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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624화 (624/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624화

45장 까라면 까야죠(93)

차우식 병장은 이세강 이병에게서 몸을 돌려 소대원에게 말했다.

“잘 있고, 난 휴가 신고하러 간다. 수고들 해라.”

“휴가 잘 다녀오십시오.”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 밖에서 사고 치지 마시고 말입니다.”

“야, 인마! 내가 꼭 사고 치기를 바라는 것 같다.”

“설마 그러겠습니까.”

“알겠다. 잘 다녀오마.”

차우식 병장이 손을 흔들며 휴가 신고식을 하러 움직였다. 중대장실에 가는 길에 먼저 행정반에 들어간 차우식 병장이 오상진에게 갔다.

“오오, 말년 병장, 차우식.”

“말년 휴가 간다며.”

“네. 그렇습니다.”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소대장들이 인사를 건넸다. 차우식 병장은 환한 얼굴로 대답하며 오상진의 앞으로 갔다.

“휴가 잘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갔다와라.”

“네. 아, 그리고 소대장님.”

“왜?”

“신병 좀 확인해 주십시오.”

“신병?”

“네. 어제부터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한다고 합니다. 뭔가 고민이 있는 것 같은데 말을 안 해줍니다.”

“그래? 알았다. 그건 소대장이 확인해 보마.”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전 중대장님께 신고하고 다녀오겠습니다. 충성!”

“잘 다녀와라.”

오상진도 마주 보고 경례를 해줬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4소대장과 3소대장이 부럽다는 시선으로 입을 열었다.

“와, 1소대장님 분위기가 좋습니다.”

“네?”

“저런 얘기도 알아서 척척 해주고 말입니다. 우리 애들은 무슨 일 있어도 미리미리 얘기를 안 하니……. 암튼 부럽습니다.”

4소대장이 진짜 부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오상진은 그저 미소만 지었다. 그러다가 시선을 이미선 2소대장에게 뒀다.

“2소대장님은 어떻습니까? 내무실 분위기 괜찮습니까?”

“네, 좋습니다.”

2소대 박대기 병장이 제대한 후에 이미선 2소대장의 마음도 한결 편해진 모양이었다.

“신병도 적응 잘합니까?”

“네. 잘하고 있습니다.”

이미선 2소대장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오상진도 잘되고 있다니 안심이 되었다.

“참, 인한이도 곧 제대 아닙니까?”

“네, 다음 달 제대입니다.”

“이야, 인한이가 벌써 제대라니. 시간 참 빨리 갑니다.”

“네.”

이미선 2소대장이 답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없다. 더 이상 대화는 이어가지 못했다. 솔직히 이미선 2소대장은 오상진과 그때 영화관에서의 만남 이후로 조금 껄끄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오상진의 시선이 행정병에게 향했다.

“승훈아.”

“상병 이승훈.”

“너 우리 소대 가서 신병 좀 불러와라.”

“네, 알겠습니다.”

이승훈 상병이 행정반을 나갔다. 잠시 후 이세강 이병이 행정반에 나타났다.

“충성. 이병 이세강. 행정반에 용무 있어 왔습니다.”

오상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왔어?”

“이병 이세강. 네, 그렇습니다.”

“자, 그럼 가자.”

오상진은 이세강 이병을 데리고 휴게실로 갔다. 그곳에서 커피를 뽑아 내밀었다.

“마셔라.”

“감사합니다.”

오상진이 옆 자리에 앉았다.

“세강아.”

“이병 이세강.”

“무슨 일 있는 거냐?”

“아무것도 아닙니다.”

“편안하게 얘기해. 소대장이 걱정이 돼서 그래.”

오상진의 물음에 이세강 이병이 잠깐 고민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저, 그게…….”

“갑자기 형에게서 소식이 없습니다.”

“공병대대에 있다는 형?”

“네. 그렇습니다.”

“연락이 왜 없어?”

“편지를 써도 답장이 없고, 혹시나 싶어서 이승훈 상병님에게 부탁해 전화를 해봤지만 안 받습니다.”

“그래? 아니면 훈련 나갔다거나, 바빠서 그런 거 아니야?”

“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 알아보니 훈련도 없고, 지금은 크게 바쁘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네.”

“으음, 편지를 보낸 것은 언제인데?”

“일주일 전에 보냈습니다. 전화는 그저께부터고 말입니다. ……사실 가끔 고참님들이 행정반 전화기로 주말에 형과 통화를 연결시켜 주고 그랬습니다.”

“아, 그랬어? 기특한 짓을 했네.”

“네?”

“아니야. 아무튼 그저께부터 연락이 아예 안 돼?”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통화에서 형의 목소리가 많이 무거웠습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봤는데 아무일도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 형의 목소리만 들어도 압니다.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겁니다.”

“그래? 확실해?”

“네.”

이세가 이병이 강한 눈빛으로 답했다. 오상진이 그 눈빛을 보고 피식 웃었다.

“너희 둘 형제의 우애가 참 좋다. 알았어, 소대장이 한번 알아봐 줄게. 그럼 됐지?”

“네.”

“전에는 답도 잘 주고 그랬던 거 맞지?”

“네, 맞습니다.”

“알았다. 그럼 말 나온 김에 전화통화 한번 해볼래?”

이세강 이병의 눈빛이 반짝였다.

“네!”

“좋아, 가자.”

오상진은 이세강 이병을 이끌고 행정반으로 갔다. 자신의 책상에 앉았다.

“승훈아.”

“상병 이승훈.”

“공병대대 3중대 행정반 번호 좀 불러봐.”

“공병대대 3중대 말씀입니까?”

“그래.”

이승훈 상병이 곧바로 사단 전화번호부를 꺼내 확인했다.

“573번입니다.”

“알았다.”

오상진은 수화기를 들어 공병대대에 전화를 걸었다.

-통신보안 공병대대 3중대 행정반 일병 강중원입니다.

“어, 그래. 나 충성대대 1중대 1소대장이다.”

-충성. 무슨 일이십니까?

“혹시 말이다. 3중대 2소대에 이대강 일병이라고 있나?”

-네, 있습니다.

“그럼 지금 잠깐 통화 좀 할 수 있을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로부터 약 3분 후 이대강 일병이 전화를 바꿨다.

-통신보안 이대강 일병 전화 바꿨습니다.

“자네가 이대강 일병인가?”

-네, 그렇습니다.

“아, 나는 충성대대 1중대 소대장인데. 자네 동생이 내 소대야.”

-세, 세강이가 말입니까?

이대강 일병의 목소리가 순간 떨려왔다.

“맞다. 그런데 동생이 너랑 통화를 하고 싶다고 하네. 일단 통화 해봐.”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래? 동생이 걱정을 많이 해. 지난번에 통화하면서 목소리가 안 좋다고 하던데……. 무슨 일 없는 거지?”

-……네, 없습니다.

“정말 없는 거 맞아?”

-…… 네, 없습니다.

자꾸만 한 박자 느리게 대답을 하고 그랬다. 오상진도 뭔가 이상함을 느꼈지만 타 부대 병사에 대해서 꼬치꼬치 캐물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동생이 걱정을 하는데 한번 통화하면 안 될까?”

-……네, 알겠습니다.

이대강 일병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승낙을 했다. 오상진이 수화기를 바로 이세강 이병에게 건넸다.

“형! 나 세강이.”

-너 왜 전화했어.

“아, 아니, 나는 형이 걱정되어서……. 편지를 보내도 답장이 없고…….”

-난 괜찮으니까. 자꾸 전화하지 마. 너 군 생활이나 잘해. 이제 갓 전입 온 녀석이 자꾸 이러면 고참들이 좋아하지 않아.

“아, 아니야. 여기 고참님들은 다 잘해줘. 전화도 할 수 있게 해주는데.”

-그래, 다행이네. 그래도 이렇듯 전화 자주 하면 보기 안 좋아. 그러니 하지 마.

“혀엉…….”

-형 지금 바쁜 일이 있어서 가 봐야 하거든. 아무튼 군 생활 잘해.

그렇게 전화가 끊어졌다. 이세강 이병이 수화기를 붙잡고 형을 불렀다.

“형! 혀어어엉!”

그러나 통화는 이미 끊어진 상태였다.

“끊었어?”

“네.”

이세강 이병이 조심스럽게 수화기를 건넸다. 오상진은 그것을 받아서 내려놓았다.

“지난번에도 이 목소리였니?”

“네, 지난번보다 목소리가 더 안 좋습니다. 저에게 절대 그런식으로 말하지 않는데…….”

이세강 이병은 더욱 걱정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사실 이세강 이병은 동생으로서 누구보다 형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형은 꿈이 요리사였다. 입대를 하기 전까지 푸드트럭에서 음식 장사도 했었을 만큼 꿈도 있고, 열정도 있는 형이었다.

하지만 최근 통화한 형의 목소리는 예전의 그것이 아니었다.

오상진이 잠깐 고민을 하더니 박중근 중사를 불렀다.

“박 중사.”

“네.”

“공병대대에 아는 부사관 있다고 하셨죠.”

“네. 그쪽에 제 동기 많습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이세강 이병 형 말입니다. 이대강 일병이라고 하는데, 방금 통화를 했는데 뭔가 께름칙합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제가 한번 알아봐 드립니까?”

“네, 부탁 좀 드립니다.”

“네, 소대장님.”

박중근 중사가 휴대폰을 들고 행정반을 나갔다. 오상진은 이세강 이병을 봤다.

“넌 내무실로 돌아가 있어. 소대장이 알아봐 줄 테니까.”

“네, 소대장님.”

“그래. 일단 아무 걱정 말고 군 생활이나 잘하고 있어.”

“알겠습니다.”

이세강 이병이 내무실로 가고, 오상진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진짜 무슨 일이 있나?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는데…….”

오상진이 작게 중얼거렸다.

그다음 날 박중근 중사가 은밀히 오상진을 따로 불렀다.

박중근 중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이대강 일병에 대해서 좀 알아봤는데 말입니다.”

“네. 어떻게, 잘 지내고 있답니까?”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그게 말입니다. 일병인데 관심병사랍니다.”

“네? 그게 무슨…….”

오상진도 이해가 되지 않는 듯했다. 아니, 일병을 달았는데 관심병사라는 것이 말이 되는 것인지도 의문이었다.

“무슨 일병이 관심병사입니까.”

“그것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거기 있는 후배가 그리 말했습니다. 저도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거기까지는 알 수 없다고 합니다. 그저 슬쩍 알아본 바로는 관심병사고, 소대에서 눈칫밥을 좀 먹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세강이에게 듣기로는 대강이는 어른스럽고 동생도 잘 챙겨주고 좋은 형으로 알고 있던데 말입니다.”

“에이, 사회에서 잘한다고 군대에서도 잘한다는 보장은 없죠. 반대로 사회에서 적응 못 했던 애들이 군대에서 정신 차려서 열심히 하는 애들도 있는데 말입니다.”

“으음, 정확히 무슨 사정인지는 모릅니까?”

오상진이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 박중근 중사가 잠깐 생각을 하더니 입을 뗐다.

“아, 그거 소대장님께서 알고 싶다면 좀 더 알아보긴 하겠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저희 쪽에서 조사를 한다는 것을 그쪽에 들키면 문제가 좀 되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남의 부대 병사의 뒷조사를 한다는 것이니 말입니다.”

박중근 중사의 충고에 오상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이해했습니다.”

“그럼 이 문제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박중근 중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상진은 잠시 생각을 했다.

‘현재 소대장인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그냥 물어보는 것이 다인데…….’

오상진은 스스로 한계를 느꼈다.

“아무래도 이 문제는 사실 제가 어떻게 할 방법이 없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그렇습니다. 그나저나 대강이도 그렇지만, 저는 세강이가 걱정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지난번에 형이랑 통화하는 것을 듣고 어찌나 좋아하던지. 형을 많이 따르는 것 같습니다.”

“그렇죠. 그런데 형이 현재 그런 상황이라는 것을 알면 충격받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오상진은 살짝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박중근 중사도 표정을 굳혔다.

“그러게 말입니다. 요새 표정도 좋지 않고 말입니다.”

“그래도 기왕 이렇게 된 거 서로 얼굴이라도 보면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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