나갔다. 한태수 상병은 진짜 어이가 없었다.

“암만 생각해도 넌 진짜 별종이다. 어떻게 이등병이 상병에게 깨워주지 않냐고 따지냐?”

“그, 그게 아니라…….”

“됐다. 널 모르는 것도 아니고. 일단 성당 앞이니까. 참는다.”

한태수 상병이 마지막 경고를 날렸다. 강태산 이병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다가 괜히 이세강 이병에게 불똥이 튀었다.

“야, 이세강.”

“이병 이세강.”

“넌 왜 날 안 깨웠냐?”

“어, 저, 저는…….”

이세강 이병은 강태산 이병이 자는 줄도 몰랐다. 왜냐하면 이세강 이병의 시선은 오로지 이대강 일병에게 향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좀 너도 알아서 해라.”

“네.”

강태산 이병은 괜히 이세강 이병에게 뭐라고 한 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간식은 안 줍니까?”

강태산 이병의 모습에 한태수 상병이 고개를 흔들었다.

“야, 넌 여기에 먹으러 왔냐?”

강태산 이병이 곧바로 시무룩해졌다.

“한 상병님은 왜 저에게만 그러십니까.”

강태산 이병이 앓는 소리를 했다. 한태수 상병이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너에게 무슨 소리를 하냐.”

“그보다 한 상병님 간식은 뭐가 나올 것 같습니까?”

“모르지. 초코파이 아니겠냐?”

“초코파이 말고 다른 맛있는 거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으구…….”

한태수 상병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다가 이세강 이병이 한태수 상병을 불렀다.

“한 상병님.”

“어, 왜?”

“저 화장실 좀 다녀와도 되겠습니까?”

“그래? 다녀와. 위치는 알고?”

“아뇨, 잘 모릅니다.”

“성당 밖을 나가서 우측으로 쭉 돌아가면 야외 화장실 있어.”

“네. 알겠습니다.”

이세강 이병이 대답을 한 후 전투모를 썼다.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는데 한태수 상병의 말이 들려왔다.

“간식은 받아놓을 테니까. 걱정 말고. 그리고 아침에 모였던 곳 있지?”

“네, 알고 있습니다.”

“그쪽으로 와.”

“네.”

이세강 이병이 후다닥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강태산 이병이 슬쩍 물었다.

“한 상병님. 혼자 보내도 되겠습니까?”

“괜찮아. 세강이는…….”

“엥? 왜 괜찮습니까? 전에 저는 혼자 안된다며 같이 움직였는데 말입니다.”

“너랑, 세강이랑 같냐!”

“헐, 다, 다릅니까?”

“다르지 아주 많이.”

한태수 상병이 피식 웃었다. 강태산 이병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가 다릅니까? 그리고 세강이는 제 후임입니다.”

“너도 내 후임이지. 그걸 자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상병님!”

강태산 이병이 억울하다는 듯 인상을 썼다. 한태수 상병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이고, 내가 왜 널 데리고 왔는지 모르겠다. 다음부터는 교회나 절에 가라.”

“싫습니다.”

“왜 싫어?”

“한 상병님이 절 인정해 줄 때까지 같이 다니겠습니다.”

“지랄! 나 죽일 일 있냐?”

“제가 왜 죽입니까?”

“피 말려 죽일 것 같은데.”

“제가 말입니까? 그건 말도 안 됩니다.”

강태산 이병이 강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미 한태수 상병은 귀를 막았다.

“그만하자. 내가 너랑 계속 얘기를 했다가는 미쳐 버릴 것 같으니까.”

“한 상병님…….”

“아아아아, 안 들린다.”

한태수 상병은 뭐 이런 이등병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기를 잠깐, 표정이 심각해지며 강태산 이병을 불렀다.

“강태산.”

“이병 강태산.”

“세강이 나갔냐?”

“네. 나갔습니다.”

“그럼 이제 따라가 봐.”

“네? 아까는…….”

“됐고, 내 말 안 들을 거야?”

“아, 알겠습니다.”

강태산 이병은 이랬다, 저랬다하는 한태수 상병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고참의 말을 듣지 않을 수도 없었다.

“아까는 혼자 보내도 된다고 했으면서…….”

강태산 이병이 혼잣말을 했다. 한태수 상병이 매서운 눈길로 바라봤다.

“너 방금 뭐라고 했냐?”

“아, 아무 말도 안했습니다. 지금 갑니다.”

강태산 이병이 사라진 이세강 이병의 뒤를 따라 성당을 나갔다.

한편, 이대강 일병과 그 일행들이 화장실 뒤편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담배를 피고, 공병대대 인원들과 합류해 부대로 복귀할 예정이었다.

장우진 병장이 담배를 꺼내자, 곧바로 민병욱 상병이 라이터를 켰다.

“여깄습니다.”

“어, 그래.”

민병운 상병은 곧바로 자기 담배에 불을 붙인 후 이대강 일병을 봤다.

“야, 이대강.”

“일병 이대강.”

“너, 아까 뭐냐?”

“뭘 말입니까?”

“뭘 말입니까? 시X, 지금 일병이 상병에게 할 말이냐?”

민병욱 상병이 곧바로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이대강 일병은 시선을 피했다.

“아, 아닙니다.”

“새끼가, 조금만 풀어주면 기어오르려고 해.”

“…….”

이대강 일병은 입을 다물었다 민병욱 상병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까 말이야. 왜 수녀님을 봤냐고!”

“수녀님을 본 것이 아닙니다. 아는 사람이 있어서 봤습니다.”

이대강 일병이 억울함을 풀고 싶었다. 그래서 강하게 말했다. 민병욱 상병이 눈을 크게 했다.

“뭐지? 지금 대는 거냐?”

“그게 아닙니다.”

“아니긴 시X! 눈을 부라리는 것을 보니 너 한 대 치겠다.”

“진짜 아닙니다.”

이대강 일병이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장우진 병장이 나섰다.

“병욱아 그만해라. 아니라고 하잖아.”

“하지만 장 뱀!”

“에헤이, 기분 좋게 미사 끝냈다.”

“죄송합니다.”

민병욱 상병이 바로 사과를 했다. 그리고 이대강 일병을 다시 봤다.

“진짜 수녀님 안 봤다고?”

“네. 그렇습니다.”

“진짜 확실해?”

“네.”

“이상한 생각 품어서 봤던 거 아니야.”

“진짜 절대 아닙니다.”

이대강 일병이 다시금 강하게 소리쳤다. 임진해 일병이 바로 훈수를 뒀다.

“네, 맞을 겁니다. 아무리 미친 새끼가 아니더라도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민 상병님 너무 가셨습니다.”

“지도 아까 그랬으면서…….”

“저야 민 상병님께서 말씀을 하시니까, 그런 거죠.”

장우진 병장이 나섰다.

“아아, 됐고. 다들 그만해.”

민병욱 상병과 임진해 일병이 입을 닫았다. 장우진 병장은 담배 끝을 손으로 툭툭 쳐서 끈 후 입을 열었다.

“이대강.”

“일병 이대강.”

“다른 곳에 가지 말고, 여기 있어.”

“네, 알겠습니다.”

장우진 병장이 어딘가로 갔다. 민병욱 상병의 표정이 곧바로 일그러졌다.

“저런 븅신! 병장이라고 대우해 줬더니 지가 뭐라도 된 줄 알고.”

민병욱 상병이 옆으로 침을 뱉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임진해 일병이 바로 동의를 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언제 제대합니까. 아무튼 저런 병장들을 빨리 제대를 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슬쩍 민병욱 상병의 눈치를 살폈다.

“그나저나 민 상병님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야, 뭐가 얼마 남지 않았어. 아직 병장도 안 달았는데.”

“에이, 담 달에 달지 않습니까.”

“뭐, 그거야 그렇지. 그보다 넌 얼마 남았냐?”

“민 상병님 저 일병입니다. 아직 보이지도 않습니다.”

임진해 일병이 앓는 소리를 했다. 그런 반응이 좋은지 민병욱 상병이 실실 웃었다.

“그래, 인마. 아직은 보이지 않지만 조금만 더 참고 견뎌봐. 점점 보이기 시작할 거야.”

“넵! 알겠습니다.”

그러다가 가만히 서 있는 이대강 일병에게 시선이 갔다.

“야, 이대강.”

이대강 일병이 움찔했다.

“일병 이대강.”

“넌 몇 개월 남았냐?”

“네?”

“넌 몇 개월 남았냐고!”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병신 같은 새끼. 네가 제대하는 날짜도 몰라? 빡대가리냐?”

임진해 일병이 그런 식으로 놀렸다.

따지고 보면 임진해 일병하고, 이대강 일병하고는 2개월 차이였다. 하지만 이대강 일병은 자신의 제대 날짜를 알고 있다.

이런 일은 몇 번이나 당했다. 몇 개월 남았다고 하면 고작 일병 나부랭이 새끼가 제대 날짜를 기억한다고 뭐라 했다. 모른다고 하면 지금처럼 자신을 놀렸다.

그래도, 모른다고 해야 짧게 넘어간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다가 임진해 일병이 뭔가 생각이 났는지 입을 뗐다.

“아까 그 부대 뭡니까?”

“누구?”

“우리 나갈 때 말입니다. 우리를 빤히 보고 있던 이병 새끼 말입니다.”

“아, 그 새끼! 글쎄다. 그쪽이 아마 충성대대인 것 같던데.”

“충성대대? 아, 충성대대에 그런 얼빠진 신병을 받는 모양입니다. 킥킥킥.”

임진해 일병이 웃자, 민병욱 상병도 같이 웃었다.

“맞아. 충성대대는 그런 녀석들을 받는가 보지. 하하핫.”

이대강 일병은 딱 봐도 자신의 동생을 욕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대강 일병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 모습을 바로 민병욱 상병에게 들켰다.

“어라? 이대강이 너 그 표정 뭐야?”

“일병 이대강…….”

“그 표정 뭐냐고 새끼야!”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대강 일병이 딱딱하게 대답했다. 민병욱 상병이 입을 뗐다.

“어쭈 대답하는 것이 뭐가 있는 것 같다. 왜? 그 얼빠진 새끼랑 아는 사이냐?”

“아닙니다.”

“그럼 네가 정의의 사도라도 되는 거냐?”

“아닙니다.”

“이리와!”

“…….”

이대강 일병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새끼 봐라. 이리 오라고 새꺄!”

민병욱 상병이 버럭 했다. 이대강 일병이 앞으로 갔다. 민병욱 상병은 잔뜩 인상을 쓰며 말했다.

“왜? 새꺄! 내가 남 욕하는 것이 귀에 거슬리디?”

“아닙니다.”

“아니면 내가 요새 오냐오냐해 주니까. 기가 살아!”

“아닙니다.”

“그래, 시X! 지난번처럼 소원 수리함에 넣지. 아예 간부들에게 꼬질러! 맘 편하게.”

“…….”

이대강 일병이 굳은 표정으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해, 안 말릴 테니까. 네가 그런다고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병신 새끼야!”

그러면서 이대강 일병의 뺨을 툭툭 건드렸다. 이대강 일병은 아무런 저항 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그때 이대강 일병의 등 뒤에서 앙칼진 음성이 들려왔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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