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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607화 (607/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607화

45장 까라면 까야죠(76)

오상진이 몸을 돌려 나갔다. 1소대 내무실을 나온 오상진이 행정반으로 걸어가는데 휴대폰이 지잉 하고 울렸다.

“누구지?”

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장석태 중위였다. 오상진이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네, 장 중위님. 무슨 일이십니까?”

-무슨 일이십니까?

갑자기 장석태 중위의 반문이 들려왔다. 오상진이 슬쩍 당황했다.

“네?”

-아니, 오 중위. 정말 이러깁니까?

“무, 무슨…….”

-진짜 모릅니까? 소개팅 말입니다. 내일이 주말입니다. 왜 자꾸 내가 전화하게 만듭니까.

“아, 소개팅 말이죠.”

-솔직하게 말하십시오. 말 안 했죠?

“아, 죄송합니다. 제가 일이 좀 있어서 말입니다.”

-하아, 이봐. 이럴 줄 알았어.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말씀드리기가 좀 곤란한 일입니다.”

-핑계 대는 거 아닙니까?

“아닙니다, 진짜 일이 있었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말씀 드리기 힘든 일입니다.”

-진짜 우리 사이에 이러깁니까?

장석태 중위의 닦달에 오상진은 더욱 난감해했다.

“진짜 말씀드리기 곤란합니다.”

-그럼 전화로 할 얘기는 아닙니까?

“그렇기도 하고 말이죠. 그게…….”

오상진은 말을 얼버무리며 말하는 것을 꺼려 했다.

-그럼 내가 가겠습니다.

“네?”

-제가 1중대 행정반으로 가겠다는 겁니다.

“저 퇴근하는데 말입니다.”

-그럼 오늘 같이 퇴근하시죠.

“네?”

오상진이 다음 말을 할 것도 없이 수화기 너머로 ‘뚜뚜뚜’하는 신호음만 들렸다.

“하아…….”

장석태 중위의 막무가내에 오상진은 한숨만 내쉬었다. 그렇지만 오상진의 잘못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이거 참, 말을 해줘야 하나? 하긴, 빨리 소개팅을 잡지 못한 내 잘못도 있지. 그런데 말해도 될라나 모르겠네.”

오상진은 홀로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가 깊게 걱정하는 김철환 1중대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가만, 차라리 장 중위님에게 말을 해서 사단장님 귀에 들어가게 할까?”

오상진은 살짝 머리를 굴렸다.

주말이 지난 월요일 아침 박민철 시의원은 출근하자마자 비서관을 찾았다.

“김 보좌관, 내 사무실로 와.”

“네.”

김 보좌관이 들어갔다. 박민철 시의원은 자리에 앉아 그를 봤다.

“내가 말이야. 국방위원회에다가 보고서를 하나 올릴 것이 있는데 말이야.”

“네.”

“그걸 자네가 좀 해 줬으면 하는데.”

“네?”

김 보좌관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뭐야? 보고서를 자기가 올리겠다고 해놓고선, 왜 그걸 내가 만들어? 도와달라는 것이 아니라, 아예 나보고 만들라고 하네.’

김 보좌관은 순간 지금 자기가 괜히 이 사람의 보좌관을 맡았다고 생각했다.

‘후우, 하긴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닌데…….’

김 보좌관이 속으로 한숨을 내쉰 후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어떤 걸 하면 됩니까?”

“내가 원하는 것은 말이야. 서울시 내 군부대 기강이 많이 해이해진 것 같거든. 그걸 자네가 알기 쉽게 자료를 만들었으면 하는데.”

김 보좌관이 속으로 생각했다.

‘아, 또 무슨 군부대의 누군가와 트러블이 생긴 모양이네. 아, 진짜 바빠 죽겠는데 왜 자꾸 이런 일이 생기지?’

김 보좌관이 조용히 말했다.

“의원님, 지금 준비할 것이 많습니다. 조만간 국회의원 선거도 다가오는데…….”

박민철 시의원이 인상을 쓰면서 말했다.

“그래서? 못하겠다는 말이야?”

“그건 아닙니다.”

“내가 지금 급하지 않아서 자네에게 시키는 줄 알아?”

“…….”

“자네도 말이야. 이런 일을 척척 해내고, 내가 금배지 달고 여의도에 입성을 하면 이 자리가 누가 될 것 같나. 자네 언제까지 보좌관 할 거야. 시의원 달고, 몇 년 있다가 국회의원 배지도 달고 해야 할 것 아니야.”

“아, 예에.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자네는 내 말 만 믿고 따라와.”

“네. 알겠습니다.”

“그래, 그럼 나가서 일 봐.”

“네.”

김 보좌관이 인사를 하고 나갔다. 사무실을 나온 김 보좌관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아니, 무슨 일인지 말이라도 해줘야지. 뭘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 거야? 에이씨, 모르겠다. 뭐라도 찾아보자.”

김 보좌관은 자신의 자리로 와서 마우스를 잡고 웹 검색을 시작했다.

김 보좌관은 자료를 찾고 작성하는데 밤을 지새웠다. 박민철 시의원은 아침에 나가 거의 퇴근 시간이 다 되어서야 사무실에 들어왔다.

“어? 보좌관 퇴근 안 했어?”

“네.”

“그래? 어제 내가 하라는 것은?”

김 보좌관은 얼굴을 미소를 띠며 속으로는 욕을 내뱉었다.

‘아이씨, 어제 일을 줘놓고선 오늘 물어보는 것이 어디 있어.’

솔직히 김 보좌관은 박민철 시의원 밑에서 일하는 것이 3년이나 되었다. 그래서 박민철 시의원 스타일을 그 누구보다 잘 알았다.

“네. 준비 다 했습니다. 여기!”

김 보좌관은 보고서를 바로 내밀었다. 박민철 시의원이 그 보고서를 확인했다.

-군 기강 확립 의견서

“으음. 제목은 그럴듯하게 했네.”

박민철 시의원이 내용을 쭉 확인했다. 최근에 일어난 군 내부의 사건들을 모아서 작업을 해놓았다.

예를 들면 휴가 나온 병사들의 사건. 장병들뿐만이 아니라, 장교들의 나태한 행동들을 꼬집어 스크립을 해 놓았다.

“이거 너무 짜깁기한 티가 확 나는데.”

“그럼 제가 다시 해 놓겠습니다.”

“아니야, 됐어. 수고했어. 그럼 자넨 마저 일 보고 가.”

“네?”

“일 다 끝났어? 다른 보고서 일은?”

“아닙니다.”

“그거마저 하고 퇴근해. 알았지?”

“네.”

김 보좌간의 얼굴이 굳어졌다. 박민철 시의원이 보고서를 들고 말했다.

“그럼 나 먼저 퇴근하네.”

박민철 시의원이 나가고 김 보좌관은 자신의 책상에 앉으며 인상을 썼다.

“아후, 저 개XX 미친 X! 내가 참는다, 참아!”

다시 일을 하려는데 문이 벌컥 하고 열렸다. 김 보좌관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네, 의원님.”

“이거 말이지. 최익현 의원실로 보내.”

“네?”

“최익현 의원실로 보내라고.”

“이걸 말입니까?”

“그래. 안 돼?”

“아, 아닙니다.”

“그럼 수고.”

박민철 시의원이 다시 나갔다. 김 보좌관은 고개를 갸웃하며 입을 뗐다.

“이걸 최 의원님에게 보내라고?”

김 보좌관은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 * *

최익현 의원이 사무실에 들어왔다.

“어, 다들 좋은 아침입니다.”

최익현 의원은 언제나 그랬듯 밝은 표정으로 사무실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사무실 사람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최익현 의원에게 인사를 했다.

“의원님. 좋은 아침이에요.”

“안녕하세요.”

최익현 의원은 손을 들어 가볍게 화답을 한 후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조 보좌관, 오늘 일정은 어떻게 되죠?”

“의원님, 일정 보고 전에 이걸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조 보좌관이 자신의 손에 들린 보고서를 내밀었다. 최익현 의원은 보고서를 보며 물었다.

“무슨 보고서입니까?”

최익현 의원은 보좌관에게도 꼬박꼬박 존대를 해 주었다. 그만큼 밑에 있는 사람도 존중을 해주려는 의도였다.

“혹시 박민철 의원이라고 아십니까?”

“박민철? 그 사람이 누구죠? 저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서울시 시의원입니다. 그곳에서 보내 보고서입니다.”

“그래요? 시정 보고서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잠깐 확인해 보니, 군 관련해서 보낸 것 같습니다.”

“그래요?”

최익현 의원의 눈이 커지며 곧바로 보고서를 확인했다.

“으음…….”

최익현 의원은 살짝 인상을 찡그린 채 보고서를 훑었다.

-현(現) 군 실태에 대한 보고서

제목을 확인한 최익현 의원은 찬찬히 내용을 끝까지 확인했다.

“뭐죠? 이 사람 군대 전문가입니까?”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어느 군대 나왔다고 합니까?”

“박민철 시의원 말씀이십니까?”

“네.”

“면제로 알고 있습니다.”

“면제요?”

최익현 의원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아니, 군대도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 무슨 이따위 보고를 올려보냅니까.”

“혹시 의원님께 잘 보이려고 그러는 것은 아닙니까?”

조 보좌관이 추측을 하며 말했다.

“나에게 잘 보일 것이 뭐가 있습니까. 나는 박민철 시의원이랑 전혀 접점이 없어요. 그럼 학교인가? 학교는 어디 나왔나요?”

“송균관대 경제학 나왔습니다.”

“저는 한국대 나왔잖아요. 그럼 학교도 아니고…… 고향은요?”

“고향은 충남이라고 합니다.”

“봐요, 고향도 아니고. 저랑 전혀 맞는 곳이 없잖아요. 그런데 이 사람이 나에게 잘 보일 이유가 있을까요?”

“없겠죠?”

“그런데 이런 것을 받으면 어떻게 합니까.”

“아예 대놓고 의원님 앞으로 보낸 보고서라서 말입니다.”

“그래요? 내용은 그저 그런 흔한 보고서인데요. 특별할 것도 없고 말이죠. 그저 한 마디로 군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말뿐이네요.

“네, 그렇습니다.”

“그럼 내가 따로 중점적으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최익현 의원이 보고서를 덮고 조 보좌관에게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 든 조 보좌관이 입을 뗐다.

“그럼 그냥 제가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최익현 의원이 책상에 있는 신문을 확인하려고 했다. 그러다가 다시 조 보좌관을 불러 세웠다.

“보좌관.”

“네, 의원님.”

“잠깐만 다시 가져와 봐요.”

“보고서 말입니까?”

“네.”

조 보좌관이 다시 가서 보고서를 건넸다. 최익현 의원은 다시 한번 보고서를 훑었다. 그리고 다시 덮고는 손가락을 툭툭 건드렸다.

“으음, 갑자기 왜 이 보고서를 보냈을까요? 그냥 보내지는 않았을 텐데요.”

최익현 의원은 그것이 궁금했다. 솔직히 보고서 내용은 별 볼 일 없었다.

그런데 아무 접점이 없는 박민철 시의원이 보낸 것과 내용 중에 충성대대가 들어 있다는 것이었다.

“제가 한 번 알아볼까요?”

조 보좌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최익현 의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조사 좀 해 줘요. 정확하게 여기서 뭘 원하는지도 알아보고요.”

“알겠습니다, 의원님.”

“그리고 그쪽 보좌관 있죠?”

“네.”

“혹시 아는 분입니까?”

“이름은 들어봤습니다.”

“그럼 그쪽을 통해서 무슨 의도인지도 파악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조 보좌관이 인사를 하고 나갔다. 최익현 의원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뭔가 이런 사람들이 뒤가 구린데 말이야.”

최익현 의원이 중얼거리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박민철 시의원의 보좌관인 김응수는 오늘도 밤늦게까지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옆에 둔 휴대폰이 지잉 하고 울렸다.

“응?”

휴대폰을 들어 확인해 보니 모르는 번호였다.

“이 밤에 누구지?”

김응수 보좌관이 전화를 받았다.

“네, 박민철 시의원 보좌관 김응수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최익현 의원님 보좌관 조지태입니다.

“아, 네네.”

김응수 보좌관이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안녕하십니까.”

김응수 보좌관은 전화를 받으면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그런데 어쩐 일로…….”

-아, 저희 의원님께서 박민철 시의원님에게 관심이 많으십니다. 오늘 보낸 보고서도 확인을 했고 말이죠.

“네, 보고서…….”

-그래서 말인데 잠깐 시간 돼요?

“시간 말입니까?”

-네, 같은 보좌관들끼리 얘기나 좀 하면 좋을 것 같아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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