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583화
45장 까라면 까야죠(52)
“잘 들어. 이게 공이라는 거야. 이건 노리쇠 안에 넣어야 하니까. 우선 이걸 빼고, 공이를 넣은 후 다시 조립을 해야 해.”
최강철 일병이 설명을 하면서 공이를 다시 넣었다. 그리고 그 노리쇠를 다시 총열에 끼워넣어야 했다.
“자, 다시 봐봐. 이렇게 살짝 기울여서 밀어 넣어야 해. 됐지?”
“네, 잘 알겠습니다.”
“그래. 나머지 조립은 네가 해.”
“네.”
강태산 이병은 잔뜩 풀이 죽은 체로 총기를 조립했다. 그 모습을 보는 최강철 일병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해진 상병이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해진 상병님.”
이은호 이병이 다가왔다.
“왜?”
“저 이것 좀 봐주시겠습니까?”
이은호 이병이 살짝 자신의 총열을 가져갔다.
“총열?”
“네. 제가 잘 닦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 어디 한번 보자.”
이해진 상병이 이은호 이병의 총열을 들어 형광등에 비쳐 구멍을 확인했다. 윤활유를 잘 발랐는지 총열 안이 매끈했다.
“오우, 잘 닦았네.”
이은호 이병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감사합니다.”
“그래, 이렇게 하면 되겠다. 다른 것은 다 손질했고?”
“네, 그렇습니다.”
“그래, 총기 조립해.”
“네.”
이은호 이병이 환한 얼굴로 자신의 자리로 갔다. 이해진 상병이 그런 이은호 이병을 다시 불렀다.
“은호야.”
“이병 이은호.”
“그렇게만 해. 잘하고 있어.”
“네, 알겠습니다.”
이은호 이병의 입가로 미소가 더욱 번졌다. 이렇듯 1소대는 모든 총기 손질을 마무리했다. 취침 점호 시간에 몇 가지 지적을 받았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아침 사격훈련의 날이 밝아왔다.
아침점호를 마치고, 식사를 한 후 서둘러 장구류를 착용하고 총을 들었다.
“야, 오늘 바짝 긴장하자.”
“네.”
이해진 상병이 소리를 냈다. 김우진 병장은 여전히 귀찮은 얼굴로 말했다.
“야, 소대장님이 뭐래? 나도 진짜 총 쏴야 한대?”
“네. 대대장님의 말씀이랍니다.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에이씨! 총알 소진이라며. 그런데 왜 나까지 나가!”
김우진 병장이 버럭 했다. 손주영 일병이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러다가 고개를 홱홱 돌렸다.
“야, 상준이는?”
“이상준 일병 테니스장 갔지 말입니다.”
“그 자식은 왜 열외인데? 왜?”
“에이 설마 열외겠습니까?”
“아니지. 지금 없잖아. 어떻게 된 거야?”
김우진 병장이 눈을 부라렸다. 그러자 이해진 상병이 바로 입을 열었다.
“오늘 대대장님 특별 지시로 땅을 골라야 한다고 합니다.”
“뭐? 그래서 뭐? 사격 열외라고?”
“…….”
이해진 상병이 입을 꾹 다물었다. 김우진 병장은 더욱 열을 냈다.
“이런 시발……. 말년인 난 총을 쏘는데, 어?! 전역을 2주 남겨둔 나도 총을 쏘는데 테니스 관리병이 총을 안 쏴? 이게 말이 돼!”
김우진 병장이 괜히 옆에 있는 구진모 상병의 멱살을 붙잡고 소리쳤다.
“켁켁켁. 김 뱀! 왜 저한테 그러십니까? 제가 상준이한테 열외하라고 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야, 이게 말이 되냐고!”
“대대장님 특별 지시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번 주말에 다른 대대장 불러서 테니스 친다고 말입니다.”
“와! 시발 대대장…….”
김우진 병장은 구진모 상병의 멱살을 풀며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빌어먹을……. 역시 계급이 깡패야.”
“맞습니다. 우리 대대에서 대대장님을 건드릴 사람은 없지 않습니까.”
“시발! 그게 날 너무 초라하게 만들잖아. 제기랄!”
김우진 병장이 소리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해진 상병은 서둘러 애들을 연병장으로 보냈다.
“야야, 뭐 하고 있어. 빨리빨리 서둘러라.”
“네. 알겠습니다.”
1소대원들이 하나둘 연병장으로 나갔다. 김우진 병장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로 밖으로 나갔다. 그 옆을 구진모 상병이 든든하게 지켰다.
충성대대 전 인원은 아니었다. 연병장에는 1중대를 비롯해 2중대, 3중대까지만 나와 있었다. 오상진이 단상에 올랐다.
“자. 영점 잡을 병사들은 왼쪽으로 열외!”
그때 각 중대원이 하나둘 옆으로 빠졌다. 강태산 이병이 가만히 있었다. 최강철 일병이 툭 치며 말했다.
“태산이, 넌 안 가?”
“이병 강태산. 저도 가야 합니까?”
강태산 이병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최강철 일병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아까 말했잖아. 너 새 총 받았으니까, 영점부터 잡고 가야 한다고.”
“아, 맞다.”
강태산 이병이 그제야 생각이 난 듯했다.
“빨리 가!”
“넵.”
강태산 이병이 재빨리 영점 잡는 곳으로 뛰어갔다. 대략 20명 정도가 영점을 잡으려고 준비 중이었다. 거의 80%가 신병이었고, 나머지는 총열 교체나, 영점을 새로 잡으려는 타 중대 고참들이었다.
“줄 서라, 줄.”
박중근 중사가 어느새 나타나 소리쳤다. 잠시 후 오상진도 함께 나타났다. 박중근 중사가 줄을 세우고 있었다.
“이게 다야?”
“네. 그렇습니다.”
“앞에서부터 앉으면서 번호!”
“하나, 둘, 셋……. 열다섯! 이상 번호 끝!”
박중근 중사는 인원을 체크한 후 오상진을 바라봤다.
“소대장님 인원 체크 끝났습니다.”
“총 몇 명입니까?”
“30명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박 중사가 탄약 받아오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박중근 하사가 탄약고로 향했다. 오상진은 인원을 쭉 훑어본 후 말했다.
“자, 여기 모인 사람이 영점 맞추는 사람들 맞나?”
“네. 그렇습니다.”
“인솔자 앞으로!”
한 명이 바로 튀어나왔다.
“좋아, 영점 사격장까지 인솔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인솔자로 나선 상병이 중앙에 섰다.
“앞으로 가!”
출발했다. 최강철 일병은 멀어지는 영점 사격자들 중에서 유독 걱정이 앞섰다. 바로 강태산 이병 때문이었다.
‘제발 아무 일도 없어야 할 텐데…….’
최강철 일병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30여 분을 걸어서 영점 사격장에 도착을 했다. 오상진은 제일 먼저 손에 든 표적지를 확인했다.
“자! 표적지 뒤로 전달해.”
맨 앞에 있는 병사가 표적지를 하나 빼서 뒤로 전달했다.
“남는 표적지는 앞으로 가져오고.”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맨 마지막에 있던 병사 한 명이 남은 표적지를 가지고 왔다. 오상진은 그것을 받아 들고 슬쩍 시계를 확인했다.
“박 중사가 오려면 아직 멀었나?”
오상진은 잠깐 옆을 봤다. 사격장 안전수칙 푯말이 꽂혀 있었다.
“자, 어차피 실탄 오려면 아직이니까. 여기 적힌 안전수칙을 다 같이 읽어본다. 실시!”
“실시!”
“하나! 사격장에서는…….”
30명이나 되는 인원이 큰 목소리로 사격장 안전수칙을 읽어 내려갔다. 그사이 박중근 하사가 총알이 든 철통을 들고 나타났다.
“소대장님.”
“실탄 잘 챙겼죠?”
“물론입니다. 인원수에 맞게 가져 왔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곧바로 실탄 분류하시죠.”
“네.”
박중근 중사가 탄약 분리대로 가서 철통을 올렸다. 뚜껑을 연 후 실탄을 확인했다. 오상진은 안전수칙을 다 읽은 장병들에게 말했다.
“자, 각자 탄창 3개씩 꺼낸다. 맨 앞 사람이 탄창을 거둬서 박 중사에게 가져간다.”
“네. 알겠습니다.”
그사이 오상진은 조를 나눴다. 5명 6개 조로 나눴다. 강태산 이병은 1조에 편성되었다.
“차, 일조는 사로에 들어가서 대기! 2조는 탄창 받아서 자리한다.”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은 사로에 들어선 장병들을 보고 말했다.
“총기 거치대에 놓고, 표적지 꽂아 놓고 온다.”
“네.”
1조 전부 총기를 거치대 놓고, 표적지를 15미터 앞에 있는 표적판에 꽂으러 갔다. 강태산 이병도 슬슬 옆 사람 눈치를 살피며 이동했다. 각 표적판에 두 개의 표적지가 꽂혔다.
“자, 다들 복귀했으면 엎드려 쏴 자세를 잡아.”
장병들은 그 자리에 엎드려 총기를 잡았다. 노리쇠 후퇴 고정을 시켜놓은 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그때 누군가 손가락을 잘못해 ‘철컥’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떤 새끼야!”
오상진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1조 4사로에 있던 이등병이 손을 들었다.
“이, 이병 강세찬.”
“정신 안 차려!”
“죄, 죄송합니다.”
강세찬 이병은 잔뜩 몸을 움츠렸다. 오상진은 레이저가 나올 눈빛으로 강세찬 이병을 노려봤다.
“다시 노리쇠 후퇴 고정해.”
“네네, 노리쇠 후퇴 고정!”
강세찬 이병은 당황했지만 곧바로 노리쇠를 후퇴 고정했다. 오상진은 그 모습을 지켜본 후 다시 소리쳤다.
“소대장이 다시 말한다. 이곳은 실 사격장이야. 정신 안 차리면 안 돼.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장병들이 크게 외쳤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2조 입장.”
“2조 입장!”
2조는 총을 옆구리에 끼운 채 박중근 중사에게 갔다. 탄창 세 개를 받고 안으로 들어갔다.
“좌 상탄 확인 이상 무.”
각 탄창마다 실탄 세 발씩 들어가 있었다. 이렇듯 총 9발로 3번 영점을 잡게 되어 있었다. 2조가 입장에 1조 뒤에 쭈그리고 앉았다.
“2조 총기 거치대에 놓고, 탄창인계!”
“탄창인계!”
탄창 하나를 들어 앞에 있는 1조에게 전달했다.
“좌 상탄 확인 이상 무.”
모두 탄창을 받고 확인을 마쳤다. 오상진은 확인을 다 한 후 다음 지시를 내렸다.
“탄창결합!”
“탄창결합!”
“노리쇠 전진!”
“노리쇠 전진!”
철컹! 철컹!
“준비된 사로로부터 사격 시작!”
강태산 이병도 잔뜩 긴장한 채로 가늠자를 통해 표적지를 확인했다.
“후우…….”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옆에서 ‘탕!’ 하는 소리에 움찔했다.
‘우씨, 고막이 터지는 줄 알았네. 그래도 나도 쏴야겠지?’
강태산 이병은 속으로 생각한 후 슬쩍 한쪽 눈을 감았다. 아주 작은 가늠자 사이로 가늠쇠가 보였다. 거길 통해 15미터 표적지가 눈에 들어왔다.
‘좋았어! 그럼 나도…….’
강태산 이병은 과감하게 손가락을 당겼다.
탕!
어깨로 강한 반동이 일어났다. 다시 가늠자를 통해 확인하고 총을 쐈다. 총 세 발을 다 쏘자, 노리쇠가 후퇴 고정 되었다.
“사격 끝! 탄창 제거! 총기 놓고 무릎 앉아 대기!”
강태산 이병은 호기롭게 외친 후 무릎을 꿇고 앉았다. 탄피받이에 탄피 3개가 고스란히 있는 것도 확인했다.
‘좋았어. 이제 확인만 하면 된다.’
강태산 이병은 한 번에 영점을 잡았을 것이라 확신을 했다.
“사격 끝! 전 사로 노리쇠 전진!”
“노리쇠 전진!”
철컥, 철컥!
“격발!”
“격발!”
틱틱틱틱틱!
“1사로 이상 무, 2사로 이상 무, 3사로 이상 무…….”
5사로까지 이상 없음을 확인한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노리쇠 2~3회 후퇴 전진!”
“노리쇠 2~3회 후퇴 전진!”
“격발!”
“격발!”
“이상 무!”
“전 사로 이상 무. 총기 거치대에 놓고, 표적지 확인!”
“표적지 확인!”
강태산 이병은 1조 1사로였다. 꽂아 놓은 표적지를 확인하러 갔다. 강태산 이병의 얼굴에는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분명 세 발 다 맞았을 거야.’
그런 기대와 달리 표적지에 도착한 강태산 이병은 깜짝 놀랐다.
“어? 왜 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