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586화
45장 까라면 까야죠(55)
3소대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오상진도 그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3소대장이 곧바로 빨강 깃발을 흔들었다. 그것을 확인한 김철환 1중대장이 바로 마이크를 잡았다.
“전 사로 대기!”
앞에 있던 고참도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인마, 너 뭔 소리야?”
“제가 총알을 세었는데 아홉이었습니다.”
앞서 확실하게 열 발을 세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자신이 있었다. 3소대장이 재차 물었다.
“확실해!”
“네, 그렇습니다. 제가 분명히 세어습니다.”
“기다려!”
“야, 황 상병. 실탄 한 발 남았어?”
“아닙니다. 다 쐈습니다. 지금 노리쇠후퇴고정되어 있습니다.”
“잠깐 대기!”
3소대장이 재빨리 다가가 총기를 확인했다. 약실 검사까지 해보고, 약실에 실탄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정말 다 쐈는데…….”
“탄피 확인해 봐.”
“네.”
황 상병이 탄창받이에서 탄피를 꺼내 확인했다.
“하나, 둘, 셋……, 열!”
“소대장님 탄피도 10개 맞습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강태산 이병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어어……, 아닌데. 분명 아, 아홉발이었는데…….”
“뭐 새꺄! 이 새끼, 제대로 세지도 않고 말이야. 탄피도 10개 맞잖아. 똑바로 안 해!”
강태산 이병이 바로 고개를 숙였다. 3소대장이 눈을 부라리며 강태산 이병을 바라봤다. 강태산 이병은 잔뜩 움츠러들었다.
“너 이 새끼. 여기가 어딘 줄 몰라! 실제 사격하는 곳이야. 그 따위 정신으로 여길 들어와!”
3소대장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강태산 이병은 그럴수록 더욱 더 움츠러들었다. 그때 오상진이 나섰다.
“3소대장, 일단 중대장님께 보고 하고!”
3소대장이 고개를 돌리자 김철환 1중대장이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흰색 깃발을 휘둘렀다. 이상 없다는 것을 알린 것이다. 그러자 김철환 1중대장이 바로 마이크를 잡았다.
“총기 들어.”
“총기 들어!”
“약실 확인!”
“약실 확인, 이상 무!”
김철환 1중대장의 통제가 계속 이어졌다. 그사이 3소대장은 강태산 이병을 보며 으르렁거렸다.
“너 이 자식……, 정신 차려라.”
“네, 네. 알겠습니다.”
3소대장은 힐끔 오상진을 보고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갔다. 오상진은 강태산 이병을 보며 가볍게 한 숨을 내쉬었다.
“긴장해라, 강태산.”
“이병 강태산. 알겠습니다.”
오상진도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구진모 상병의 갈굼이 시작되었다.
“이 새끼가 돌았나. 야, 인마. 총 쏘는 거 하나 못 세냐?”
“너 초등학교는 나왔냐? 아니면 숫자를 열까지 세지 못해? 바보냐?”
“아닙니다.”
“얼빠진 새끼! 정신 차려라.”
“……네, 알겠습니다.”
구진모 상병은 온갖 구박에 강태산 이병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 사이 앞선 조가 물러나고 강태산 이병이 있는 조가 사로로 올라갔다.
“1사로!”
“2사로!”
“3사로!”
강태산 이병은 2사로에 올라가 총기 거치대에 총기를 놨다. 그리고 또 다시 3사로에 있던 구진모 상병이 낮게 소리쳤다.
“강태산.”
“이병 강태산.”
“이제 실제 사격이다. 정신 차려라.”
“네, 알겠습니다.”
이미 잔뜩 움츠러든 강태산 이병은 정신이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김철환 1중대장의 통제는 이어졌다.
“모두 제자리에 엎드려 쏴!”
“엎드려 쏴!”
“총기 들고, 대기!”
강태산 이병이 묵직한 총기를 들었다. 저 멀리 100사로, 200사로, 250사로 언덕이 보였다. 그때 뒤에서 3소대장이 다가왔다.
“야, 새끼야. 발목 안 낮춰?”
엎드려 쏴 자세를 할 때 복숭아뼈가 바닥에 닿아야 했다. 물론 그것이 FM인 것은 맞았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었다. 물론 살짝 들려도 상관이 없었다. 강태산 이병 역시 살짝 떠 있었다.
그러나 3소대장은 그것을 용납하지 못했다. 아니, 강태산 이병에게만 그랬다.
“복숭아뼈가 왜 떠? 땅에 닿으란 말이야!”
3소대장이 버럭 고함을 지르며 강태산 이병 발목에 3소대장의 발이 올라가 밟았다.
“윽!”
강태산 이병이 단발의 비명을 내질렀다. 3소대장의 싸늘한 음성이 들려왔다.
“똑바로 해라.”
“네, 네 알겠습니다!”
강태산 이병이 대답했다. 3소대장은 눈을 무섭게 뜬 채로 자신의 자리로 갔다. 한태수 상병이 조용히 말했다.
“아까 일로 그러시는 거야. 일단 사격에 집중해.”
“네, 네. 알겠습니다.”
한태수 상병의 조언에 강태산 이병이 낮게 대답했다. 그 사이 김철환 1중대장의 스피커 음성이 들려왔다.
“탄창 인계!”
“탄창 인계!”
강태산 이병이 뒤에서 준 탄창을 받았다.
“확인해.”
“아, 네에. 우 상탄 이상 무!”
강태산 이병은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집중하자! 집중!’
탄창 결합을 한 후 김철환 1중대장의 음성이 들려왔다.
“준비된 사로로부터 사격 시작!”
강태산 이병은 총 쏘는 것에 다시 집중을 했다.
탕!탕!탕!
귀가 윙윙 울릴 정도였다. 그 사이 10발을 다 쏜 강태산 이병이 외쳤다.
“탄창 제거, 조준간 안전. 총기 놓고 대기.”
그런데 강태산 이병이 가만히 엎드려 있었다. 그때 옆에서 구진모 상병의 음성이 들려왔다.
“야, 새끼야. 왜 엎드려 있어? 무릎 앉아 대기 몰라?”
“아, 네에…….”
그 소리에 부랴부랴 강태산 이병이 일어나 무릎 앉아했다.
“야, 정신 안 차려? 죽을래?”
“아, 아닙니다.”
그 사이 김철환 1중대장의 총기 안전확인검사까지 마쳤다. 거기까지 무사히 넘긴 강태산 이병은 총을 들고 뒤로 물러났다. 전진무의탁 자세를 취했다.
“탄창 인계!”
또 다시 시작된 반복된 일이었다. 탄창 결합까지 모두 끝낸 강태산 이병은 곧바로 자세를 잡았다.
“야, 전진무의탁! 전진무의탁! 누가 자세가 그따위야! 옆에 봐. 안 봐?”
“보, 봅니다.”
강태산 이병은 정신이 없었다. 여기저기서 자신을 압박하고 있었다.
‘왜, 왜 나만 가지고 그래. 왜!’
강태산 이병은 속으로 울먹였다. 옆에서는 구진모 상병이 계속해서 지적했다.
“총을 왜 그렇게 잡고 있어? 제대로 안 잡아? 앞무릎 꿇히고!”
“네, 네.”
정신없이 몰아쳤다. 그 사이 김철환 1중대장의 음성이 들려왔다.
“준비된 사로로부터 사격 시작!”
강태산 이병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타켓이 올라왔다.
“어어, 어, 언제?”
강태산 이병이 당황하며 뛰쳐나가 200사로부터 쏘기 시작했다.
‘뭐였지? 앉아쏴인가? 무릎쏴인가?’
강태산 이병이 힐끔 옆을 보며 총을 쐈다. 그런 상태다보니 조준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땅에 박히고, 표적을 멀리 벗어나 박혔다.
“허헉, 허헉, 허헉…….”
다섯 발 쏜 후부터 호흡이 가빠져 왔다. 다리도 후들후들 거렸다. 사격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그러는 사이 타켓이 올라오는 속도는 또 어찌나 빠른지…….
‘젠장……. 숨 막혀! 힘들어, 숨을 못 쉬겠어.’
총끝이 매우 흔들렸다. 250사로 엎드려 쏴 자세를 취하고 다시 전진무의탁 자세로 돌아오는 시간이 점점 더 늦어졌다.
“야, 새끼야! 빨리 안 죽여! 타켓 올라오잖아!”
뒤에서는 여지없이 3소대장의 음성이 들려왔다. 하지만 귀가에서는 ‘윙윙’ 소리만 울릴 뿐이었다.
그리고 아홉 발째 총을 쏠 때 뭔가 틱 하는 소리가 들렸다. 너무 정신없는 와중이라 확인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마지막 열 번째 250사로에서 방아쇠를 당겼다.
‘끄, 끝났다.’
강태산 이병은 가슴이 터지는 것 같았다.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허헉, 허헉, 허헉…….”
그때 옆에서 탄창제거, 조준간 안전……. 이 소리에 강태산 이병은 반사적으로 똑같이 했다.
“탄창제거, 조준간 안전, 총기 놓고 무릎 대기.”
그 사이 모든 사로의 사격이 끝이 났다. 3소대장도 무릎 앉아 있는 것을 보고 흰색 깃발을 휘둘렀다.
“모든 사로 사격 끝! 전 사로 제 자리에서 총기 약실 확인!”
“약실 확인!”
강태산 이병이 총기를 돌려 약실을 확인하려 했다. 탄피받이를 제거하고 확인을 하는데 탄피가 튀어나오는 곳에 뭔가가 끼어있었다. 확인해 보니 탄피 하나가 끼어 있었던 것이다.
“어? 이, 이게 왜?”
강태산 이병은 곧바로 낀 탄피를 빼냈다. 그러자 철컥 하며 노리쇠가 전진했다.
“어?”
당황스러운 강태산 이병이었다. 그 사이 김철환 1소대장이 외쳤다.
“노리쇠 후퇴전진!”
“노리쇠 후퇴전진!”
옆에서 복명복창하며 노리쇠를 후퇴 전진했다. 강태산 이병도 확인을 했다. 노리쇠를 후퇴하는데 탄피 빠져나오는 곳으로 뭔가가 툭 하고 튀어나왔다.
“어라? 뭐지?”
강태산 이병이 바로 확인을 했다. 바닥에 실탄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어어, 이, 이게 왜…….”
강태산 이병은 당황했다. 그것을 재빨리 들어 손에 쥐었다. 그리고 빠르게 주의를 두리번거렸다. 모두 자기 총에 정신이 팔려 있어 보지를 못했다.
‘어, 어떻게 하지? 어쩌지…….’
강태산 이병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몰랐다.
갑자기 머릿속 사고가 마미 된 듯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 순간 신교대에서 이런 비슷한 일이 생겼는데 교관에게 엄청 깨졌던 기억이 있었다. 아니, 소대 전체 기합을 받았던 것이 생각났다.
‘조, X댔다. 들, 들기면 안 돼. 절대로…….’
강태산 이병의 머릿속에는 그것 하나뿐이었다. 절대로 들켜서는 안 된다는 하나 뿐. 그래서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숨겨야 해. 어디다가?’
강태산 이병의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렸다. 그때 바로 앞에 언덕이 있었다.
1미터가 조금 넘는 언덕이었다. 강태산 이병은 그 순간 머릿속에 든 생각은 저곳에 버리는 것이었다.
아니, 절대로 하면 안 되는 행동을 강태산 이병은 떠오른 것이었다.
‘그, 그래 들키지 않으면 돼. 들키지 않으면…….’
강태산 이병은 조금 전까지 계속해서 압박을 받아왔다. 구박받고, 3소대장에게도 계속해서 지적을 당했다.
그런 압박감이 해서는 안 될 행동까지 저지르게 된 것이다. 강태산 이병이 주변 눈치를 살피며 손에 쥔 실탄을 앞으로 슬쩍 던졌다. 그런 강태산 이병의 행동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때였다.
“야, 강태산!”
“여, 옆에서 부르는 소리에 강태산 이병이 화들짝 놀랐다!”
“이, 이병 강태산!”
“대답안해?”
“뭐, 뭘 말입니까?”
강태산 이병이 눈을 크게 떴다. 3소대장은 어이없는 얼굴로 바라봤다.
“이상 없냐고!”
“아, 이, 이상 무!”
“이 자식이 끝까지 정신 안 차리네.”
“아, 아닙니다.”
3소대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흰색 깃발을 휘둘렀다.
“전 사로 이상 무. 노리쇠 후퇴고정 후 총기 거치대 놓고, 탄피 확인!”
“탄피 확인!”
탄피받이에 있던 탄피를 꺼내 확인했다. 강태산 이병은 당황했다.
“타, 탄피…….”
강태산 이병은 여기까지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손에 쥔 19발의 탄피를 들고 부들부들 떨었다. 그리고 강태산 이병의 시선이 실탄을 버린 앞 언덕에 고정되었다.
‘어, 어떡하지? 나 어떻게 해?’
강태산 이병은 모든 사고가 정지된 듯했다.
잠깐의 위험을 벗어나려다가 더 큰 위험을 가지고 온 것이었다. 그때 김철환 1중대장의 음성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