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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604화 (604/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604화

45장 까라면 까야죠(73)

“…….”

김철환 1중대장은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김선아가 술을 따라주었다.

“그런데 그 유치원에 장군 손녀가 다녔었어?”

“그렇지 않아도, 철수네 아빠 알지? 박 중령님이랑 통화를 잠깐 했는데 퇴역한 장군 외손녀가 다닌다고 하더라고.”

“퇴역했어? 그럼 장군 아니잖아.”

“에이, 그래도 예편은 했어도, 장군은 장군이지.”

“그런 식으로 따지면 대접 안 해줄 사람이 어디 있어.”

“나도 어이가 없긴 한데. 군대가 그래, 자기야. 이게 다 인맥이고, 그래. 그래서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네.”

“그래서 이 일로 트집 잡을 거래?”

“대충 얘기 들어보니 그 양반 성격이 보통이 아니래. 뭐 얘기 듣기로는 소장 진급 앞두고 미끄러졌다고 하던데.”

“그래? 그럼 원스타네.”

“맞아. 투스타로 진급하려다가 무슨 이유로 떨어졌다고 하는데. 그래도 장군은 장군이지.”

“헐! 군대는 진짜 별로다, 별로야. 아무리 내 남편이 군인이지만, 진짜 군대 맘에 안 들어.”

김선아가 버럭 하며 자기 술잔을 가져와 술을 따랐다.

“여보, 됐어. 일단 마셔!”

김철환 1중대장도 술잔을 들어 공중에서 부딪쳤다.

“크으. 자, 안주.”

“고마워요.”

김선아는 안주를 받아 들고, 다시 술을 따랐다.

“그래서 당신은 그만두고 싶어요?”

“나야 그만두고 싶나. 우리 소은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려면 장군은 해야지.”

“지금 상황에서는 어려울 것 같단 말이지?”

“만약에 저쪽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쉽지는 않을 것 같아. 솔직히 내가 가서 사과라도 할까 생각도 해봤는데…….”

“미쳤어!”

김선아가 또 버럭 했다. 김철환 1중대장이 피식 웃었다.

“그렇지. 진짜 그건 내 딸 보기에 부끄러운 짓 같아서 못할 것 같고. 상진이에게도 미안할 것 같고.”

“도련님도 도련님이지만, 여자 친구도 같이 갔다면서.”

“그러니까, 말이야. 우리 소은이 때문에 나서줬는데 말이야. 거기다가 대놓고, 우리가 이래 버리면 꼴이 뭐가 되겠어.”

“진짜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우리 진짜 부끄러운 짓은 하지 말아요.”

“알아. 그래서 버틸 때까지는 버텨보겠지만 안 되면…….”

김철환 1중대장이 말끝을 흐렸다. 김선아가 잔잔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이구 우리 남편! 고생이 많네요. 그래도 지금 당장 전역할 것은 아니죠?”

“에이, 모아놓은 돈도 없는데 어떻게 지금 당장 전역을 해.”

“그럼 우리 딱 5년만 버텨요.”

“5년?”

“네, 그때 내가 돈을 최대한 모아서, 가게 하나 낼 돈은 마련해 볼게요.”

“이야, 우리 와이프가 또 허리띠를 졸라맨다면 난 당분간 손가락을 빨아야 하나?”

“그럼 어떻게 해요. 소은이도 내년이면 초등학교 가야 하는데.”

“에효, 내가 투잡을 뛰든가 해야지.”

“군인이 무슨 수로 투잡을 뛰어요.”

“말이 그렇다는 거지. 이 사람은……. 그래도 나 이해해 주는 와이프가 있어서 좋네.”

“알면 됐어요.”

김선아 말했다. 그러자 김철환 1중대장이 술잔을 내려놓고 미소를 지었다.

“오늘따라 우리 선아, 예쁘네.”

“화장을 안 지워서 그래요.”

“평소에 화장 좀 하면 안 될까?”

“이씨!”

“농담이야, 농담! 그건 그렇고 오늘……, 어때?”

김철환 1중대장이 슬쩍 김선아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김선아는 김철환 1중대장의 손을 보고는 홱 뺐다.

“왜 이래요. 우리 당분간 아껴 써야 합니다. 김철환 대위님!”

순간 김철환 1중대장의 얼굴로 쓴웃음이 지어졌다.

그다음 날 아침 장기준 사단장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신문을 보고 있었다. 그때 문을 두드리며 나종덕 비서실장이 들어왔다.

“사단장님.”

“응?”

“혹시 최기혁 소장이라고 하십니까?”

“최기혁 소장?”

장기준 사단장이 아미를 찡그리며 생각에 잠겼다.

“최기혁, 기혁…… 약간 특이한 이름이긴 한데 난 처음 듣는 것 같은데.”

“그렇습니까?”

“그래. 그런데 최기혁 소장 그 양반은 왜?”

“5년 전에 예편한 분인데…….”

“에이 씨. 5년 전에 예편한 사람을 내가 어떻게 알아.”

“그래도 사단장님 연대장 시절에 친분이 있는 것처럼 말씀을 하시던데 말입니다.”

“그래? 난 전혀 모르겠는데. 지나가다가 봤나? 그런데 그 사람이 왜?”

“비서실로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가?”

“네. 통화를 하고 싶다고 해서 말입니다.”

“나 바쁘다고 해.”

“그런데 그것이 아침 일찍부터 몇 번을 전화하셨습니다. 지금도 기다리겠다고 말씀을 하셔서 말입니다.”

나종덕 비서실장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장기준 사단장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뭐야, 이 양반. 왜 전화를 하는 건데? 무슨 일로 전화를 한 거래?”

장기준 사단장이 살짝 짜증이 났다. 아침부터 기분 좋게 신문을 보고 있는데 그 기분을 완전히 잡치고 있었다.

“그것이 저도 잘…….”

“이런 양반 전화 받으면 곤란한데……. 일단 알았어. 나에게 전화 넘겨.”

“네, 알겠습니다.”

나종덕 비서실장이 나가고, 곧바로 사단장실 전화기가 울렸다.

“네, 전화 바꿨습니다. 장기준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예비역 준장 최기혁입니다.

“아, 네에.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장기준 사단장은 약간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장기준 사단장이 눈을 들어 앞에 서 있는 나종덕 비서실장을 봤다. 나종덕 비서실장이 손가락 다섯 개를 피며 나직이 말했다.

“5년 선배님이십니다.”

장기준 사단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사이 수화기 너머 최기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나 기억하고 있습니까.

“네, 지난번에 한 번 뵙던 것이 기억나는 것 같기도 하고…….”

장기준 사단장이 말끝을 흐렸지만 최기혁의 목소리는 매우 밝았다.

-오, 기억이 납니까? 근처 부대 방문했다가 악수를 했었는데 기억하고 있었군요.

물론 장기준 사단장은 기억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예의상 기억이 난다고 대답을 했다.

“아, 예예.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전화를 주셨습니까?”

-아, 다름이 아니라. 혹시 말입니다. 사단에 오상진 중위라고 알고 있습니까? 어디 대대인지는 모르겠지만…….

“아, 예에. 알고 있습니다, 선배님. 그런데 오 중위는 왜 찾으십니까?”

-그 친구 어때요?

“일 잘하는 친구입니다. 능력도 있고.”

-으흠, 그래요.

“혹시 오 중위가 선배님께 결례라도 했습니까?”

-아니, 나에게는 아니고, 우리 딸아이에게 결례를 한 것 같아서 말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어떤 일인지 제가 좀 들어도 되겠습니까?”

-그건 좀 말하기 그렇고. 어쨌든 우리 딸아이가 그 일 때문인지 감정이 몹시 상한 상태입니다. 그 친구에게 사과를 받았으면 좋겠는데. 그리 말해줄 수 있습니까?

장기준 사단장의 이마에 살짝 주름이 생겼다.

‘뭐? 고작 이런 일로 나에게 전화를 해?’

장기준 사단장은 기분이 언짢았다. 예비역 준장이라는 작자가 현역 사단장인, 그것도 자신보다 한 계급 높은 사람에게 부탁을 한다는 것은 웃긴 일이었다.

그렇다고 장기준 사단장은 예의를 모르는 사람은 아니었다. 꼬박꼬박 선배 대접을 해주고 있었다.

“예, 일단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허허. 그래요. 역시 우리 장 소장님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아서 좋습니다.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좋은 소식 기다리겠습니다.

“네, 그럼 들어가십시오.”

장기준 사단장은 끝까지 예의를 지키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나종덕 비서실장이 물었다.

“무슨 일이랍니까?”

“오 중위가 자기 딸에게 무슨 잘못을 했다는데, 뭔 소리야.”

“저도 별다른 얘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 중위보고 사과하라고 합니까?”

“말은 그렇게 하는데…… 내가 영문도 모르고 오 중위에게 가서 사과해. 라고 말하는 것도 웃기잖아.”

“네, 그렇게 하는 시대는 지났죠. 요즘 그렇게 하면 큰일 납니다.”

“그렇지. 그런데 이런 얘기를 왜 나한테 하고 그래. 내가 그럴 짬밥이야? 사단장 자리가 한가한 줄 아나.”

장기준 사단장이 살짝 짜증이 났다.

“그래도 진상 조사는 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무시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만약에 진짜 오 중위가 무례를 범했다면 일이 커질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나종덕 비서실장의 말에 장기준 사단장이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런가? 그렇다고 오 중위를 직접 불러서 물어볼 수도 없잖아.”

“물론 그렇죠. 그래서 따로 조사를 해볼 필요는 있습니다.”

“그래 그럼. 그건 비서실장이 알아서 조사해 봐.”

“네, 알겠습니다.”

나종덕 비서실장이 사단장실을 나갔다. 장기준 사단장은 약간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놈의 군대는 바뀌지를 않아. 쯧쯧쯧.”

장기준 사단장이 혀를 찼다.

그다음 날 장기준 사단장은 업무를 보기 전 책상 위에 놓인 신문부터 확인을 했다. 여러 개의 신문 중 맨 앞의 신문을 들어 펼쳤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나종덕 비서실장이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하나의 서류가 들려 있었다.

“사단장님.”

“어, 비서실장. 좋은 아침이야.”

“네.”

“그래, 무슨 일이지?”

“어제 알아보라고 시키신 일을 보고 드리려고 합니다.”

“아, 그래?”

장기준 사단장이 신문을 놓았다. 곧장 나종덕 비서실장이 손에 든 서류를 내밀었다.

“이건가?”

“네.”

장기준 사단장이 서류를 펼쳐 확인했다.

“으음……. 유치원에서 일어난 일이야?”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조사를 해보니, 상황이 좀 애매합니다.”

“뭐가 애매해? 딱 봐도 그 딸이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그렇긴 합니다. 그래서 제가 좀 더 알아봤는데…….”

나종덕 비서실장은 직접 움직여 확인한 것을 보고했다. 듣고 있던 장기준 사단장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그러니까, 뭐야? 최기혁 예비역 장군 딸이 우리 김철환 대위의 딸에게 폭언을 퍼부었다는 것이네.”

“네. 때마침 자리에 있던 오 중위와 여자 친구가 항의를 한 모양입니다. 그 과정에서 실랑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장기준 사단장이 버럭 했다.

“당연히 따져야지. 자네도 생각을 해봐. 내 딸이, 내 손녀가 그런 식으로 모욕을 당하고 있으면 자네는 어쩔 건가?”

“당연히 따졌을 것입니다.”

“그렇지. 그런데 만약에 군단장이나, 대장의 손녀의 딸이야, 어떻게 했을 것 같나?”

장기준 사단장의 물음에 나종덕 비서실장은 바로 답을 하지 못했다.

“…….”

“뭐야, 자네! 여기서 약하게 나오면 어떻게 하나.”

“솔직히 생각만 해도 암담합니다.”

“그렇지. 그럼 오 중위 속내가 오죽하겠나.”

“맞습니다. 오 중위가 아무리 사람이 좋다고 해도, 상대가 최기혁 예비역 준장이라고 하면 속이 말이 아닐 겁니다. 그나마 최기혁 예비역 준장이 전역을 해서 망정이죠.”

“아, 맞다. 최기혁 예비역 준장에 대해서는?”

장기준 사단장의 물음에 나종덕 비서실장이 바로 말했다.

“다음 장을 보시면 됩니다.”

장기준 사단장이 다음 장을 넘겼다. 그곳에 최기혁 예비역 준장에 대해서 쭉 적혀 있었다.

“으음……. 이 사람도 참……. 엇? 이 사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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