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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578화 (578/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578화

45장 까라면 까야죠(47)

-이런 남편이 또 어디 있겠어요. 다 큰 처제랑 같이 사는데, 하나도 불편하지 않다면 그건 거짓말이죠. 그래도 가족이니까 다 참아주며 사는 거죠. 그러니까, 상진 씨도 마음 편안하게 생각해요. 오히려 상진 씨가 불편하다고 생각해 버리면 다른 사람들도 불편해질 거예요.

“네, 형수님. 말씀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그리고 언제 한번 집에 들러요. 반찬 안 떨어졌어요?

“아, 하하. 네, 알겠습니다.”

-그래요. 그럼.

“네, 형수님 들어가세요.”

오상진이 환한 미소로 휴대폰을 끊었다. 그리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후우…….”

밤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여기저기 별빛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런데 과거에 바라봤던 밤하늘과는 달랐다.

그때는 참 서글펐는데…….

과거의 그때는 뭘 해도 힘들었던 시절이었기에 그랬을까?

그런데 오늘 바라본 밤하늘은 너무나도 맑고 밝았다.

“하아, 그냥 다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 다시 회귀를 했으니 다 잘될 거라 여겼어. 그런데 그건 다 내 생각일 뿐이었네.”

오상진이 씁쓸한 얼굴이 되었다.

“그래, 이번 기회에 이모랑 이모부에게 좋은 집을 선물해 드리자.”

오상진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마음을 굳혔다.

오상진이 부동산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자리에는 한 사장과 한소희가 앉아 있었다.

“어? 소희 씨.”

한소희가 환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상진 씨 왔어요?”

오상진은 환한 얼굴로 한소희 옆에 앉았다.

“언제 왔어요?”

“아까부터 와 있었죠.”

“그래요?”

오상진은 대답을 하고 한 사장을 봤다.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네, 사장님.”

두 사람은 눈빛으로 인사를 주고받았다. 오상진의 시선이 한소희에게 향했다.

“집은 좀 봐 뒀습니까?”

그러자 앞에 앉아 있던 한 사장이 바로 말했다.

“아이고, 사모님께서 엄청 꼼꼼하십니다. 이것저것 매물 쭉 훑어보시더라고요. 아주 그냥 저보다 더 철저히 확인하시는 것을 보니, 부동산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한 사장이 크게 웃었다. 한소희는 살짝 어깨를 올렸고,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오오, 우리 소희 씨 그랬어요?”

“상진 씨, 내가 생각해 봤는데요. 어머니랑도 교류를 해야 하는데 그냥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생활하는 것은 어때요? 내가 찾아보니까, 매매 나온 집들도 몇 개 있던 것 같은데요.”

“그래요?”

오상진이 가만히 생각을 하다가 한 사장을 보며 물었다.

“저희 집이 몇 평이었죠?”

“사장님 집이 펜트하우스라서 말이죠. 위층까지 생각을 해야 하지만 기본 평수는 38평입니다.”

“저희 단지에서는 가장 큰 평수 인가요?”

“아니요, 그 옆에 45평짜리도 있는데 구조가 좀 더 잘 빠졌다는 얘기가 있긴 합니다.”

“4명 정도 살 집인데 좀 작은 평수는 없습니까?”

한소희가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한 사람이 잠깐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있긴 합니다. 아까 사모님께서 보셨던 것 중에 있습니다.”

그러자 한소희가 곧바로 확인을 하더니 하나를 짚었다.

“아, 이거요?”

“네, 맞습니다. 여기가 33평, 38평, 45평. 이렇게 세 개가 나와 있습니다.”

“그렇구나.”

한소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오상진은 그런 한소희에게 모두 맡기고 뒤로 물러나 있었다.

“금액은 어떻게 되어 있어요?”

“으음, 금액은 작년보다 살짝 올라 있습니다. 33평은 현재 거래가가 8억 정도고요. 38평은 9억에 거래되고요. 45평은 10억 5천까지 나와 있습니다.”

“평수에 따라서 차이가 그리 크지는 않네요.”

“네, 사모님. 아무래도 대출이나 그런 문제 때문에 자금 회수를 선호해서 그렇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리고 33평도 그렇고, 36평도 발코니 확장는 다 한 상태입니다.”

“네.”

한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상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도 우선 봐야겠죠?”

“네.”

“어떤 것부터 볼까요?”

“우성 33평짜리부터 순차적으로 봐요.”

“그래요.”

한소희가 대답을 하고 한 사장을 봤다. 한 사장이 웃으며 말했다.

“네. 바로 나가시죠.”

“아, 한 사장님.”

한 사장은 바로 준비해서 나가려다가 오상진의 부름에 멈췄다.

“네?”

“가능하면 저희 이모네가 살면서 구입할지도 모르니까요.”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한 사장이 바로 웃었다. 준비를 다 끝내고 부동산을 나섰다.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자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여기는 2층 집입니다.”

한 사장의 말에 오상진과 한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집 안으로 들어가자 곧바로 주변을 확인했다. 집 안은 텅텅 비어 있었다.

그런데 들어서자마자 서늘한 기운이 감지되었다. 한소희가 오상진에게 슬쩍 말했다.

“집 안이 좀 춥죠?”

“네, 그러네요.”

“지금 한낮인데 이 정도면…….”

“일단 사람 온기가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그래도 이렇게 서늘하기에는…….”

한소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녀는 꼼꼼하게 집 안을 확인했다. 전체적으로 괜찮았다. 다만 낮은 층수라 햇볕이 잘 들어오지 않았다. 한 사장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물었다.

“어떻습니까?”

“생각보다 어둡네요.”

“네. 여기가 저층이고, 단지들 사이에 있어서 그런지 햇볕에 잘 들어오지 않는 단점이 있습니다.”

한 사장도 바로 그것을 지적했다.

“그래도 오후쯤 되면 괜찮습니다.”

“그래도…….”

한소희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때 밖에서 아이들의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와아아아아!”

오상진이 창가쪽으로 가서 말했다.

“어후, 애들 노는 소리가 다 들립니다.”

“아무래도 층수가 낮으니까요.”

“여기는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죠?”

“원래는 8억인데 좀 싸게 7억6천까지 나왔습니다. 만약 사장님께서 구매할 의사가 있으시다면 제가 조금 더 내려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확인을 했다. 그사이 한소희도 모두 확인해 보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상진 씨, 여기는 아닌 것 같아요.”

“다 봤어요?”

“굳이 다 볼 필요가 있나요? 저보고 사라고 해도 안 살 것 같은데요.”

한소희는 직설적으로 답했다. 그 소리를 들은 한 사장이 바로 말했다.

“아, 그렇습니까.”

오상진이 대번에 물었다.

“한 사장님. 좀 더 높은 층수가 있죠?”

“물론이죠. 그런데 그곳은 아직 사람이 살고 있어서 말이죠.”

“그래요? 그곳은 언제쯤 빠지나요?”

한소희의 물음에 한 사장이 다이어리를 펼쳤다.

“어디 보자, 네. 그곳은 계약만 되면 바로 빠져줄 수 있다고 하네요. 한번 보시겠어요?”

“네. 거기 한번 가 봐요.”

한소희가 적극적으로 말했다. 오상진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한 사장은 곧바로 다른 곳으로 이동을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그 집은 애들이 살고 있었다.

“아, 어서 오세요.”

그 집에 살고 있는 아주머니가 나왔다. 거실은 이미 애들 때문에 엉망진창이었다.

“하하, 미안해요. 제가 치운다고 했는데…….”

아주머니는 민망해했다. 그래도 치우려고 했던 흔적은 보였다. 오상진과 한소희가 답했다.

“아뇨, 괜찮습니다. 애들 사는 집이 다 그렇죠.”

“맞아요. 그런데 애들이 몇 살이에요?”

“4살, 5살이에요. 둘 다 남자고요.”

“어머나, 많이 힘드시겠어요.”

한소희 안타까운 물음에 아주머니는 어색하게 웃었다.

“네, 그렇죠.”

그때 애들이 ‘와’ 하면서 거실을 뛰어다녔다. 그러자 아주머니가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조용히 못해! 엄마가 손님 왔다고 뛰어다니지 말라고 했지.”

“아, 몰라. 형이 나 자꾸 때리잖아.”

“내가 언제! 꺼져라.”

“아이씨. 아파, 아프다고! 엄마아아아앙.”

둘째가 바로 울음을 터뜨렸다. 아주머니는 그런 둘째를 달래며 소리쳤다.

“이 녀석들이 엄마가 가만히 있으라고 했지. 형진이 너 이리와!”

“엄마, 왜 나만 갖고 그래.”

“엄마가 동생 괴롭히지 말라고 했지.”

오상진과 한소희는 이런 부산스러운 모습에 제대로 집 구경을 하지 못했다. 아주머니는 필사적으로 두 아이를 잡으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어쨌거나 아주머니 입장에서는 빨리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오상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왜 집을 내놓으셨어요?”

“아, 우리 남편이 지방으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요. 급히 이사를 가야 해서요.”

아주머니는 두 아들을 잡으려고 하다가 놓친 상태에서 어색하게 말했다.

“그러시구나…….”

“저희 집 깨끗하게 잘 썼어요. 한 번 둘러보세요.”

그때 한 아이가 울면서 또 다가왔다.

“엄마아아아, 형이 자꾸 때려.”

“김형진! 너 진짜 엄마 말 안 들을래.”

“내가 뭐!”

“너 이리 안 와!”

“엄마는 만날 나만 뭐라고 그래!”

하면서 방문을 쾅 하고 닫았다. 아주머니는 더욱 민망한 얼굴로 그랬다.

“원래 우리 애가 저러지 않는데……. 아무튼 우리 여기 나갈 때 벽지도 새것으로 싹 해드릴게요.”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한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요? 그럼 잠깐만 둘러볼게요.”

“네, 둘러보세요.”

한소희가 쭉 둘러봤다. 벽지 여기저기에 크레파스와 볼펜으로 그려진 것이 보였다. 여기저기 찢어진 곳도 있었다. 무엇보다 집 자체가 너무 답답해 보였다. 물론 애들 짐이 많아서 그렇게 보일 수도 있었다. 한소희가 오상진 곁으로 다가와 작게 속삭였다.

“같은 평수인데 왠지 모르겠지만 여기는 좀 답답하게 느껴져요.”

“소희 씨도 그래요? 나도 그런데.”

“그러게요. 아무래도 여기도 아닌 것 같아요.”

“동감입니다.”

한 사장도 뭔가 낌새를 눈치채고 다가와 작게 말했다.

“좀 답답해 보일 수가 있지만 아마도 짐 때문에 그럴 겁니다. 아까 봤던 구조랑 똑같습니다.”

“그래도…….”

한 사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사모님께서 지난번에도 그러시더니……. 참 깐깐하십니다.”

한소희의 표정이 바로 굳어졌다.

“네? 지난번에요?”

한 사장은 오상진 구할 때 박은지와 함께 왔다는 것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 박은지를 한소희와 착각을 한 것이었다. 그런 것도 모르고 계속해서 실언을 했다.

“아, 지난번에 아파트 보시면서, 어……? 아니구나.”

한 사장의 얼굴에 당혹감이 올라왔다. 그러면서 빠르게 수습하려고 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착각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오상진의 눈치를 살폈다. 오상진 역시도 살짝 당황한 눈치였다. 한소희는 오상진을 보지도 않았다. 한 사장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한 사장님 수상해요.”

“에이, 아닙니다. 제가 말실수를 했습니다.”

한소희가 팔짱을 꼈다.

“한 사장님 계속 이러실 겁니까? 자꾸 이러시면 저 상진 씨에게 말해서 거래처 바꿀 겁니다.”

“어어, 이거 말씀드리면 안 되는데…….”

한 사장이 땀을 뻘뻘 흘렸다. 오상진 역시도 뭐라고 말을 하고 싶지만 왠지 더 오해를 살 것만 같았다. 이럴 때는 그저 입을 다무는 것이 상책이었다.

‘일단 나중에 말해서 오해를 풀어야지. 그보다 한 사장님 저런 말실수를 하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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