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601화
45장 까라면 까야죠(70)
“보셨지 말입니다. 이번에는 중대장님 심부름이라고 합니다. 어제 분명히 무슨 말들이 오고 갔던 겁니다.”
4소대장의 실없는 말에 3소대장은 퇴근 준비를 하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중대장님 심부름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걸 그냥 믿으시면 안 됩니까?”
“아닐 수도 있지 말입니다.”
“예전에는 안 그러시더니. 요즘들어 4소대장 은근히 1소대장님 디스를 하십니다.”
“제, 제가 언제 말입니까.”
“지금 말입니다. 1소대장님의 스토커도 아니고 말입니다.”
“스, 스토커라니……. 4소대장 말이 좀 심합니다.”
“아니면 1소대장님에게 관심을 끊으십시오.”
“아니, 나는 또 우리 1소대장님께서 우리를 자꾸 등한시하니까…….”
“아이고, 다 부질없는 말입니다. 저 퇴근합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3소대장이 가방을 들고 나섰다. 그 뒤에 이미선 2소대장도 일어났다.
“저도 퇴근합니다.”
“아, 저어…….”
4소대장이 손을 들어 잡으려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하아……. 다들 내맘 같지가 않네.”
그러면서 풀이 죽은 얼굴로 가방을 들고 퇴근을 했다. 그리고 행정병에게 한마디 했다.
“행정반 문 단속 잘해.”
“네. 알겠습니다. 충성!”
“그래!”
4소대장도 행정반을 나가 퇴근을 했다.
한편, 오상진은 차를 몰고 위병소를 나섰다. 그러자 얼마 가지 않아, 편의점 앞에 서 있는 한소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오늘도 예쁜 한소희를 보며 오상진의 표정이 밝아졌다.
“소희 씨!”
“상진 씨!”
한소희가 조수석에 올라타며 환한 목소리로 오상진을 불렀다. 두 사람은 그렇게 만났어도 처음 만난 것처럼 좋았다.
“소은이 유치원이 어디에요?”
“그리 멀지 않습니다. 5분만 가면 됩니다.”
“그래요? 우리 그럼 빨리 가요.”
“알았어요. 안전벨트 하세요.”
“네.”
한소희가 힘차게 대답을 했다. 그리고 오상진은 차를 몰고 소은이가 있는 유치원을 향했다. 한소희는 유치원으로 향하는 길에 살짝 들뜬 마음이었다.
“우리 꼬맹이 얼마나 컸으려나.”
“네, 아마 많이 컸을 겁니다.”
“그래도 엄청 상당히 예뻐졌겠죠?”
“그럼요. 그런데 소희 씨, 애들 좋아해요?”
“아뇨, 원래는 안 좋아하는데 소은이 같은 딸이면 몇 명이라도 낳을 것 같아요.”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그러면 우리 딸 많이 낳겠네요.”
“왜요?”
“우리 딸은 다 소희 씨 닮아서 예쁠 텐데. 계속 낳아야 되지 않겠어요?”
“뭐예요~”
두 사람이 즐겁게 대화를 하는 사이 유치원에 도착을 했다. 차를 세워놓고 유치원으로 향하는데 유치원 입구에서 앙칼진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너 사과 안 하니!”
그 소리에 한소희가 깜짝 놀랐다.
“어? 무슨 소리지?”
“뭔 일이 생겼나 봐요.”
오상진과 한소희가 재빨리 유치원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한소희의 눈이 커졌다.
“어? 상진 씨, 저기 소은이 아니에요?”
소리 지르는 아줌마 앞에서 소은이가 담임 선생님의 치맛자락을 꼭 잡은 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 * *
소은이가 유치원으로 들어갔다. 그때 철수가 쪼르르 딸려와 물었다.
“저 사람 누구야?”
“응? 우리 아빠!”
“어? 아빠야? 이야, 너희 아빠 멋있다.”
철수는 다 알지만 소은이에게 잘 보이려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소은이도 그런 철수의 놀란 모습에 기분이 좋은지 피식 웃었다.
“그치? 우리 아빠 멋있지? 그런데 우리 아빠 대대장이다.”
철수가 피식 웃었다. 아빠를 자랑하는 소은이가 꽤 귀여웠다. 하지만 철수 아버지가 중령이었다. 계급에 대해서도 다 알았다.
“대대장? 대대장이 뭐야?”
“대장이 세 개잖아. 그래서 우리 아빠가 제일 높아.”
“어? 진짜? 와, 소은이 아빠 대단하다.”
철수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소은이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소은이를 좋아하는 또 다른 한 남자아이가 있었다. 바로 영수였다. 여수가 쪼르르 달려와 물었다.
“너희들 무슨 얘기해?”
철수가 바로 말했다.
“소은이 아빠가, 대대장이래.”
“대대장? 대대장이 뭔대?”
철수의 물음에 소은이는 허리에 손까지 올리며 히죽 웃었다.
“울 아빠 부대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야!”
“오오, 정말? 소은이 아빠 진짜 대단한 사람이구나.”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가 담임 선생님이 말했다.
“애들아, 간식 먹자.”
“네에!”
애들이 간신을 먹으러 쪼르르 뛰어갔다. 그러다가 영수가 입을 뗐다.
“너희들 그거 알아? 소은이 아빠가 부대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래.”
“진짜?”
“오오오, 정말?”
다른 아이들까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중심에 있는 소은이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간식을 나눠주던 안희영 선생님이 그 얘기를 들었다.
“응?”
안희영 선생님이 고개를 돌려 영수를 바라봤다.
“영수야. 그 얘기를 누구에게 들었니?”
“네?”
“소은이 아빠가 부대에서 제일 높다는 거 누구에게 들었어?”
“소은이가 그랬어요.”
안희영 선생의 시선이 소은이에게 향했다. 소은이는 활달하고 예뻐서 친구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특히 남자애들에게 말이다. 그런데 어려서 그런지 잘못된 사실을 말하고 있었다.
‘으음, 어쩌지…….’
안희영 선생은 걱정이 되었다. 사실 이 유치원은 군 부대에서 일하는 아빠를 둔 유치원생들이 많았다. 그중에서 소은이 아빠가 중대장이라고 했는데, 여기서 그리 높은 직책은 아니었다.
듣는 귀들이 참 많았기에, 어지간한 유치원이라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 것이지만 살짝 걱정이 됐다. 안희영 선생이 환한 미소로 영수를 봤다.
“영수야.”
“네, 선생님.”
“그런 얘기는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에요.”
“왜요?”
어린아이의 특유의 천진난만한 궁금증이었다. 안희영 선생님 가만히 영수와 눈을 마주쳤다.
“그래도 그런 얘기는 다른 친구들에게 하고 다니는 것은 좋지 않아요. 선생님이 그건 나쁜 거예요. 라고 하면 우리 영수는 안 할 거죠?”
“네!”
영수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안희영 선생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요. 우리 영수는 선생님 말을 참 잘 들어서 하지 말라는 것은 안 해요. 그쵸?”
“네!”
“아이고 우리 영수 엄청 착해요. 자, 우리 영수 선생님 말을 너무 잘 들어서 간식 하나 더 줄게요.”
“헤헤, 감사합니다.”
“그래요.”
안희영 선생은 영수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은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서도 약간 걱정은 되었다.
‘영수가 조용히 하려나?’
안희영 선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박지수가 도도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자기 앞에 놓인 간식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왜? 우리 지수는 간식이 맛이 없어요?”
“됐어요. 전 이런 간식 먹지도 않아요. 우리 엄마가 지정해 주는 것만 먹으라고 했어요.”
“그래도 선생님이 주는 것은 괜찮아요.”
그러자 박지수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선생님.”
“응?”
“저 신경 꺼주실래요.”
박지수가 싸가지 없이 대답했다. 하지만 안희영 선생은 당황하지 않았다. 워낙에 익숙한 일인 것 같았다.
“지수야. 선생님이 그랬죠. 선생님에게 그런 말투 쓰면 안 돼요!”
“됐거든요. 저 신경 쓰지 말라고요.”
박지수가 홱 고개를 돌렸다. 안희영 선생은 가볍게 한숨을 푹 내쉬었다.
“후우…… 알았어. 우리 지수 뭐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해.”
“칫, 말 걸지 말라니까. 아, 짜증 나!”
안희영 선생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 다른 애를 확인했다. 그렇게 평화로운 유치원 생활이 이어졌다.
그러나 사건은 오후 늦은 시각 유치원생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에 벌어졌다.
“와아아아.”
애들이 유치원 안을 뛰어다녔다. 그런데 한쪽에 무리가 있었다. 그 중심에 영수가 있었다.
“너희들 말이야. 중요한 얘기해 줄까?”
“무슨 얘기?”
“우리 소은이 아빠가 대대장이래!”
“우와, 정말?”
“그렇다니까. 소은이가 그랬어.”
“이야 대단하다.”
“그렇지?”
영수가 히죽 웃었다. 이렇듯 소은이를 띄워주면 분명 자신을 좋아해 줄 거라 생각했다. 오전에 안희영 선생님이 조심하라고 했던 말은 깡그리 잊어버린 상태였다. 그런데 그때 박지수가 팔짱을 끼며 도도하게 다가왔다.
“야, 영수!”
영수가 고개를 돌려 박지수를 바라봤다.
“왜?”
“너 방금 무슨 소리야? 소은이 아빠가 부대에서 제일 높다고?”
“응, 소은이가 그랬어!”
“웃기네. 야! 그 말 듣지 마. 소은이 거짓말하는 거야. 우리 할아버지가 제일 높아!”
“으응, 소은이는 자기 아빠가 제일 높다고 그랬는데…….”
“야! 그럼 내가 거짓말하는 거야?”
“으응? 그, 그건 아니지만…… 소은이가 그랬는데…….”
영수는 잔뜩 주눅이 들었다. 그때 소은이가 가방을 메고 나왔다. 박지수가 김소은을 노려봤다.
“야, 김소은.”
“왜?”
“너 어디서 거짓말하고 다니는 거니.”
“무슨 거짓말?”
“너, 너희 아빠가 부대에서 제일 높다고 그랬다면서!”
“응, 맞아!”
“아니거든, 우리 할아버지가 제일 높거든!”
박지수가 버럭 고함을 지르며 김소은을 윽박질렀다. 김소은이 움찔했다. 그러자 김소은에 이어 철수가 나왔다. 철수는 박지수 앞으로 과감하게 나섰다.
“야아…… 너 왜 소은이에게 소리쳐.”
박지수는 살짝 서운한 눈빛을 내비쳤다.
“너, 뭐야. 철수. 왜 소은이 편 들어?”
“여기서 네 편 내 편이 어디 있어. 그리고 네가 먼저 소은이에게 소리쳤잖아.”
“야, 강철수! 너, 진짜 몰라? 소은이가 거짓말하고 있잖아.”
박지수의 눈가에 살짝 눈물이 맺히며 소리쳤다. 강철수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거짓말? 무슨 거짓말? 소은이는 얼마나 착한데.”
강철수는 알고 있으면서도 좋아하는 김소은을 감쌌다. 박지수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부르르 떨었다. 그러다가 참지 못하고 주먹을 들었다.
“이씨, 너 진짜 죽을래!”
강철수가 움찔하며 뒤로 물러났다.
“야야, 또 때리려고?”
“이리와!”
“싫어!”
강철수가 대답을 하고는 후다닥 김소은 뒤로 가서 숨었다. 박지수가 소리쳤다.
“강철수, 이리 나와라.”
“나가면 때리려고? 안 나가!”
김소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박지수. 그만하자. 네가 불량배야? 왜 주먹으로 철수를 때리려고 해.”
“네가 거짓말을 하니까, 그렇지.”
“내가 뭘?”
“너희 아빠가 부대에서 제일 높다고 했다며!”
“사실이니까 그랬지!”
김소은도 지지 않고 소리쳤다.
“웃기지 마. 우리 할아버지가 제일 높다고 그랬거든!”
“아니야. 우리 아빠가…….”
그렇게 두 사람 소리를 치며 싸웠다. 그러자 철수와 영수가 소은이를 말렸다.
“소은아, 싸우지 마.”
“그래, 그만해, 소은아. 그냥 상대하지 마.”
“내가 선생님 불러올까?”
영수가 말하자, 소은이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아니, 됐어!”
철수가 조용히 말했다.
“지수가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 같은데.”
“내가 알아서 할게.”
소은이가 말을 한 후 박지수를 봤다. 박지수는 여전히 화를 내며 김소은을 노려봤다. 소은이는 빨리 싸움을 끝내고, 아빠랑 짜장면을 먹으러 가고 싶었다.
“야, 박지수.”
“왜?”
“너희 할아버지가 높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