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587화
45장 까라면 까야죠(56)
“전 사로 보고!”
그러자 한태수 상병의 1사로부터 보고를 시작했다.
“1사로 탄피 20발 이상 무.”
강태산 이병은 당황했다.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2…… 2사로…….”
모두의 시선이 강태산 이병에게 집중되었다.
“뭐야? 왜 보고를 안 해!”
3소대장이 강태산 이병에게 다가갔다. 강태산 이병의 탄피를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이 새끼야. 탄피 보고하라고!”
“저, 그, 그게…….”
“왜? 탄피가 없어?”
“…….”
3소대장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양 사로에 있던 한태수 상병과 구진모 상병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3소대장은 급히 탄피를 확인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열일곱, 열여덟, 열아홉?”
3소대장이 깜짝 놀라며 강태산 이병을 올려다봤다.
“야, 탄피 하나 어디 갔어?”
“저, 그, 그러니까. 그게…….”
“똑바로 말 안 해?!”
“자, 잘 모르겠습니다.”
“뭐, 인마? 잘 몰라?”
3소대장이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그사이 오상진이 그들에게 다가와 물었다.
“탄피가 없습니까?”
“네, 하나가 없습니다.”
오상진은 듣자마자 강태산 이병의 총기를 확인했다. 약실을 살펴보고, 탄피받이를 확인했다. 하지만 그곳에도 탄피는 없었다. 오상진이 강태산 이병을 봤다.
“너 다 쐈어?”
“아, 아마 다 쐈을 겁니다.”
“겁니다? 이 자식아, 대답 똑바로 안 해!”
“다, 다 쐈습니다.”
강태산 이병이 잔뜩 겁을 먹은 채 소리쳤다. 그때 김철환 1중대장의 음성이 들려왔다.
“야, 뭐야?”
3소대장이 곧바로 답했다.
“탄피가 하나 없습니다.”
“뭐? 탄피가 없어?!”
“네.”
“전 병력 대기!”
김철환 1중대장은 마이크로 대답한 후 창을 열어 소리쳤다.
“빨리 탄피 찾아!”
“네, 알겠습니다.”
그곳에 있던 병력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강태산 이병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겁에 잔뜩 질린 채 부들부들 떨었다.
“확실히 다 쏜 거 맞지? 너 이 자식 탄피 하나 숨기면 영창이야! 알아?!”
3소대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
강태산 이병은 이미 사고 회로가 정지된 상태였다. 그 어떤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차우식 병장이 다가와 강태산 이병 상태를 확인했다.
“야, 괜찮아? 찬찬히 생각해 봐.”
“자, 잘 모르겠습니다.”
오상진 역시 강태산 이병 상태가 예사롭지 않았다.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이 영 이상했다.
“야, 일단 이 주위에서 탄피부터 찾아!”
“네. 알겠습니다.”
모두들 주위를 확인했다. 강태산 이병이 쐈던 곳의 잔디를 손을 휙휙 하며 뒤졌다.
특히 차우식 병장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차우식 병장은 언덕 아래에 내려가 뒤지기까지 했다.
그렇게 약 10여 분이 흘러갔다. 차우식 병장이 언덕 아래에서 손을 휙휙 저으며 찾던 그때 탄피 뒷면이 눈에 띄었다.
순간 차우식 병장의 표정이 밝아졌다.
“찾았…… 어?”
차우식 병장이 탄피를 찾았는데 그것을 손에 들고 보니, 아직 발사되지 않은 실탄이었다. 차우식 병장이 고개를 들어 강태산 이병을 봤다.
“저 녀석…….”
차우식 병장의 머릿속에서 오만가지 상상이 이어졌다. 하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총에서 빠져나왔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분명 저 녀석이…….’
차우식 병장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상황에서 일을 크게 키울 필요는 없었다. 차우식 병장의 눈에 오상진이 들어왔다.
‘소대장님께 알려야 해.’
차우식 병장은 곧장 오상진에게 갔다.
“소대장님.”
“어? 왜?”
차우식 병장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탄피 찾았습니다.”
“뭐? 그런데 왜 목소리를 작게 해.”
“그, 그것이…….”
차우식 병장이 오상진에게 바짝 다가가 손에 쥔 실탄을 보여주었다. 그것을 본 순간 오상진의 눈이 크게 떠졌다. 곧바로 벌벌 떨고 있는 강태산 이병에게 시선이 갔다.
오상진은 차우식 병장에게서 실탄을 받아 챙겼다.
“어떻게 합니까?”
“소대장이 처리할게. 넌 가만히 있어.”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은 탄피를 찾고 있는 3소대장에게 갔다.
“3소대장, 탄피 찾았어.”
“네? 찾았습니까? 어디서 말입니까?”
“언덕 아래에서.”
“그렇습니까?”
그 순간 강태산 이병이 움찔했다. 오상진이 강태산 이병을 바라봤다. 강태산 이병은 오상진의 살벌한 눈빛을 보자, 곧바로 시선을 외면했다.
“일단 내가 중대장님께 보고할 테니까. 3소대장은 여기 정리해.”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은 곧장 통제실로 갔다. 김철환 1중대장이 바로 고개를 돌렸다.
“1소대장, 어떻게 됐어?”
“탄피는 찾았습니다.”
“그래? 그럼 다행이네. 됐어, 그럼!”
김철환 1중대장이 다시 마이크를 잡으려고 하는데 오상진이 그를 불렀다.
“그런데 중대장님…….”
“왜?”
“탄피는 탄피인데…….”
“왜 그래? 빨리 말해.”
오상진이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김철환 1중대장은 오상진의 손바닥 위에 있는 실탄 한 발을 바라보며 말했다.
“실탄이네. 그게 왜?”
김철환 1중대장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생각이 이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오상진은 굳은 표정으로 그다음 말을 이어갔다.
“이게 방금 찾은 탄피입니다.”
“뭐?”
김철환 1중대장의 눈이 커졌다.
“탄피가 아냐?”
“네. 아무래도 한 발을 못 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순간 김철환 1중대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거 어디서 찾았어?”
“2사로 앞 언덕 아래에서 찾았습니다.”
“뭐? 그게 거기까지 튈 수 있는 거야?”
“그, 그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중대장님…….”
오상진이 나직이 불렀다. 김철환 1중대장의 표정이 완전히 굳어졌다.
“2사로 누구야?”
“이번에 전입 온 신병입니다.”
“신병 누구!”
“1소대 강태산 이병입니다.”
오상진은 잔뜩 굳어진 얼굴로 말했다. 김철환 1중대장의 표정에 잔뜩 노기가 올라와 있었다.
“저, 빌어먹을 새끼가…….”
김철환 1중대장은 당장에라도 뛰쳐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아직 사격은 끝나지 않았다.
“저 자식, 내무실 대기시켜 놔!”
김철환 1중대장은 엄청 화가 난 상태였다. 솔직히 한 발 못 쏜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건 사격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었다. 문제는 그 실탄을 버린 것이었다. 이건 진짜 엄청 중대한 일이었다. 영창까지 갈 일이었다. 그것을 알고 있는 오상진이기에 뭐라고 할 입장도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오상진은 대답을 한 후 통제실을 나갔다. 김철환 1중대장은 다시 자세를 잡고, 마이크를 잡았다. 그런데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이, 망할 새끼가…….”
김철환 1중대장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리고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했다.
“후우…….”
그리고 마이크를 잡은 후 다시 통제를 이어갔다.
“전 사로 보고…….”
“이상 무. 이상 무.”
“좌측 사로, 이상 무, 우측 사로 이상 무. 총기 들고 퇴장!”
“퇴장!”
“다음 조, 사로 입장!”
김철환 1중대장은 다시 사격을 이어갔다. 그사이 퇴장을 한 1소대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김우진 병장은 우측 사로에 있어서 상황을 잘 몰랐다. 탄피를 잃어버렸다가 찾았다고만 알고 있었다.
사격장을 벗어나 탄창 분리대 안에서 다시 한번 안전 점검을 했다.
“어깨 위에 총! 격발!”
틱틱틱!
“이상 무!”
“다시 노리쇠 후퇴 전진! 어깨 위에 총! 격발!”
“격발!”
“이상 무!”
모두 이상 없는 것을 확인하고 탄창을 내려놓았다. 총을 전부 멜빵으로 어깨에 걸쳤다. 차우식 병장은 말없이 강태산 이병을 노려봤다. 강태산 이병이 애써 시선을 피했다. 그때 김우진 병장이 다가왔다.
“야, 아까 어떻게 된 거야? 누가 탄피를 잃어버렸어?”
“강태산 이병입니다.”
“그래? 탄피는 찾았고?”
“네, 찾았습니다. 그런데…….”
차우식 병장이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김우진 병장은 군대 짬밥을 오래 먹은 사람답게 눈치가 빨랐다.
“뭐야? 왜 얘기를 하다가 말아. 뭔데?”
“그게 말입니다.”
차우식 병장이 김우진 병장에게 말했다.
“탄피가 아니라, 실탄입니다.”
“뭐? 실탄이 왜 거기에…….”
김우진 병장이 말을 하려다가 순간 바로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눈을 부라리며 강태산 이병을 노려봤다.
“강태산, 이 미친 새끼가…….”
김우진 병장이 곧장 강태산 이병에게 다가가려 했다. 차우식 병장이 바로 말렸다.
“김 병장님, 참으십시오.”
“야, 놔! 내 진짜 저 자식을…….”
“참으십시오. 보는 눈이 많습니다.”
차우식 병장의 말에 김우진 병장이 주위를 확인했다. 그러고는 목소리를 낮춰 강태산 이병에게 말했다.
“야, 미친 새끼야! 어떻게 그런 짓을 해. 총을 못 쐈다면 못 쐈다고 말을 하면 될 것을 그걸…….”
강태산 이병이 거의 울먹이며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너무 겁이 나서 그랬습니다.”
“하아, 저 또라이 새끼. 어떻게 하면 좋냐!”
그사이 오상진이 뒤늦게 나타났다. 김우진 병장이 강태산 이병을 나무라는 모습을 봤다.
“김 병장.”
“병장 김우진.”
“그만해.”
“하지만 이 자식이…….”
“알고 있으니까, 그만하라고.”
오상진이 무서운 눈으로 말했다. 김우진 병장은 잔뜩 인상을 쓰며 입을 다물었다.
“김 병장은 일단 애들 인솔해서 부대로 복귀해. 그리고 강태산!”
“이병 강태산.”
“넌 나 따라와.”
“네, 알겠습니다.”
강태산 이병이 풀이 죽은 채로 오상진을 따라나섰다.
상담실에는 오상진과 강태산 이병이 앉아 있었다. 강태산 이병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상진은 믹스커피를 하나 타서 강태산 이병에게 내밀었다.
“태산아, 너무 겁먹지 말고……. 대충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소대장은 알고 있다. 그런데 왜 그랬는지는 소대장이 꼭 들어야겠다.”
오상진이 차분하게 말을 꺼냈다. 강태산 이병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강태산 이병은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강하게 자기변호를 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오상진에게 이번에는 모든 것을 말했다.
“실은 말이죠.”
강태산 이병이 주절주절 얘기를 다 했다.
얘기는 처음 사격장에 갔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사격장에 내려갔는데 총알을 잘못 센 것으로 야단을 맞았다. 그것 때문에 겁을 먹고, 잔뜩 움츠러져 있었다.
주변에서 위압까지 가하자, 너무 무서웠다. 그 상태에서 총을 몇 발까지 쐈는지도 잘 몰랐다. 그런데 옆에서 총을 다 쐈다고 하고, 자신도 더 이상 총이 나가지 않아, 다 쏜 줄 알았다.
“그래서 확인을 했는데…….”
현재 강태산 이병이 늘어놓는 것은 모두 자기변명과 남 탓으로 일관되어 있었다. 아니, 원래 강태산 이병이 이런 성격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오상진은 강태산 이병이 왜 그랬는지 이해는 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강태산 이병이 한 짓을 단순히 ‘죄송합니다. 제가 정신이 나가서…….’ 이런 변명으로 그냥 넘길 수도 없었다.
“그랬던 겁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태산 이병이 왜 그랬는지 이해는 되었다.
“하지만 태산아. 지금 넌 큰 실수를 저질렀다. 탄피도 아닌, 실탄을 숨긴 거야. 이건 엄연히 따지면 범죄야. 그것도 큰 군 범죄!”
“네에?”
강태산 이병의 눈이 커졌다. 눈동자마저 크게 흔들리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