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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612화 (612/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612화

45장 까라면 까야죠(81)

“아, 아뇨. 싫기는요. 당연히 좋습니다.”

-그럼 약속한 거예요.

“네.”

-그럼 쉬어요. 저 과제 마무리해야겠어요.

“알았어요. 소희 씨도 수고해요.”

오상진은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러다가 갑자기 독립하게 생겼네.”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고, 행정반으로 향했다.

한편, 한소희 역시도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피식 웃었다.

“훗, 잘됐다!”

그때 한중만이 불쑥 얼굴을 내비쳤다.

“어머나, 놀래라!”

“뭘 놀라고 그래.”

“오빠, 얼굴! 갑자기 그렇게 불쑥 내밀면 놀라잖아.”

한소희가 소리쳤다. 그러자 한중만이 민망한 얼굴이 되었다.

“자식이 너까지…….”

“아, 아니야. 오빠 미안해. 갑자기 오빠가 그러니까…….”

“됐다고 본다.”

한중만은 삐진 척하며 자신의 자리로 갔다.

“오빠 왜 그래?”

“됐다니까.”

“에이…… 진짜…….”

“그럼 아까 통화한 내용 뭔데?”

“그건……. 몰라도 돼.”

“그래, 그럴 줄 알았다. 오빠 진짜 삐졌다.”

한중만은 진짜 삐진 모습을 보였다. 한소희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오빠답지 않게 왜 삐지고 그래!”

“원래 오빠 잘 삐져. 왜 그래!”

“네네, 그걸 몰랐네요.”

이번에는 한소희가 삐진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을 힐끔 보던 한중만이 입을 뗐다.

“그런데 넌 왜 오빠 사무실에 와서 이러고 있냐?”

“흥! 여기 내 남친 건물이거든!”

“야! 내가 월세 내고……. 우씨, 아무리 내 동생이라도 그렇지. 이래도 돼!”

한중만은 당황하며 진심으로 서운한 눈빛으로 말했다. 한소희가 뜨끔했다.

“오빠가 그러니까 그렇지. 아니, 동생이 오빠 사무실에 와서 공부 좀 하겠다는데 너무한 거 아니야!”

“야, 공부를 할 거면 학교 가서 하세요. 평소에는 맨날 도서관 가서 한다고 하더니, 왜 여기에 와서 난리야. 아, 친구 없으세요?”

“친구 있거든!”

“친구 없나 보네. 그러니 여기 와서 공부를 하지.”

“아니거든. 이 건물이 좋아서 그러는데 왜!”

“어이쿠,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벌써 네 거지?”

“흥! 이것뿐이겠어. 우리 상진 씨가 건물 많이 산다고 했거든.”

“쯧쯧쯧, 매제가 너 이러는 거 아냐?”

“오빠나 잘하셔!”

한소희가 고개를 홱 돌렸다. 그 모습을 보며 한중만이 김일도에게 물었다.

“일도야.”

“네, 사장님.”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

“저 말입니까?”

김일도가 슬쩍 한소희를 바라봤다. 한소희도 눈을 반짝이며 김일도를 봤다. 김일도가 슬쩍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저, 저는 좋습니다.”

“뭐, 인마!”

“아니, 이렇듯 예쁜 분이 사무실에 있는데 누가 싫다고 하겠습니까. 보십시오, 칙칙했던 사무실 분위기에 은은한 향기가 감돌고 있지 않습니까.”

“오오, 역시 일도 씨. 눈이 아주 정확해요.”

“헤헤헤, 네 형수님.”

“어멋. 뭐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

“저, 저야 형수님께서 사 주시는 거라면 다 좋죠.”

“하하, 일도 씨, 너무 예쁘게 말하신다.”

한소희와 김일도가 쿵짝이 맞으며 얘기를 나눴다. 한중만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동생이고, 직원이고……. 맘에 안 들어.”

한중만은 고개를 홱 돌려 버렸다. 그 모습을 보며 한소희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맞다. 안 선생님에게도 말해야겠다.”

그때 귀가 쫑긋한 한중만이 물었다.

“안 선생? 안 선생은 또 누구야?”

“아니야, 몰라도 돼.”

“선생이야? 여자?”

한중만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반짝였다. 한소희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우, 오빠! 좀 가만히 있어요.”

“왜? 나 선생님 좋아해.”

“뭐야? 누가 소개해 준데?”

“야, 네 오빠도 좀 장가를 가야지.”

“어후, 오빠 양심이라도 있어라. 오빠가 그 꼴로 누구를 만나냐.”

“너무하네. 큰 형도 짝이 있고, 너도 있는데 삼 형제 중 나만 없잖아. 그럼 인도적인 차원에서, 아니지, 형제의 우애를 위해 여자를 소개시켜 주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니야?”

“아, 됐고, 시끄러우니까. 조용히 해!”

한소희는 곧장 휴대폰을 꺼내 안희영 선생에게 전화를 했다. 신호가 한참이 간 후 ‘딸깍’ 하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안희영 선생의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네, 안희영 선생님이시죠?”

-누구신데요?

“저 소은이 이모예요. 그때 유치원에서…….”

-아아, 안녕하세요. 그런데 제 전화번호는 어떻게…….

“그때 혹시나 싶어서 연락처 주셨잖아요. 그런데 병원에는 가 보셨어요?”

-네네, 일 끝나고 병원에 잠깐 들렀었어요.

“많이 다쳤대요?

-그냥 살짝 근육이 놀란 정도래요. 특별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어요.

“네. 그런데 지금 수업 중이신가요?”

-아뇨.

“그럼…….”

-저 일 그만뒀어요.

순간 한소희의 표정이 굳어졌다.

“왜요?”

-그냥 제 적성이 아닌 것 같아서요. 잘 안 맞더라고요. 그때 그 일 때문에 놀란 것도 있고요.

안희영 선생이 열심히 변명을 했다. 그런데 말하는 목소리가 왠지 무거워 보였다. 순간 한소희 머릿속으로 한 가지 문장이 떠올랐다.

‘잘렸구나.’

한소희는 굳은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선생님 저희 때문에 일 그만두신 거예요?”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절대 그런 거 아니에요.

안희영 선생이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시기가 딱 맞아 의심쩍었다. 한소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선생님.”

-네.

“괜찮다면 저 잠깐 볼 수 있을까요?”

-네?

“만나서 드릴 말씀이 있어서 그래요.”

한소희가 눈에 힘을 주며 다시 전투 모드로 돌변했다.

한중만이 한소희를 살폈다. 전화를 끊고 난 후 한소희의 표정이 확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동생, 무슨 일 있어?”

“아니야, 오빠. 오빠는 오빠 할 일 해.”

“아니, 무슨 일인데 너의 표정이 전투 모드로 바뀌었어.”

“그런 것이 있다니까.”

“야, 뭔지 모르겠지만 오빠가 같이 가 줄게.”

“오빠가?”

“그럼! 자고로 그런 일에는 남자가 같이 가 주는 것이 좋아.”

한중만이 얘기를 했다. 그러나 한중만의 의도는 달랐다. 분명 한소희는 여자랑 통화를 한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무슨 일인지 따라가 볼까? 라는 호기심이 잔뜩 들었다.

그러나 한소희는 어려울 때일수록 남자랑 같이 가는 게 좋다는 식으로 받아들였다.

‘으음, 그럼 오빠 말고, 상진 씨랑 같이 가야겠다.’

한소희는 그런 생각을 했다. 한중만의 얘기를 무시하고 휴대폰을 꺼냈다.

“네, 상진 씨. 오늘 바빠요?”

-아뇨, 왜요?

“사실 방금 안희영 선생님이랑 전화를 했거든요. 그런데 안희영 선생님이 해고되었나 봐요.”

-네? 안 선생님이요? 왜요? 혹시 저희 때문인가요?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만나기로 했거든요. 그래서 혹시…….”

그런데 한중만이 손을 들어 말했다.

“야야, 내가 같이 간다니까. 왜 매제를 불러.”

하지만 한소희는 몸을 홱 돌려 무시했다.

“상진 씨가 같이 만났으면 좋겠는데요.”

-당연히 같이 만나야죠. 어디 있어요?

“지금 미리내 빌딩이요.”

-알았어요. 제가 퇴근하자마자 바로 그쪽으로 갈게요.

“네, 알겠어요.”

한소희가 밝은 얼굴로 대답했다. 전화를 끊자, 곧바로 한중만이 다가왔다.

“동생! 너는 멀쩡한 오빠를 두고, 왜 군대에 있는 매제를 데리고 가려고 해.”

한중만의 투덜거림을 들은 한소희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웃겨! 멀쩡한 남친을 두고 왜 오빠가 낄려고 해? 이해할 수가 없네.”

한중만은 민망한 얼굴로 입맛을 다셨다.

오상진은 퇴근을 한 후 관사로 가서 옷을 갈아입고, 미리내 빌딩으로 향했다. 약 40여 분을 달려 미리내 빌딩에 도착을 했다. 한소희가 건물 앞에 나와 있었다.

빵빵!

오상진이 클락션을 눌렀다. 한소희가 바로 달려와 창문을 똑똑 두드렸다. 오상진이 바로 창문을 내렸다.

“왜, 타지 않고요.”

“내려요.”

“왜요?”

“상진 씨 오는 데 시간 걸리는 것 같아서 이쪽으로 오라고 했어요.”

“아, 그래요?”

“네. 2층 커피숍에서 보기로 했어요.”

“알았어요. 그럼 주차하고 올라갈게요.”

“네.”

오상진은 지하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2층 커피숍에 들어가니 한소희가 손을 흔들었다.

“상진 씨, 여기요.”

오상진이 바로 한소희 옆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분 아직 안 왔어요?”

“네. 아직 안 온 것 같아요.”

“차는 시켰어요?”

“네.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시켰어요.”

“잘했어요.”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런데 여긴 평일인데도 사람이 많네요. 장사가 잘되나 봐요.”

오상진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한소희가 곧바로 입을 툭 내밀었다.

“에이, 내가 여길 했어야 했는데…….”

“미안해요, 다음번 빌딩에는…….”

“그때는 무조건 나에게 한자리 주는 거예요. 제가 공짜로 달라는 것도 아니에요. 제가 인테리어 이 정도로 꾸미면 정말 잘 벌 자신 있거든요.”

한소희는 은근히 자신의 능력을 뽐내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 모습이 오상진에게는 은근히 귀엽게 느껴졌다.

“알았어요. 꼭 그렇게 할게요.”

“히힛.”

한소희는 잔뜩 기분 좋은 표정을 보였다. 그리고 팔짱을 끼며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때 문이 딸랑거리며 한 여자가 들어왔다. 한소희가 눈을 반짝였다.

“어? 왔다.”

오상진도 그 소리에 시선이 입구 쪽으로 향했다. 모자를 꾹 눌러쓴 안희영 선생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한소희가 손을 번쩍 들었다.

“여기요!”

안희영 선생이 한소희를 발견하고는 그쪽으로 갔다. 맞은편에 앉았다.

“어서 와요.”

“네. 그런데 두 분이 같이 계시네요.”

“네. 남자 친구도 같이 들어야 할 것 같아서요.”

“아, 그렇구나…….”

모자를 꾹 눌러쓴 안희영 선생의 얼굴은 매우 초췌해 보였다. 한소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선생님, 식사는 하셨어요?”

“아, 네에……. 밥 먹었어요.”

하지만 밥을 먹은 얼굴이 아니었다. 오상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생님, 맘고생이 심하시죠?”

“네?”

안희영 선생이 깜짝 놀랐다. 젊은 사람 입에서 쉽게 나올 말도 아니거니와, 뭔가 연륜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세월의 짬을 먹어봐야 저런 소리도 할 줄 알았다. 자기 주위에서 여태껏 저렇게 물어보는 사람이 없었다. 자신이 괜찮다고 하면 그런 줄로만 알고 넘어갔었는데, 오상진은 다른 것 같았다.

안희영 선생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눈가에 눈물이 살짝 맺히려고 했다. 그러자 한소희가 오상진의 손등을 가볍게 툭 쳤다.

“자기는 왜 선생님을 울리고 그래요.”

“어, 난 그냥 별말 안 했는데요.”

오상진 역시도 당황한 얼굴이었다. 그렇게 분위기를 조금 다르게 가져갔다. 한소희가 바로 말했다.

“참, 우리 차부터 시켜요. 선생님은 뭐 드시고 싶으세요?”

“저는 딱히…….”

“우움, 이럴 때는 달달한 것을 먹는 것이 좋아요. 캐러멜 마끼야또 드세요.”

“아, 네에.”

한소희가 가서 직접 주문을 했다. 오상진과 안희영 선생만 남았다. 오상진이 먼저 입을 뗐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아니, 뭐가요?”

“그 일이 있고 나서 선생님을 챙겨서야 했는데, 제 코가 석 자라고 제대로 안부도 묻지를 못했네요. 오늘 제 여자 친구가 연락하지 않았다면 선생님이 힘드신지도 모르고 깜빡할 뻔했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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