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599화
45장 까라면 까야죠(68)
그날 저녁, 김철환 1중대장, 장석태 중위, 오상진 이렇게 세 사람은 자주 가는 삼겹살집에 모였다.
김철환 1중대장이 소주를 들며, 장석태 중위에게 말했다.
“장 중위가 진짜 나 보자고 했어?”
장석태 중위가 곧바로 소주잔을 들었다.
“네, 제가 그랬습니다.”
“단둘이 마시려고 했는데 내가 억지로 낀 것은 아닌지 몰라.”
“아닙니다. 저 아버지하고도 평소에 술을 잘합니다. 그리고 제가 또 보기보다 윗분들께서 절 좋아하십니다.”
장석태 중위가 웃으며 말하자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장 중위은 사교성이 좋아서 사람들이 많이 좋아할 거야. 그런데 오늘 무슨 일이야? 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니지?”
“에이, 무슨 다른 뜻이 있겠습니까? 지난번에 심금을 터놓고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이번에도 같이 어울려보자는 것입니다. 아니지, 자주 그랬으면 좋겠다는 의미입니다. 허허허.”
장석태 중위가 곧바로 소주병을 받았다.
“제가 한 잔 따라 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래. 좋지.”
“그보다, 이렇게 술을 받아도 되나? 왠지 뇌물 같은데…….”
김철환 1중대장이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장석태 중위가 곧바로 웃으며 말했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받으십시오.”
“그래, 그래. 먹고 죽자!”
김철환 1중대장이 환하게 웃으며 소주잔을 들어 입에 털어 넣었다. 오상진 역시도 웃으며 소주잔을 비웠다.
“또 이렇게 먹으니 맛이 있습니다.”
오상진이 곧바로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오 중위.”
“그렇습니다. 마음 맞는 사람끼리 술 한잔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그러자 김철환 1중대장이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마음 맞는 사람이라……. 흐흠.”
그때 가게 아주머니가 고기를 한가득 가지고 나왔다.
“아이고, 이 사람들이 아직 고기도 안 나왔는데 벌써부터 소주를 그렇게 먹으면 어떻게 해.”
“원래 고기 먹기 전에 식도를 알코올로 소독시켜 주는 겁니다.”
“어이구, 무슨 소독까지 해. 아무튼 맛있게 먹어요.”
아주머니가 고기 쟁반을 놓고 갔다. 장석태 중위가 곧바로 집게를 들었다. 오상진이 바로 손을 움직였다.
“주십시오. 제가 굽겠습니다.”
“에헤이, 고기도 구워본 사람이 굽는 겁니다. 지난번에 보니까, 곱창 다 타서 못 먹는 게 많더만.”
장석태 중위는 불판 위에 고기를 몇 개 올린 후 말을 이어갔다.
“솔직히 제가 이런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저희 아버지 진급의 비밀이 뭔지 아십니까?”
순간 김철환 1중대장의 눈빛이 반짝였다.
“뭐죠?”
먼저 오상진이 물었다. 그 뒤에 김철환 1중대장도 질문을 했다.
“설마 고기 굽는 건 아니지?”
“정답! 저희 아버지가 고기를 정말 잘 구우셨습니다. 저희 아버지 중대장 시절부터 항상 집게를 잡으셨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항상 말씀하셨죠. 진급을 하고 싶다면 절대 집게를 놓지 말라면서 말입니다.”
장석태 중위가 정말 진심으로 말하는 것인지, 아닌지 헷갈렸다. 그런데 눈빛 하나만큼은 매우 진지했다. 김철환 1중대장이 피식 웃었다.
“너희 아버지 대단하시네.”
“그래서 오늘 제가 저희 아버지에게 배운 고기 굽는 스킬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오오, 기대해 보겠어.”
그 순간 장석태 중위의 고기 굽는 눈빛이 달라졌다.
“고기는 신중해야 합니다. 절대 자주 뒤집으면 안 됩니다. 육즙이 다 나가버리면 그건 그저 퍼석퍼석한 고기일 뿐입니다. 고기 뒤집는 것은 타이밍이 생명입니다.”
장석태 중위는 정말 진지한 얼굴로 고기 뒤집는 타이밍을 잡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집게를 쥔 손이 움찔했다.
“아니야, 아직……. 지금이야!”
장석태 중위의 눈빛이 번쩍거리며 곧바로 집게를 뒤집었다.
촤아아아.
“후후후…….”
장석태 중위는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상태로 좀 더 구운 후 한 번 더 뒤집어 줍니다. 그 뒤로 다시 한번 그러면 고기는 완벽하게 구워지는 것이죠.”
“오오오, 뭔가 고기를 굽는 게 심오하군.”
김철환 1중대장이 바로 호응을 해줬다. 반면 오상진은 고기를 굽는 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고기 굽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
“으음…….”
오상진은 자기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절로 입안에 침이 고였다.
“이야, 진짜 고기가 맛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게.”
김철환 1중대장이 바로 동조를 해줬다. 노릇하게 잘 구워진 고기를 보며 감탄했다.
“이야, 탄 곳도 없고, 노릇하게 잘 구워졌다. 진짜 고기 때깔이 다르네.”
장석태 중위가 어깨를 으쓱했다.
“자주는 아니지만 만날 때마다 고기는 제가 구울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맛있게 드십시오.”
“어, 그래…….”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장석태 중위는 잘 구워진 고기를 가위로 먹기 좋게 잘라서 한 점을 김철환 1중대장 앞 접시에 놓았다.
“한번 드셔보십시오.”
김철환 1중대장과 오상진이 각각 고기 한 점씩 입으로 가져가 먹어보았다. 장석태 중위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자신감 있는 표정을 지었다.
“어라? 이야……. 진짜 맛있다.”
“네, 그렇습니다.”
장석태 중위는 역시 자신감 있는 표정을 지을 만했다.
“맛있죠? 후후후. 많이 드십시오.”
장석태 중위는 다시 고기 한 점을 각각 건넸다. 그런 장석태 중위의 재롱에 분위기는 매우 좋아졌다.
다시 술잔이 오가고 김철환 1중대장이 슬쩍 입을 뗐다.
“그건 그렇고. 새로 오신 행보관님은 어때?”
“조관용 상사 말씀이죠?”
“그렇지.”
“뭐, 저는 좋습니다.”
장석태 중위의 대답을 들은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자네의 말속에 뭔가 뼈가 있는 것 같은데.”
“저만 좋죠. 저만! 우리 대대장님은 죽을 맛일 겁니다.”
“아니 왜?”
“조관용 상사가 예전 연대에 계실 때 그 밑에 부대 행보관으로 지내셨습니다. 그런데 일을 아주 끝내주게 하십니다.”
“그래? 그렇게 일을 잘하시는데 왜 대대장님께서 골치가 아파?”
“아, 이분이 뒤로 뭔가를 해 먹는다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하십니다. 오히려 병사들에게 뭐 하나라도 더 주려고 보수대랑 싸우시는 그런 분입니다.”
“오오, 그렇습니까?”
오상진은 반갑게 대답을 했지만 김철환 1중대장은 고개를 흔들었다.
“에이. 솔직히 이렇게 저렇게 안 해 먹는 사람이 어디 있어.”
김철환 1중대장은 솔직히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장석태 중위는 뭐가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정말입니다. 그분은 정말 그런 것을 싫어하십니다. 이건 대외비인데 말입니다. 그분이 하사 때 이런 일로 한 번 걸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옷을 벗네 마네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그 후로 사람이 확 바뀌었습니다.”
“오우, 그래? 우리나라에 그런 군인이 있었어?”
“놀랍죠? 저도 놀랍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그런 분이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오상진도 바로 답했다. 장석태 중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지난번에 대대장님이 조관용 상사와 간단히 면담을 하고, 바로 작전과장님을 부르셨지 말입니다.”
“과장님을? 아니 왜?
“얼핏 듣기로는 행보관이 맘에 안 든다고 푸념을 늘어놓으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딱 보기에는 대대장님께서 뭐라고 했는데, 조관용 상사가 코웃음을 친 거죠.”
“아, 대대장님이 원하는 대로 들어주지는 않겠다. 이거지?”
“네. 그렇죠.”
“으음…….”
김철환 1중대장이 낮은 신음을 흘리며 술잔을 비웠다. 장석태 중위가 곧바로 빈 술잔을 채웠다.
“아무튼 한동안 부대 재미있게 돌아갈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장석태 중위 입장에서는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한종태 대대장 밑의 중대장들이 고달플 뿐이었다. 물론 김철환 1중대장도 인상을 썼다.
“아이고, 한동안 대대장님 피해 다녀야 하나?”
그랬더니 장석태 중위가 바로 말했다.
“에이, 이번에 TV 때문에 대대장님 엄청 좋아하시던데 말입니다.”
“어, 참! 그렇지. TV 어땠어? 괜찮았어?”
김철환 1중대장의 물음에 장석태 중위가 바로 답했다.
“엄청 좋던데 말입니다. 그런데 어디서 나셨습니까?”
“아, 1소대 돈 많은 아들이 있어.”
“아, 강태산 이병 말입니까?”
“오, 자넨 모르는 것이 없어.”
“에이, 제가 그런 것도 모르면 작전과에 있겠습니까?”
장석태 중위가 바로 말했다. 오상진은 홀로 술잔을 비우며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듯 두 사람의 대화를 듣는 것 역시도 재미가 있었다. 장석태 중위도 술잔을 비운 후 고기를 뒤집었다.
“그런데 TV 말입니다. 지난번에 총알 사건 때문에 보낸 겁니까?”
“크으, 역시 장 중위! 척이면 척이야! 그것과 비슷해.”
“그래도 돈 많은 아빠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쓱쓱 해버리고 말입니다. 만약에 제가 그런 상황에 놓였다면 저희 아버지는, 어후…….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장석태 중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생각하는 것도 싫은 눈치였다.
가만히 듣고 있던 오상진이 빈 술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만약에 장 중위님 같은 상황이었다면 어땠을 것 같습니까.”
그러자 김철환 1중대장이 불쑥 끼어들었다.
“야, 말도 안 되지. 아무리 그래도 장교가 총알 하나 가지고 그러겠니?”
“에이, 그러니까! 만약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오상진이 장석태 중위를 봤다. 장석태 중위가 피식 웃으며 입을 뗐다.
“그럴 일도 없겠지만! 만약에 제가 그랬다면 말입니다. 아마 저희 아버지는 직접 오셔서 영창에 집어넣으셨을 겁니다.”
“에이, 진짜 그랬으려고.”
“저희 아버지 성격에 절대 용납을 안 하십니다. 그리고 아마 저 옷 벗겼을 겁니다.”
“진짜?”
김철환 1중대장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네. 본인이 옷 벗는 것을 싫어했었을 테니까요.”
김철환 1중대장과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아, 그런 거였어?”
“네. 저희 아버지 아주 그냥, 정년까지 올라갈 수 있는 데까지 다 하실 겁니다. 저희 아버지 진짜 장난 아닙니다.”
“그것도 몰랐네.”
김철환 1중대장이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술잔을 들었다.
“어쨌든 이런 중요한 고급 정보도 듣고, 장 중위 진짜 맘에 든다. 자, 한잔해!”
“넵!”
장석태 중위가 술잔을 들었다. 오상진도 술잔을 들고 중앙에서 서로 잔을 부딪쳤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술자리는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그다음 날 아침.
김철환 1중대장이 잔뜩 인상을 쓰며 일어났다.
“으음, 여기가 어디야?”
그때 문 쪽에서 싸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김철환 1중대장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어, 여보. 내가 왜 여기서 잤어?”
“몰라요. 일어났으면 나와요. 밥 먹게.”
“밥? 알았어.”
김철환 1중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어제 입고 있던 군복이 그대로 입혀져 있었다. 그 순간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으윽……. 머리 아파. 그런데 내가 어제 어떻게 집에 왔지?”
김철환 1중대장이 아무리 기억을 하려고 해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