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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588화 (588/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588화

45장 까라면 까야죠(57)

“아니, 총알을 다 못 쐈다면 손을 들고 소대장에게 말을 했어야지. 왜 그런 멍청한 짓을 한 거야.”

“그걸 말하려고 했는데 고참들이…….”

또다시 강태산 이병은 자기 변명을 하려고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오상진이 참지 않았다.

“야, 강태산!”

오상진이 버럭 했다.

“이, 이병 강태산…….”

“넌 또 언제까지 남 탓을 해! 네가 지금 정신을 못 차려서 일이 이렇게 되었잖아. 너 신교대에서 사격에 대해서 배우지 않았어?”

“죄송합니다, 소대장님.”

강태산 이병은 울먹이며 말했다. 오상진은 그런 강태산 이병을 보며 할 말이 없었다.

“후우…… 아무튼 소대장은 어느 정도는 이해를 하지만. 실탄을 버린 것에 대해서는 아마 그냥 넘어갈 수는 없을 거야. 어쨌거나 넌 처벌을 받게 될 거야.”

“어, 어떤 처벌을 받습니까?”

“그건 중대장님께서 결정할 일이니까. 그런 줄 알고 있어.”

“소, 소대장님…….”

“이건 나도 어쩔 수 없다. 이미 중대장님도 알고 계신다. 무엇보다 네가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처벌을 받아야지!”

“…….”

강태산 이병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모습을 본 오상진이 다시 뭐라고 하려고 했지만 고개를 흔들었다.

“내무실로 가서 자중하고 있어.”

“……네.”

강태산 이병이 경례를 하고 상담실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강태산 이병은 도저히 내무실로 향할 수가 없어 복도에 가만히 서 있었다. 1소대로 가면 또 고참들에게 무슨 야단을 맞을지 뻔했기 때문이었다. 곧바로 나온 오상진이 물었다.

“강태산 안 가고 뭐 해?”

“아, 그게…….”

강태산 이병이 머뭇거리자, 오상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따라와.”

“…….”

강태산 이병이 오상진의 뒤를 따라갔다. 오상진이 1소대 내무실을 열었다.

“너희들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태산이에게 뭐라고 하지 마라.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1소대원들이 말했다. 오상진은 강태산 이병을 봤다.

“일단 내무실에서 대기해.”

“네, 알겠습니다.”

강태산 이병이 쭈뼛거리며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았다. 오상진이 사라지고, 내무실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강태산 이병은 차마 주위를 둘러볼 수가 없었다. 지금도 얼굴이 따끔거렸다. 온몸은 강한 냉기에 맞서는 것 같았다.

그렇게 가시방석에 앉은 듯 불편한 분위기 속에서, 어느덧 시간이 흘러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

이해진 상병이 일어났다.

“야, 저녁 먹으러 가게 다들 수저 챙겨라.”

“네.”

그런데 강태산 이병이 쭈뼛거렸다. 막상 밥을 먹으러 일어나려니 입맛이 없는 것 같았다. 강태산 이병이 슬슬 눈치를 보며 앉아 있었다. 최강철 일병이 그런 강태산 이병을 보며 말했다.

“강태산, 밥 먹으러 가자고.”

“이병 강태산. 저는 입맛이 없습니다.”

“아놔, 이 새끼가 진짜…….”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어디 이등병 입에서 입맛이 없다는 말이 튀어나와! 너희들 진짜 애들 관리 이따위로 할래!”

구진모 상병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구진모 상병 밑으로 모두가 인상을 팍 썼다.

“아닙니다.”

강태산 이병은 또 자신 때문에 고참들이 야단을 맞자,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아닙니다. 밥 먹겠습니다.”

“하아, 진짜 군 생활 많이 편해졌다. 어?”

구진모 상병이 날카로운 눈매로 한 번 째려본 후 내무실을 나갔다. 최강철 일병이 강태산 이병에게 말했다.

“가자.”

“네.”

강태산 이병이 최강철 일병 뒤를 따라갔다. 식당에 들어가 식판에 밥과 반찬을 담아 식탁으로 가서 앉았다. 점심 때까지 화기애애하고, 즐겁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냉기로 가득해졌다. 아니, 오직 들리는 거라고는 수저로 식판을 긁는 소리밖에 없었다.

삐걱, 삐걱.

식판을 긁는 그 소리가 강태산 이병의 심장을 긁는 소리인 것만 같았다. 이에 참지 못한 강태산 이병이 김우진 병장을 보며 말했다.

“기, 김우진 병장님.”

하지만 김우진 병장은 강태산 이병을 쳐다보지도 않고, 낮게 으르렁거렸다.

“닥치고, 밥 먹어.”

“그게…….”

“닥치고 밥 먹으라고 했다. 네 목소리 듣고 싶지도 않아.”

“……알겠습니다.”

김우진 병장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려주는 음성이었다. 강태산 이병도 식판에 얼굴을 박고, 밥을 먹었다. 그러다가 ‘흑’ 하고 울음을 흘렸다. 애써 참아보려 했지만 갑자기 밀려오는 서러움에 울음을 참지 못했다.

“아, 진짜…….”

김우진 병장은 그 소리에 밥을 먹다가 수저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발, 밥맛 떨어지게 울고 지랄이야.”

김우진 병장은 그 길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식당을 나가버렸다.

“같이 가시지 말입니다.”

다른 고참들도 마찬가지였다. 밥을 먹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 그래도 밖에서도 안면이 있는 최강철 일병이 슬쩍 말했다.

“야, 인마. 남자 새끼가 왜 울어.”

“최강철 일병님.”

“괜찮아. 그만 울어.”

“그렇지만…….”

강태산 이병은 처음으로 군대에 온 것을 후회했다. 너무 서럽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러려고 군대 온 것이 아니었다.

“흐흑…….”

그냥 하염없이 눈물만 흘렀다. 게다가 자기는 왜 모자랄까? 왜 그렇게밖에 하지 못했을까? 라는 후회도 들었다.

“저, 저는 그냥 잘해보려고 노력 했는데 말입니다. 잘해보려고…….”

“그래, 알지. 알고 있어. 원래 이등병은 그런 거야.”

최강철 일병이 달래줬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진정이 된 강태산 이병이 수저를 내려놓았다.

“저, 저기, 최강철 일병님.”

“왜?”

“내무실에 가기 전에 전화 좀 해도 됩니까?”

“그래, 가자.”

최강철 일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태산 이병이 공중전화부스로 갔다. 이미 잔뜩 눈물을 흘린 상태였다. 그 모습을 본 타 중대 고참이 물었다.

“야, 너 울었냐?”

“아, 아닙니다.”

“자식 원래 다 그런 거야. 너 일말상초라고 들어봤지? 원래 여자 친구는 그때가 위기야. 그런데 넌 좀 일찍 왔나 보다.”

타 중대 고참은 강태산 이병이 운 것이 여자 친구와 헤어졌기 때문에 그런 줄 알았다. 그래서 좀 짠해 보였는지 위로의 말을 건넨 것이었다.

“자식! 괜찮아.”

강태산 이병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린 후 사라졌다. 강태산 이병은 그게 아니라고 말을 하고 싶었다. 그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차마 꺼내지는 못했다.

“아, 아닌데…….”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힘없이 공중전화부스에 들어갔다. 곧바로 아버지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빠…….”

-어어, 아들. 밥 잘 먹고 있는 거지?

“아빠……. 흐흑…….”

-왜 그래? 왜 울어? 무슨 일인데?

“그게 아빠…… 내가 총알을, 흐흑…….”

강 대표는 강태산 이병과 통화를 끝내고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그러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그렇게 큰일인가?”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강 대표에게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래서 군대를 현역으로 갔다 왔다 했던 김 과장을 불렀다.

“어, 김 과장, 난데. 잠깐 내 사무실로 와봐.”

잠시 후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김 과장이 들어왔다.

“대표님 부르셨습니까?”

“어서 와, 김 과장. 내가 뭐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는데 말이야.”

“네, 물어보십시오.”

“자네 군대 어디 나왔지? 현역 나왔다 했던가?”

그러자 김 과장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답했다.

“당연하죠. 저 백호부대 만기전역입니다.”

“오호, 그래? 그럼 말이야. 사격을 하는데 말이야.”

“네.”

“총을 20발씩 쏘나?”

“그렇죠. 보통 20발씩 쏘죠.”

“그런데 말이야. 총을 쏘는데 총알이 하나 비면 어떻게 되는 거야?”

“아, 탄피요? 탄피가 가끔씩 엉뚱한데 튀고 그러면 전 병력이 찾고 그럽니다.”

김 과장은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강 대표가 고개를 저으며 다시 말했다.

“아니, 탄피 말고.”

“탄피 말고요? 그럼 실탄인데……. 진짜 실탄 말입니까?”

김 과장이 눈을 크게 하며 외쳤다. 강 대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실탄!”

“아, 한 발 못 쐈구나.”

“우리 아들이 그랬나 봐.”

“에이, 한 발 못 쐈으면 손들고, 못 쐈다고 하면 되는 겁니다. 뭐, 잔소리는 듣겠지만…….”

김 과장은 그것 역시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그 뒤에 나온 말을 듣고, 김 과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게 말이야. 만약에 한 발 남은 총알을 버렸다가, 들키면 어떻게 되지?”

“서, 설마 그걸 태산이가 그랬다는 겁니까?”

김 과장이 굳은 얼굴로 물었다. 강 대표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입니까?”

김 과장이 재차 물었다. 그러자 당황한 강 대표가 말했다.

“왜? 정말 심각한 일인가?”

“심각한 것을 떠나. 이건……. 와, 진짜 뭐라고 말씀을 못 드리겠네요.”

“말 좀 해봐. 어떻게 되는 건데?”

강 대표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김 과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입을 뗐다.

“이건 군대가 난리가 날 일인데요. 아니지, 한마디로 그냥…… 영창 갈 일입니다.”

“영창? 군대 감방을 말하는 거야?”

“네.”

“총알 하나 가지고, 군대 감방을 간다는 것이 말이 돼?”

“아이고, 대표님! 어디 가서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정말 큰일 날 소리입니다. 군대에서는 절대로 용납이 되지 않을 일입니다. 오죽하면 탄피까지 철저히 수거하겠습니까? 그런데 실탄을 버렸다고 말입니까? 진짜 범죄입니다, 군대에서도 아주 큰 범죄 말입니다.”

“뭐? 그, 그래? 어떡하지? 우리 아들 어떻게 해?”

강 대표는 불안한 얼굴이 되었다. 그러자 김 과장이 슬쩍 말했다.

“이럴 때는 또 그분의 도움을 받으셔야죠.”

“그분?”

“네. 옛날에 도움을 청했던 군 관계자 말입니다. 위에서 좋게 덮으라고 하면 조용히 넘어갈지도 모릅니다.”

김 과장의 조언에 강 대표가 눈을 가늘게 떴다.

“정말 그리될까?”

“에이, 군대는 뭐니 뭐니 해도 계급이 깡패입니다. 계급으로 찍어 누르는데 어쩌겠습니까?”

“아, 그래?”

강 대표의 표정이 밝아졌다.

“좋았어. 그럼 그렇게라도 해야겠어.”

강 대표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어딘가로 연락을 취했다.

김철환 1중대장은 출근 전 김선아가 차려준 밥상 앞에 앉았다. 어제 그 일로 머릿속이 복잡해 도통 입맛이 없었다. 밥을 먹는 건지, 밥알을 세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깨작깨작 억지로 입에 넣고 있었다.

“왜 그래요? 입맛이 없어요?”

그러자 김선아가 걱정된다는 얼굴로 김철환 1중대장 앞에 물컵을 놔주었다.

“응? 으응…….”

김철환 1중대장은 젓가락을 놓고, 김선아가 준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김선아가 다시 물었다.

“왜 그래요?”

“아니야.”

“뭔데요? 부대에 무슨 일 있죠?”

“응? 어떻게 알았어?”

“내가 군인 와이프로 산 게 몇 년째인데 그걸 모를까.”

김철환 1중대장이 피식 웃었다.

“그래, 여보가 몇 년째인데. 사실 말이야…….”

김철환 1중대장이 어제 있었던 이야기를 간단히 풀어서 얘기했다. 그러자 김선아가 버럭 화를 냈다.

“뭐, 그런 어이없는 애가 다 있대? 그보다 당신은 괜찮아?”

“나?”

“응, 당신에게 피해 가고 뭐 그런 것 있냐고.”

“그런 건 없어. 그냥 이걸 윗선에 보고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게 고민이지.”

“진짜 당신도 고생이 많다. 힘내, 여보!”

김선아의 위로에 김철환 1중대장이 피식 웃었다.

“나야, 항상 힘내지. 그보다 당신 소식 없어?”

“뭔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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