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627화
45장 까라면 까야죠(96)
이대강 일병이 눈을 크게 떴다.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며 혼란스러워했다.
‘세강이가 왜? 저 녀석 무교잖아. 그런데 성당에 왜 왔지? 설마 날 보러?’
이대강 일병은 순간 멍한 상태가 되었다. 그러면서 다시 시선을 돌려 이세강 이병에게 시선이 갔다.
그때, 등에서 강한 충격이 전해졌다.
“윽!”
이대강 일병이 단말의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돌렸다. 그 앞에 민병욱 상병이 인상을 쓰며 바라보고 있었다.
“미, 민 상병님.”
“야, 이대강.”
“일병 이대강.”
“야, 너 시발, 뭐 하냐?”
“네?”
“일병 새끼가 빠져가지고, 어디서 눈알을 굴려. 지금 너 뭐 보고 있었냐?”
민병욱 상병이 말을 하면서 조금 전 이대강 일병이 봤던 곳으로 시선이 갔다. 그런데 하필 그곳에 수녀님과 자매님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민병욱 상병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 새끼가 돌았나. 너 지금 수녀님 봤냐?”
“네?”
이대강 일병은 당황했다. 민병욱 상병이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야, 이런 미친 새끼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 발정 났냐?”
“그게 무슨…….”
이대강 일병은 눈을 크게 떠졌다.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냐며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민병욱 상병은 그런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잔뜩 독이 오른 눈빛으로 이대강 일병을 누르고 있었다.
“너 새끼야. 발정 났냐고.”
“아닙니다.”
“아니야? 너 자매님 안 쳐다봤어?”
“…….”
이대강 일병이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장우진 병장이 물었다.
“왜 이렇게 소란스러워? 무슨 일인데?”
“아, 장 뱀. 이 새끼가 자꾸 자매님이랑, 수녀님을 보고 있지 뭡니까.”
장우진 병장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다. 장우진 병장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수녀님이 이모뻘처럼 젊어 보였다. 장우진 병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곧바로 이대강 일병을 봤다.
“야, 이대강.”
“일병 이대강.”
“너 진짜야?”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라. 너 이상한 생각으로 수녀님을 바라봤냐?”
“절대 아닙니다. 아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서 봤을 뿐입니다.”
민병욱 상병이 어이없어했다.
“와, 이 자식 뻔뻔하게 거짓말하는 거 봐라.”
장우진 병장은 못마땅한 얼굴이 되었다. 민병욱 상병을 보며 말했다.
“이제 곧 미사 시작하니까, 적당히 해라. 그리고 이대강.”
“일병 이대강.”
“넌 나중에 나랑 따로 얘기하자.”
장우진 병장은 아무래도 단단히 오해를 하는 것 같았다.
“네, 알겠습니다.”
민병욱 상병은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말했다.
“아무튼 가지가지 해.”
이대강 일병은 너무 억울했지만 ‘제 동생이 저기 있어서 봤습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민병욱 상병이 어떤 녀석인지 알기 때문이었다.
임진해 일병이 눈치를 살피며 조용히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수녀님을 불경한 눈길로 보냐? 너 그러다가 벌 받아.”
이대강 일병은 임진해 일병이 더 싫었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말이다. 지금이 딱 그 경우였다.
‘그런 거 아닙니다.’
이대강 일병은 속으로 외쳤다. 막말로 입 밖으로 내어봤자, 믿을 사람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거짓말한다고 더 야단을 맞을 분위기였다.
“…….”
이대강 일병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다가 못내 이세강에 대한 원망이 살짝 드러났다.
‘하아, 진짜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동생이라고 말할 수도 없고. 그런데 세강이는 여기 왜 온 거야?’
순간 반가워야 할 동생이 밉게 느껴졌다.
그 시각, 이세강 이병은 계속해서 이대강을 향해 힐끔거렸다.
“야, 이세강.”
“이병 이세강.”
“너 왜 자꾸 힐끔거려?”
한태수 상병이 물었다. 이세강 이병이 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 아닙니다.”
한태수 상병이 그쪽으로 향했다. 조금 전 고개를 돌린 사람을 봤다.
‘아, 저 사람이 세강이 형인 이대강인가?’
한태수 상병은 어제 오상진의 부름을 받고, 만났다. 오상진은 한태수 상병에게 뭔가 부탁을 했다.
“태수야.”
“상병 한태수.”
“혹시 가면 이대강이라고 이세강 친형이 있을 수 있다.”
“아, 그렇습니까?”
“그래, 세강이가 형을 워낙에 따르는 것 같다. 형제끼리 군 생활을 하는데 소대장이 종교 활동 때라도 얼굴이라도 보라고 만나게 했으니까. 이해를 해줘.”
“네. 저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혹시라도 세강이가 반가운 마음에 사고 치지 않도록 네가 잘 컨트롤 좀 해줘라.”
“네, 알겠습니다. 소대장님 저만 믿으십시오.”
한태수 상병이 다짐을 했다. 그런데 이세강 이병이 너무 형에게 너무 빠져 있었다. 어느새 고개가 이대강 일병에게 향해 있었다.
한태수 상병이 이세강 이병의 무릎에 손을 얹고 힘을 꽉 줬다.
“어?”
이세강 이병이 깜짝 놀라며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한태수 상병을 봤다.
“세강아.”
“이, 이병 이세강.”
“미사 중에는 미사에 집중해야지. 딴짓하러 성당 온 거야?”
“아, 아닙니다.”
“너 이런 식으로 하면 다음부터 성당에 안 데려온다.”
“예?”
“알지? 너 우리 부대 성당은 내가 관리하는 거. 너 진짜 못 온다. 그러고 싶어?”
한태수 상병의 으름장에 이세강 이병이 바로 말했다.
“아닙니다.”
이세강 이병이 바로 자세를 잡고 미사에 집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세강 이병의 고개가 이대강 일병 뒤통수 쪽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갔다.
그 시각, 오상진과 한소희는 장석태 중위와 박은지 커플하고 데이트 중이었다.
이들이 제일 먼저 한 것은 영화를 보는 것이었다. 이들이 본 영화는 댄서의 순정이었다.
오상진이 영화관에서 나오며 한소희에게 물었다.
“영화 어땠어요?”
“으음,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죠. 나도 오랜만에 보니까, 괜찮은 것 같았어요.”
순간 한소희가 움찔했다.
“네? 오랜만에 봐요.”
오상진이 순간 당황했다. 그리고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 한국영화를 오랜만에 봐서 그래요.”
“으음, 난 또. 나 말고 다른 여자랑 영화를 본 줄 알았죠.”
“에이, 또 왜 그래요. 제가 소희 씨 말고 다른 여자가 어디 있어요.”
오상진이 옆구리를 툭툭 건드렸다. 한소희가 의심의 눈초리로 변하며 슬쩍 말했다.
“아무튼 요새 좀 의심스럽단 말이야.”
“내가요? 전 온리 유뿐입니다.”
“됐어요.”
한소희가 삐진 척하며 걸어갔다. 그 뒤를 오상진이 따랐다.
그리고 또 다른 커플인 장석태 중위와 박은지 두 사람도 영화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장석태 중위가 슬쩍 물었다.
“그래서 은지 씨가 보기에는 어땠어요?”
“글쎄요. 영화는 재미있게 봤는데 좀 허술한 면이 많았어요. 아까도 말했지만 출입국 사무소직원들의 모습도 그렇고…….”
“맞아요. 저도 공감을 해요. 그러니까…….”
“그건 맞아요. 그래도 저는…….”
이렇듯 두 사람은 영화에 대해 분석을 했다. 확연히 다른 커플들의 모습이었다.
두 사람이 영화에 대해 열띤 분석을 하고 있을 때, 앞서가던 한소희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
“우리 이제 뭐 해요?”
박은지가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뭐 할까요?”
“밥 먹어야죠, 밥!”
장석태 중위가 강하게 말했다.
“어?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나요?”
박은지가 슬쩍 시계를 확인했다.
“점심 먹기에는 좀 이른 시간 아닌가요?”
“에이, 뭐가 이릅니까. 지금부터 가서 느긋하게 얘기를 나누면서 밥을 먹는 거죠.”
“그래요. 저는 상관없어요. 두 분은…….”
박은지의 시선이 오상진과 한소희에게 향했다. 그 두 사람을 보며 물었다.
“혹시 따로 약속 있으세요?”
오상진이 입을 뗐다.
“저희요?”
오상진은 자연스럽게 한소희에게 향했다. 모든 결정을 한소희에게 맡긴 것이었다.
한소희가 환하게 웃으며 앞에 있는 장석태 중위와 박은지를 봤다. 박은지는 별 반응이 없는데, 장석태 중위가 정말 간절한 눈으로 한소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제발 함께해 줘요. 네?’
그런 장석태 중위 간절한 눈빛을 간파한 한소희가 배시시 웃었다.
“그럼 우리 이 근처에 맛있는 레스토랑이 있던데. 같이 먹을까요?”
“그래요. 그럼.”
장석태 중위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전에 박은지가 손을 들어 말했다.
“그전에 저 잠시 화장실에 다녀올게요.”
박은지가 서둘러 화장실로 갔다. 그때 한소희도 박은지를 따라 움직였다.
“같이 가요.”
오상진과 장석태 중위만 남게 되었다. 장석태 중위가 슬쩍 오상진에게 다가갔다.
“오 중위.”
“네?”
“우리 담배 한 대 피우러 갑시다.”
“담배 말입니까?”
“이거 심장이 두근거려서 진정을 좀 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 뭘 했기에 심장이 두근거립니까?”
장석태 중위가 깜짝 놀라며 오상진을 바라봤다.
“오 중위는 그런 적 없습니까? 좋아하는 여자랑 단둘이 어두운 영화관에 있는데, 영화가 눈이 들어옵니까? 당연히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이 정상 아닌가?”
오상진은 장석태 중위의 얘기를 듣고 보니 자신도 예전에 그랬던 적이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런데 그렇게 좋습니까?”
“완전! 진짜 완전 내 스타일이라니까. 오늘 옷 입은 것도 봐봐. 지난번에는 캐쥬얼 스타일도 좋았는데 오늘도 저렇듯 한껏 꾸미고 온 거 보니까. 너무 예뻐!”
“후후후, 그렇습니까?”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장석태 중위는 거기서 끝내지 않았다.
“게다가 은지 씨를 만나면서 네 취향에 대해 확고하게 알았어.”
“네?”
“그전에는 여자가 예쁘면 다인 줄 알았잖아.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역시 나는 말이 잘 통하는 여자가 최고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까? 정말 다행입니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오 중위. 정말 나 밀어줘야 합니다. 알겠죠?”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은 대답을 하고, 멋쩍게 웃었다.
미사가 끝난 성당은 신도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한태수 상병이 바로 입을 열었다.
“우리는 좀 더 앉아 있다가 나간다. 다른 신도들이 먼저 나간 후에 움직이자.”
“네. 알겠습니다.”
신도들이 하나둘 빠져나가면서 이세강 이병을 봤다.
“어? 이등병이네. 새로 왔나 봐요.”
“아, 네에.”
“이제부터 자주 나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이세강 이병은 대답을 하면서도 건너편 이대강 일병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형은 언제 일어나지? 언제 나랑 눈을 마주칠까? 형을 만나면 무슨 말부터 해야 할까?’
이세강 이병은 혼자 그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러던 중 이대강 일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세강 이병이 움찔했다. 이대강 일병이 뒤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점점 이세강 일병과 가까워졌다.
이세강 이병의 엉덩이가 들썩였다. 가까워지는 이대강 일병에게 말을 걸려고 하는데 형이 매서운 눈으로 바라봤다.
‘혀엉? 왜 그래 무섭게.’
이세강 이병은 이대강 일병이 왜 저렇게 무섭게 바라보는지 그 이유를 몰랐다. 여태껏 알고 있던 형의 눈빛이 아니었다.
이세강 이병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이대강 일병을 봤다. 왜 그런 눈빛을 자기를 보는지 그 이유를 정확하게 몰랐다.
‘혀엉…….’
이세강 이병은 속으로 형을 불렀다.
그때, 임진해 일병이 이세강 이병을 노려봤다.
“이봐요. 아저씨. 뭘 그렇게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