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618화
45장 까라면 까야죠(87)
흥분한 김우진 병장을 차우식 병장이 말렸다.
“김 뱀, 진정하십시오.”
“야, 인마.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냐. 저 새끼가 지금 날 물 먹이려고 작정을 한 것이지.”
“에이, 설마 그랬겠습니까. 아까 말하지 않았습니까. 행보관님이 늦게 준 거라고 말입니다.”
“이, 이런 X발, 행보관! XX, XXX, XX XXXX.”
김우진 병장이 있는 욕 없는 욕을 다 쏟아냈다. 1소대원들은 그런 김우진 병장을 보며 안쓰러워했다. 그리곤 이해진 상병을 봤다.
“해진아, 어떻게 하냐? 나 이대로 진짜 제대 못 하는 거 아니야?”
“설마 그러겠습니까?”
“야, 이거 오버로크 박지 않으면 전역 신고도 못 해.”
“그럼 1중대 중에 오늘 외박 나가는 애들 있지 않습니까. 그런 애들에게 부탁하십시오.”
이해진 상병의 말에 김우진 병장의 눈이 번쩍였다.
“맞다. 그런 애들이 있었지.”
김우진 병장이 재빨리 슬리퍼를 찾았다.
“야야, 너희들 뭐 해. 빨리 찾아!”
김우진 병장이 소대원들을 닦달했다. 일병과 이등병들이 일어나 내무실을 나갔다.
“야, 외박자들 찾아! 꼭 찾아야 해.”
“네, 알겠습니다.”
김우진 병장도 이대로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수가 없었다. 지금 자신은 오전에 전역신고를 하고 나가냐, 아니면 오후에 나가냐 하는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었다.
“안 되겠어. 나도 움직여야겠다.”
김우진 병장이 슬리퍼를 질질 끌며 내무실을 나갔다. 그 모습을 구진모 상병이 보며 중얼거렸다.
“하아, 나는 절대로 저런 꼴 안 당해야지. 한 달 전에 미리 받아놔야지. 안 그렇습니까. 차 뱀.”
구진모 상병이 차우식 병장을 봤다. 차우식 병장도 한 달 후에 전역이었다.
“그래야겠다. 미리미리 행정병에게 얘기를 해놔야겠다.”
“꼭 그러십시오.”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다짐을 했다. 이해진 상병이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약 10분이 흐른 후 김우진 병장이 축 처진 어깨로 내무실에 들어왔다. 차우식 병장이 바로 물었다.
“김 뱀 어떻게 되었습니까?”
“…….”
김우진 병장은 축 처진 어깨가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하아, 새끼들 걸음도 열라 빨라! 벌써 신고하고 다 나갔데.”
차우식 병장이 위로했다.
“괜찮습니다. 뭔가 방법이 있을 겁니다.”
“방법? 무슨 방법? 젠장할! 왜 나이게 이런 시련을 주는 거야? 왜!”
김우진 병장이 울먹이며 말했다. 소대원들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봤다. 이해진 상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얘들아, 오늘 날씨좋네. 전부 전투와 꺼내서 소독하자!”
“네, 알겠습니다.”
이해진 상병의 지휘 아래 전투 전투화를 꺼냈다. 노현래 일병이 김우진 병장에게 다가갔다.
“김 병장님 것은 제가 가져나가서 소독하겠습니다.”
“…….”
하지만 김우진 병장에게는 그 어떤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X발! 진짜 이해야 해? 우식아, 진짜 어쩔 수 없는 거야?”
차우식 병장도 딱히 방법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소대원들은 전투화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가자 하늘에는 구름 한 점은 없는 맑은 날씨였다.
“햇볕 잘 드는 곳에다가 해라.”
“네, 알겠습니다.”
이해진 상병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히죽 웃었다.
“거 참, 소독하기 딱 좋은 날씨네.”
“그러게 말입니다.”
어느 새 옆으로 다가온 최강철 일병이 말했다. 이해진 상병이 최강철 일병을 보며 피식 웃었다.
“이참에 장구류도 소독하자.”
“네. 알겠습니다.”
“자자, 전투화 빨리 정리하고, 장구류도 꺼내오자!”
“알겠습니다.”
이해진 상병의 지휘에 소대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전투화 끈을 반쯤 풀고, 살짝 까서 뒤집었다.
바닥까지 잘 보이게 한 후 비스듬하게 세웠다. 햇빛이 내부 속까지 잘 들어가게 하기 위함이었다.
“자, 다들 끝냈냐?”
“네.”
“들어가자.”
소대원들이 안으로 들어갔다. 김우진 병장은 여전히 우울한 얼굴이었다.
그 옆에서 차우식 병장이 위로를 해 주고 있었다. 그들을 뒤로하고, 다들 방탄 핼멧을 꺼냈다.
“방탄 헬멧만 소독하자.”
“네.”
방탄 헬멧을 다들 챙겨서 나갔다. 그러다가 구진모 상병이 김우진 병장을 보며 말했다.
“정 그렇다면 그냥 바느질 하지 말입니다.”
순간 고개를 번쩍 든 김우진 병장이었다.
“바느질?”
“네. 어차피 오바로크도 못 치고, 예비군 마크 달지 않으면 전역신고식 못하지 않습니까. 그럼 예비로 바느질을 해서 달아야지 말입니다.”
“오호라…….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김우진 병장의 얼굴이 풀어졌다. 그리고 냉큼 바늘과 실을 꺼냈다. 새로 산 전투모도 꺼내 거기에 예비군 마크를 댔다.
“그래,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하면 되는 거지. 그런 의미에서 진모야.”
“네?”
“너도 알다시피 말이야. 이 형이 바느질을…….”
“아, 맞다. 지금 밖에서 소독 중이지? 나도 가봐야 하는데…….”
구진모 상병이 후다닥 내무실을 나갔다. 그를 애타게 부르는 김우진 병장이었다.
“진모야, 야, 구진모! 구진모 이 새끼야!”
하지만 구진모 상병은 이미 내무실을 벗어난 후였다. 김우진 병장이 어이없어 했다.
“저, 저 새끼가……. 내가 어떻게 널 대해 줬는데…….”
김우진 병장이 인상을 쓰며 이를 빠듯 갈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차우식 병장이 말했다.
“애들에게 시키지 마십시오. 이런 건 김 뱀이 해야지.”
“야, 인마. 내가 바느질에서 손을 뗀 것이 언제였는지도 몰라.”
“그렇다고 애들이 내일모레 제대하는 김 뱀 말을 들을 것 같습니까?”
“……그렇지? 그렇겠지?”
김우진 병장도 이해가 되는 듯 말했다. 차우식 병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우진 병장은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아, X발…….”
김우진 병장이 욕을 한 바탕 내뱉고는 바늘과 실을 꺼냈다.
“그래 좋다 이거야. 내가 해. 내가 한다고! 좋아 말년 병장의 집념을 보여주겠어.”
김우진 병장의 눈에 불이 켜졌다. 그리고 바늘에 실을 끼우기 시작했다.
“내가 한 다면 하는 사람이야. 왜 그래, 나 김 병장이야!”
혼자 큰소리를 치며 바늘에 실을 뀄다. 그런데 처음부터 난관이었다.
“야, 왜 안 들어가! 왜 안 들어가냐고!”
김우진 병장이 혼자 끙끙 거렸다. 차우식 병장이 TV를 보다가 힐끔 김우진 병장을 봤다. 그리고는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세어나왔다.
“하아……. 김 뱀 그것도 못합니까?”
“뭐 인마?”
“이리 줘 보십시오. 제가 넣어 주겠습니다.”
“됐어, 인마! 내가 해.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한다고. 아무도 건들지 마.”
김우진 병장이 눈을 부릅뜨며 집중했다. 차우식 병장도 더 이상 건들지 않았다. 그렇게 내무실로 하나둘 소대원들이 들어왔다.
“어? 김 뱀 뭐하십니까?”
“…….”
김우진 병장은 바늘에 실을 넣느라 대답을 하지 못했다.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차우식 병장이 입을 열었다.
“냅둬! 지금 김 뱀. 집중하고 있으니까?”
이해진 상병이 다가왔다.
“갑자기 왜 바늘과 실을 꺼냈습니까? 서, 설마?”
“그래, 그 설마가 맞아. 오버로크 못 치니까, 자기가 직접 손수 바느질 한다는 거지.”
“헉? 정말입니까?”
“그래. 딱 보며 몰라.”
뒤늦게 구진모 상병이 들어왔다.
“이야, 오늘 날씨 진짜 좋네. 축구하기 딱 좋은 날씨…… 인데?”
구진모 상병은 말을 하다가 내무실 분위기가 확 달라져 있는 것에 의아해 했다.
그리고 모두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구진모 상병도 시선을 따라갔다. 그곳에 김우진 병장이 바늘과 실을 들고 낑낑 거리고 있었다.
“하아…… 뭡니까. 김 뱀! 진짜로 하려는 겁니까?”
“…….”
“김 뱀?”
그때 차우식 병장이 손가락으로 입을 막았다.
“쉿! 지금 김 뱀. 집중하는 중이야.”
구진모 상병이 슬쩍 차우식 병장 옆으로 가서 앉았다.
“진짜 바느질로 한답니까?”
“딱 보며 몰라?”
그 사이 김우진 병장은 끝끝내 집중을 해서 바늘귀에 실을 꿰었다.
“우와! X발! 봤냐? 봤냐고, 내가 해냈다.”
김우진 병장이 바늘에 실을 꿴 것을 높이 들며 외쳤다. 그러자 소대원들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짝짝짝짝!
“축하드립니다. 김 병장님.”
“와, 집념의 사나이!”
“해내실 줄 알았습니다.”
“멋집니다.”
소대원들의 칭찬에 김우진 병장은 머쓱해졌다.
“자식들……. 좋아, 이 기운을 모아서 가자!”
김우진 병장은 제일 먼저 전투모에 예비군 마크 다는 작업부터 했다.
“손 떨지 마십시오.”
“인마, 손 안 떨어!”
“그럼 이건 뭡니까?”
구진모 상병의 타박에 김우진 병장이 자신의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미하게 손이 떨리고 있었다. 김우진 병장이 고개를 돌려 구진모 상병을 바라봤다.
“지, 진모야…….”
“네, 김 뱀.”
“나, 나, 떠, 떨고 있냐?”
“장난하지 말고, 집중하십시오.”
“아, 새끼! 긴장되어서 그러잖아.”
“아무튼 잘 좀 해 보십시오.”
“알았어, 인마.”
김우진 병장은 떨리는 손으로 첫 바느질을 했다.
“네, 좋습니다. 첫 바느질은 안정적입니다.”
“알아, 인마. 넌 조용히 하고 지켜봐.”
“네네. 알겠습니다.”
구진모 상병이 뒤로 물러났다. 모두들 집중하며 김우진 병장을 바라봤다. 그런데 바느질이 느려도 너무 느렸다.
“와, 지켜보다가 속 터지겠다. 난 TV나 봐야겠다.”
차우식 병장이 먼저 포기를 하고 시선이 TV로 향했다. 다른 소대원들도 TV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노현래 일병만이 안쓰럽게 지켜봤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난 노현래 일병이 김우진 병장에게 다가갔다.
“김 병장님.”
“왜? 나 지금 무지 정신 없거든.”
“이리 주십시오. 제가 해 드리겠습니다.”
“아니야, 내가 할 거야. 아니, 내가 해야 해.”
그러면서 집중하며 바느질을 했다. 노현래 일병이 가만히 바라봤다.
“괜찮아, 현래야. 아얏! 아이씨, 신경 쓰지 아얏! 우씨! 이 정도 쯤이야. 으악!”
김우진 병장이 손가락을 빼내 입으로 가져갔다.
“피 나네.”
“그러니까, 제가 해 드린다니까.”
“괜찮아. 인마! 내가 할 거야.”
김우진 병장은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 차우식 병장이 노현래 일병을 툭툭 쳤다.
“일병 노현래.”
차우식 병장이 고갯짓으로 빠지라고 했다. 노현래 일병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자리로 갔다. 그리고 김우진 병장의 바느질 사투는 계속 이어졌다.
* * *
나른한 오후 시간.
1소대원들은 잠깐의 낮잠을 잤다. 그 전 김우진 병장은 혼자 끝까지 바느질을 했다.
누가 도와준다고 해도 절대로 못 하게 했다.
“으구, 뭡니까. 혼자 지지리 궁상을 떱니다.”
“닥쳐!”
김우진 병장이 강하게 말해도 이제 떠날 사람의 말은 크게 와 닿지 않았다. 그리고 하나 둘 낮잠을 잤던 것이다.
“으으음…….”
차우식 병장이 먼저 눈을 떴다. 그 뒤로 하나둘 일어났다.
“와, 김 뱀. 아직도 못 끝냈습니까?”
“…….”
김우진 병장은 그때까지 계속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다른 소대원들도 눈을 크게 뜨며 바라봤다.
“와, 대박입니다.”
“진짜 집념이 끝내 줍니다.”
“집념? 저게 집념이냐? 지지리 궁상이지. 아니, 애들이 도와준다고 할 때 그때 맡기지. 참네.”
구진모 상병이 궁시렁 거렸다. 그럼에도 김우진 병장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오직 바느질에 집중했다. 정말 명인이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김우진 병장이 딱 그러 했다. 차우식 병장이 슬쩍 다가가 하루 내내 작업한 전투모를 봤다.
“어디 봅시다. 얼마나 잘 했는지.”
“됐어. 보지 마.”
김우진 병장의 우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면서 슬쩍 몸을 틀었다. 안 보여주려는 심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