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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623화 (623/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623화

45장 까라면 까야죠(92)

한소희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중대장님 끝났어요.”

“아이고, 아주 리얼한 소리 감사합니다.”

“어멋! 들렸어요?”

“저 들으라고 그런 소리 낸 거 아니었습니까?”

“들켰나요?”

한소희는 부끄럼도 없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 한소희의 모습에 오상진은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 김철환 1중대장은 그냥 껄껄 웃었다.

“중대장님도 언니랑 연애할 때 이러셨죠? 아니지, 아마 저희보다 더하셨을 것 같은데요.”

“하하하. 그때는 활활 타올랐죠!”

“정말요?”

“그럼요. 밀폐된 공간에 같이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멋, 대박.”

한소희는 놀란 눈이 되었다. 그러다가 힐끔 오상진을 봤다.

“상진 씨도 보고 좀 배워요.”

“뭐, 뭘 배우란 말입니까.”

오상진은 벌게진 얼굴로 서둘러 기어를 넣었다.

“추, 출발하겠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과 한소희는 그런 오상진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그들을 태운 차는 약 40여 분을 달려 유치원에 도착했다. 유치원 앞에서 선생님에게 말했다.

“소은이 데리러 왔습니다.”

“아, 네에.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선생님이 후다닥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소은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옆으로 남자애들이 달라붙어 있었다.

“소은아 조심해서 가.”

“내가 입구까지 가방 들어줄까?”

“천천히 걸어 소은아.”

남자애들의 지지를 받으며 소은이가 김철환 1중대장을 발견했다.

“아빠!”

“어이구, 우리 예쁜 딸!”

김철환 1중대장이 두 팔을 벌렸다. 그 사이로 소은이가 뛰어들었다.

“아이구 예뻐! 쪽!”

김철환 1중대장은 너무 예쁜 소은이를 안아서 볼에 뽀뽀를 했다.

“아빠, 수염!”

“수염? 아침에 면도했는데.”

“까끌까끌해!”

“벌써 수염이 자랐나 보다. 미안.”

김철환 1중대장은 그런 소은이를 예뻐라 했다. 그때 뒤에 서 있는 오상진과 한소희를 발견했다.

“어? 예쁜 이모다.”

소은이는 김철환 1중대장 품에서 바로 벗어나 한소희에게 뛰어갔다. 김철환 1중대장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소은아? 아빠야. 소은아?”

하지만 소은이는 애타게 부르는 김철환 1중대장을 뒤로하고 한소희에게 안겼다. 순간 김철환 1중대장은 충격을 받은 듯 멍한 상태로 서 있었다.

“소, 소은아……. 아빤데? 아빠야.”

그런데도 소은이는 한소희 품에 안겨 활짝 웃고 있었다.

“이, 이럴 수가…….”

그 옆으로 오상진이 다가왔다.

“괜찮습니다. 중대장님.”

“아냐, 이건 악몽이야. 전혀 괜찮지 않아.”

“그래도 소희 씨를 좋아해 줘서 너무 고맙지 않습니까?”

“고맙긴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 아빠 품에 있었는데…….”

오상진은 이 모습만 봐도, 중증이라는 것을 알았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더 이상 위로하는 것을 포기했다. 한소희는 소은이를 안고 물었다.

“그동안 잘 지냈어요?”

“네. 예쁜 이모도 잘 지냈어요?”

“물론이죠. 오늘 이렇듯 소은이가 보고 싶어서 왔어요.”

“와, 예쁜 이모과 예쁜 소은이 보러 온 거였구나.”

그때 소은이 담임인 안희영 선생이 살짝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했다.

“오셨어요?”

“어? 복직하신 거예요?”

“네.”

안희영 선생이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한소희가 바로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연락드리려고 했는데. 요새 어떻게 지내세요?”

“부원장 선생님께서 원장 선생님이 되신 후 많이 좋아졌어요.”

“요새는 막 그런 거 없죠?”

안희영 선생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네. 없어요. 오히려 다들 잘해주세요. 다 소희 씨 덕분이에요.”

“에이, 제가 뭘 한 것이 있나요. 선생님께서 노력해 주신 덕분이죠.”

한소희와 안희영 선생은 서로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사실 그 사건 이후 현재 유치원 일은 이렇게 정리되고 있었다.

일단 원장 선생은 안희영 선생의 변호사를 통해 고소장이 날아온 상태였다.

게다가 부모님들로부터 재발 방지 촉구를 요구받는 상황에까지 몰렸으며, 거기에 그치지 않고 강하게 사퇴를 하라며 압박까지 받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자기를 봐주던 최 장군까지 이사를 가서 완전 수세에 몰려 있었다.

그런 원장에게 부원장이 나타나 말했다.

“그럼 유치원을 저한테 파세요.”

알고 보니 부원장도 나중에 유치원을 차리려고 준비 중이었던 모양이었다.

원장은 이 동네에서는 이미 얼굴이 팔릴 대로 팔린 상태였기에 쫓기듯 유치원을 부원장에게 넘기고 떠났다.

하지만 고소 건에 대해서는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한소희도 대충 유치원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고 있었다. 한소희는 미소를 지으며 안희영 선생의 손을 잡았다.

“다행이에요. 선생님. 혹시라도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안희영 선생이 환한 얼굴로 대답했다. 이로써 유치원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이제 가요.”

“네.”

한소희는 소은이의 손을 잡고 안희영 선생에게 인사를 했다.

“아무튼 잘 지내세요. 그럼 다음에 또 봐요.”

“네, 안녕히 가세요. 소은이 잘 가. 내일 보자.”

“네.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소은이도 배꼽 인사를 했다. 그렇게 소은이와 세 사람이 유치원을 나왔다. 한소희가 소은이에게 물었다.

“우리 소은이 뭐 먹고 싶어?”

“나 자장면!”

“자장면? 그래, 그거 먹으러 가자.”

“네!”

소은이는 신나 하며 폴짝폴짝 뛰었다. 그 모습을 오상진과 김철환 1중대장이 흐뭇하게 바라봤다.

부대의 시계는 어김없이 흘러갔다. 지난 일주일이 흘러가는 동안 이세강 이병의 부대 적응과 몇 가지 훈련을 하며 바쁘게 보냈다.

그리고 차우식 병장의 특별한 아침이 밝아왔다.

뺨뺘뺘뺨뺘빠라라라뺨!

기상나팔 소리와 함께 불침번이 내무실 문을 벌컥 열며 불을 켰다.

“기상하십시오. 기상하십시오.”

그러자 자고 있던 소대원들이 후다닥 일어나 이불을 정리했는데, 여기서 계급의 차이가 확연하게 나타났다.

이등병과 일병의 빠르게 움직였고, 상병과 병장은 느긋하게 일어나 천천히 움직였다.

특히, 말년 병장인 차우식은 아직 이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때 이은호 이병이 곧장 자신의 이불을 정리하고 차우식 병장에게 갔다.

“차우식 병장님 기상하십시오. 오늘 마지막 말년 휴가 가시는 날입니다.”

모포에 몸을 돌돌 말은 차우식 병장이 힐끔 고개를 들었다. 잘 떠지지 않은 눈으로 물었다.

“진짜냐?”

“네. 그렇습니다.”

“날짜 잘못 센 거 아니지?”

“오늘이 확실합니다.”

“그래? 그럼 엄청 중요한 날이네. 빨리 일어나야지. 그럼.”

차우식 병장이 어기적어기적하며 모포에서 탈출했다. 그러다가 슬쩍 이은호 이병을 봤다.

“맞다. 은호야.”

“이병 이은호.”

“너도 곧 일병이지?”

“네. 그렇습니다.”

이은호 이병의 입가로 슬며시 미소가 번졌다. 차우식 병장이 모포를 정리하며 입을 뗐다.

“이야, 우리 은호 일병 다는 거 보고 가야 하는데, 말년 휴가를 나가버리네.”

이은호가 멋쩍게 웃었다. 차우식 병장의 시선이 강태산 이병에게 향했다. 강태산 이병은 어느새 화장실에서 가져온 빗자루로 내무실 바닥에 뿌려진 물을 빼내고 있었다.

스삭스삭!

바닥의 물은 건조한 탓에 목 아프지 말라고 잠자기 전 바닥에 뿌려 놓은 것이었다. 그걸 빼내는 일이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이었다.

차우식 병장이 그런 강태산 이병의 모습을 봤다. 약간은 좀 어색했다.

“강태산.”

“이병 강태산.”

“나 없다고 사고 치지 말고. 몸 조심하고 인마.”

“네. 그런데 말년 휴가 가시면 안 오시는 겁니까?”

“안 오긴 왜 안 와. 다시 돌아와야지.”

그러자 옆에 있던 구진모 상병이 말했다.

“말년 휴가 다녀오신 후 복귀하고 그다음 날 바로 전역이야.”

“와, 진짜입니까?”

차우식 병장이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부럽습니다.”

“너도 군 생활 잘하고 있으면 이런 날이 곧 와!”

구진모 상병이 바로 찬물을 끼얹었다.

“차 뱀도 참! 아직 이등병입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애한테 그런 말은 상처입니다.”

강태산 이병이 말을 듣고 곧바로 시무룩해졌다. 차우식 병장이 그런 강태산 이병을 보며 말했다.

“부럽냐?”

“네, 솔직히 부럽습니다.”

구진모 상병이 끼어들었다.

“세상에. 나 때는 이등병이 말년 휴가 가는 것을 보고 부럽다고 말도 못 꺼냈었는데, 세상 참 많이 좋아졌다. 그렇지 태산아.”

“네, 그렇습니다. 진짜 세상 많이 좋아졌습니다.”

강태산 이병은 거리낌 없이 말했다. 구진모 상병은 그런 강태산 이병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해진 상병이 전투화 끈을 동여매며 말했다.

“자, 서두르자! 아침 점호 늦겠다.”

“네, 알겠습니다.”

아침 식사를 마친 소대원들이 하나둘 내무실에 들어왔다.

구진모 상병이 들어오며 휴가용 전투복으로 환복한 차우식 병장을 보며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차우식 병장이 피식 웃었다.

“야, 인마 그만 봐라. 내가 동물원 원숭이냐.”

“부러워서 그러지 말입니다.”

구진모 상병이 말했다.

“후후, 자식. 그리 부럽냐?”

“당연히 부럽지 말입니다. 와, 그런데 전 언제 옵니까?”

“야야, 시간 금방 가더라.”

“와, 대박! 이제 말년 휴가 갔다 오면 바로 전역이시라고 그리 말씀하시는 것이지 말입니다.”

“아냐, 진짜 금방이라니까.”

“금방은 무슨……. 전 아직 몇 달이나 남았습니다.”

“1년은 안 남았잖아.”

“헉!”

구진모 상병이 입을 쩍 하고 벌렸다. 차우식 병장은 그러거나 말거나 거울을 보며 룰루랄라 전투복을 매만졌다. 그런데 그때 차우식 병장의 시선이 이세강 이병에게 향했다.

‘응? 저 녀석 왜 저래?’

이세강 이병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이세강.”

“이병 이세강.”

“너 왜 그래? 무슨 일 있냐?”

“아, 아무 일도 없습니다.”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 어디 아파?”

“아닙니다.”

“아닌 것이 아닌데. 너 어제부터 얼이 빠져 있었어. 뭔데 인마. 말해봐.”

이세강 이병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진짜 아무 일도 없습니다. 괜찮습니다.”

그러다가 강태산 이병이 슬쩍 말했다.

“안 그래도 어제부터 밥도 못 먹고, 그랬습니다.”

이해진 상병도 그 말을 듣고 다가왔다.

“이세강. 정말이야?”

“이병 이세강…….”

이세강 이병은 말을 하지 못했다. 고참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이해진 상병이 슬쩍 손으로 이세강 이병의 이마에 손을 댔다.

“이, 이병 이세강…….”

“으음, 머리에 열은 없네. 진짜 괜찮은 거야?”

“네, 괜찮습니다.”

이세강 이병이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해진 상병이 입을 열었다.

“혼자 끙끙 앓지 말고. 고참들에게 말해. 나중에 병 생기면 너만 손해야.”

“네, 알겠습니다.”

이해진 상병이 자리로 돌아갔다. 다른 고참들의 시선도 이제 없었다. 다만 차우식 병장은 아직까지 있었다.

“음……. 아무래도 말 못 할 고민이 있나 보구만.”

“그냥 집안일입니다.”

“그래? 알았다. 뭐, 네가 얘기하고 싶지 않다면 어쩔 수 없는 거지.”

차우식 병장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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