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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615화 (615/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615화

45장 까라면 까야죠(84)

박은지는 자신의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열심히 두들기고 있었다. 옆에는 잔뜩 쌓여 있는 자료와 식어버린 커피가 있었다.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기사를 쓰는 데 완전히 집중하고 있던 그때, 왼편에 둔 박은지의 휴대폰이 ‘지잉’ 하고 울렸다.

오로지 기사에만 집중하고 있던 박은지는 누군지 확인도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들어 통화버튼을 눌렀다.

“네, 한국일보 박은지 기자입니다.”

-은지 씨! 저에요, 오상진.

순간 깜짝 놀란 박은지가 휴대폰을 귀에서 떼고 발신자 번호를 확인했다. 오상진이었다.

“어머나, 상진 씨. 어쩐 일이에요?”

-혹시 아직도 사무실이에요?

“네. 당연히 회사죠. 그렇지 않아도 오늘 기사를 마무리 지을 생각이에요.”

-아, 그래요. 도움이 될까 해서 전화를 했습니다.

“어떤 도움이죠?”

-제가 사실 담당 유치원 선생님을 만났는데…….

오상진은 안희영 선생과의 만남에서 들었던 것을 그대로 박은지에게 전했다. 듣고 있던 박은지는 화를 냈다.

“어이가 없네요. 어떻게 그런 원장이 다 있죠? 일단 잠깐 정리해 볼게요. 그러니까, 일방적인 해고도 모자라 페이백을 받았다는 거네요.”

-페이백이요?

“네. 자주는 아니지만 요새도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서요. 그래서 그걸 우리는 페이백이라고 불러요.”

돈을 돌려받는다는 느낌으로 불리었다.

-아 그래요?

“그럼 제가 이 내용을 기사로 다루고 싶은데 괜찮아요?”

-네, 괜찮습니다. 그러라고 전화를 드린 겁니다.

“그럼 담당자도 동의를 했어요?

-네, 동의했습니다.

“그래요? 그럼 나중에 보강 취재를 해야 하니까. 그분 연락처 좀 알려주세요.”

-네, 문자로 보내드릴게요.

“알겠어요. 수고해요.”

-네, 은지 씨도요.

박은지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와, 이 사람들 안 되겠네. 내가 펜의 무서움을 보여주겠어!”

박은지가 잔뜩 인상을 쓰며 전투 모드로 들어갔다. 목과 어깨, 그리고 손가락을 뚜둑뚜둑 풀더니 눈에 힘을 줬다.

“좋았어. 그럼 어디 한번 기사를 작성해 보자!”

노트북에 올라간 박은지의 손가락이 빠르게 타이핑을 쳤다. 그로부터 잠시 후 퇴근을 하려던 여자 후배가 다가왔다.

“선배!”

박은지가 고개를 돌렸다.

“어, 그래 수영아. 퇴근 안 했어?”

“퇴근하려고 하다가, 사무실에 불이 켜져 있어서요. 혹시나 선배가 또 야근하는 것은 아닌지 해서 와 봤는데 역시나네요.”

“나야 늘 그렇지.”

박은지도 피식 웃었다. 수영은 손에 든 커피를 내밀었다.

“자요, 선배. 커피 마셔요. 샷 두 개 추가했어요.”

“오오, 고마워. 안 그래도 커피가 간절했거든.”

박은지가 3분의 1쯤 남은 커피를 한쪽으로 치우고, 새로 받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그곳에 놓았다.

“커피 맛있다.”

수영이 박은지 노트북을 기웃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선배. 무슨 기사 써요?”

“조금 전까지 퇴역 장군의 갑질 논란이었는데, 지금은 유치원의 사회 비리 고발 내용이 되어버렸네.”

“무슨 내용인데요?”

수영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박은지는 젊은 후배에게 자신이 작성하려던 기사를 얘기해 줬다.

“헐, 완전 대박! 이거 진짜 재미있네요. 어떻게 사건이 이렇게 연결되는 거죠? 어디 보자. 그러니까, 퇴역군인이랑 원장이랑 아는 사이이고. 원장이 퇴역 장군을 빽으로 두며 갑질을 무마시켜왔다. 그런데 유치원에서 원아끼리 다툰 사건을 가지고, 앙심을 품은 예비역 장군 쪽에서 담당 선생님 해고를 원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줬던 월급까지 뺏어가며 부당이익을 취하고 있었다는 거네요.”

“야, 너 정리 좋다. 한 번에 딱딱 정리되어 버리네.”

“에이, 선배. 기자라면 이 정도는 기본이라고 선배님이 말씀하셨으면서.”

“후후후, 그랬지. 그래도 잘하네.”

“누구한테 배웠는데요. 그보다 선배.”

“응?”

“이 기사 나에게 주면 안 돼요?”

“수영 씨가 왜? 맡은 기사 있잖아.”

그러자 수영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하아, 그 기사는요 보강 취재를 하는데…… 너무 부족한 게 많아서 살짝 고민 중이에요. 그런데 이 기사를 들어보니 저 완전 잘 뽑아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지난번에 준비하던 기사도 있는데, 그것이 이거랑 비슷해요.”

“아, 그래?”

“선배. 저에게 맡겨 주시면 완전 잘할 자신 있어요.”

수영은 두 주먹까지 불끈 쥐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은지가 그런 수영을 바라봤다.

“으음, 수영 씨가 그리 생각을 하면 어디 한번 해봐. 나중에 보강 취재 갈 때 나랑 같이 가자.”

“그래도 돼요?”

“그럼. 어차피 취재를 같이하더라도 기사 방향성을 다르게 잡으면 되니까.”

“고맙습니다. 선배!”

“고맙긴! 이 커피값이야.”

“에이, 커피 한 잔 값으로는 과해요. 나중에 커피 더 사드릴게요.”

“오케이!”

박은지가 환하게 웃었다. 수영은 시계를 확인하더니 말했다.

“앗! 저 약속 있어서 가 봐야 할 듯해요.”

“그래, 어서 가 봐.”

“네. 선배. 내일 뵙겠습니다.”

“잘 쉬어.”

박은지는 환하게 대답을 한 후 다시 손을 풀었다.

“그럼 다시 기사를 작성해 볼까?”

박은지의 손가락이 다시 노트북 자판을 열심히 두드렸다. 그리고 그다음 날 아침, 박은지의 따끈따끈한 기사가 사회면에 올라와 있었다.

최익현 의원이 출근을 하고, 곧바로 보좌관이 들어왔다. 보좌관의 손에는 새벽 일찍 갖다 놓은 신문이 들려 있었다.

“의원님 나오셨습니까.”

“좋은 아침.”

“네.”

보좌관이 미소를 지으며 최익현 의원 앞에 신문을 놨다.

“의원님 한국일보부터 먼저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한국일보? 왜 무슨 기사가 있는데?”

“박은지 기자가 후속 기사를 낸 것 같습니다.”

“후속 기사? 벌써? 그 기자 역시 빨라.”

최익현 의원은 한국일보를 펼쳐서 박은지가 쓴 기사를 확인했다.

-갑질 퇴역군인보다 더 나쁜 악덕 유치원

최익현 의원이 내용을 쭉 읽었다.

“허, 이런 일이 있었어?”

“네.”

“이런 일은 불법 아닌가?”

“네, 페이백은 불법이 맞습니다.”

“그래? 이거 안 되겠네. 이걸 조치시키려면 어디로 연락을 해야 하는 거야?”

“이건 아무래도 교육부가 담당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교육부로군. 아무튼 이런 사람들 때문에 자라나는 우리 애들을 믿고 맡길 수가 없다니까. 아무튼 이 일과 관련해서 자료 좀 만들어 봐. 내가 직접 다른 의원들과 얘기를 해볼 테니까. 아이들 관련된 것이니까, 아마 득달같이 달려들 거야.”

최익현 의원의 말에 보좌관이 바로 대답했다.

“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보좌관이 나가고, 최익현 의원은 다시금 박은지가 쓴 기사를 읽었다.

“박 기자, 역시 기사를 잘 써. 며느리 삼고 싶네. 가만, 우리 강철이랑 엮어봐?”

최익현 의원이 박은지를 욕심냈다.

한편, 그 시각.

김선아는 소은이를 데리고 아파트 아래로 내려갔다. 9시쯤에 유치원 차량이 도착을 한다. 다른 부모들도 미리 나와 있었다.

“우리 소은이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응!”

“친구들이랑도 재미나게 놀고.”

“알았어, 엄마.”

“그래, 우리 착한 소은이는 엄마 말을 잘 들으니까.”

“그럼, 소은이는 엄마 딸이니까.”

“어구, 그래. 그래.”

김선아는 예쁜 말을 하는 소은이의 뺨에 뽀뽀를 해줬다.

“그런데 엄마.”

“응?”

“떠벌이 영수가 그러는데. 우리 안희영 선생님 그만뒀대.”

“그래? 갑자기 왜?”

“나도 몰라!”

“왜? 우리 소은이 때문에 그만두신 거래?”

“소은이가 잘못한 거야? 그런 거야, 엄마?”

소은이가 울먹였다.

“아니야, 우리 소은이는 잘못한 것이 없어요.”

“진짜?”

“그럼. 선생님에게 다른 일이 있었을 거야.”

“그런데 다른 아이들이 막 나 때문에 선생님이 그만두신 거라고 그랬어.”

순간 김선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누가? 누가 그런 소리를 하니?”

“애들이…….”

소은이가 잔뜩 주눅이 들었다. 김선아는 그런 소은이를 다독였다.

“괜찮아. 우리 소은이 때문이 아니야.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

“정말 아니야?”

“아니야. 소은이는 그냥 유치원에서 재미나게 놀면 돼.”

“응.”

“그래.”

김선아가 소은이를 다독이는 사이 유치원 차량이 도착을 했다. 김선아는 밝은 얼굴로 유치원 선생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네, 안녕하세요. 어머니.”

“저기 선생님.”

“애들아 조심해서 타야지, 네?”

유치원 선생이 애들을 차량에 태우다가 고개를 돌렸다.

“혹시 소은이 담임 선생님 그만두셨어요?”

“아, 그만두신 것은 아니고…….”

유치원 선생이 순간 당황했다. 그녀의 머릿속으로 원장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혹시라도 안희영 선생에 대해서 묻는다면 병가 쓴 걸로 둘러대요. 알았죠!

유치원 선생은 그 말을 기억하며 김선아에게 말했다.

“그게 아니라, 병가 쓰신 걸로 알고 있어요.”

“병가요? 어디 아프시나요?”

“그건 저도 잘…….”

애들이 유치원 차량에 다 타자, 곧바로 말했다.

“그럼 소은이 어머님. 이만 가 볼게요. 소은이 엄마에게 인사해야지.”

“엄마 빠빠이.”

“우리 소은이도 안녕.”

김선아가 손을 흔들어 주었다. 유치원 차량 문이 닫히고 차는 금세 출발을 했다. 김선아는 멀어지는 유치원 차량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이가 일이 잘 풀릴 거라고 했는데…….”

김선아는 안희영 선생이 병가를 낸 것이 아님을 대번에 눈치를 챘다.

“음, 안희영 선생님에게 전화를 해야 하나?”

김선아는 혼자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휴대폰을 꺼내 문자를 보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소은이 엄마예요. 소은이에게 들어보니 일 그만두신 것 같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걱정이 되어서 문자 남겨요.

김선아는 문자를 보낸 후 휴대폰을 손에 꼭 쥐었다. 혹시라도 연락이 오면 바로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연락은 바로 오지 않았다.

그때 휴대폰이 ‘지잉지잉’ 하고 울렸다. 김선아가 바로 확인을 했다. 그런데 발신자 번호는 모르는 번호였다.

“여보세요?”

김선아가 전화를 받아보니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는 낯선 여자의 목소리였다.

-여보세요?

“네, 여보세요.”

-혹시 김소은 양 어머니 되세요?

“네, 그런데요. 누구세요?”

-아. 저 철수 엄마예요. 그리고 박한웅 중령 안사람이기도 하고요.

중령이면 대대장급이었다. 김선아은 최대한 공손한 자세로 전화를 받았다.

“아, 네네. 사모님 안녕하세요.”

-제가 전화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오늘 기사 보고 연락을 했어요. 혹시 기사 봤어요?

“기사요? 아뇨, 보지 못했어요.”

-아, 한국일보에서 기사가 났는데 유치원에서 선생님을 일방적으로 해고를 했다고 해요. 그것도 모자라서 지금까지 월급 일부를 뒤로 빼돌렸다고 해요.

“아, 그래요?”

-네. 그래서 이번 일을 그냥 넘기면 안 될 것 같아서, 학부모들끼리 대책 회의를 하기로 했어요. 혹시 소은이 엄마도 오실 수 있어요?

“네, 당연하죠. 가겠습니다. 어디로 가면 되죠?”

-네, 장소와 시간은 문자로 보내드릴게요.

“알겠습니다.”

김선아는 전화를 끊고, 잠깐 생각을 하다가 김철환 1중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여보. 무슨 일이야?

“지금 통화 가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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