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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617화 (617/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617화

45장 까라면 까야죠(86)

“네. 그래야 해요.”

다른 엄마들도 화가 났는지 씩씩거렸다. 철수 엄마가 고개를 돌려 김선아를 봤다. 다시 손을 잡으며 입을 열었다.

“소은 엄마! 소은 엄마도 함께하는 거죠?”

철수 엄마가 친근하게 대했다. 그러자 김선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당연히 해야죠. 여기 어머니들도 다 함께하는데 저 혼자 빠질 수는 없지 않아요.”

그런데 이 소령의 아내인 준호 엄마가 약간 언짢은 듯이 바라봤다.

같은 시간, 부원장이 곧장 원장 선생에게 달려갔다.

“원장님, 원장님.”

“네? 무슨 일이죠?”

“신문기사 혹시 보셨어요?”

“신문기사요?”

“네.”

부원장은 어쩔 줄을 몰라하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도 방금 알았는데요. 지금 인터넷에 들어가보세요.”

부원장은 원장선생이 잘 볼 수 있게. 한국일보를 띠웠다. 그곳에서 어떤 기사를 보여줬다.

“이걸 한번 보세요.”

원장 선생이 기사를 쭉 읽어 내려갔다. 확인을 하면 할수록 원장 선생의 표정은 점점 일그러졌다.

“이, 이게 뭐죠? 설마 안 선생이 인터뷰한 건가요?”

부원장이 다시 얘기를 했다.

“사실 이 기사만 뜬 것이 아니라, 앞에 다른 기사도 있어요. 아마 같이 연결된 것 같은데요.”

“연결된 것이라면 설마 최 장군 기사 말이에요?”

원장 선생의 눈이 커졌다. 사실 그 기사 때문에 원장 선생도 몸을 사리고 있던 차였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원장 선생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부원장이 그런 원장 선생을 보며 말했다.

“원장님이 말했던 것처럼 안희영 선생이 인터뷰를 한 것이 아닐까요?”

“확인해 봐야겠어요.”

원장 선생은 곧바로 안희영 선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한참이나 가는데도 받지 않았다.

몇 번이나 더 걸어봤지만 안희영 선생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기사를……. 이런 식으로 뜨게 하면 안 되는 거죠.”

원장 선생이 고함을 질렀다. 그러다가 앞에 있는 부원장에게 괜히 뭐라고 했다.

“부원장님!”

“네. 원장님.”

“부원장님은 이런 거 하나 막지 못하고, 뭐 하는 거죠?”

부원장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가 뭘 알고 있을까? 하지만 입에서 나온 말은 사과였다.

“죄송합니다.”

“아후……. 지수 엄마가 이 기사를 보면 또 난리를 피우겠네.”

원장 선생이 갑자기 머리가 아파왔다. 일을 수습하면 또 일이 터지고, 수습하면 또 터졌다.

“도대체 이번에는 일이 왜 이렇게 터지는 것인지. 이제 수습하는 것도 한계네요.”

원장 선생인 두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그때 부원장이 번뜩 생각이 나서 말했다.

“참, 원장 선생님.”

“네?”

“안 그래도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오늘 지수가 나오지 않았어요.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죠?”

“지수가 안 나와요? 왜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까 아침에도 말씀드렸는데…….”

부원장이 말끝을 흐리며 말했다. 그러자 원장 선생이 아침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자신이 전화통화를 하고 있을 때 부원장이 와서 뭐라고 얘기를 했던 기억이 있었다.

‘혹시 그때?’

원장 선생이 부원장을 바라봤다.

“내가 통화하고 있을 때 말했어요?”

“네.”

“아니, 그러면 다시 말을 했어야죠. 그리고 통화 중일 때 그런 중요한 일을 말하면 어떻게 해요.”

“죄송합니다.”

“됐어요.”

원장 선생은 짜증을 내고는 수화기를 들었다.

“가만 보자, 지수 엄마 휴대폰 번호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전화번호를 확인했다. 그리고 곧바로 최미선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네, 사모님 잘 계셨죠?”

-무슨 일이죠?

“아니, 오늘 지수가 유치원에 안 나와서요. 혹시 무슨 일이 있나 해서 전화 드렸어요.”

-이제 지수 거기 안 보내려고요.

“네? 그게 무슨 말이죠?”

원장 선생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최미선의 음성은 당당했다.

-아니, 거기 유치원 기사에 나왔잖아요. 우리 애를 어떻게 거기 보내요.

“기사는…….”

원장 선생은 뒷말을 하지 못했다. 막말로 이 기사는 너희들 때문에 난 것 아니냐고 따질 수가 없었다. 하지만 최미선은 진짜 뻔뻔하게 나갔다.

-이번에 저도 이 일 때문에 얼굴 다 팔린 것 같고, 그래서 이사 준비 중이거든요. 그러니 지수 못 보낼 것 같아요.

“지, 지수 어머니…….”

-아무튼 우리 지수 안 보내요. 그런 줄 아세요.

최미선은 일방적인 말만 하고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지수 어머니, 지수 어머니…….”

하지만 이미 끊어져 버린 수화기 너머로 최미선의 음성은 들려오지 않았다. 원장 선생은 당황한 표정으로 수화기를 바라봤다.

“아니, 어떻게…….”

원장 선생은 어떻게 할 줄을 몰랐다. 막말로 유치원이 이렇듯 자리를 잡은 것은 최기혁 장군이 많은 힘을 실어줬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랬기에 최미선이 지랄을 해도 꾹 참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듯 확 연을 끊어버리니 너무 황당했다.

“이, 이럴 수는 없는 거야. 정말 이럴 수는…….”

그때 선생님 한 명이 뛰어들어왔다.

“원장님, 원장님.”

“또 무슨 일인데요?”

원장 선생은 잔뜩 인상을 썼다. 선생은 살짝 난처한 얼굴로 입을 뗐다.

“저, 저기……. 학부모님들이 찾아오셨는데요.”

“학부모님들이?”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철수 엄마가 원장실로 들어왔다. 그녀를 발견한 원장 선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머, 철수 어머니 오셨어요. 이리 앉으세요. 오신다면 미리 말씀을 하시지 그랬어요.”

그러다가 원장 선생이 멈칫했다. 철수 엄마 뒤에 김선아가 서 있었다. 원장 선생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소, 소은이 어머니도…… 오셨어요.”

철수 엄마가 팔짱을 낀 채 원장 선생을 봤다. 그녀의 눈빛은 매우 날카로웠다.

“원장 선생님 기사 보셨죠! 그 기사 사실이에요?”

싸늘하게 내뱉은 철수 엄마의 말에 당황한 원장 선생이 눈을 들었다. 그리고 원장 선생을 사납게 바라보는 눈빛들이 있었다.

“어, 그게…….”

원장 선생은 어떻게 할 줄을 몰랐다. 평소 때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최기혁 장군에게 전화를 해서 사태를 무마시키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녀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토요일 주말 아침, 1소대 내무실은 평화로움으로 가득했다. 김우진 병장과 차우식 병장은 침상에 누워, TV를 시청했다.

“이야, 오늘 재미난 거 없냐?”

김우진 병장의 물음에 구진모 상병이 고개를 흔들었다.

“없는데 말입니다.”

“야, 인마. 바로 말하면 어떻게 해.”

“제가 뭘 말입니까? 없으니까 없다고 하는 거지 말입니다.”

김우진 병장이 고개를 돌렸다. 구진모 상병이 TV를 보고 있었다.

“이야, 진모 많이 컸다. 내 말에 이제 말대꾸도 할 줄 알고 말이지.”

“그럼 모레 전역하는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합니까?”

“어쭈……. 이 자식 봐라.”

“아, 좀! 그만 말 붙이십시오. TV 보고 있지 않습니까.”

구진모 상병의 타박에 김우진 병장이 고개를 홱 돌렸다.

“에이씨! 내가 월요일날 전역만 하지 않았어도…….”

김우진 병장은 말은 저렇게 하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잔뜩이었다. 이제 진짜 전역이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차우식 병장이 입을 뗐다.

“김 뱀. 이틀 남았습니다. 그냥 조용히 주말 보내고 나가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알아, 인마. 그래서 지금 얌전히 TV 보고 있잖아.”

김우진 병장이 찍소리도 못하고 TV를 봤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이틀 후면 전역이고, 민간인 신분이 되는 김우진 병장이었다. 그래서 밑의 후임이 아무리 구박을 해도 꼬장을 부리지는 않았다.

그때 1소대로 행정병이 들어왔다.

“김 뱀, 예비군 마크 나왔습니다.”

김우진 병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 인마? 그게 왜 이제 나와?”

김우진 병장도 깜짝 놀랐다. 그도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다.

“저도 모르지 말입니다. 행보관님께서 주는 건데…….”

행정병이 중얼거리며 예비군 마크를 김우진 병장에게 건넸다.

“확인해 보십시오.”

모자에 다는 예비군 마크 큰 것 하나와, 야상과 전투복 상의 왼쪽 가슴에 다는 작은 거 두 개였다.

“세 개 맞지 말입니다.”

“야, 맞긴 하는데…….”

김우진 병장은 예비군 마크를 손에 쥐고 히죽 웃었다. 차우식 병장을 비롯해 구진모 상병까지 우르르 다가왔다.

“와, 우리 김 뱀. 진짜 전역하나 봅니다.”

“예비군 마크. 대박. 난 언제 저런 거 받아보나.”

“진짜 부럽습니다.”

“한번 머리에 대 보십시오.”

김우진 병장의 자신의 전투모를 가져왔다. 그러곤 그곳에 커다란 예비군 마크를 댔다.

“우히히힛, 좋아. 좋아. 이제야 전역하는 기분이 나네.”

김우진 병장이 씨익 웃었다. 행정병은 그 모습을 보다가 이해진 상병에게 갔다.

“이 상병님.”

“응?”

“병장 오버로크 받아왔습니다.”

“아, 그래?”

행정병이 이해진 상병에게 병장 마크를 건넸다. 이제 이해진 상병도 일주일 후에 병장을 달았다.

“고맙다.”

“아닙니다. 그럼 전 가 보겠습니다.”

행정병이 1소대 내무실을 나갔다. 그사이 김우진 병장은 예비군 마크를 이리저리 확인했고, 그 주위로 소대원들이 구경했다.

이해진 상병은 자신의 병장 마크를 확인하고는 관물대 서랍에 넣어뒀다. 시간이 될 때 병장으로 오버로크 싹 다 박아야 했다.

“가, 가만…….”

이해진 상병이 눈을 크게 떴다.

“김 병장님.”

“응? 왜?”

김우진 병장은 예비군 마크를 모자 각도에 이리저리 댔다.

“오버로크 언제 답니까?”

“언제 달긴 오늘…….”

그 순간 눈이 크게 떠졌다.

“가, 가만 오늘 무슨 요일이냐?”

“토요일이지 말입니다.”

“그럼 세탁소 문 열었냐?”

“에이, 문 열었겠습니까?”

구진모 상병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자 김우진 병장이 펄쩍 뛰었다.

“아, 시발! 야, 그럼 이거 어떻게 하냐?”

“뭘 말입니까?”

“이거 새끼야. 이거!”

김우진 병장이 손에 든 예비군 마크를 내밀었다. 구진모 상병의 얼굴이 커졌다.

“앗! 맞다. 이거 오버로크 박아야 하지 않습니까. 어쩝니까? 월요일 날 전역인데…….”

“아, 시발! 큰일 났네. 어쩌냐?”

“뭘 어쩝니까. 월요일 날 박고, 오후에 나가야지 말입니다.”

구진모 상병이 킥킥 웃었다. 김우진 병장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안 돼! 어떻게 전역하는 날 오전까지 군에 있어야 해? 그건 말도 안 되는 거야! 이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안 된다고!”

김우진 병장의 얼굴에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그리고 전투모와 예비군 마크를 손에 든 채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시발,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주고 지랄이십니까. 너무하지 않습니까. 아니지, 그 행정병 새끼! 그 자식 또라이 아니야. 아니, 토요일 날 예비군 마크를 주면 어쩌라고 저러는 거지? 아놔, 그 새끼 잡아 와! 어서!”

김우진 병장이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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