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600화
45장 까라면 까야죠(69)
“가만, 내가 집에 간다고 움직였는데……. 뭐 일단 집이니까. 잘 왔나 보네. 그보다 군복이…….”
김철환 1중대장이 열심히 생각을 해봐도 필름이 끊겨 있었다. 이것은 분명 업혀 왔다는 것이었다. 김철환 1중대장이 자신의 머리를 손으로 쿵쿵 때렸다.
“이런 철환아. 왜 그랬어. 왜 술을 먹으면 끝장을 보냐 말이야.”
김철환 1중대장은 스스로에게 자책을 했다. 그러다가 슬그머니 작은 방에서 나왔다. 국을 뜨고 있는 김선아의 눈치를 살피며 슬쩍 식탁에 앉았다. 김선아가 국을 떠서 김철환 1중대장 앞에 ‘탁’ 하고 놨다.
“아주, 그냥……. 군복 입고 자고.”
김철환 1중대장은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이럴 때는 자세를 낮춰야 했다.
“헤헤, 여보…….”
“나 부르지도 마요.”
“왜 그래…….”
“됐어요.”
김선아가 손을 탁 하고 쳤다. 그리고 다시 몸을 돌려 자신의 국을 뜨러 갔다.
“그런데 여보. 나 어떻게 들어왔어?”
김철환 1중대장은 고춧가루가 들어간 콩나물국을 한 숟갈 뜨며 물었다.
“진짜 필름 끊긴 거예요?”
“기억이 잘 안 나네.”
“도련님하고, 새로 온 장 중위인가? 그 양반하고 둘이 당신을 업고 왔어요. 내가 얼마나 미안한지.”
“그랬어? 그보다 당신 뭐라고 안 했지?”
“왜요?”
“장 중위에게 뭐라고 하면 안 되는데…….”
김철환 1중대장이 불안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김선아가 눈빛을 강하게 하며 물었다.
“그러니까, 왜요! 사단장 아들이라서?”
푸흡!
김철환 1중대장은 국을 묵다가 바로 내뿜었다.
“애도 아니고!”
김선아는 잔뜩 인상을 쓰며 휴지로 식탁에 뿌려진 흔적을 닦았다. 김철환 1중대장은 그것보다 놀란 눈으로 김선아를 봤다.
“그걸 어떻게 알았어?”
“어제 본인 입으로 말하던데요.”
“자기가? 뭐라고?”
“내가 한소리 했죠. 중대장님을 이렇게 술을 많이 먹이면 어떻게 하냐고!”
“그랬더니?”
“내가 타박하니까, 상진 씨가 말해주던데요. 사단장님 아들이라고. 그리고 바로 장 중위도 인정을 했고요. 아무튼 당신이나, 상진 씨나…… 완전 날 이상한 사람 만들어.”
“에이, 혹시나 싶어서 그러지. 혹시나 싶어서. 말실수하면 안 되니까.”
김철환 1중대장이 멋쩍게 웃었다.
“아, 국이 시원하네. 역시 여보가 끓여주는 콩나물국이 최고야.”
김철환 1중대장은 엄지손가락까지 올리며 칭찬을 했다. 김선아가 그런 김철환 1중대장을 보며 물었다.
“여보, 내가 어제 말했던 것, 기억하죠?”
“어제? 무슨 얘기?”
순간 김선아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제가 어제 말했잖아요. 엄마 병원 가는 날이니까, 소은이 부탁한다고!”
“아아아, 알지. 당연히 알지. 내가 그걸 모를까 봐?”
“소은이 잘 챙겨요.”
“알았어. 소은이는 내가 무조건 챙길게!”
김철환 1중대장이 당당하게 말했다. 김선아는 살짝 의심의 눈초리를 지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어서 식사하세요.”
“응, 알았어.”
김철환 1중대장은 식사를 다 마치고, 군복도 새로 갈아 입은 후 소은이를 챙겼다.
“김소은. 오늘은 아빠가 유치원에 데려다 줄게.”
“아빠아아아.”
“그래, 내 새끼! 어이구, 예쁜 내 새끼. 아빠 뽀뽀!”
김소은은 신난 얼굴로 김철환 1중대장 뺨에 뽀뽀를 했다.
“쪽!”
“아이고, 예뻐라. 아빠도 뽀뽀.”
두 사람의 애정행각을 보던 김선아가 못 마땅한 얼굴로말했다.
“소은이 유치원 늦어요. 빨리 가기나 해요.”
“알았어. 소은아 가자!”
“응, 아빠!”
김철환 1중대장은 소은이의 손을 잡고 아파트를 나섰다. 김철환 1중대장은 소은이를 안아 들며 말했다.
“소은아.”
“응, 아빠.”
“오늘 엄마, 할머니랑 어디 다녀온다고 했거든. 그러니까, 오늘 아빠랑 저녁에 짜장면 먹을까?”
순간 김소은의 표정이 환해졌다.
“응! 나 짜장면 좋아.”
“알았어. 오늘은 아빠가 짜장면을 사 주는 날!”
“아이, 좋아라.”
소은이는 김철환 1중대장 품에서 발을 동동대며 좋아했다. 그렇게 5분 후 유치원 앞에 도착을 했다.
“자, 도착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요. 아빠가 내려 줄게요.”
김철환 1중대장은 재빨리 조수석으로 뛰어갔다. 그때 등교하는 아이들이 외쳤다.
“와, 군인 아저씨다.”
김철환 1중대장이 어색하게 웃으며 조수석 문을 열었다.
“소은아 내려.”
“응.”
소은이가 내렸다. 그런데 자꾸만 아이들이 김철환 1중대장을 신기하게 쳐다봤다.
“와, 군인 아저씨!”
아이들의 말에 소은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우리 아빠, 군인 아니야!”
“에에에, 군복 입고 있잖아. 그럼 군인이지.”
“우리 아빠 으응, 그러니까. 대대짱이야!”
소은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당황한 사람은 김철환 1중대장이었다.
“소, 소은아……, 아빠는…….”
그러자 소은이가 울먹이며 말했다.
“아빠, 대대 짱 맞지! 그렇지?”
그런 소은이의 눈망울을 보고 어떻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게 말이지. 아빠 군인도 맞아.”
“왜? 아빠 군인이야?”
소은이가 똘망똘망한 눈길로 물어보자, 김철환 1중대장은 많이 당황했다.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때 그런 김철환 1중대장을 구원해 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소은이 담임 선생님이었다.
“어멋! 소은이 아버님 오셨어요.”
“아, 네에.”
“유치원 차에 소은이가 안 타서 놀랐어요.”
“어? 애기 엄마가 전화한다고 했는데……. 아마 정신이 없어서 못 했나 봅니다.”
“아닐 거예요. 아마 제가 전화를 못 받았나 보죠.”
담임 선생이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소은이를 보며 손을 내밀었다.
“우리 소은이 선생님이랑 들어갈까요?”
“네.”
소은이가 대답을 하며 담임 선생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몸을 돌려 말했다.
“아빠, 빠빠이.”
“그래, 소은이도 빠빠이. 저녁에 아빠가 데리러 올게.”
“응…….”
“아, 저녁에 아버님께서 소은이 데리러 오시는 거예요?”
“네. 죄송하지만 그때까지 소은이 유치원에 있어 주시겠습니까?”
“네, 알겠어요. 그럼 소은이는 유치원 차로 안 데려다줘도 되는 거죠?”
“제가 직접 유치원으로 데리러 올 겁니다.”
“알겠어요. 자, 소은아 들어갈까?”
“네에…….”
그런데 소은이가 시무룩해 있었다. 담임 선생님이 앉아서 물었다.
“소은아 왜? 아빠에게 할 말 있어?”
“그건 아니고요.”
김철환 1중대장도 놀란 눈으로 물었다.
“소은아, 왜? 아빠에게 할 말 있어?”
“아빠 진짜 군인이야? 대대 짱 아니야?”
김철환 1중대장은 난감한 상황이 되었다. 여태까지 소은이는 자신의 아빠가 대대 짱인 줄 알았던 것이다. 군인이라면 왠지 쫄병인 것 같았다. 소은이는 어려서 아직 그런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소은아, 아빠 대대 짱이야.”
순간 소은이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치! 우리 아빠 대대 짱이지?”
“그래. 그래.”
김철환 1중대장은 어색하게 웃었다.
‘어이구, 우리 딸은 언제쯤 이해를 하려나.’
담임 선생님이 소은이의 손을 잡았다.
“자, 그럼 우리 소은이 선생님이랑 들어갈까?”
“네!”
“그럼 아버님, 조심히 가세요.”
“네. 수고하십시오.”
그렇게 소은이는 담임 선생님과 함께 유치원 안으로 들어갔다. 소은이는 들어가면서도 손을 흔드는 것을 잊지 않았다. 김철환 1중대장도 포근한 얼굴로 같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자, 그럼 출근을 해볼까.”
그렇게 차를 몰고 부대로 출근을 했다. 오전 일과도 끝을 내고, 점심을 먹고 다시 오후 일과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오후 15시쯤 되었을 때 갑자기 사단에서 긴급 회의가 잡혔다는 소식을 접했다.
“뭐? 아니 왜 제가 갑니까? 오늘 저…… 아닙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네.”
김철환 1중대장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하아, 오늘 저녁 소은이 데리러 가야 하는데…….”
김철환 1중대장은 왠지 사단 회의가 길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상진이에게 대신 가 달라고 할까? 아니야, 일단 내가 회의에 가고, 끝나는 상황 봐서 얘기하든가 해야지.”
김철환 1중대장은 굳은 얼굴로 다이어리와 전투모를 챙겨서 중대장실을 나갔다.
그러나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적중을 했다. 사단 회의가 생각보다 길어진 것이었다. 김철환 1중대장은 중간 휴식 시간에 잠깐 밖으로 나와 전화를 했다.
“어, 상진아 중대장이야.”
-네, 중대장님.
“혹시 오늘 저녁에 약속 있냐?”
-네, 소희 씨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래? 미안한데 중대장이 부탁 좀 하자.”
-네, 말씀하십시오.
“유치원에 소은이 좀 데리러 가 줄래? 지금 사단 회의 와 있는데 빨리 안 끝나네. 미안하다.”
-알겠습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고맙다.”
-아닙니다.
“아, 그리고 소은이 저녁은 짜장면 사 줘. 내가 짜장면 사 주기로 했거든.”
-하하하, 네, 알겠습니다. 소은이 걱정 마시고, 회의나 잘 마무리하십시오.
“그래, 고맙다.”
김철환 1중대장은 전화를 끊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다행이다.”
김철환 1중대장이 다시 회의실로 들어갔다.
한편, 오상진은 휴대폰을 끊고 중얼거렸다.
“후우, 소희 씨에게 어떻게 말하지?”
오상진은 잠깐 고민을 하다가 다시 휴대폰을 들었다. 그리고 한소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진 씨, 벌써 제 목소리가 듣고 싶은 거예요?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한소희의 맑은 목소리는 언제나 오상진의 피로를 말끔히 해소시켜 주었다.
“네, 너무 듣고 싶었어요.”
-히힛. 그럴 줄 알았어요. 안 그래도 지금 부대 근처로 가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아, 그랬어요? 그런데 소희 씨.”
-네?
“어떻게 하죠?”
-뭐가요? 설마 오늘 못 만나요?
“아뇨. 그건 아닙니다. 다만 다른 일이 좀 생겼어요.”
-무슨 일요?
“다름이 아니라. 오늘 영화 보기로 했는데……. 그건 못할 것 같아요.”
-왜요?
수화기 너머 한소희의 아쉬운 목소리가 바로 들려왔다. 오상진은 너무 미안했다.
“그게요. 아무래도 유치원에 소은이를 데리러 가야 할 것 같아요.”
-소은이요?
소은이라는 말에 한소희의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네. 중대장님께서 부탁을 했어요. 지금 집에 형수님도 없으시대요. 오늘 형수는 친어머님과 함께 병원에 갔다고 하고요. 중대장님은 사단회의 때문에 발목이 잡혀 계시다네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저에게 부탁을 했는데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미안해요.”
오상진은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런데 수화기 너머 뜻밖의 말이 나왔다.
-아, 그럼 나도 같이 가면 되겠다.
“예? 소희 씨도요?”
-네. 우리 꼬맹이 얼마나 컸는지 보고 싶기도 하네요.
“아, 그래요? 그럼 같이 갈까요?”
-저야 좋죠!
“알았어요. 그럼 약속 시간에 봐요.”
-알았어요. 이따가 봐요.
“네.”
오상진은 한결 마음이 편한 상태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모든 일과가 끝이 나고, 오상진은 부랴부랴 퇴근을 했다.
“저 먼저 갑니다.”
“1소대장님 어딜 그리 바삐 가십니까?”
“중대장님 심부름 갑니다.”
“네? 중대장님 심부름 말입니까?”
“네.”
오상진은 대답을 하고 후다닥 행정반을 나갔다. 4소대장은 그런 오상진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