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582화
45장 까라면 까야죠(51)
그로부터 이틀이 흐른 후 저녁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스피커를 통해 당직사령의 음성이 들려왔다.
-당직사령이 전파한다. 내일 사격이 잡혀 있다. 그래서 오늘 취침점호 때 총기손질 점검으로 실시하겠다. 이상이다.
김우진 병장은 누워서 그 소식을 접한 후 인상을 썼다.
“에이씨, 말년에 무슨 사격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야, 진모야.”
“상병 구진모.”
“나 사격해야 하냐?”
“예외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젠장! 무슨 총알 소비하는데 왜 내가 가야 하냐고! 짜증 나게.”
“그러게 말입니다.”
구진모 상병은 장단을 맞춰주며 호응했다. 그사이 총기 손질통이 내무실 중앙에 나왔다.
“강철아.”
“일병 최강철!”
“넌 가서 총기거치대 열쇠 가져와라.”
“네. 알겠습니다.”
최강철 일병이 2층 상황실로 뛰어갔다. 다른 소대들도 하나둘씩 나타났다.
“충성! 일병 최강철 상황실에 용무 있어 왔습니다.”
이미 각 중대 총기 거치대 열쇠함이 열려 있었다. 그곳에서 1중대 1소대 총기 거치대 열쇠를 챙긴 후 상황실을 나갔다.
1층에 내려와 1소대로 향하는데 박중근 중사와 만났다.
“어, 강철아.”
“충성!”
최강철 일병이 박중근 중사에게 갔다.
“내일 우리 소대 사격이지?”
“네.”
“우리 소대 중에 영점 잡을 친구 있나?”
“강태산 이병이 있습니다.”
“맞다. 태산이. 그 녀석 사격 처음인가?”
“네. 그렇습니다.”
“으음…… 네가 신경 써서 태산이 좀 봐 주고.”
“알겠습니다.”
“그래, 총기 수입도 잘해 놓고.”
“네. 부소대장님.”
“그래, 그래. 그럼 수고하고.”
“충성!”
박중근 중사가 손을 흔들며 퇴근을 했다. 그사이 최강철 일병이 내무실로 들어와 총기거치대를 열었다.
“총기 거치대 열었습니다. 다들 총 가져가십시오.”
“아, 제기랄…….”
김우진 병장이 누워 있다가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옆에 있는 구진모 상병에게 말했다.
“야, 가는 김에 내 것도 가져와라.”
“네. 알겠습니다.”
구진모 상병이 대답을 한 후 고개를 홱 돌렸다. 노현래 일병이 총을 꺼내고 있었다.
“현래야.”
“일병 노현래.”
“내거랑 김 뱀 총기도 가져와라.”
“네, 알겠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김우진 병장이 바로 말했다.
“인마, 내가 너보고 가져오라고 했지. 현래보고 가져오라고 했냐?”
구진모 상병이 바로 변명을 했다.
“아, 제가 가져오려고 했는데 말입니다.”
“자식이 빠져 가지고…….”
김우진 병장 앞에 자신의 총이 놓여졌다. 소대원들 전부 각자 자리에 앉아 총기를 분해하고 손질을 하기 시작했다.
“야, 나 수입포 좀 주라.”
“여기 윤활유 없다.”
“네, 알겠습니다.”
최강철 일병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필요한 부품들을 건넸다. 한창 총기 손질에 전념하고 있을 때 김우진 병장은 여전히 자신의 총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으음…….”
구진모 상병이 궁금해서 물었다.
“김 뱀 뭐하십니까?”
“진모야.”
김우진 병장의 목소리가 매우 진지했다. 구진모 상병은 살짝 긴장한 얼굴로 대답했다.
“왜 그러십니까?”
“나…… 모르겠다.”
“네? 뭘 모르겠다는 말씀입니까?”
“총기를 어떻게 분해하는지 도통 모르겠네.”
“네?”
구진모 상병은 어이가 없었다.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씀을 하십니까. 빨리 하십시오. 시간 없습니다.”
김우진 병장이 팔짱까지 하며 입을 열었다.
“진짜 모르겠다니까.”
“에이씨.”
“뭐 인마? 방금 에이씨 라고 했냐?”
“아닙니다. 제가 해 드릴 테니까. 빨리 손질하십시오.”
구진모 상병이 투덜거리며 김우진 병장의 총기를 빠르게 분해해 줬다.
“됐죠? 이제 손질 하십시오.”
구진모 상병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신의 총기를 손질했다. 그런데 그때까지 여전히 움직이지 김우진 병장이었다.
“이번에 또 뭡니까?”
“진모야.”
김우진 병장은 또 다신 진지한 얼굴로 구진모 상병을 불렀다.
“네, 말씀하십시오.”
“이거 진짜 심각한 문제인데, 도저히 모르겠다.”
“또 왜 그러십니까?”
“진짜 손질하는 방법을 모르겠다고.”
“그게 말이 됩니까?”
“말 안 되는 건 또 뭐냐? 인마, 너도 말년병장 되어봐, 하나도 몰라. 아니 잊어버려야지.”
“그건 또 무슨 개풀 뜯어 먹는 소리입니까.”
“뭐, 이 자식아? 개풀?”
“아아아, 모르겠습니다. 저도 지금 제 거 하기 바쁩니다.”
“그래, 말년이 죄지. 말년이…….”
김우진 병장이 곧바로 투덜거렸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말년이라고 이렇게 구박하네. 그것도 상병 놈이 말이야. 말년이라도 다 알아야 하나? 모를 수도 있지. 말년인데. 아니지, 고작 2주 남은 말년 아니냐. 안 그래? 아, 맞다. 넌 말년이 뭔지 아직 모르는구나. 말년이 아니라서 그렇지? 너도 인마, 말년 되어봐, 몰라! 아무것도 몰라.”
김우진 병장이 옆에서 재잘거렸다. 그 소리를 듣는 구진모 상병은 머리가 깨어지는 것 같았다.
“아, 진짜! 왜 그러십니까? 지금 말년 꼬장 부리십니까.”
“내가? 너에게? 에에에에, 무슨 꼬장이야. 난 꼬장 자체를 모르는 말년 병장이야. 다만, 기억이 안 나. 진짜로 안 나.”
김우진 병장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주위에 있던 다른 소대원들이 목소리를 죽여 킥킥 거리며 웃었다.
“뭐가 웃겨, 새끼들아!”
구진모 상병이 버럭했다. 그러자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김우진 병장은 여전히 팔짱을 낀 채로 물었다.
“진모야. 진짜 모르겠다. 뭐부터 해야 해?”
“하아…… 내가 진짜 미쳐! 이리 주십시오.”
구진모 상병은 그래도 다른 후임을 불러서 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총기대 끝에 윤활유를 묻힌 수입포로 총열에 쑤셨다.
“자, 보십시오. 이렇게 하는 겁니다.”
“아아, 그렇게 하는구나. 이야, 우리 진모! 총기 손질 잘하네.”
김우진 병장은 박수까지 치며 좋아했다. 구진모 상병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자, 이제 할 수 있지 말입니다.”
“몰라. 다시 까먹었어.”
“이씨, 아예 그냥 저보고 해 달라고 하십시오.”
구진모 상병이 버럭했다. 그러자 김우진 병장의 눈이 반짝였다.
“어? 진짜? 해줄래? 나 손에 갑자기 경련이 와서 말이야.”
김우진 병장은 이번에는 손을 부르르 떨었다. 그냥 떨었다. 구진모 상병은 애써 마음을 진정시켰다.
“네네, 알겠습니다.”
구진모 상병은 더 이상 말해봤자 소용이 없었다. 어쨌거나, 말년이고, 계급이 깡패였다.
“우씨!”
구진모 상병은 연신 투덜거리면서 김우진 병장의 총기를 손질했다.
“그러니까, 귀찮게 말년에게 무슨 사격이야. 사격은……. 게다가 이렇게 총기 손질까지 하라고 말이야. 손에 윤활유 다 묻는데. 그렇지, 진모야.”
김우진 병장은 옆에서 재잘거리며 구진모 상병을 약 올렸다. 구진모 상병은 엄청난 인내심으로 모든 악조건을 이겨내고, 김우진 병장의 총기손질을 마무리했다.
“자! 다 했습니다. 이제 됐죠?”
“이야, 벌써?”
“네.”
“고생했네. 그런데 대충 닦은 것은 아니지?”
“아닙니다. 정 궁금하면 확인해 보십시오.”
“에이, 진모를 믿지. 암 믿고말고. 그런데 말이야. 만약 점호시간에 당직사령이 내 총기를 확인하고 총열에 윤활유 잔뜩 있는 것이 발견되면 넌 뒤진다. 알았지?”
김우진 병장이 미소를 잔뜩 띤 채 조용히 말을 했지만 듣는 구진모 상병은 등으로 한 줄기 땀이 흘러내렸다.
“제, 제가 다시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렇지? 자식, 그럴 줄 알았어.”
김우진 병장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사이 구진모 상병은 자신의 총기를 뒤로한 채 김우진 병장의 총기를 다시 분해해 확인했다.
차우식 병장은 자신의 총기손질을 끝낸 후 힐끔 강태산 이병을 바라봤다.
강태산 이병의 총기 손질이 어딘지 모르게 어설펐다. 차우식 병장이 자신의 총을 총기 거치대에 꼽고, 슬쩍 강태산 이병에게 갔다.
“강태산.”
“이병 강태산.”
강태산 이병이 고개를 들었다. 그 앞에 차우식 병장이 서 있었다. 순간 움찔했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게 총기 손질을 했다.
사실 강태산 이병은 아직까지 차우식 병장이 껄끄러운 상태였다.
“총기 손질 잘 돼?”
“아, 네에. 잘 되고 있습니다.”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보고.”
“아, 아닙니다. 할 수 있습니다.”
강태산 이병의 거절에 차우식 병장은 내심 서운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안한 마음이 더 컸다. 강태산 이병의 손바닥에 낫에 베인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손은 어때? 괜찮아?”
“네, 멀쩡합니다. 아무렇지 않습니다.”
강태산 이병은 대답을 하고 나서 재빨리 총기 손질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노리쇠를 끼우려는데 잘 되지 않았다. 하물며 억지로 넣다가 손이 미끌렸다.
“윽!”
“야, 괜찮아?”
차우식 병장이 바로 물었다. 그때 뒤에 있던 김우진 병장이 고개를 흔들며 혀를 찼다.
“쯧쯧쯧, 저 녀석 아까까지 아무렇지 않더만 우식이가 손 얘기했다고 또 아픈 척하는 거 봐라. 저 뺀질이 녀석 어떻게 하면 좋냐.”
김우진 병장의 구박에 강태산 이병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러자 차우식 병장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
“놔두십시오.”
“뭐?”
김우진 병장이 놀란 눈이 되었다. 그전까지 저 자식 버릇을 고쳐 놓겠다며 큰소리를 쳤던 차우식 병장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말이 180도로 달라졌다.
“저러다가 그만두겠죠.”
“와, 차우식이. 너 좀 변했다. 아니지, 그 사건 이후로 너 너무 성격 좋아진 거 아니냐.”
“또 왜 그러십니까?”
두 사람이 그렇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한편, 강태산 이병은 그 전까지 잘 되었다. 그런데 차우식 병장이 나타나면서 긴장이 되었던지 잘 들어가던 노리쇠도 어디 걸려 들어가지 않았다.
‘아, 진짜. 차 병장님이 말을 걸어서는……. 아, 진짜 오늘따라 왜 이래.’
강태산 이병이 속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연신 땀까지 흘리며 총을 조립했다. 최강철 일병이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말했다.
“태산아.”
“일병 강태산.”
“그걸 왜 그렇게 힘을 주고 해. 너 노리쇠 끼우는 법 몰라?”
“아, 아뇨.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억지로 끼우려고 해. 이리 줘봐.”
최강철 일병이 강태산 이병의 총과 노리쇠를 빼앗고는 확인했다.
“이거 말이야. 먼저 살짝 기울이…… 어?”
최강철 일병이 깜짝 놀랐다.
“왜 그러십니까?”
“너 공이 어디갔냐?”
“네? 무슨 말씀입니까?”
“인마, 여기 있는 공이 말이야. 이 자식이 진짜!”
최강철 일병이 눈을 부라렸다. 강태산 이병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고, 공이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너 인마, 신교대때 안 배웠어? 은색으로 된 길쭉한 거 말이야.”
그제야 강태산 이병이 알아 들었다는 듯 말했다.
“아, 그거 말입니까?”
강태산 이병이 바로 자신의 앞을 뒤졌다. 그리고 구석에 숨어 있던 공이를 꺼냈다.
“이거 맞지 말입니다.”
강태산 이병은 해맑게 웃으며 공이를 손에 들었다. 최강철 일병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너, 그게 얼마나 중요한 건 줄 몰라? 그게 없으면 인마, 총알이 안 나가.”
“…….”
최강철 일병의 구박에 강태산 이병은 입을 꾹 다물었다.
“게다가 이걸 잊어버리면 너 영창이야. 알아!”
“죄, 죄송합니다.”
“죄송은…….”
최강철 일병이 다시 뭐라고 하려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목소리를 살짝 낮추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