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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619화 (619/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619화

45장 까라면 까야죠(88)

“왜 그러십니까? 지금까지 작업한 거 보여 주십시오.”

“됐어!”

김우진 병장이 끝까지 안 보여주려고 했지만 차우식 병장이 억지로 봤다.

“어?”

“…….”

“이게 뭡니까?”

“뭘?”

“도대체 그동안 뭐 한 겁니까?”

차우식 병장은 살짝 어이없어 하며 물었다. 김우진 병장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때 구진모 상병이 다가왔다.

“차 병장님 왜 그러십니까?”

“야, 이거 봐봐라. 지금까지 이렇게 작업을 해 놨다.”

차우식 병장이 전투모를 구진모 상병에게 전했다. 구진모 상병이 그것을 보고 크게 웃었다.

“와, 대박! 김 뱀. 여태까지 이렇게 작업을 한 겁니까?”

다른 소대원들이 우르르 갔다. 전투모를 확인한 소대원들이 일제히 한 마디씩 했다.

“어? 이거 뭔가 이상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맞습니까?”

“약간 삐뚤지 않습니까? 내가 보기에 삐뚤어 보이는데 말입니다.”

“네 눈이 정확해. 확실히 삐뚤어.”

“게다가 바느질도 이상합니다. 완전 엉망인데 말입니다.”

“와. 세상에 바느질을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습니까? 제가 눈감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닐 겁니다.”

“야, 인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구박하면 쓰나. 내일 모레 전역하는 말년 병장이지만 그렇게 타박을 하면 안 되는 거야.”

“네, 죄송합니다.”

“뭐, 죄송하기까지 할 필요는 없고, 사실이라고 해도 조용히 말해야지.”

“아, 그런 겁니까?”

“그렇지.”

김우진 병장을 두고, 소대원들끼리 이리저리 웃고 난리가 났다.

그런데도 김우진 병장은 쉽사리 화를 내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자신이 바느질 한 전투모만 바라봤다.

“하아…….”

김우진 병장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김우진 병장의 모습을 소대원들이 의아해했다.

“이해진 상병님. 아무래도 김우진 병장님이 아닌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우리 김 뱀은 저렇게 행동하지 않습니다.”

“와, 이제 이틀 후면 전역한다고 마음이 너그러워지신 겁니까?”

“이러지 마십시오. 진짜 이상합니다.”

“김 뱀! 김 뱀! 정신 차리십시오.”

구진모 상병마저 걱정이 되는지 입을 뗐다. 김우진 병장이 잠깐 입을 다물고 있다가. 서둘러 전투모를 마무리 지었다.

“됐어. 이 정도면 나름 괜찮아.”

“아닙니다. 전혀 괜찮지 않습니다.”

“시끄러! 괜찮아!”

그러면서 전투모에 단 예비군 마크를 서둘러 마무리 지었다.

그 다음은 야상과 전투복 상의에 다는 예비군 마크였다. 마크도 작을뿐더러 이미 전투모에 예비군 마크 다는 바느질을 했기 때문에 수월하게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김 뱀. 이건 옆으로 좀 더 가야 하지 않습니까?”

“아니야. 괜찮아.”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괜찮다니까.”

김우진 병장은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집념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었다.

“와, 역시 대단합니다. 그래도 오전에 나가겠다고, 저렇게 바느질을 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구진모 상병이 차우식 병장에게 말했다. 차우식 병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리 귀찮아하던 김 뱀 아니냐. 그런데 오늘의 김 뱀은 그동안의 내가 봤던 모습이 아니야.”

“저도 동감입니다.”

이해진 상병이 시계를 확인했다.

“자, 얘들아. 전투화랑 방탄 헬멧 걷어 오자!”

“네. 알겠습니다.”

소대원들이 우르르 내무실을 빠져나갔다. 밖에 늘어놓았던 전투화를 정리한 후 가지고 들어왔다.

적힌 이름에 따라 단상 아래에 전투화를 차곡차곡 넣었다. 그리고 방탄 헬멧은 벗긴 커버를 다시 씌운 후 관물대 위에 올려놨다.

그 작업이 끝남과 동시에 김우진 병장의 바느질도 끝이 났다.

“와, 다 끝났다! 얘들아 어때?”

김우진 병장이 씨익 웃으며 보여줬다. 전투모의 마크는 약간 삐뚤어져 있고, 야상과 전투복 상의에 단 예비군 마크는 그 중심이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김우진 병장의 뿌듯한 얼굴을 보고 있으니, 차마 다른 말은 하지 못했다.

“잘하셨습니다.”

“우와, 집념의 사나이!”

“끝내 마무리 지으셨습니까?”

“멋집니다.”

소대원들은 그런 김우진 병장을 향해 박수를 보내줬다. 김우진 병장은 스스로 한 것에 매우 만족감을 드러내며 차곡차곡 관물대에 넣었다.

“그래도 열심히 한 기분으로 담배나 빨러 가야겠다.”

김우진 병장이 슬리퍼를 신고, 내무실을 나갔다. 김우진 병장이 나가고, 이해진 상병이 슬쩍 물었다.

“차 병장님, 김 뱀 저래도 되겠습니까?”

“글쎄다. 나도 좀 걱정이 된다.”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는 중대장님께서 화가 나실 텐데 말입니다.”

“어쩌겠냐. 스스로 만족하는데…….”

“그러지 말고, 너희들 김 병장님 바느질 다시 해줄 사람 손!”

그때 노현래 일병이 손을 들었다.

“일병 노현래. 제가 하겠습니다.”

“현래가? 오, 그래 현래 너 바느질 잘하잖아. 그래, 네가 책임지고 해 드려. 몰래 말이야.”

“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일요일이 되었다. 날씨가 좋아 몇 몇 소대원들은 농구를 하러 나갔다.

김우진 병장은 그때까지 내무실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침상에 누워 TV만 봤다.

“내일이면 나간다. 내일이면 집에 간다. 이제 진짜 이곳과 안녕이다.”

김우진 병장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입가에서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 김우진 병장을 소대원들은 가만히 내버려 뒀다.

* * *

오후 5시가 되었을 때 오상진이 츄리닝 차림으로 1소대에 나타났다.

“잘 쉬고 있냐?”

“충성! 1소대 휴식중.”

“그래, 쉬어.”

이해진 상병이 자리에 앉았다. 김우진 병장도 자세를 바로 잡으며 앉았다. 오상진은 그런 김우진 병장을 보며 말했다.

“우진아. 너 뭐하냐?”

“저 말입니까? 쉬고 있습니다.”

“쉬어? 너 내일 전역이라면서!”

“으흐흐, 네 맞습니다.”

“자식! 그리 좋냐?”

“네, 완전 좋습니다.”

“옷 갈아 입어라. 소대장이 삼겹살 사 줄게.”

“앗! 정말입니까?”

“그래, 인마. 그럼 소대장이 뭐한다고 주말 오후에 이렇듯 부대에 올라왔겠냐.”

“알겠습니다.”

김우진 병장이 후다닥 일어나 전투복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그 사이 오상진이 이해진 상병에게 말했다.

“별일 없지?”

“네, 그렇습니다.”

“내일부터 시가전 전투 훈련 있는 거 알지?”

“네, 알고 있습니다.”

“미리미리 애들에게 숙지 시켜놔. 특히 이등병들에게 말이야.”

“네, 소대장님.”

“그래.”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김우진 병장을 봤다.

“우진아.”

“병장 김우진.”

“소대장 행정실에 있을 테니까. 옷 갈아 입고 그쪽으로 와.”

“네. 알겠습니다.”

“그럼 쉬어라.”

오상진이 미소를 지으며 내무실을 나섰다. 김우진 병장은 기분 좋은 얼굴로 전투복으로 환복했다. 전투화를 신는데 내부가 뽀송뽀송했다.

“어라, 전투화 잘 말렸네.”

“후후,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오십시오.”

“맛있는 거는 삼겹살이라잖아.”

“삼겹살에 소주 아니겠습니까.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말입니다. 내일 속 쓰려서 쓰러지지 마시고 말입니다. 아시죠, 내일 엄청 중요한 날인 거.”

“알지. 암 알고말고! 내가 말이야. 꼭 전역하고 만다.”

김우진 병장이 의지를 다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갔다올게. 저녁 맛나게 묵어라!”

“네. 다녀오십시오.”

김우진 병장이 웃으며 내무실을 나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강태산 이병이 한 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러자 옆에 있던 최강철 일병이 툭 쳤다.

“왜 부럽냐?”

“이병 강태산. 솔직히 부럽습니다. 저도 저런 날이 오겠지 말입니다.”

“오지, 암 오고말고. 그런데 아직은 까마득하지 않냐? 나도 그런데…….”

“하아, 맞습니다.”

강태산 이병은 곧바로 고개를 푹 숙였다. 그 사이 노현래 일병이 자리에서 일어나 김우진 병장 관물대로 갔다.

“어? 지금 하게?”

이해진 상병이 물었다.

“네. 김 병장님 없을 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다.”

노현래 일병이 전투모와 야상, 전투복 상의를 가지고 왔다. 먼저 전투모에 달린 예비군 마크를 봤다.

“하아…….”

보자마자 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왜? 심하냐?”

“이거 어디서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아예 뜯어버리고 새로 해.”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나머지는 내가 뜯어 줄게.”

한태수 상병이 다가왔다. 그 뒤로 소대원들이 하나 둘 달라붙었다.

“현래, 넌 바느질만 해. 나머지는 우리가 할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먼저 해 놓은 것을 뜯어내고 새로 중심을 잡았다. 그리고 일단 바느질로 넓게 바르게 잡은 후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했다.

그사이 다른 소대원들이 전투복 상의와 야상에 붙은 예비군 마크를 뜯어냈다.

“야, 여기가 중심이야. 잘 잡아!”

“그렇지. 일단 잘 잡고 있어. 예비 바느질을 해 놓게.”

“네.”

“아, 거기 아니야. 여기잖아! 똑바로 잡아.”

“알겠습니다.”

“후후후, 그런데 이거 우리가 해 놓은 것을 알면 깜짝 놀라겠지 말입니다.”

“그렇겠지?”

다들 기분 좋은 표정으로 엉망으로 바느질 했던 것을 새롭게 하고 있었다.

* * *

그사이 김우진 병장은 오상진과 함께 차를 타고 부대를 나갔다. 미리 약속된 장소에 도착을 하자, 그곳에 김철환 1중대장이 미리 나와 있었다.

“어? 중대장님 오셨습니까?”

“그래. 어서와라. 김우진.”

“병장 김우진.”

“자식, 잘 왔다.”

“넵!”

“자, 한 잔 받아라.”

“감사합니다.”

김우진 병장이 자리에 앉자마자 술잔을 내밀었다. 김철환 1중대장은 흐뭇한 얼굴로 술을 따라줬다.

“고생많았다.”

김철환 1중대장이 말했다. 김우진 병장이 웃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말년휴가 당겨 써서 많이 힘들었겠다. 네 동기 놈들은 말년휴가 나가서 오늘 복귀하던데 말이야.”

“괜찮습니다. 어쩔 수 없었는데 말입니다.”

“그렇지. 어쩔 수 없었지. 할머니는…… 괜찮아?”

“네. 괜찮습니다. 내일 제대하고 바로 할머니 찾아뵐 생각입니다.”

“그래, 잘 생각했다. 그래도 이렇듯 의젓한 손자가 제대하는 모습을 보고 갔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지.”

“……네.”

그때 오상진이 술잔을 들었다.

“중대장님, 일단 잔부터 부딪치지 말입니다.”

“맞다. 한잔해야지.”

김철환 1중대장이 잔을 들었다. 그리고 공중에서 세 잔이 부딪쳤다.

“하하하, 김우진 너 말이야.”

“아닙니다. 제가 언제…….”

“어허, 자식 너 안 그랬다고? 너 인마…….”

“중대장님 좀 봐주십시오.”

“맞습니다. 소대장인 제가 그래야지 말입니다.”

“소대장님까지…….”

이렇듯 세 사람의 얘기는 화기애애하게 펼쳐졌다.

물론 지난날의 얘기지만 김우진 병장은 기분이 좋았다. 술도 알딸딸하게 먹었다.

“들어가라. 소란 피우지 말고 바로 자!”

“네. 알겠습니다. 들어가십시오, 소대장님. 충성!”

오상진은 김우진 병장을 부대에 복귀시켜놓고, 관사로 내려갔다.

상황실에 자신의 복귀를 알린 후 내무실로 들어왔다.

어두컴컴한 내무실을 걸어가 자신의 자리로 갔다. 침상에는 이불이 깔려 있었다.

“훗, 자식들…….”

김우진 병장이 피식 웃으며 자리에 털썩 앉았다. 소대원들은 이미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김우진 병장의 눈에 전투모가 보였다.

“어? 이건 내 거잖아.”

예비군 마크가 달려 있는 전투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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