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591화
45장 까라면 까야죠(60)
“제가 여기 건물주라고 했어요.”
“무슨 말도 안 되는…….”
관리원이 잠깐 생각을 하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오 사장님?”
“네. 맞습니다. 혹시 이모부님 계십니까?”
“아, 소장님 말씀이시죠? 지금 자리에 계십니다.”
“네. 수고하세요.”
오상진이 인사를 하고 엘리베이터로 갔다. 그러자 관리원이 재빨리 달려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줬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다음부터 이렇게 하지 않으셔도 돼요.”
“아, 네에.”
관리원이 어색하게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오상진이 탔다. 관리원이 모자까지 벗으며 인사를 했다.
“올라가십시오.”
“네, 수고하세요.”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그때까지 허리를 숙이고 있던 관리원이 천천히 허리를 일으켰다.
“어이구, 큰일 날 뻔했네.”
관리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미리내 빌딩은 홍대 근처다 보니, 불법 주차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지하 주차장에 작은 관리실을 만들어 통제를 해야 했다.
오상진도 그런 불법 주차 중 하나일 것이라 생각하고 후다닥 달려 나와 확인을 한 것이었다.
“소장님이 미리 알려 주지 않았다면…….”
관리원이 면접을 볼 때 생각이 났다.
“우리 조카가 여기 건물주예요. 조카가 가끔 오니까, 확인 좀 부탁할게요.”
그랬던 것이 떠올랐다. 그런데 관리원이 풋 하고 웃었다.
“뭐야. 소장님은 자기랑 똑 닮았다고 했으면서. 하나도 안 닮았네. 우리 사장님이 훨씬 잘생겼네. 그래도 하나는 맞혔네. 조카 며느님께서 연예인 뺨 친다고 하시더니. 그건 맞네, 맞아. 후후후.”
관리원은 피식 웃으며 지하 관리실로 걸어갔다.
오상진과 한소희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 버튼을 눌렀다. 한소희가 오상진을 툭 쳤다.
“오오, 건물주…….”
“놀리지 마요.”
“그래도 아까 관리원님께서 끔찍하게 생각하시던걸요.”
“아까 엄청 부담되었어요. 이모부께 말해서 그러지 말라고 해야겠어요.”
“에이, 이모부의 지시가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이던데요?”
“아무튼요. 나보다 나이 많은 분께 그런 대접받는 것은 영 불편해요.”
“알았어요. 아무튼 건물주…….”
한소희가 피식 웃으며 오상진을 놀렸다. 오상진이 짐짓 무서운 표정을 지었다.
“자꾸 저 놀리면…….”
“놀리면?”
“두고 봐요.”
그때 띵동 하며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2층에 도착을 한 것이었다.
“어험, 아무튼 이따 봐요.”
오상진이 눈을 흘기며 복수를 다짐했다. 한소희는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2층에 내려 커피숍 문을 열었다.
딸랑!
풍경 소리가 들리며 여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어서 오세요. 어머? 여기서 또 뵙네요.”
김소희의 동생이었다. 한소희는 곧바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사돈.”
“네. 어서 오세요.”
“이번에는 여기에 계시네요.”
“네, 언니가 애 낳고, 당분간은 제가 맡고 있기로 했어요.”
“아, 고생이 많네요.”
“고생까지는 아니에요.”
동생이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 일단 앉으세요.”
“네.”
오상진과 한소희는 카페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카페 분위기를 살폈다.
첫 번째 집과는 조금 달라진 분위기였다. 화이트톤으로 구성된 깔끔하게 깨끗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커피 드릴까요?”
“네. 원두로요.”
“원두밖에 취급 안 해요.”
오상진이 민망한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커피를 가지고 왔다.
“감사합니다.”
동생분이 오상진을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지난번에는 감사했어요.”
“어떤?”
“저쪽 찻집 말이에요. 그 아이디어 너무 고마웠다고요.”
“아, 다행이네요. 찻집은 잘되죠?”
“네. 엄청 잘되고 있어요. 매출도 많이 올랐어요. 사장님께서 아주 좋은 아이디어를 주셔서 그래요.”
“에이, 뭘요.”
오상진이 살짝 민망해했다.
“아니에요. 사장님께서 한의원과 연결해 주셔서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자주 오세요. 그곳에서 담소도 나누고, 데이트도 하시고 그러시던걸요. 게다가 저희 어머니도 말벗이 생겨서 좋다고 하세요.”
“다행이네요. 잘된다고 하니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어쨌든 항상 감사히 생각하고 있어요.”
“네.”
솔직히 엄청 잘 벌지는 못했다. 하지만 바로 전 카페보다는 훨씬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히 먹고살 정도는 되었다.
“여기 카페는 어때요?”
“아, 여기도 괜찮……. 어서 오세요.”
말을 하려는데 문이 열리며 여자 손님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보시다시피 엄청 잘되고 있어요.”
“여기가 생각보다 목이 좋나 봐요.”
“홍대 근처잖아요. 그리고 길 건너 카페도 있긴 한데 저희 가게에는 또 다른 것이 있어요.”
“어떤 것이 있는데요?”
“바로 진열장에 있는 빵 때문이에요.”
“아, 빵…….”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진열장을 봤다. 그곳에는 먹음직스러운 빵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었다.
“게다가 커피 맛도 좋다고 해요.”
한소희가 나섰다.
“안 그래도 저도 깜짝 놀랐어요. 커피 맛이 더 고소하고, 깔끔해요. 어떻게 된 거예요?”
“제가 공부도 좀 하고, 바리스타 자격증도 따고 그랬거든요.”
“아, 나름 공부를 하셨구나.”
“네. 커피 공부도 보통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틈틈이 공부도 하고, 커피 배합법도 공부해서 좋은 커피를 제공하는 거로 했죠.”
“잘하셨어요.”
오상진은 일단 장사가 잘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럼 저희 커피 몇 잔만 포장해 주시겠어요?”
“몇 잔이요?”
“으음, 3잔 정도요.”
오상진은 이모부와 관리실에 일하는 사람들까지 챙겼다.
“알겠어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그리고 잠시 후 오상진과 한소희는 커피 3잔을 들고 5층 관리실로 올라갔다.
“와, 여기 괜찮네요.”
“네?”
“우리 건물도 이렇게 했으면 장사가 잘되었을 텐데…….”
“아, 소희 씨가 관리한다는 그 건물요?”
“네. 거기도 커피숍이 있긴 한데……. 에잇!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 것을 옮기는 건데.”
“왜요? 여기 장사가 잘되어서 배 아파요?”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솔직히요.”
“뭘 그래요. 이러다가 또 목 좋은 곳이 나오면 빌딩 하나 더 매입하면 되죠.”
오상진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한소희는 달랐다. 한소희의 눈이 번쩍 뜨이면서 오상진에게 바짝 붙었다.
“정말요? 그때는 저희 카페 거기로 옮겨도 되죠?”
“뭐, 그래도 상관없긴 한데……. 소희 씨 안 바빠요?”
“바쁘긴요. 내 남친이 만날 군대에 있어서 얼굴 보기도 힘든데. 그 시간에 나는 커피숍에서 일하고 있으면 되죠.”
한소희의 당돌한 말에 오상진은 미안한 마음이 들어 멋쩍게 웃었다.
그렇게 소소한 대화를 하며 5층 관리실 앞에 도착을 했다. 오상진은 문을 두드린 후 안으로 들어갔다.
“이모부 저 왔습니다.”
이모부는 책상에 앉아 열심히 일 중이었다. 오상진의 등장에 표정이 밝아진 이모부였다.
“어이구, 상진이 왔어?”
“네.”
“무슨 일이야?”
“오다가 겸사겸사 들렀어요.”
“잘 왔다. 내가 아무리 잘 본다고 해도, 건물주가 한 번씩 얼굴 비춰주고 가야 사람들이 또 좋아하고 그래.”
“네, 알겠습니다.”
이모부는 오상진 옆에 있는 한소희를 봤다.
“어? 그런데 옆에 분은 누구?”
“네?”
한소희가 깜짝 놀랐다. 그러자 이모부가 실실 웃으며 손으로 눈을 가렸다.
“어? 아니네. 우리 조카며느리가 왔네. 난 또 연예인이 온 줄 알았네. 내가 못 알아봐서 미안해.”
“호호호, 아니에요. 이모부님.”
한소희도 이모부가 장난친 것을 알았다.
“뭐예요, 이모부!”
“아니야, 진짜야. 너무 예뻐서 진짜 연예인 해도 되겠어.”
“전 그쪽으로 관심이 없어요.”
“크으, 우리 조카 며느님. 다행이야. 우리 도연이 밥 벌어먹게 해줘서 고마워.”
“네? 도연 님이 누구예요?”
“있잖아. 정도연. 내가 엄청 좋아하는 배우인데, 연기가 아주 기가 막혀. 그런데 우리 조카 며느님이 배우를 하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정도연이 주연을 못 할 거 아녀.”
“어멋! 이모님도……. 호호호.”
한소희는 그런 이모부의 유쾌한 입담이 싫지는 않았다. 오상진도 피식 웃으며 입을 뗐다.
“이모부, 별일은 없죠?”
“무슨 별일이 있겠어? 이제 딱 체계가 잡혀서 내가 딱히 할 일이 없네.”
“아, 그래요?”
“그런데 상진아, 너 건물 하나 더 늘릴 생각 없어?”
이모부가 농담 식으로 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한소희가 바로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상진 씨가 괜찮은 건물 하나 있으면 매입한다고 했어요.”
“그래, 상진아. 돈을 통장에 넣어 놓기만 하면 뭐 해. 벌 수 있을 때 바짝 벌어 둬야지. 돈은 내가 열심히 벌어줄 테니까. 건물만 사!”
“네, 알겠어요.”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밝아진 이모부의 표정을 보니 오상진 또한 기분이 좋았다.
“참, 이사는 하셨죠?”
“어, 그럼. 이사했지. 벌써 끝났지.”
“어떻게, 집은 맘에 드세요?”
“말도 마라. 우리 조카 며느님이 골라준 집이라서 그런지 집이 넓고 참 좋더라.”
“에이, 뭘요.”
한소희는 거듭되는 칭찬에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오상진이 속으로 생각했다.
‘거참, 이모부도 어지간히 소희 씨를 좋아한다니까.’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이모부 아무래도 주혁이가 빨리 커야겠어요.”
“왜?”
“이렇게 우리 소희 씨를 좋아하는데, 주혁이도 결혼할 여자 데리고 오면 엄청 좋아하실 거 아닙니까.”
“어후, 우리 주혁이는 한참 멀었지. 그런데 그런 날이 올라나? 그런데 우리 며느리가 조카 며느님처럼 예뻐야 그러지. 난 말이야. 며느리라고 막 챙겨주고 그런 거 없다.”
“네네, 그때 가 보면 알겠죠.”
“하하핫, 그래. 그보다 여기 있어도 돼? 데이트 안 해?”
“아, 안 그래도 여기 둘러보고 가려고 했어요.”
“그래. 어서 가. 어서.”
이모부는 등 떠밀더니 두 사람을 사무실에서 내보냈다.
“이모부는요? 토요일까지 일하시고.”
“나도 좀 이따가 퇴근할 거야. 집에 있으면 뭐 해. 안 그래?”
“알겠어요.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요.”
“무리 안 한다니까. 어서 데이트나 해.”
“네, 이모부. 저희 이만 가 볼게요.”
오상진이 인사를 하고 나가려는데 이모부가 다시 불렀다.
“참! 상진아.”
“네. 이모부?”
“잠깐 나 좀 보자.”
이모부가 오상진을 한쪽으로 불렀다.
“왜요?”
“혹시 말이야. 주희 방 만들어주는데 얼마 정도 들었냐?”
이모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상진은 뜬금없는 이모부의 질문에 살짝 당황했다.
“갑자기 그건 왜요?”
“아, 아니, 그냥…….”
“그거 좀 들었을 텐데요.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그래?”
“왜 그러는데요?”
오상진이 궁금증을 참지 못해 물었다. 그러자 이모부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니, 주희가 자꾸 집에서 공부를 안 하고, 너희 집에서 공부를 하지 뭐야. 그 방에서 해야 집중이 잘 된다나 뭐라나.”
“그래요? 고등학생이라서 예민해서 그러나?”
“아무튼 그 가구 어디서 샀는지 나에게 말 좀 해줘봐. 어렵게 가족들이 모여 살게 되었는데, 집에서 공부하게 해야지.”
“네, 알겠어요.”
이때 오상진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