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생 리셋 오 소위-584화 (584/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584화

45장 까라면 까야죠(53)

표적지가 너무 깨끗했다. 총알을 하나도 맞추지 못했던 것이다.

“어? 아닌데. 이게 아닌데……?”

강태산 이병은 당황했다. 그 뒤로 어느새 다가온 박중근 중사가 입을 뗐다.

“야, 강태산.”

강태산 이병이 고개를 돌렸다.

“이병 강태산.”

“너 조준 제대로 한 거야?”

“네, 했습니다.”

“그런데 왜 한 발도 안 맞아?”

“자, 잘 모르겠습니다.”

강태산 이병이 울상이 되었다. 그것과 별개로 바로 옆 2사로의 이등병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어? 왜 구멍이 6개가 뚫려 있지?”

그 소리를 들은 박중근 중사가 바로 확인을 했다.

“어라? 진짜네.”

표적지에 구멍이 6개 뚫려 있었다. 그 순간 왜 강태산 이병 표적지가 깨끗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야, 인마! 왜 엉뚱한 표적지에 총을 쏘고 있어.”

“어? 아닌데……. 진짜 내 표적지를 보고 쐈는데.”

강태산 이병은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표적지에 박힌 총알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넌 인마, 여기 표적지를 보고 그 소리를 하냐?”

“아닙니다.”

“어차피 기회가 2번이나 남았으니까. 두 번째는 잘하자.”

“넵!”

박중근 중사는 다른 표적지도 확인했다. 표적지에 정삼각형으로 잘 박힌 것은 한 번으로 합격을 시켰다.

“이야, 제대로 쐈네. 넌 다음에 안 쏴도 되겠다. 뒤로 빠져서 휴식 취해.”

“네. 알겠습니다.”

“표적지 걷어오고!”

“넵!”

박중근 중사는 일일이 5개의 표적지를 확인해서 조정을 해줬다. 다시 사로로 돌아온 강태산 이병은 이번에는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였다.

“내 표적지가 저기 있구나. 그래! 확인 끝!”

강태산 이병은 혼잣말을 하며 표적지를 노려봤다. 그사이 오상진은 두 번째 오더가 내려졌다.

“탄창인계!”

“탄창인계!”

다시 실탄 세 발이 쏘아졌고, 다시 표적지로 가서 확인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발밖에 맞질 않았다.

“아, 이상하네. 이번에는 분명히 확인하고 쐈는데…….”

강태산 이병은 자신의 표적지를 보고 이해가 되지 않는 듯 중얼거렸다. 다시 박중근 중사가 확인을 했다.

“야, 강태산. 너 신교대에서 영점 안 잡아봤어?”

“잡아봤습니다.”

“그런데 왜 이래?”

“모르겠습니다. 신교대에서는 영점 잘 잡았다고 칭찬까지 들었는데…….”

“뭐? 이따위로 총을 쏘고 칭찬을 받았다고?”

“그때는 진짜 잘 쐈습니다. 아니면 저 총이 진짜 이상한가? 신교대 총은 좋았는데…….”

“뭔 헛소리야. 신교대 총이 좋지 않지. 여기 총이 안 좋겠어?”

“그래도 이상합니다.”

“이상하긴 뭘 이상해! 아무튼 가늠자를 좀 조정해 보자. 가늠쇠도 조정하고.”

“네, 알겠습니다.”

강태산 이병은 곧바로 시무룩해지며 돌아왔다. 박중근 중사가 일러 준 대로 조정을 했다. 그사이 오상진이 슬쩍 물었다.

“태산이 어떻습니까?”

“엉망입니다. 엉망!”

“그 정도로 안 좋습니까?”

“네. 첫 번째는 옆에다가 쏘고. 두 번째는 조준을 잘못했는지 한 발밖에 안 맞고! 이제 한 번 남았는데 한 번 가지고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해봐야죠. 안 되면 다음에 또 영점 잡으러 와야죠.”

오상진이 애써 담담하게 말했다. 박중근 중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사이 세 번째 영점을 쏠 준비를 마쳤다. 1사로 뒤에 박중근 중사가 섰다.

“자, 태산아. 호흡 가다듬고, 신중하게 가늠자를 확인해 가늠쇠에 잘 맞추고. 그래, 총을 쏠 때는 호흡을 한순간에 멈춰야 해.”

박중근 중사는 강태산 이병 뒤에서 끊임없이 지시를 내렸다. 강태산 이병은 솔직히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몰랐다. 하지만 끝까지 집중은 했다.

“호흡 멈췄으면 쏴!”

탕! 탕! 탕!

“사격 끝! 탄창 제거, 조정간 안전!”

강태산 이병이 외친 후 무릎 꿇고 앉았다. 다른 장병들도 모두 사격을 끝냈다. 오상진이 몇 번 확인을 한 후 말했다.

“표적지 확인!”

“표적지 확인!”

모든 것을 다 끝내고, 다시 표적지로 확인을 하러 갔다. 강태산 이병은 처음과 달리 잔뜩 긴장한 얼굴이었다.

“마지막인데……. 이번에는 제발 맞아라.”

강태산 이병은 표적지까지 걸어가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표적지 앞에 선 강태산 이병의 눈이 크게 떠졌다.

“맞혔다, 맞혔어!

박중근 중사도 확인을 하고는 피식 웃었다.

“자식이 말이야. 이제는 잘 쐈네. 탄착군도 삼각형으로 형성되었고. 인마 이렇게 잘 쏘면서 앞서 두 번은 왜 그랬냐?”

“제, 제가 잘 쏜다고 그러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앞에 두 번은 왜 그랬냐고. 처음부터 이랬으면 첫판으로 끝냈잖아.”

“아, 아무래도 긴장을 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래?”

“그리고…….”

“그리고 또 뭐?”

“부소대장님께서 아까 뒤에서 잘 말씀을 해주셔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뭐?”

“제가 또 그리하면 잘하는 성격이라…….”

“관종이냐?”

“네?”

“아, 아니다. 어쨌든 잘 쐈네. 3번 만에 영점 잡고, 잘했어.”

“감사합니다.”

강태산 이병은 조금 전과 달리 바로 의기양양한 얼굴로 말했다. 그리고 강태산 이병은 표적지를 뜯어 흐뭇한 얼굴이 되었다.

오전 사격훈련이 끝이 났다.

영점 사격을 끝낸 강태산 이병이 내무실로 들어왔다.

“오, 강태산이. 영점 잘 잡았냐?”

“네.”

“어디 보자!”

차우식 병장이 손을 내밀었다. 강태산 이병이 곧바로 표적지를 건넸다.

“이거 보십시오.”

탄착군이 예쁜 삼각형을 이루고 있었다. 차우식 병장이 씨익 웃었다.

“오오, 자식이 잘 쐈네. 그런데 구멍이, 어디 보자, 4개네. 그럼 두 번 만에 영점을 맞췄다는 거야?”

순간 강태산 이병이 움찔했다.

“아, 네에…….”

첫판은 다른 표적지에 쐈다고 말을 하지 못했다. 애써 미소를 지었다.

“잘했다.”

“이야, 우리 이등병들은 대체로 총을 잘 쏘는가 보네. 은호도 그렇고 말이야.”

“이병 이은호.”

이은호 이병도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한편, 김우진 병장이 어슬렁어슬렁 복도를 걸어갔다.

“제기랄, 말년에 사격이라니, 말년에 P.R.I라니.”

혼잣말을 구시렁거리며 걸어갔다. 그때 박중근 중사가 김우진 병장을 불렀다.

“아, 김 병장.”

김우진 병장이 고개를 돌렸다. 박중근 중사를 발견하고 바로 경례를 했다.

“충성.”

“그래. 오전 사격은 잘했어?”

“그렇습니다.”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

“부소대장님 너무 합니다. 저 2주 후면 전역입니다. 그런데 사격을 꼭 해야 합니까?”

“인마, 대대장님 지시 사항인데 어떻게 해.”

“그래도 좀 빼주고 그러면 얼마나 좋습니까.”

“오후에는 내가 중대장님께 잘 말해볼게.”

“꼭입니다.”

“알았어, 인마. 그보다 태산이 말이야.”

“강태산이 사고 쳤습니까?”

김우진 병장이 눈을 크게 떴다. 박중근 중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사격할 때 강태산 이병 잘 챙겨주라는 소대장님의 말씀이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 말은 내가 하는 거다.”

“네?”

“한마디로 말이야. 강태산, 우쭈쭈 좀 해주고, 잘했다고 칭찬도 많이 해줘.”

“네?”

김우진 병장이 눈을 크게 떴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 오전에 말이야. 무슨 일이 있었냐면…….”

박중근 중사는 강태산 이병에 대해서 얘기를 해줬다. 끝까지 들은 김우진 병장이 입을 열었다.

“뭡니까, 그 녀석? 관종입니까?”

“나도 모르겠어. 첫판과 두 판을 엉망으로 쏴 놓고. 마지막 세 판째에 내가 뒤에서 지도하고 칭찬해 줬다고 바로 잘 쏘는데, 나도 참 의문이다.”

“이야, 그 녀석도 참…….”

“아무튼 전역 날짜만 세지 말고, 마지막까지 강태산 이병 신경 좀 써!”

“네, 알겠습니다.”

1소대원들은 오전 사격을 마치고 모두 내무실로 복귀를 했다. 김우진 병장은 박중근 중사가 한 말을 떠올리며 강태산 이병을 봤다.

‘저 자식이 관종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참 웃긴 일이었다. 그러다가 총을 손질하는 것을 확인한 김우진 병장이 구진모 상병을 불렀다.

“진모야.”

“상병 구진모.”

“태산이 총 어딘지 모르게 낯이 좀 익다. 전 주인이 누구지?”

“아, 저 총 백관우 병장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뭐?”

김우진 병장이 눈을 크게 떴다. 김우진 병장이 이등병 시절 할아버지였던 백관우 병장이었다.

“그분 총이라고? 그 총이 태산이에게 인계되었단 말이야?”

김우진 병장은 적잖이 놀랐다. 그리고 피식 웃으며 강태산 이병을 불렀다.

“야, 강태산!”

“이병 강태산!”

강태산 이병이 힘차게 관등성명을 댔다.

“너, 오후에 실사격이지?”

“네. 그렇습니다.”

“잘할 자신 있냐?”

“네, 있습니다.”

강태산 이병이 대답했다. 그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래, 그 총을 가지고 못 쏘면 말이 안 되지. 그 총이 어떤 총인 줄 모르지?”

김우진 병장의 물음에 강태산 이병이 고개를 갸웃했다.

“네.”

“그 총은 말이야. 전설의 스나이퍼 백 병장님 그분 총이야.”

“전설의 스나이퍼 백 병장?”

강태산 이병을 비롯해 소대원들 전부 관심을 보였다. 차우식 병장은 알고 있는 듯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우진 병장이 그 사람을 기억하며 입을 뗐다.

“그래! 내가 이등병 때 그분께서 그 총을 들고 사격장에 갔다 하면 만발이었단 말이야. 그래서 오죽하면 전설의 스나이퍼라고 불리었냐 말이지. 그때 아마 사단 특경대에서 데려가려고 했었지 아마.”

“와, 그 정도였습니까?”

“그래, 사격 만발로 휴가도 많이 나갔었지.”

“네.”

“아무튼 그 총 들고 만발 못 맞히면 그냥 넌 그분의 명예에 해를 입히게 되는 거란 말이야.”

“그, 그래도…….”

강태산 이병이 당황했다.

“아니, 아니, 그냥 총구를 너 관자놀이에 대.”

“네?”

“죽으라고 인마.”

그러자 차우식 병장이 소리쳤다.

“아, 왜 또 극단적인 얘기를 하십니까. 애 앞에서.”

“아니, 그냥 농담으로 한 거야. 농담! 말년 병장이 애한테 농담도 못 해? 내가 서러워서 진짜……. 빨리 제대를 하든가 해야지 원.”

“제발 전역 좀 하십시오. 제가 국방부에 탄원서라도 넣어 드립니까?”

“제발 좀 그래주라. 나 진짜 전역하고 싶다.”

“네네, 알겠습니다.”

차우식 병장이 건성으로 대답했다. 김우진 병장은 다시 강태산 이병에게 향했다.

“아무튼 그런 위대한 분의 총이니까. 아 총은 무조건 잘 쏠 수밖에 없어. 알았어, 강태산? 쫄지 말고, 자신감을 가져! 넌 잘 쏠 수 있어.”

“네.”

강태산 이병은 점점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우진 병장은 계속해서 말했다.

“내 생각에는 너 이번에 만발 쏴서, 포상휴가받을지도 몰라.”

포상휴가 그 소리에 강태산 이병의 눈이 번쩍하고 떠졌다.

“어? 정말입니까?”

“그러니까, 항상 잘 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

“네, 알겠습니다. 꼭 만발 맞히겠습니다.”

“좋았어. 그런 자신감 맘에 들어!”

“넵!”

강태산 이병의 눈에 불이 확 붙었다. 이해진 상병이 일어났다.

“자자, 점심 먹으러 가자.”

“네. 알겠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