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602화
45장 까라면 까야죠(71)
“그래! 완전 높다고 그랬어.”
“알았어. 그럼 너희 할아버지가 높아. 됐지?”
“당연하지.”
“알았어. 그럼 우리 그만 싸우지 말자.”
소은이가 손을 내밀며 화해의 악수를 청했다. 왜냐하면 선생님이 친구랑 싸우고 난 후 항상 이런 식으로 화해를 하게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박지수는 이미 화가 잔뜩 난 상태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가 지는 것만 같았다.
“뭐? 이게…….”
박지수가 소은이의 손을 깨물었다.
“아아악-!”
소은이가 화들짝 놀라며 손을 뺐다.
“아프잖아!”
그리고 자신의 손을 본 소은이는 잇자국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이잉, 아파.”
소은이는 잇자국 난 손을 어루만졌다. 박지수가 꼴 좋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러게, 누가 나에게 까불래?”
“너어……. 깨물었어!”
“그래 깨물었다. 어쩔래!”
“이씨…….”
소은이가 눈을 부라리며 박지수에게 달려들었다. 박지수 역시도 손을 들어 소은이와 대치를 했다. 그때 소은이 손이 먼저 박지수의 뺨을 힘차게 할퀴었다.
“아악!”
박지수의 뺨에 소은이가 할퀸 손톱자국이 선명하게 생겨났다.
“으아아아아앙-”
박지수가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 앞에 소은이가 콧김을 뿜어대며 서 있었다. 박지수 울음소리에 안희영 선생이 나왔다.
“어멋! 얘들아, 무슨 일이야?”
그때 어떤 아이가 고자질을 했다.
“선생님, 소은이가 지수를 때렸어요.”
영수가 바로 나섰다.
“아니에요, 선생님. 지수가 먼저 소은이를 물었어요.”
박지수는 뭔가 불리할 것 같자, 곧바로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으아아앙, 아파. 아프다고. 으아아아앙!”
그 소리는 원장실까지 들렸다. 곧바로 원장이 나오며 울고 있는 박지수를 발견했다.
“어? 지수야! 왜 울어?”
안희영 선생은 난감한 얼굴로 대답했다.
“아무래도 애들끼리 싸웠나 봐요, 원장님.”
“안 선생! 애들을 어떻게 보기에 이런 일이 생겨요.”
“죄, 죄송합니다.”
안희영 선생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원장은 인상을 쓰며 바로 박지수를 달래기 시작했다.
“왜 그러니? 우리 지수 누가 그랬어요?”
그러자 박지수가 울먹이며 손가락으로 소은이를 가리켰다.
“소은이가, 훌쩍, 소은이가…… 여길 때렸어요.”
박지수는 자신의 왼쪽 뺨을 보여줬다. 그곳에 선명하게 할퀸 자욱이 있었다.
“뭐 해요, 안 선생! 어서 약 가져와요.”
“네네.”
안희영 선생이 반으로 들어가, 약 상자를 가져왔다. 원장은 약 상자에서 연고를 꺼내 발라줬다.
“괜찮아요. 이 연고 바르면 깨끗하게 나을 거예요.”
“훌쩍, 흐흑…….”
박지수는 눈물 가득한 얼굴로 서 있었다. 그때 박지수 어머니 최미선이 나타났다.
“지수야.”
그 소리에 박지수는 그쳤던 울음을 다시 터뜨렸다.
“엄마아아아아.”
“응? 우리 지수 왜 그래? 왜 울어?”
“그러니까, 소은이가 날 때렸어.”
“뭐?”
최미선의 눈이 번쩍하고 떠졌다. 원장이 곧바로 다가가 말했다. 엄청 미안한 얼굴로 얘기를 했다.
“애들끼리 잠깐 싸웠나 봐요. 연고 발랐으니까, 괜찮을 겁니다. 어머니.”
“연고요? 상처 났어요?”
“네.”
“어디요? 지수야 어디?”
“엄마, 여기.”
박지수가 자신의 뺨을 보여줬다. 그곳에 상처가 난 것을 보고 최미선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누구야! 누가 우리 지수 이렇게 만들었니!”
그 앞에 원장이 죄송한 얼굴로 말했다.
“지수 어머니, 진정하세요.”
“제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요! 그리고 연고 발랐다고 했는데, 연고로 되겠어요? 고운 얼굴에 상처가 났는데 이거 덧나면 책임지실 거예요!”
최미선이 강하게 나갔다. 원장은 안절부절못했다.
“누가 그랬어! 누가 그랬냐고!”
최미선이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애들이 잔뜩 겁에 질려 누군가를 바라봤다. 바로 김소은이었다. 최미선이 눈치를 채고, 김소은에게 소리쳤다.
“너니? 네가 그랬어?”
최미선의 큰 목소리에 소은이는 잔뜩 겁을 먹고 울먹였다.
“흐흑, 지수가 먼저 흐흑, 여기 깨물었어요.”
소은이가 오른손을 내밀어 깨문 곳을 보여줬다. 하지만 최미선은 그 손이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신의 딸을 할퀸 것이 중요했다.
“이게 어디서…….”
최미선이 손을 들며 소은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곧바로 안희영 선생이 중앙에 끼어들었다.
“어머니, 진정하세요. 이러시면 안 돼요.”
“비켜요! 안 비켜!”
한편 그 소리가 밖에까지 쩌렁쩌렁하게 들렸다. 오상진과 한소희는 소은이를 데리러 유치원에 갔다가 그 목소리를 듣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무슨 소리죠? 무슨 일이 생겼나 봐요.”
“어서 가 보죠.”
오상진과 한소희가 후다닥 유치원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최미선과 안희영 선생이 대치하고 있었고, 그 뒤에 소은이가 잔뜩 겁에 질린 채 선생님의 옷자락을 잡고 떨고 있었다.
한소희는 곧바로 상황파악을 끝낸 후 최미선에게 다가갔다.
“이봐요, 아줌마! 왜 우리 소은이에게 소리쳐요!”
최미선의 고개가 돌아갔다. 예쁘고, 젊은 여자가 눈을 부라리며 자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이 여자는? 왜 이렇게 예쁘게 생겼어? 아, 더 짜증이 나네.’
그러다가 최미선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뭐야? 네가 이 애 엄마야?”
그때 뒤따라 들어온 오상진을 봤다.
“무슨 일이십니까?”
오상진을 쭉 훑었다. 군복을 입고 있고, 전투모에는 다이아 2개가 박혀 있었다.
‘남편이 중위? 감히 중위가 여기가 어디라고.’
최미선의 일단 오상진의 계급이 낮다는 것을 확인한 후 얼굴이 더욱 기고만장했다. 게다가 엄청 젊었다.
“뭐야? 고작 중위? 그래, 딱 보니까 둘이 사고 쳐서 애를 낳은 것 같은데……. 애를 낳았으면 방치하지 말고, 제대로 가르쳐야지.”
그러자 안희영 선생이 당황하며 말했다.
“어, 어머니. 아무리 그래도 그런 말씀을…….”
“뭐? 담임 선생은 애들 관리를 잘해야지. 지금 일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어디서 뭘 잘했다고…….”
“죄송합니다.”
안희영 선생이 바로 사과를 했다. 그 모습을 보는 오상진과 한소희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 아줌마가 지금 어디서 큰소리야!”
그러자 최미선이 고개를 홱 돌렸다.
“내가 왜? 난 큰 소리쳐도 돼! 그런 사람이야.”
“웃겨! 왜 네가 장군이라도 돼? 큰소리치게?”
“알면 깜짝 놀랄 텐데…….”
최미선이 팔짱을 끼며 기고만장했다. 한소희는 그런 꼴이 또 보기 싫었다.
“꼴에 또 남편이 높으신 양반인가 보네. 네네, 그래서요? 댁 남편이 높으면 애들을 그렇게 윽박질러도 돼요?”
“이게 어디서……. 애도 제대로 교육 못 시켰놓고선!”
“이봐요. 우리 소은이 교육 제대로 잘 받았거든요. 그리고 나 소은이 엄마가 아니라, 이모예요.”
“이모? 흥, 그럼 이모는 빠지고, 얘 부모 불러와! 지금 당장!”
최미선은 안하무인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보는 오상진이 앞으로 나섰다.
“죄송합니다. 소은이 부모님은 일이 있어. 못 옵니다. 대신 제가 왔으니까, 말씀을 해보시죠.”
그사이 한소희가 소은이를 봤다.
“소은아, 이리와.”
한소희가 두 팔을 벌리며 소은이를 불렀다. 소은이가 울먹이며 쪼르르 한소희에게 달려가 안겼다.
“이모.”
그 모습을 보며 최미선이 얘기를 했다.
“그래요, 말하죠. 우리 애를 보세요. 이 얼굴 어떻게 할 거예요? 저 애가 우리 애 뺨을 할퀴었어, 이렇듯 상처가 생겼잖아요.”
오상진이 확인해 보니, 뺨에 긁힌 상처가 보였다. 그런데 그 상처는 아주 미미했다. 연고 좀 바르고 하면 며칠 안에 나을 상처였다. 오상진이 고개를 돌려 소은이를 바라봤다.
“소은아. 친구 얼굴 소은이가 그랬어?”
소은이는 최미선의 눈치를 살피며 오상진에게 대답했다.
“……네.”
소은이는 끝까지 울음을 참고 대답을 했다.
“왜 그랬어?”
“으응, 쟤가 먼저 여길 깨물었어요.”
소은이가 오른손을 내밀었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 선명하게 이빨 자욱이 찍혀 있었다. 그것도 제법 깊어 보였다. 박지수의 뺨에 난 상처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순간 한소희 눈이 번쩍 떠졌다.
“어어, 잇자국 좀 봐!”
그러면서 도끼눈이 되며 최미선을 노려봤다.
“이봐요. 우리 소은이 손 봤어요? 당신 애가 이렇게 물었어요. 여기 살 파인 것 좀 봐.”
누가 봐도, 소은이의 상처가 더 깊어 보였다. 최미선은 살짝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으음, 그, 그건 못 봤네요.”
“못 봤다고요? 좋아요. 그런데 먼저 이렇게 물었다고 하는데 이건 어떻게 할 거죠?”
그러자 최미선의 표정이 바뀌며 말했다.
“아니, 애들끼리 싸우고 그럴 수도 있죠.”
한소희는 어이가 없었다.
“웃겨, 진짜! 이봐요. 지금 당신 애 얼굴이 조금, 그것도 살짝 긁힌 것 가지고 아까 그 난리를 피우더니. 우리 소은이 상처를 보고 그런 소리가 나와요?”
“우리 애는 얼굴이잖아요. 여자애 얼굴에 상처가 나면 어떻게 해요.”
최미선은 적반하장 식으로 나갔다.
“그리고 이 상처가 덧나면 책임질 거예요?”
“그래요. 책임질게요. 뭐, 성형해야 한다거나 하면 책임질게요! 됐죠!”
한소희가 당당하게 대답했다. 최미선이 말이 막혔는지 어이가 살짝 없었다.
“나 참 기가 막혀서.”
“누가 할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네.”
최미선은 더 이상 한소희와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원장을 봤다.
“원장님 어떻게 할 거예요?”
“어머니 진정하세요.”
“제가 지금 진정하게 됐어요? 그리고 얘네들 뭔데? 뭐길래 날 이런 식으로 하지?”
“어머니 진정하시고, 제가 말해볼게요.”
원장이 오상진에게 갔다.
“소은이 부모님이 아니시라고…….”
“네. 소은이 삼촌 됩니다. 형님이 일이 있어서, 제가 대신 데리러 왔습니다.”
“아, 그러시구나.”
원장은 뭔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손을 조물거리며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저기, 그냥 먼저 사과하시고…….”
그 말에 한소희가 눈을 번쩍 떴다.
“네? 우리가 왜 사과를 해요?”
“저희 유치원 입장도 있고…….”
원장이 난처한 얼굴로 우물쭈물했다. 한소희가 너무 어이가 없었다.
“지금 우리 소은이 손 다친 것은 안 보이세요? 딱 봐도 쟤보다 우리 소은이가 더 다쳤거든요?”
원장이 소은이의 손을 보며 말했다.
“어머나, 소은아. 다쳤구나.”
원장이 소은이의 손을 잡았다. 그런데 소은이가 인상을 쓰며 손을 홱 뺐다. 원장도 당황하고, 한소희도 당황했다. 그러나 이내 한소희는 냉정을 되찾았다.
‘뭐야? 이 사람…….’
딱 봐도 원장이 소은이에게 살갑게 대하지 않았다는 것을 대번에 알 수 있었다. 한소희가 소은이를 꽉 껴안았다. 원장은 아무렇지 않게 다시 입을 뗐다.
“소은이가 다친 것은 아는데……. 지수도 다쳤고, 먼저 사과를 하고 끝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진짜, 원장님 이상하시네. 우리 소은이가 먼저 물렸잖아요. 그런데 왜 사과를 해요?”
“그렇긴 한데, 사실 우리에게 관리적인 책임도 있고…….”
원장은 계속해서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고 있었다. 한소희는 확 짜증이 치솟았다.
“원장님 그게 지금 우리 소은이가 다친 거랑 무슨 상관이에요. 그리고 우리가 왜 그래야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