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589화
45장 까라면 까야죠(58)
뜬금없는 김철환 1중대장의 말에 김선아가 눈을 끔벅였다. 그러자 김철환 1중대장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우리 둘째 말이야.”
“어이구, 이이는…….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것을 보니 진짜 괜찮네. 어서 출근이나 해요.”
“진짜 소식 없어? 밤에 별을 그렇게 따는데도?”
“이이가, 아침부터 못 하는 소리가 없어.”
김선아는 잔뜩 얼굴을 붉히며 후다닥 주방으로 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김철환 1중대장의 표정이 비장해졌다.
“별을 하나씩 따서 그러나? 한 번에 두 개, 세 개씩 따야 하나? 그러려면 힘을 좀 더 키워야겠네.”
김철환 1중대장은 전투화 끈을 강하게 동여맨 후 출근길에 올랐다. 차에 시동을 걸고 막 출발하려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띠리링! 띠리링!
“통신보안, 대위 김철환입니다.”
-사단 인사참모 공대성 중령이네.
“충성!”
-으음, 다름이 아니라, 출근길에 잠깐 사단에 들를 수 있겠나?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뭐, 커피라도 한잔하지. 부탁하네.
“아, 네에. 알겠습니다. 10분이면 도착합니다.”
-알았네. 그럼 기다리지.
인사참모 공대성 중령이 먼저 전화를 끊었다. 김철환 1중대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사단 인사참모님께서 날 왜?”
김철환 1중대장은 의문이 들었다. 그러다가 번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호, 혹시 나 이번 심사에서 떨어졌나?”
김철환 1중대장은 갑자기 불안감이 들어 서둘러 차를 몰고 사단으로 향했다.
김철환 1중대장은 주차를 마친 후 곧장 인사참모실로 향했다.
똑똑똑!
“들어오게.”
김철환 1중대장이 인사참모실에 들어갔다.
“충성 대위 김철환.”
“오오, 그래 김철환 대위. 일단 이리로 와서 앉게.”
인사참모 공대성 중령은 인자한 얼굴로 김철환 1중대장을 자리로 안내했다.
“네, 감사합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전투모를 벗어서 손에 들었다. 잠시 후 커피가 나왔다.
“커피 마시게.”
“네. 인사참모님.”
김철환 1중대장이 찻잔을 들었다가 내려놓자 인사참모 공대성 중령이 입을 열었다.
“별일 없지?”
“네.”
“잘 지내고 있고?”
“그렇습니다.”
“대대는 어때?”
“항상 똑같습니다.”
이런저런 영양가 없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런 대화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김철환 1중대장은 불안했다.
상대는 사단 인사참모였다. 자신의 보직을 어디로 옮길지, 또 자신의 진급에도 관련된 사람이었다.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사참모 공대성 중령이 다시 커피 한 모금을 마신 후 슬쩍 김철환 1중대장을 살폈다.
“으음, 그 뭐냐. 낫에 손바닥 베인 그 친구 있지. 그 친구는 요새 어떤가?”
순간 김철환 1중대장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아…….’
김철환 1중대장이 조금 안심이 되었다. 자신의 일이 아닌 강태산 이병의 일로 자신을 불렀다는 것을 대번에 눈치를 챘다.
“그 친구 말이죠. 아하, 그것이…….”
그러자 곧바로 인사참모 공대성 중령이 말했다.
“그 친구 때문에 힘들지?”
“예?”
“으음, 솔직히 말하지. 내 아는 사람이 그 친구 아버지야.”
“아, 그러십니까?”
김철환 1중대장이 자신을 왜 불렀는지 이제 이해가 확실히 됐다. 그리고 표정이 약간 굳어졌다. 그 모습을 본 것일까? 인사참모 공대성 중령이 바로 말을 이어갔다.
“아아, 그렇다고 오해하지는 말고. 자네에게 이래라저래라하려는 의도는 없네. 그냥 얘기를 들었어. 사격하다가 실탄을 버렸다고?”
“네.”
“사실 말이야. 이건 진짜 우리 때는 용납이 되지 않는 사건이지 않나. 안 그래?”
“…….”
“말이 안 되지. 바로 군기교육대로 가던가. 소대 전체 뺑뺑이를 돌렸어야지. 그게 맞는 일이지.”
인사참모 공대성 중령이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다가 김철환 1중대장을 보며 물었다.
“혹시 자네 때도 이런 일이 있었나?”
“저희 때는 없었습니다.”
“그래? 우리 때는 있었어. 그놈이 어떻게 되었더라……. 군기교육대로 안 끝났던 것 같은데.”
“아, 그렇습니까?”
인사참모 공대성 중령이 조용히 얘기를 했다.
“그런데 말이야. 그때랑 요즘은 다르지 않나. 나 때는 군수품도 귀했을 때고, 군대가 좀 빡빡하기도 했고 말이야. 요새는 군대가 많이 유하게 변하기도 했잖아. 구타도 많이 없어졌고. 체벌도 말이지.”
“그렇긴 하죠.”
“옛말에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잖아. 상병도 아니고, 병장도 아니잖아. 이제 막 첫 사격을 한 이등병이지 않나. 우리가 그 정도는 이해해 줘야 하지 않겠나?”
김철환 1중대장이 움찔하며 물었다.
“그 말씀은…….”
“일이 안 커졌으면 좋겠다는 말이지. 사실 뭐 지난번에 파상풍 사건도 있었지 않나. 그 사건 이후로 곧바로 일어난 사건인데. 만약에 이 문제로 일이 커지면, 상대편 아버지 입장에서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말이지.”
인사참모 공대성 중령이 매우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한마디로 파상풍 일로 부대를 뒤집어 놨는데, 또 이런 사고를 쳐? 너 이번에 안 봐줘, 이런 보복성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는 의도였다.
“…….”
김철환 1중대장은 침묵을 유지한 채 생각에 잠겼다. 그사이 인사참모 공대성 중령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러니까, 지난번 일도 있고…… 이번 일은 어느 정도 우리가 이해해 줄 수 있는 범위인데, 깐깐하게 굴면 그쪽 아버지 입장은 또 뭐가 되겠나. 자식 군대 보내 놨는데, 파상풍에 걸리게 하지 않나. 이번에 실수했다고 과하게 처벌을 한다면 밖에서 보는 우리 군대의 신뢰가 어떻게 될 것 같나.”
인사참모 공대성 중령의 말을 듣고 보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
물론 김철환 1중대장도 100% 이해는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인사참모 공대성 중령이 하는 말은 바로 명분이었다. 이 명분 싸움으로 사건을 좋게 해결하자는 의도였다.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사참모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를 했습니다.”
“그래, 그래. 자네라면 충분히 이해해 줄 것이라 생각은 했네. 자자, 이제 이 얘기는 그만하고 차나 마시자고.”
“네. 인사참모님.”
인사참모 공대성 중령의 표정이 환해졌다. 그러다가 김철환 1중대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이 일을 그냥 넘길 수는 없습니다.”
“그 말은?”
인사참모 공대성 중령 표정이 굳어졌다.
“간단한 처벌은 해야 합니다. 그래도 저희 군의 기강도 있고, 다른 병사들도 있는데…….”
“아, 간단한 처벌? 뭐, 그 정도는 해야지. 나도 그리 빡빡한 사람 아니야. 그리고, 실수를 했으면 당연히 어느 정도의 처벌은 있어야지. 다만 그 나는 강도를 조금 낮추자는 의도니까.”
“네,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래.”
인사참모 공대성 중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났는지 입을 열었다.
“아, 참! 자네 이번에 진급심사에 이름이 올라와 있더군.”
“아, 네에. 그렇습니다.”
인사참모 공대성 중령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아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야. 아, 참고로 말을 하면 이 일과는 무관하네. 연관시키지는 말게.”
“알고 있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인사참모 공대성 중령과 아침 커피를 마시고, 조금 늦게 부대로 왔다. 중대장실로 들어가자 그곳에 오상진이 대기해 있었다.
“어? 1소대장이 왜 여기 있나?”
“그것이…….”
김철환 1중대장은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았다. 전투모를 책상 위에 올리고 오상진을 봤다.
“1소대 이미 완전군장으로 내무실에 대기해 놨습니다. 어떻게 합니까?”
“어? 왜 그랬어?”
순간 오상진이 당황했다.
“어제 중대장님께서 대기시켜 놓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네.”
“아이씨, 너 왜 그렇게 일을 빠릿빠릿 잘해?”
김철환 1중대장의 표정이 어제보다는 풀어져 있었다. 그것만 봐도 오상진은 조금 안심이 되었다.
“중대장님께서 지시를 내려서 말입니다.”
“뭐, 아무튼 일 하나는 똑 부러지게 한다니까.”
오상진의 표정이 슬쩍 바뀌었다.
“중대장님, 오늘 왜 그러십니까?”
“뭘?”
“표정이…….”
“내 표정이 왜? 이상하냐?”
“네. 그렇습니다.”
“하아……. 어떡하냐. 계급으로 찍어 누르는데.”
“네?”
“아니다. 그보다 강태산 이병 집안이 잘살기는 잘사는가 보다.”
“그건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내가 아침에 어디 다녀온 줄 아냐? 사단에 다녀왔다. 사단에.”
“사단에 말입니까?”
오상진이 살짝 놀랐다.
“그래. 강태산 이병, 아버지가 사단 쪽에 아는 분이 계셨나 봐. 가서, 이런저런 얘기 좀 듣고 왔어.”
“아…….”
오상진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 계급으로 찍어 누른다는 말의 뜻을 이해했다. 김철환 1중대장도 오상진의 표정을 보고 바로 말했다.
“뭐, 그렇게 심하게 듣진 않았어. 그분께서 하시는 말이 틀린 말도 아니었고.”
김철환 1중대장은 오상진에게 이해를 시키려 했다.
“지난번에 우리 군의 부주의로 강태산 이병 파상풍에 걸리게 하지 않았나. 그때는 봐달라고 넘어가 달라고 했잖아. 그런데 강태산 이병을 이번 실수 가지고, 엄하게 처벌하면 우리 꼴도 우습잖아.”
“하긴 그것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대충 넘어가려고 했는데, 네가 군장을 싸게 해서 연병장을 안 돌게 할 수도 없고 말이야.”
“음…… 그럼 연병장 한 2바퀴만 돌리고, 강태산 이병만 따로 화장실 청소를 시키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래, 그럴까?”
“네. 그렇게 하시죠.”
“아, 그보다 손 다친 것은 문제없지? 화장실 청소시켜도 되는 거지?”
“그 정도는 괜찮을 겁니다. 이제 다 나았습니다. 뭐, 본인도 화장실 청소 원할 겁니다.”
“그래? 하긴, 군장 메고 연병장 도느니, 나 같아도 화장실 청소하겠다. 한 달 정도 지켜봐.”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경례를 한 후 중대장실을 나섰다. 그 길로 1소대로 향했다. 오상진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
한편, 1소대 내무실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암흑 그 자체였다.
일단 강태산 이병이 군장을 싸고 대기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차우식 병장이 군장을 내렸다. 그 모습을 본 김우진 병장이 한마디 했다.
“야, 너 뭐해?”
“제 잘못입니다. 제가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같이 돌겠습니다.”
“야, 우식아. 네가 그러면 난 뭐가 되냐?”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우식아, 풀어, 인마. 풀어!”
“괜찮습니다. 제가 같이 돌겠습니다.”
“이런 젠장…….”
김우진 병장은 아직까지는 분대장이었다. 물론 말년병장이기도 했다. 분대장 견장을 빠르게 넘겨줘야 했는데 이런저런 일이 많아서 아직 넘겨주지 못했다.
“분대장 견장을 넘겨줬어야 했어. 말년에 그것도 2주 남겨 두고 이게 무슨 꼴이야.”
김우진 병장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힐끔 손주영 일병을 봤다.
“주영아.”
“일병 손주영.”
“내 군장도 싸라.”
“네?”
“귀가 막혔냐? 내 군장 싸라고.”
“아, 네에. 알겠습니다.”
손주영 일병이 재빨리 움직여 김우진 병장의 군장을 FM으로 쌌다. 그것을 본 김우진 병장이 한마디 했다.
“주영아.”
“일병 손주영.”
“넌, 이게 문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