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생 리셋 오 소위-620화 (620/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620화

45장 까라면 까야죠(89)

“어라? 마크가 정확하게 달려 있네. 내가 한 것이 맞나?”

하지만 그 전투모는 저녁 점호 전까지 노현래 이병이 낑낑거리며 바느질을 한 것이었다. 솔직히 김우진 병장이 한 것보다 훨씬 잘 되어 있었다.

“자식들…….”

김우진 병장은 울컥했다. 그래도 좋은 선물을 하나 받는 것 같았다.

전투복 상의와 야상도 확인했다. 모두 말끔히 바느질을 해놓은 상태였다. 그것을 김우진 병장이 슬쩍 어루만졌다.

‘고맙다.’

그 바느질 한 땀 한 땀에 소대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깃들어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이 그렇게도 괴롭히고 못살게 굴었었는데……. 그래도 뭔가 모를 뿌듯함이 느껴졌다. 이것이 아마도 참 전우애라는 것이 느껴졌다.

그다음 날.

김우진 병장은 마지막 아침 점호를 마치고, 짐을 정리한 후 옷을 환복했다.

“야, 나 어떠냐?”

“와, 멋있습니다.”

“아, 눈부셔! 예비군 마크가 저의 눈을 다치게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감히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겠습니다.”

“하하핫! 자식들……. 고맙다. 바느질 너희들이 새로 한 거지?”

김우진 병장의 말에 다들 미소만 지었다. 그때 구진모 상병이 한마디 했다.

“아니, 아무리 봐도 그 상태로는 전역 신고를 하지 못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아무튼 현래가 고생했습니다.”

“뭐? 현래가?”

“네. 현래가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했지 말입니다.”

김우진 병장의 시선이 노현래에게 향했다. 노현래 일병은 살짝 민망한 얼굴이 되었다.

“현래야.”

“일병 노현래.”

“자식…… 고맙다!”

“아, 아닙니다.”

김우진 병장이 가만히 노현래 일병을 바라봤다. 그냥 고맙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걸음을 옮겼다.

“일단 나 전역 신고 하고 올게!”

김우진 병장이 당당하게 중대장실로 갔다. 전역 신고를 마친 후 김철환 1중대장이 슬쩍 전투모를 바라봤다.

“우진아, 너 전투모 예비군 마크 이거 오버로크 안 쳤지?”

그때 오상진이 슬쩍 말했다.

“예비군 마크를 토요일 날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소대원들이 바느질 해줬습니다.”

“어? 그래? 그래도 이게 뭐냐.”

“죄송합니다. 제가 나가서 바로 하겠습니다.”

“됐다. 소대원들이 한 땀 한 땀 해 줬을 텐데. 아무튼 전역 축하한다.”

김철환 1중대장이 악수를 청했다. 그런 김우진 병장에게 오상진이 전역증을 내밀었다.

“자! 이제 진짜 전역하네.”

“네. 소대장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자식! 잘 가라.”

“네.”

오상진은 이렇듯 또 한 명의 대원을 전역시켰다. 김우진 병장은 그렇게 1소대원들의 환호를 받으며 위병소로 나갔다. 마지막으로 위병소 대장에 작성한 후 위병소를 나섰다.

“후아…….”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이제 진짜 전역을 했다.

그런데 그의 앞에 남자 세 명이 서 있었다.

“어? 너희들…….”

바로 김우진의 친구 녀석들이었다.

“야, 김우진 축하한다!”

“전역 축하해!”

“오늘 코가 삐뚤어지도록 마셔보자!”

“야, 너희들 어떻게 알고 왔냐?”

“왜? 모를 거 같았냐?”

“우진이가 나오는데 당연히 와야지.”

친구들이 김우진에게 갔다.

“야, 이게 전역모냐? 한번 줘봐, 써보게.”

김우진 병장이 전역모를 건넸다. 친구가 써 보며 말했다.

“뭐야, 자식! 대가리는 열라 크네.”

“나도 줘봐.”

그러다가 한 녀석이 전역모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어라? 예비군 마크가 왜 그러냐?”

“어? 이게 왜?”

“혹시 바느질한 거냐?”

“그러게, 바느질했네. 왜? 너희 부대에 세탁소 없어?”

“아, 아니야.”

“그런데 왜 그래?”

“그럴 일이 있어.”

“야, 보기 흉하다. 빨리 뜯어내서 다시 박자!”

곧바로 김우진이 정색하며 전투모를 뺏었다.

“뜯지 마. 뜯지 말라고!”

“야, 인마. 정색하며 말하냐.”

“아무튼 내가 알아서 해.”

김우진이 전역모를 도로 썼다. 친구들은 갑작스럽게 정색하는 김우진의 행동에 조금 의아해했다.

그때 한 녀석이 말했다.

“야야, 엄청 소중한 뭔가 있는가 보지. 여기서 이러지 말고, 빨리 술이나 빨러 가자!”

“오오, 가자!”

김우진이 전역모를 다시 고쳐 쓰며 물었다. 그리고 고개를 슬쩍 들며 씨익 웃으며 물었다.

“야, 술은 누가 사냐?”

한 사람이 나가면 또 한 사람이 들어와 그 자리를 메꾼다. 김우진 병장이 전역하고 며칠 후 새로운 신병이 충효대대에 들어왔다.

그중 1중대에도 신병이 합류를 했다.

“어디 보자. 너희들이 새로운 신병이구나.”

“이병 이세강.”

“이병 한도민.”

두 명의 신병이 더플백을 등에 메고 서 있었다. 4소대장이 실실 웃으며 두 명의 신병에게 갔다.

“일단 저기 앉아. 더플백은 내려놓고.”

“네. 알겠습니다.”

그때 이미선 2소대장이 행정반으로 들어왔다. 4소대장이 표정을 밝게 하며 입을 열었다.

“2소대장.”

“네.”

“이번에 2소대에 들어갈 신병이 왔습니다.”

“그렇습니까?”

이미선 2소대장이 힐끔 신병 두 명을 봤다. 4소대장이 슬쩍 물었다.

“어떤 녀석이 괜찮아 보입니까?”

이미선 2소대장은 말없이 두 사람을 보더니 자신의 책상으로 갔다.

“뭐, 아무나 와도 상관 없습니다.”

“에이, 그래도 괜찮은 애로 데리고 가야죠.”

“딱 봐도 거기서 거기인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4소대장이 두 신병을 힐끔 바라봤다. 두 사람은 잔뜩 얼어붙은 채 정자세로 앉아 있었다.

“하긴 둘 다 그리 보이긴 합니다. 어차피 1소대에도 가야 하고, 2소대에도 가야 하니까.”

4소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자리로 갔다. 그사이 오상진과 3소대장이 행정반에 들어왔다.

“어, 신병 왔나 봅니다.”

3소대장도 신병을 확인하고 자신의 자리로 갔다. 오상진도 확인을 한 후 입을 뗐다.

“와, 이번 신병은 빨리 왔습니다.”

“네.”

인사장교가 1중대 행정반을 찾았다.

“오늘 1중대 신병 왔습니다.”

오상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장교를 맞이했다.

“오셨습니까, 인사장교님.”

“그래. 수고가 많아.”

인사장교는 실실 웃으며 손에 든 서류를 확인했다. 그리고 앉아 있는 신병을 보며 말했다.

“어디 보자. 이세강?”

“이병 이세강.”

제법 똘똘해 보이는 녀석이 관등성명을 댔다.

“그럼 네가 한도민이구나.”

“이병 한도민.”

“그래, 확인했다.”

인사장교는 간단히 명단만 확인하고는 오상진에게 갔다.

“1소대장.”

“네.”

“이번에는 빨리 줬다.”

인사장교가 피식 웃었다. 오상진도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참, 이번에는 왜 빨랐습니까?”

“말도 마라, 너희 중대장님께서 하루가 멀다 하고 쪼는데…….”

인사장교는 학을 뗐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아, 그랬구나. 그리고 다음 달도…….”

오상진이 넌지시 말했다. 인사장교가 손을 들었다.

“알아, 알고 있어. 다음 달도 걱정 마. 이미 지원받기로 했으니까.”

“네, 감사합니다.”

“자!”

인사장교가 신병 서류를 오상진에게 건넸다.

“넵,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아무튼 수고해.”

“네, 올라가십시오.”

인사장교가 손을 흔들며 1중대 행정반을 나갔다. 오상진이 두 신병에게 갔다.

“너 이름이…….”

“이병 이세강.”

이세강이 관등성명을 댔다. 오상진이 이세강 이병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왔다.”

오상진은 이세강 이병이 맘에 들었다. 왠지 똘똘해 보이는 인상에 눈이 반짝였다. 물론 신병이고, 낯선 곳이라 많이 긴장한 듯한 모습이지만 군 생활은 잘할 듯 보였다.

3소대장과 4소대장 역시 이세강 이병이 맘에 든 모양이었다.

“어이구야. A급이 들어온 모양이네.”

“맞습니다. 이번 신병은 똑부러지는 애들이 온 것 같습니다.”

그러자 3소대장이 슬쩍 오상진에게 말했다.

“1소대장님은 좋겠습니다. 이번 신병이 꽤 좋아 보입니다.”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겪어봐야 알죠.”

오상진은 말은 저렇게 했지만 이세강 이병이 확실히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리고 시선을 한도민 이병에게 뒀다.

“네가 한도민?”

“이병 한도님!”

한도민은 체격이 참 좋았다. 밖에서 운동하다가 온 아이인 것 같았다.

“너 운동했냐?”

“이병 한도민. 네, 그렇습니다.”

“무슨 운동?”

“유도했습니다.”

“오오오, 유도! 이야, 그래서 그런지 몸이 다부지다.”

오상진이 슬쩍 이미선 2소대장을 바라봤다.

“2소대장 어떻습니까?”

“전 괜찮습니다.”

“그럼 한도민을 2소대에 데리고 가시죠. 전 이세강을 데려가겠습니다.”

“네. 그렇게 하시죠.”

이미선 2소대장이 쿨하게 승낙을 했다.

“좋습니다. 자, 신병. 신고식 하러 가 볼까?”

신고식이라는 말에 두 신병이 바짝 긴장했다. 오상진은 행정병을 봤다.

“승훈아.”

“상병 이승훈.”

“얘들 신고식 준비시켜서……. 어디 보자.”

오상진이 시계를 확인했다.

“10분 후에 중대장실로 보내.”

“네. 알겠습니다.”

행정병 이승훈 상병이 신병에게 갔다. 구석진 곳으로 가서 두 신병 신고식 교육을 했다.

“자, 이거 받아.”

이승훈 상병은 이세강 이병에게 뭔가를 건넸다.

“지금부터 넌 이걸 외워. 여기 동그라미 보이지. 여긴, 가만 보자, 오늘 날짜가…….”

이승훈 상병이 빈 칸에 날짜를 채워 넣었다.

“자, 다 되었다. 확인 잘하고!”

“네.”

이승훈 상병은 신고식을 어떻게 대하는지 철저히 가르쳤다. 그리고 10분이 흐른 후 중대장실로 이동했다.

“자, 신고식 실수 없도록 잘해.”

“네. 알겠습니다.”

이승훈 상병이 문을 똑똑 두드렸다.

“들어와.”

문을 열고 신병이 들어갔다. 이승훈 상병이 말했다.

“신병 신고식 준비 끝났습니다.”

“그래? 그럼 어디 받아볼까?”

김철환 1중대장이 전투모를 쓰고, 책상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책상 앞으로 가서 섰다. 이세강 이병과, 한도민 이병은 이승훈 상병이 알려준대로 섰다.

“부대 차렷! 중대장님께 대하여 경례! 충성!”

이세강 이병이 큰소리로 경례를 했다. 김철환 1중대장이 흐뭇한 얼굴로 경례를 받았다.

“바로! 신. 고. 합니다. 이병 이세강 외 1명은……. 이에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 고. 합니다. 중대장님께 대하여 경례. 충성!”

“그래.”

김철환 1중대장이 경례를 받았다. 그로써 신병 신고식이 끝이 났다. 김철환 1중대장도 이세강 이병의 신고식이 맘에 들었다.

“자식 똘똘하네. 신고식 잘했어.”

“이병 이세강 감사합니다.”

김철환 1중대장은 흐뭇한 얼굴로 이세강 이병의 어깨를 두드렸다. 한도민 이병도 바라본 후 입을 뗐다.

“자. 그럼 일단 자리에 앉을까?”

“네.”

“알겠습니다.”

신병은 딱 각 잡힌 모습으로 자리에 앉았다. 오상진이 곧바로 커피믹스를 종이컵에 타서 가져왔다.

“1소대장 고맙다.”

“아닙니다. 너희들도 마셔.”

“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종이컵을 두 손으로 잡아서 홀짝홀짝 마셨다. 김철환 1중대장이 두 사람에 대해서 면담을 시작했다. 면담을 하기 전 김철환 1중대장이 두 사람의 신상명세서를 먼저 훑었다.

“으음…….”

오상진은 면담하는 것을 뒤로하고 중대장실을 나왔다.

곧장 1소대 내무실로 간 오상진은 훈련을 마치고 복귀하고 있는 소대원들을 반겼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