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610화
45장 까라면 까야죠(79)
장석태 중위는 오상진이 알려준 곳으로 갔다. 택시에서 내려 약속 장소에 도착을 했다.
“이곳인가?”
장석태 중위가 상호를 확인했다. 참치횟집이었다. 그런데 일반 참치횟집과는 뭔가 다른 분위기였다.
장석태 중위가 안으로 들어갔다. 모던한 실내 장식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 깔끔한 유니폼을 입은 종업원이 다가왔다.
“손님 오셨습니까?”
“네.”
“예약은 하셨습니까?”
오상진이 말하길 이곳은 예약을 하지 않으면 오기 힘든 곳이라고 했다.
‘오 중위도, 나름 신경을 써 줬네.’
장석태 중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예약 했습니다. 아마 일행도 와 있을 텐데요.”
“그럼 예약자 성함이…….”
“장석태입니다.”
“장석태 님…….”
종업원이 확인을 하더니 환한 미소로 답했다.
“네.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일행분 역시 와 있습니다.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네, 부탁드립니다.”
장석태 중위는 종업원의 안내를 받고 움직였다. 그사이 장석태 중위는 자리를 잡기 전에 가게를 휙 둘러봤다. 실내 분위기는 은은한 조명과 함께 여기저기 신경 쓴 흔적들이 보였다. 앞서가는 종업원 그런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슬쩍 입을 뗐다.
“제페니스 다이닝 바라고 합니다.”
“아하, 그렇습니까? 여러 참치횟집보다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네. 사장님께서 나름 신경을 쓰셨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이쪽입니다.”
종업원이 2층으로 안내했다. 장석태 중위는 슬슬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2층 룸으로 안내를 했다. 단화 하나가 있는 것으로 보아 박은지는 이미 와 있었다.
“들어가시죠.”
“네, 감사합니다.”
장석태 중위가 룸으로 들어가자, 그 앞에 앉은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장석태 중위는 대번에 박은지를 알아봤다. 물론 사진 속 그 여자와 좀 달랐다.
지금 앞에 있는 박은지는 꾸미지 않은 그런 모습이었다. 하지만 기본 얼굴은 숨길 수가 없었다.
딱 봐도 일을 하고 온 얼굴이었지만 예뻤고, 게다가 자신을 올려다보는 눈빛 속에 당당함도 깃들어 있었다. 그 모습이 장석태 중위는 또 한 번 맘에 들었다.
“안녕하십니까, 제가 장석태입니다.”
“안녕하세요. 박은지예요.”
“죄송합니다. 기다리게 했습니다.”
“괜찮아요. 제가 먼저 나왔는걸요. 그리고 시간을 보니 약속 시간보다 10분 일찍 오셨네요.”
박은지가 환한 얼굴로 말했다. 장석태 중위가 피식 웃었다.
“그런 은지 씨께서는 저보다 먼저 나오셨고요.”
“뭘 그런 걸 따지고 그래요.”
“하하하. 맞습니다.”
“자리에 앉으세요.”
“네.”
두 사람이 자리에 앉았다. 박은지가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말했다.
“여기 꽤 비싸보이죠.”
“분위기는 좋더라고요.”
“상진씨가 이런 곳을 잡아주고, 꽤 좋아요.”
“저도 동감입니다.”
장석태 중위가 바로 대답을 했다.
“아무튼 소개팅자리인 만큼 분위기 좋은 곳에서 하는 것 역시 좋죠.”
“호호호, 난 또 이런 비싼 곳으로 잡았냐고, 상진 씨를 타박하실 줄 알았죠.”
“에이,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이런 분위기 좋은 곳이야말로 첫 만남 장소로 제격아닙니까.”
“그건 그렇죠. 하지만 제가 일이 많아요. 또 많이 바쁘기도 하고요. 그래서 강남 근처로 잡았어요. 이해해 주세요.”
“아, 그러시구나. 당연히 남자인 제가 나와야죠.”
“아무튼 상진 씨가 장소를 잡았지만, 제가 초대한 거나 마찬가지니까, 이곳은 제가 살게요.”
“무슨 소리입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명색이 소개팅인데 제가 사도록 하겠습니다.”
장석태 중위가 바로 정색하며 말했다. 그러자 박은지가 미소를 지었다.
“석태 씨, 은근히 고리타분하시다. 요즘 시대에 그런 것이 어디 있어요. 왜 남자만 부담을 해요. 같이 직장 생활하고, 돈도 버는데요. 아니면, 더치페이를 해도 되고요.”
“아, 그럼 그럴까요?”
장석태 중위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메뉴판을 들어 주문을 했다. 그곳에서 오리지널 코스를 주문한 후 다시 얘기를 시작했다. 먼저 박은지가 수첩과, 녹음기, 볼펜을 꺼내며 말했다.
“자, 그럼 일부터 시작할까요?”
장석태 중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래도 서로 통성명은 해야 하지 않을까요?”
볼펜을 든 박은지가 살짝 의아한 눈빛이 되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다. 볼펜과 수첩을 덮고는 입을 뗐다.
“이름 장석태! 나이 스물여섯. 아버님은 사단장. 지금 현재 충성대대 작전장교로 있음. 여자 친구 없고 오늘 저랑 소개팅하러 나온 것이고……. 제가 더 알아야 할 건 있나요?”
“아뇨. 완벽합니다.”
“그럼…… 아! 저에 대해서 궁금하시구나. 뭐가 궁금하신데요?”
그러자 장석태 중위가 순간적으로 말했다.
“쓰리사이즈?”
박은지가 바로 정색하면서 말했다.
“그 발언…… 성희롱인 거 아시죠?”
장석태 중위가 당황하며 바로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박은지의 표정이 풀어지며 말했다.
“하지만 취재에 잘 응해주면 하나쯤은 알려드릴 의향도 있어요.”
“어? 정말입니까?”
“어휴, 그게 그렇게 궁금해요?”
“에이, 첫 만남에 그런 걸 진짜 물어보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바로 내 앞에요.”
“조크였습니다. 조크! 바로 보자마자 취재부터 한다고 해서…….”
“아. 그러셨구나. 좀 쪼잔한 남자였어.”
박은지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러자 더욱 당황한 장석태 중위였다.
“아, 아니……. 저 진짜 그런 사람 아니거든요.”
“네네, 알겠어요.”
당황하는 장석태 중위를 보며 박은지가 피식 웃었다.
‘당황하는 것을 보니 좀 귀엽기도 하네.’
박은지는 곧바로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아무튼 시작해요.”
“하아…… 네에.”
장석태 중위는 소개팅 하러 나온 자리에서 취재부터 당했다. 물론 오상진에게 얼핏 얘기는 들었다. 취재를 당할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렇듯 얼굴 보자마자 나올 것이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뭐예요. 취재해요, 말아요.”
“네네, 합시다.”
장석태 중위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박은지가 수첩을 펼치고, 녹음기를 눌렀다.
“자, 그럼 오상진 중위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사실은 말이죠.”
장석태 중위는 유치원에 있었던 것부터 시작해 쭉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얘기를 듣던 박은지는 볼펜을 테이블에 탁 놓더니 어이없어했다.
“와, 진짜! 이게 말이 돼요? 어떻게 그런 사람이 다 있죠?”
“군대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입니다. 그리고 저도 따로 알아보고 했는데, 그 유치원 자체가 워낙에 군인집안 출신의 아이들이 많았어요. 아시다시피 근처에 군대 아파트가 있지 않습니까. 그 원장 남편도 현역 군인이라고 합니다. 물론 지역은 다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 원장 남편이 옛날에 최기혁 예비역 준장에게 은혜를 입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어멋! 그래서 그런 거예요?”
“이 바닥은 워낙에 좁으니까요. 다들 찍소리도 못하고 있었는데, 오 중위 여자 친구분께서 한 성격하시거든요. 못 참고 한바탕하신 모양입니다.”
“그건 솔직히 성격의 문제가 아니죠. 나 같아도 가만히 있지 않겠어요.”
“하긴 그게 맞죠! 다른 사람도 아니고, 거의 친형처럼 모시는 중대장 딸이 그 꼴을 당하는데, 어느 군인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저라도 그랬을 겁니다. 뒤늦게 상황이 이렇게 된 거고, 사과할 분위기도 아닙니다. 워낙 그쪽에서 잘못을 했기 때문에 말입니다. 그래서 상대방에서 먼저 움직인 것 같습니다.”
“먼저 움직여요?”
“네. 저희 아버지에게도 연락이 왔다고 합니다.”
“네? 사단장님에게도 전화를 했어요? 정말 대박이네.”
“잉? 사단장님에게도?”
장석태 중위가 고개를 갸웃했다.
“어? 모르셨어요? 저도 모 국회의원님에게 연락을 받고 온 거예요.”
“모 국회의원? 설마 국회의원 쪽으로도 청탁을 했다고 합니까?”
“아, 그쪽 사위가 시 의원이지 않아요.”
“그렇구나.”
“어? 그걸 몰랐어요?”
박은지의 물음에 장석태 중위가 움찔했다.
“아, 그건…….”
“어머나, 그걸 몰랐단 말이에요. 작전장교시라면서요.”
“군대 내부의 일은 잘 알지만, 집안 사정까지는…….”
“에이, 이러면 장 중위님께서 참치 회를 사셔야 겠는데요?”
“물론입니다. 원래부터 제가 사려고 했습니다. 그러니 빨리 알려주십시오. 궁금합니다.”
장석태 중위는 괜히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그 모습이 박은지가 보기에 귀여워 보였다.
“호호호, 알았어요. 모 국회의원님에게 제가 들었다고 했죠?”
“네.”
“그분은…….”
박은지는 최익현 의원에게 들었던 얘기를 쭉 해줬다. 이번에는 장석태 중위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아, 진짜……. 그 집안은 뭔 집안인지 모르겠습니다. 고작 애기들 싸움에 어른들이 더 난리네요.”
“그렇죠. 정말 답답하다니까요.”
“제 말이 그 말입니다.”
두 사람은 한마음으로 동조를 했다. 장석태 중위가 조용히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당연히 기사를 쓸 생각이에요. 현재 시 의원이 이런 식으로 하려고 한다. 라고 말해야죠.”
장석태 중위가 버뜩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아, 그것도 좋은데요. 여기서 추가로 최기혁 예비역 준장의 옛일을 끄집어내서 군 부조리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요?”
“네. 최기혁 예비역 준장이 왜 전역을 했냐면…….”
장석태 중위가 공관병 얘기를 꺼냈다. 듣고 있던 박은지는 흥미를 가졌다.
“오호라, 그랬군요. 이거 재미있겠어요.”
장석태 중위의 얘기를 듣고, 박은지의 눈이 반짝반짝거렸다.
그다음 날 한국일보에서 기사가 나왔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곳에서 발칵 뒤집어졌다. 바로 1군단장실이었다. 비서실장이 곧장 뛰어 들어왔다.
“군단장님, 군단장님.”
“어허, 비서실장 아침부터 왜 호들갑이야.”
김태령 1군단장이 신문을 보다가 인상을 썼다. 비서실장은 김태령 1군단장이 보고 있던 신문을 빼고, 한국일보를 펼쳐서 보여줬다.
“이 기사 좀 보십시오.”
김태령 1군단장이 확인을 하고는 눈을 크게 떴다.
“아, 아니, 이게 왜…….”
김태령 1군단장이 놀란 눈으로 비서실장을 봤다.
“이거 혹시…….”
“네, 아무래도 최기혁 장군인 것 같습니다.”
“확실해?”
“네, 그렇지 않아도 확인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집 딸이 사고를 친 것 같습니다.”
순간 김태령 1군단장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아니, 이 자식은……. 내가 이거 덮는다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또 이런 짓거리를 하고 지랄이야!”
김태령 1군단장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비서실장은 뭔가 머뭇거렸다. 그것을 본 김태령 1군단장이 물었다.
“또 뭐 있어?”
“네. 그게 최기혁 장군이 아무래도 이곳저곳을 찔러본 모양입니다.”
“찔러봐?”
“네, 전화를 걸어 청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미친 새끼!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그리고 예편한 자식이 아직도 지가 장군인 줄 알아! 이게 도대체 뭔 짓이야.”
김태령 1군단장이 잔뜩 화가 났다. 비서실장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러고 있는데 밖에서 다시 누군가 들어왔다.
“군단장님.”
“최기혁 장군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뭐? 최기혁이!”
김태령 1군단장의 눈썹이 꿈틀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